해남 황산면의 붕어 소굴 신지

여기가 바짝 말랐던 저수지 맞아?
4년 전 고갈, 올해도 갈수 속에 준·월척 호황

| 이영규 기자 |

전남 해남군 황산면 우항리에 있는 신지(9천평)는 4년 전 물이 빠져 바닥을 드러낸 곳이지만 올해 월척을 비롯한 굵은 붕어들이 마릿수 호황을 보이고 있다. 가뭄을 이겨낸 붕어들의 놀라운 생명력에 취재팀은 말을 잃었다.

▲신지 좌안 뗏장수초 앞에서 채비를 던져넣고 있는 군산의 이행요씨. 배수가 한창이라 수심이 60cm에 불과했다.

지난 11월  , 해남꾼 김진민씨가 “해남읍 인근의 저수지에서 지렁이 미끼로 34cm 월척과 중치 붕어 30마리를 낚았다”고 알려왔다. 김진민씨는 바다낚시 전문꾼으로 민물낚시는 바다 날씨가 좋지  은 날 가끔씩 즐긴다. 그래서 나는 더 솔깃했다. 겨울이면 전국 대물꾼들의 집중공략을 받는 해남군인지라 호황소식을 듣고 찾아가면 막차를 탈 위험이 높은데, 비전문가 현지꾼만 아는 신지라면 신선도가 높겠다는 판단이 든 것이다. 
11월 18일, 군산의 나승수씨에게 해남 원정을 제안하자 ‘군산 취산제로 밤낚시 출조가 잡혀있다’고 한다. 내가 “끝물 낚시터에서 괜히 힘 빼지 말고 입질 팔팔한 해남으로 튀자”고 하자 “이미 정해진 출조라 빼기가 어렵다. 내일 아침에 철수하자마자 출발할 테니 먼저 해남으로 내려가라”고 한다. 나로선 나승수씨가 사흘 연속 밤낚시를 하고 마지막 날 아침 멀쩡하게 바다낚시를 나서는 모습도 봐왔던 터라 그의 합류약속을 믿고 혼자 해남으로 내려갔다.

썰렁하기 그지없는 첫인상

19일 오후 3시경 김진민씨가 알려준 신지에 도착했는데, 첫 인상은 실망스러웠다. 해남까지 내려올 때는 연안에 멋진 수 들이 그림처럼 삭아있고 그 사이에 찌를 세우면 금방이라도 월척이 낚일 것 같은 분위기를 연상했는데, 수 라고는 좌안과 상류에 찔끔 자라있는 뗏장이 전부인 맹탕못이다. 게다가 물이 빠져 세 칸 대를 던져도 60cm가 나올까말까 한다. 갈수위에서 안정된 것도 아니고, 김진민씨가 대박을 맞았다는 좌안 배추밭 앞에는 배추밭에 물을 대느라 양수기가 연신 돌아가고 있었다. 나승수씨 일행이 이 모습을 보면 얼마나 실망할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승수씨에게서 “일행의 승합차 한 대가 고속도로에서 퍼져버렸다. 고치고 가려면 밤 8시경에나 저수지에 도착할 것 같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날이 밝은 뒤 저수지 경관에 실망할 그들을 위로(?)하고자 월척이 올라왔다는 명당은 두 사람에게 양보하고 나는 일부러 하류 바위산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나의 실망감은 날이 어두워지면서 말끔히 사라졌다.  저녁 두 시간에 새우 미끼로 7치급 붕어를 8마리나 낚았다. ‘정말 지금이 겨울인가’ 싶을 정도로 왕성한 붕어 입질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밤 8시경 나승수씨 일행이 도착했고 그들 역시 낚시를 드리우자마자 챔질을 거듭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뭔 빵이 이리도 좋대유?”
다만 두 가지 악재가 마음에 걸렸는데, 대낮처럼 둥근 보름달과 밤새 멈추지  은 배수다. 씨알이 8치를 넘지 못하는 게 혹시 이 때문은 아닐까?

