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붕어의 바다’ 영암·금호호 대공략1

구성수로의 덩치급 사냥

블루길 장막 속에 대물월척 숨어있었다

구성수로는 석계수로와 함께 영암호 하류의 오지에 있어서 손을 타지 않았다. 그 덕에 영암호 수로 중 가장 굵은 붕어가 낚인다는 곳이다. 작년까지 ‘이슬만 살짝 내려도 승용차는 진입이 어려운’ 오지였는데 올해 초 농지조성 공사를 위해 농로에 자갈을 깔기 시작하면서 진입 여건이 좋아졌다.

ㅣ이영규 기자ㅣ

▲구성수로 최상류권에 자리한 김태우씨가 부들수초 너머로 직공채비를 드리우고 있다. 이 구간은 구성수로  전체 중 연안낚시 여건이 가장 좋은 곳이다.

2월 24일 구성수로 취재엔 ‘방랑자’ 김태우씨가 동행하였다. 사실 그보다 이틀 전에 김태우씨는 구성수로를 다녀왔다. 현장에는 당시 김태우씨와 함께 영암호로 내려갔던 이명택, 윤주남씨가 그대로 남아있었는데 이틀 동안 월척만 여섯 마리를 낚아놓고 있었다.
김태우씨와 나는 경기도 오산에서 새벽 4시에 출발했다. ‘어차피 이맘때는 밤낚시가 안 되니 그냥 집에서 자고 새벽에 곧바로 쏘자’는 김태우씨의 제의. 수도권에서 영암호 당일치기라… “밤늦게 도착해 아침까지 기다리는 게 더 피곤해요. 오산에서 영암호까진 삼백오십킬로미터가 채 못 됩니다. 약간 과속하면 세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어요.”

하루에 붕어 3마리, 그러나 대부분 월척

과연 텅 빈 새벽 고속도로를 평속 140~150km로 달리다보니 목포의 단골 해장국집에 오전 7시가 못 돼 도착할 수 있었다. 영산강하구둑-영암호방조제를 차례로 건넌 뒤 구성삼거리에서 산이면 방면으로 좌회전, 3km 가량 달리자 좌측의 GS칼텍스 주유소를 지나 구성수로 진입로가 나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원래 김태우씨는 구성수로 두 번째 합수머리(위성지도의 ③번 지점)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진입로 입구가 흙으로 막혀있는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뚫려 있었는데 그새 낚시인들이 드나들면서 문제가 생긴 것일까? 결국 차를 돌려 먼저 내려온 일행들이 있다는 최상류로 향했다.
사흘째 야영을 한 이명택씨가 우리를 반겼다. 살림망을 꺼내 보니 31~36cm 월척이 6마리, 8치 내외가 6마리다. 몸이 깨끗하고 빵도 좋았는데 입질은 오전 10시 이전에 집중됐다고 한다.

▲구성수로에서 이틀 동안 낚은 붕어를 자랑하는 윤주남(왼쪽), 이명택씨. 왼쪽의 살림망에도 준척 붕어 두 마리와 60여 마리의 블루길이 가득 차 있다.

사실 두 명이 이틀 낚시해 12마리의 붕어를 낚았다면 잦은 손맛을 봤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절반이 월척이고 그것도 31~36cm라는 점은 왜 꾼들이 구성수로를 고집하는지를 확연히 보여주었다.
그런데 블루길의 극성이 보통이 아니라고 한다. 어느 정도냐고 묻자 윤주남씨가 자기 살림망을 보여준다. 오 마이 갓! 살림망엔 50마리 이상의 블루길이 들어있었는데 죄다 20cm가 넘었다. 윤주남씨는 직원들이 블루길 매운탕을 좋아해서 모아놓았다고 했다.
김태우씨는 조황을 확인하고 원래 가려던 합수머리의 건너편으로 가려고 했는데 이명택씨가 말렸다. 전날 밤에 이미 몇 대의 차량이 들어간 것으로 보아 앉을 자리가 없을 것이라는 거다. 어쩔 수 없이 우리도 이명택씨 자리 30m 위쪽에 자리를 잡게 됐다.

블루길인줄 알고 챘더니 34.5, 38cm

시간은 어느새 오전 8시. 나는 4칸반짜리 직공낚싯대 세 대와 스윙낚싯대 네 대만 달랑 들고 왔는데 김태우씨는 완전무장에 가까웠다. 그는 웨이더로 갈아입더니 차 트렁크에서 커다란 접지좌대를 꺼내 물가에 설치했다. 그리곤 네 대의 직공대와 네 대의 스윙대를 펼쳤다.
‘당일낚시인데도 이렇게 공을 많을 들이냐’고 묻자 김태우씨가 말했다.
“당연하죠. 이렇게 좋은 낚시터로 원정 왔는데 대충 낚시해서야 되겠습니까? 특히 오늘처럼 당일낚시라면 장박낚시 때보다 더 정성들여 낚시해야죠. 해질녘까지 한 번 쪼아봅시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이명택씨는 저 모습이 김태우씨의 천성이라고 한다.
“간혹 김태우씨가 고기를 잘 낚는 이유를 입큰붕어 회원들로부터 좋은 정보를 많이 접하기 때문이라고 얘기하는데, 내가 알기로는 오히려 김태우씨는 고기가 잘 나온다고 소문난 곳은 피해 다닙니다. 이미 소문난 곳은 찾아가봤자 막차라는 거죠. 근성을 가지고 열심히 하니까 남보다 더 뛰어난 조과를 거두는 것 같아요.”

