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의 뉴 스타

볼락보다 인기 높은 개볼락 & 쏨뱅이

최무석 다음카페바다루어클럽

필자는 예전부터 볼락보다 개볼락과 쏨뱅이 루어낚시를 즐기고 싶었다. 씨알이 굵으니 손맛이 좋고 회맛도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씨알의 개볼락과 쏨뱅이가 집중적으로 낚이는 시기를 찾기 어려웠고, 볼락만큼 낚이는 양이 많지 않아 아쉬웠다. 하지만 최근에 그 실마리를 찾았다.

울진 후포방파제에서 대형 쏨벵이를 낚은 정종훈(복순이)씨. 0.7g 지그헤드에 7g 싱커를 달아 바닥을 노려서 낚아냈다.

지난 1월 하순, 권희성(신동)씨가 경북 울진군에 있는 후포방파제로 볼락루어낚시를 갔다가 뜻하지 않게 30cm 대물 개볼락 세 마리와 큰 쏨뱅이를 여러 마리 낚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포항권에서 대물 개볼락과 쏨뱅이는 볼락보다 더 고급 어종으로 대접해주는데, 더구나 여러 마리 낚았다고 하니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었다. 
2월 2일 토요일 일몰 직전에 권희성씨와 바다루어클럽 회원 3명이 필자와 동행, 여러 포인트를 탐사할 목적으로 후포방파제로 진입했다. 후포방파제는 포항에서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가면 승용차로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큰방파제와 작은방파제가 두 개 있는데, 큰방파제가 주요 낚시터다. 후포방파제는 예전부터 40cm급 벵에돔이 낚이는 곳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했다. 포항의 양포방파제와 영덕의 대진방파제와 더불어 40cm가 넘는 우럭이 낚이는 곳으로도 유명하며 여름~가을에는 농어와 무늬오징어가 잘 낚이는 동해안의 대표적인 루어낚시터이다.

야마리아의 1.8인치 씨몽키를 물고 나온 개볼락

큰 방파제 콧부리 주변 급심 구간이 포인트

현장에 도착하니 강한 서풍이 주의보 수준으로 불고 있었다. 우리가 노리는 후포방파제의 큰방파제는 남서쪽으로 1.4km 정도 길게 뻗어있기 때문에 북서풍이나 북동풍이 불어야 낚시하기 좋은데, 출조한 당일에는 서풍이 불어서 방파제 콧부리와 외항의 탁 트인 자리에는 서 있기가 힘들었다. 우리는 밤샘낚시를 할 계획으로 출조했기 때문에 큰방파제 콧부리에 있는 등대 뒤에 텐트를 친 후 어둠이 깔릴 무렵부터 집어등을 밝히고 콧부리 주변을 노리기 시작했다.
콧부리를 집중적으로 공략한 이유는 수중여가 잘 발달되어 있고 수심이 15m 이상으로 깊어지기 때문이다. 테트라포드가 계단식으로 놓여 있기 때문에 발앞은 수심이 5~7m, 멀리는 10m 이상의 수심이 나온다. 개볼락과 쏨뱅이는 볼락에 비해 깊은 곳에 서식하기 때문에 이처럼 대형 방파제의 콧부리 주변이 포인트로 안성맞춤인 것이다.

회원들은 허리힘이 좋은 볼락로드와 2000번 릴을 장착하고 7g 싱커에 쇼크리더 카본라인 2호를 1~2m 연결하고 0.7g 지그헤드를 체결한 캐롤라이나 채비로 탐색에 들어갔다. 초반에는 복잡한 바닥지형 때문에 밑걸림이 많았지만, 두세 번의 지그헤드 교체 끝에 26cm 쏨뱅이를 낚는 데 성공했다. 쏨뱅이와 개볼락은 돌틈에 숨어서 파장이 큰 그럽웜에 반응을 잘 한다고 알려졌지만, 필자는 약한 파장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더블테일웜(마리아의 1.8인치 시몽키)을 사용해서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해가 진 후 방파제 외항의 여러 곳을 탐색하던 중 정종훈(복순이)씨가 역시 캐롤라이나 채비로 28cm 쏨뱅이를 낚아내더니 같은 자리에서 22cm 개볼락 한 마리와 32cm 우럭을 연달아 뽑아내었다. 후포방파제에서는 주민들이 생활낚시로 우럭을 많이 낚는데, 가끔 50cm가 넘는 우럭도 낚인다고 한다.
권희성씨는 4g 지그헤드로 바닥을 찍는 낚시를 했는데, 어렵지 않게 25cm 개볼락을 낚아냈다. 채비가 달랐지만, 바닥층에서 강한 액션을 해서 입질을 받은 것은 비슷했다.