밤 9시경 드디어 좌안 중류에 앉았던 이해용씨가 고참꾼다운 실력을 발휘해 32cm짜리 월척을 끌어냈다. 낚시터에 도착한 지 30분 만에 새우로 걸어낸 월척이다. 나승수씨가 붕어를 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뭔 빵이 이렇게 좋대유? 잘못 보면 떡붕어로 오인허겄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해남으로 내려오는 것인디 뭣허러 어젯밤 군산에서 생고생을 했는지 모르겠네유.”

밤 12시경 야참을 먹고 난 뒤에는 마릿수는 줄었지만 씨알은 굵어졌다. 이해용씨가 월척에 약간 못 미치는 씨알을 한 마리 더 끌어냈고, 내가 아홉치 두 마리를 낚았으며, 새벽 4시경에 나승수씨가 아홉치 두 마리를 끌어내고 월척으로 추정(?)되는 한 마리는 뗏장에 박혀 놓치고 말았다.

▲나승수씨가 새우로 낚은 9치 붕어들. 월척만큼 빵이 좋았다.

낮에는 현지 릴꾼들 마릿수 잔치

날이 밝자 해남 현지꾼들이 몰려왔다. 이미 신지의 호황 소문이 해남읍내에 쫙 퍼진 듯 낮에는 완전 동네 낚시터로 바뀌었다. 새우낚시에는 관심이 없는 그들은 지렁이 미끼로 연신 마릿수 조과를 올렸는데 거의 7치였다. 낮에는 큰 씨알이 없었지만 잔챙이도 보기 힘들었다. 현지꾼들은 릴낚시를 주로 했다.  “여기는 지렁이밖에 안 돼요. 떡밥은 건들지도  는당께. 새우는 뭣하러 쓴다요? 지렁이로도 요로콤 잘 물고 가끔씩 월척도 물어쌌는디. 지난번에 삼 오짜리도 낚았는디 월척은 귀한 편이제.”

현지꾼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승수씨는 슬그머니 새우통을 감추었다. 현지꾼들까지 새우낚시를 하겠다고 달려들면 신지의 월척자원이 일찍 바닥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을까?
나승수씨와 이해용씨는 요즘 같은 조한기에 이런 불같은 입질을 볼 수 있는 곳이 또 어디 있겠냐며 “일박 더”를 선언했고, 역시 7~8치로 마릿수 재미를 봤지만 달빛과 배수 탓인지 이틀째 밤낚시에도 9치 이상 굵은 씨알은 낚이지  았다고 한다.

▲호황 소식을 듣고 이튿날 군산에서 내려온 김기태(왼쪽), 이준안씨가 신지에서 낚은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신지는?

황산면의 유명낚시터 연호지에서 5분 거리에 떨어진 평지형 저수지다. 연호지와 병온3지 중간에 있다고 해서 현지에선 ‘중간 저수지’로 불리는 곳이다. 중심부 수심이 2m가 채 못 될 정도로 얕다. 취재기간에는 만수에서 80cm 가량 수위가 줄어있었다. 오래전부터 굵은 붕어가 많기로 소문났지만 불법 그물질이 잦고 4년 전 제방 공사로 물을 뺀 후론 현지꾼들의 발길이 뜸했다.
올해 10월경부터 호황을 보이면서 현지꾼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12월  순 현재 배추 출하가 끝나 배수는 멈춘 상태이나 고천암호의 조황이 살아나자 신지를 찾는 발길은 다소 뜸해진 상태다. 주요 포인트는 좌안 중상류 논 앞과 상류 배추밭 밑이며 우안과 제방에서는 현지꾼들이 릴낚시를 많이 한다.

▲상류 배추밭에서 내려다본 신지. 배추밭 바로 밑은 현지꾼들이 좋아하는 마릿수 포인트다.

가는 길  해남읍에서 상등을 거쳐 황산사거리까지 간다. 황산사거리에서 황산 교 원호분교(폐교)를 지나 산이면 방면으로 진행하면 좌측에 연호지 상류가 보인다. 연호지를 막 지나면 작은 삼거리가 나오고,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400m 가량 달리는 도중에 좌측으로 교회와 폐가를 차례로 지난다. 곧이어 나오는 마을길로 좌회전해 계속 진입하면 마을을 관통하고, 마을 끝나는 지점에서 650m 가량 직진하면 다리를 건  신지에 도착한다.

■조황 문의  해남 우리낚시 061-535-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