▲구성수로에 도착한 김태우씨가 윤주남씨가 낚시한 포인트를 바라보며 새벽 조황을 묻고 있다.

이명택씨의 말대로 블루길 성화가 장난이 아니다. 작년 가을 석계수로에서 낚시할 때도  블루길 성화가 대단했는데 여기는 두 배는 심한 듯 했다. 다섯 대를 펴는 동안 무려 열 마리가 넘는 블루길이 올라오자 낚시를 포기하고 싶었다. 김태우씨가 내 모습을 보며 웃는다. 
“포기하면 안 돼요. 구성수로 붕어들의 입질은 블루길 입질과 비슷해 언제 붕어가 낚일 지 몰라요. 블루길을 계속 낚아내다 보면 그중에 월척 붕어가 덜컥 걸려들거든요. 인내가 필요한 곳입니다.” 
순간 김태우씨의 4.7칸대의 찌가 슬그머니 솟는 게 보였다. 그러더니 옆으로 방정맞게 게걸음친다. ‘또 블루길이군’하고 생각했는데 울컥 물보라와 함께 붕어가 솟구쳤다. 34.5cm! 빵이 좋아 삼십육칠로 착각할 정도였다. 이후 7치와 8치 한 마리가 더 올라오더니 감감무소식. 그리곤 이명택씨가 입질을 받아냈는데 끌어내보니 38cm짜리였다.
“보셨죠. 이게 바로 구성수로의 매력입니다. 영암호의 다른 수로들은 아홉치 밑이 주종이고 월척도 턱걸이들이 많이 낚이는데 비해 구성수로는 이런 대물들이 많이 올라옵니다. 제 생각엔 수로 전체에 바글대는 블루길과 배스 때문에 붕어 씨알이 굵은 게 아닐까 싶어요. 외래어종이 많은 곳에서는 붕어들이 본능적으로 몸집을 키운다고 하지 않습니까.”

▲38cm 붕어가 뜰채에 담기는 순간. 오전 10시경 이명택씨가 입질을 받아내자 윤주남씨가 뜰채 지원에 나섰다.

최상류 Y자 수로 중 우측 수로가 명당

구성수로는 본류와 만나는 최하류에서 최상류까지의 길이가 2km에 달한다. 이 중 연안낚시 여건이 가장 좋은 곳은 최상류인데 우리가 낚시한 곳은 위성사진의 Y자로 갈라진 최상류 수로 중 우측의 ①번수로다. 이 구간이 구성수로에선 조황이나 진입 여건이 가장 좋다. 연안에 부들이 듬성듬성 자라있어 붕어의 은신처로 적합하며 산란기 때 최고의 호황을 보인다. 약 600m 구간 중 최상류 200m는 수심이 얕고 수초가 찌들어 있어 낚시가 불가능하다. 
Y자 수로 중 서쪽 ②번수로는 전 구간이 얕고 수초가 찌들어 있어 합수머리 쪽에만 두세 곳의 낚시 자리가 있다. 그러나 포인트가 좁고 진입로가 불편해 많이 찾지는 않는다.    
지도상의 ③번수로 역시 수심이 얕고 수로 폭이 좁아 낚시할 곳이 많지 않고 합수머리 지점에서만 포인트가 나오는데 취재일엔 진입로를 막아놓아 들어갈 수가 없었다.
소개한 주요 포인트 외에 본류 나머지 구간은 보트낚시를 하는 게 유리한 여건이다. 연안 수심이 대체로 얕고 동쪽 연안은 밀생한 부들이 연안을 뒤덮고 있어 연안에선 스윙으로 넘겨 치기 힘든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취재일에도 하류에서 올라온 보트꾼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들의 조황은 확인할 수 없었다. 

블루길 속에서 붕어 골라 낚는 요령

수초에 붙이지 말고 맨바닥에도 미끼를 깔아라

블루길 떼 속에서 붕어만 골라 낚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김태우씨는 수초 대신 맨바닥을 노려볼 것을 추천했다. 블루길은 수초 그늘을 은신처 삼아 사는 녀석들이므로 수초대만 노려선 블루길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맨바닥에는 블루길이 적어 붕어를 낚을 확률이 높다. 취재일 김태우씨와 이명택씨가 낚은 월척 붕어도 모두 맨바닥에서 올라온 것이다. 아울러 이제는 붕어들이 산란을 끝내고 회복기에 접어들 시점이므로 수초대를 고집할 필요는 더욱 없다는 게 김태우씨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