큰 씨알의 우럭을 낚은 정종훈씨. 후포방파제에서는 가끔 5짜 우럭도 낚인다고 한다

쇼크리더는 낚싯대 길이만큼

쏨뱅이와 개볼락은 볼락처럼 피어올라 마릿수 조황을 보이지 않는다. 한 자리에서 서너 마리 낚으면 입질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여러 곳을 노려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바닥에서 입질하는 순간 같은 사이즈의 볼락에 비해 더 큰 힘을 쓰며 암초로 파고들기 때문에 초반제압에 성공해야 얼굴을 볼 수 있다. 여유를 주다가는 원줄이나 쇼크리더가 수중여나 삼발이(테트라포드)에 쓸려서 터지고 만다. 그래서 쇼크리더는 로드 길이만큼 길게 쓰는 것이 좋으며, 멀리 노리지 않고 테트라포드의 구멍을 노릴 때는 목줄을 한 단계 더 굵은 것을 쓰고, 쇼크리더도 더 길게 묶어야 한다.
개볼락과 쏨뱅이는 먹잇감이 자기 영역으로 들어오거나 머리 위를 지나갈 때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볼락처럼 루어를 졸졸 따라오며 약한 입질을 해대는 일은 거의 없고, 지나가는 루어를 순식간에 덮쳐 버린다. 강한 액션에 강한 바이트가 일어나는 일이 많다. 간혹 바닥을 끄는 약한 액션을 하면 루어를 물고 가만히 있기도 하는데, 그때는 채비를 살짝 당겨서 입질을 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후포방파제 콧부리의 내항을 노리고 있는 취재팀.

간조 때는 입질 없음

저녁부터 새벽까지 방파제 콧부리 전역을 탐색한 결과 깊은 곳에서 큰 씨알이 낚였고 캄캄한 밤에 더 큰 씨알이 낚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날이 밝아올 무렵에는 씨알이 줄어드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고 입질 빈도도 줄어들었다. 한밤이라도 간조가 되니 두 시간 정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는데, 쏨뱅이와 개볼락도 조류가 흐르는 시간대에 활발한 입질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4명이서 거둔 총 조과는 25cm가 넘는 개볼락·쏨뱅이 20여 마리로 소형 아이스박스를 가득 채울 수 있었다.

쏨뱅이와 개볼락으로 만든 회. 하얀 살이 굉장히 쫀득해서 그 맛이 볼락보다 한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쉽게 놓친 고기도 많았다. 랜딩 중에 원줄의 매듭이 터지거나 목줄이 터지는 경험을 열 번 넘게 했다. 카본 2호 목줄이 터져나갈 정도로 큰 씨알이 물었는데, 30cm급 개볼락이나 쏨뱅이 혹은 더 큰 우럭이나 쥐노래미로 예상한다. 후포방파제로 볼락루어낚시를 다니는 회원들이 이맘때 큰 왕볼락을 놓쳤다는 얘기를 종종 했는데, 아마도 우리와 같은 경험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이맘때 후포방파제에서 볼락이나 개볼락, 쏨뱅이를 노린다면 더 강한 로드와 채비로 탐색해 볼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포항을 중심으로 한 개볼락·쏨뱅이 낚시터로 추천하고 싶은 곳은 경주 감포읍 연동방파제, 포항 남부의 대동배방파제, 구만방파제, 대보방파제, 발산방파제가 있고 포항 북부로는 오도1리 방파제를 들 수 있다. 모두 대형 방파제이며 필자가 루어로 큰 씨알의 개볼락과 쏨뱅이를 낚아본 곳이다.

다음카페 바다루어클럽 cafe.daum.net/sealureclub

개볼락과 쏨뱅이 시즌은?
개볼락은 연안에서 연중 낚이지만 수온이 낮은 1월~4월에 큰 씨알을 만날 수 있다. 쏨뱅이도 마찬가지인데, 11~12월에 짝짓기를 마친 성어들이 1월 중순이 넘으면 배불뚝이가 되어 연안으로 몰려들어 좀 더 높은 확률로 만날 수 있다. 여름에도 낚이긴 하지만 씨알이 10cm 내외로 아주 작다. 어류도감에는 최장 35cm까지 자란다고 나와 있지만, 주변에서 40cm가 넘는 놈을 낚았다는 소문이 들려오는 것으로 봐서는 볼락보다 더 크게 자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개볼락과 쏨뱅이는 수온이 낮은(10도 전후) 2~4월에 좋은 활성을 보이며, 낚이는 씨알도 크다. 냉수성 어종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볼락처럼 무리지어 다니는 일은 드물고 큰 돌 틈에 자기 영역을 가지고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