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바다의 지존, 감성돔을 만나보자

왜 감성돔낚시에 빠져드는가? 

김진현 기자

하고많은 낚시 중에 왜 감성돔낚시가 낚시의 백미, 바다의 지존으로 불리는 것일까? 

부산이 고향인 나는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감성돔낚시를 배웠다. 그런데 감성돔에 대한 간절함은 없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부산 가덕도의 대항마을방파제에서 아버지가 채비해준 낚싯대로 30cm 감성돔을 처음 낚아보았지만, 그뿐이었다. 당시엔 쥐노래미나 볼락에 비해 힘이 세다고만 느꼈을 뿐 감성돔에 대한 집착이 생기거나 다음에도 꼭 낚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기지는 않았다. 그 당시만 해도 이미 아버지가 낚아온 감성돔을 많이 봐온 탓에 감성돔과의 첫 만남이 그렇게 설레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아버지는 달랐다. 아버지는 첫 감성돔을 낚았을 당시를 아주 오래전 일임에도 소상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 낚시를 했을 땐 감성돔이 뭔지도 몰랐어. 70년대엔 낚시잡지는커녕 TV가 있는 집도 드물었지. 그러니 감성돔이란 고기를 알 턱이 있나.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과 다대포로 놀러갔을 때 노래미나 낚으려고 낚시점에서 산 줄낚시에 감성돔이 물고 늘어진 거야. 순식간에 낚싯줄이 파라락 풀리며 얼레가 통째로 빨려 들어가는 걸 간신히 잡고 당겨내는데, 조그만 녀석이 어찌나 힘이 세던지….”
아버지는 첫 감성돔을 낚은 후 곧장 대나무낚싯대를 구입했고, 2~3년 후엔 글라스로드 원투대와 민장대를 구입해 본격적으로 감성돔낚시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40년 넘게 감성돔낚시를 하신다.

남자의 본능을 자극하는 위용

한국프로낚시연맹 회원으로 활동 중인 젊은 낚시인 박지태(30, 썬라인 필드테스터)씨에게 감성돔낚시에 빠져들게 된 계기를 물었다.     
“중학생 때일 겁니다. KBS에서 방영한 바다낚시인들의 이야기에 감성돔이 나왔는데, 낚시에 걸려 나오는 감성돔을 보니 정말 대단한 고기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빳빳이 치켜세운 지느러미에 갑옷을 두른 것 같은 은회색 비늘 그리고 주둥이 안에 촘촘히 박힌 이빨들. 그런 것들을 본 순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꼭 한번 낚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부모님을 졸라 낚시점에 갔어요. 제 주변엔 낚시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마치 뭔가에 홀린 듯 낚시에 빠져 버렸습니다. 낚싯대를 사자마자 처음엔 마산의 방파제로 낚시를 다니다 성에 차지 않아 고등학교 때부터는 마산의 출조점에서 버스를 타고 낚시를 다녔습니다. 그 이후로 매주 낚시를 다니고 있으니 한 마디로 단단히 미쳐버린 거죠. 감성돔의 매력이요? 낚기 전부터 이미 다른 고기와는 다른 위용을 느꼈고 직접 낚아보곤 그 손맛에 정말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감성돔을 낚은 순간 왜 잡어가 천대받는지 알겠더라고요. 처음으로 오짜 감성돔을 만난 건 통영 욕지돕니다. 추운 겨울 지루한 기다림 속에 찾아온 입질도 짜릿했지만, 그보다 바다 깊숙한 곳에서 꿈틀거리는 대물 감성돔의 몸부림은 정말 무서울 정도였죠. 호쾌한 손맛이라기보단 온몸에 힘이 들어가게 만드는 중압감은 오금이 저릴 정도였어요. 그 느낌은 언제 느껴도 짜릿합니다. 아무리 노련한 낚시인이라도 50cm가 넘는 감성돔을 걸고 아무런 감흥 없이 장난치듯 끌어내지는 못해요. 감성돔은 호락호락한 고기가 아닙니다.”

갯바위에서 큰 씨알의 감성돔을 낚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낚시인들. 낚시를 하면서 가장 즐거운 순간 중 하나다.

한 번 낚아보면 모두 ‘꾼’이 된다

바다가 좋아 감성돔낚시를 시작했다는 낚시인도 있다. 전남 순천의 백진수씨(39, 순천 피싱클럽 회원)는 “저는 바다에만 가면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집니다. 낚시는 친구의 권유로 시작했는데, 처음엔 낚시에 별 재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갯바위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너무 푸근하고 좋았습니다. 그렇게 바다가 좋아 생각 없이 낚시를 다니다 자연스레 감성돔의 손맛도 보게 되었는데, 낚아보니 감성돔이란 고기가 거친 갯바위에 아주 잘 어울리는 대단한 고기란 걸 알게 되었고, 그렇게 한 해 두 해 지나고 보니 어느새 낚시를 가지 않고는 못 견디는 꾼이 되어 버렸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감성돔낚시에 입문한 계기와 매력에 대해 물어보았다. 감성돔 마니아들에게서 발견한 공통적인 특징은 ‘어떤 방식으로든 감성돔을 만나게 된 특별한 인연’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중 가장 많은 케이스가 바로 생각지도 못한 감성돔의 괴력에 반해버린 경우이다. 박지태씨처럼 감성돔을 보는 순간 낚고 싶다는 ‘태생이 낚시꾼’인 경우도 있었고 주변의 권유로 낚시에 입문했다가 감성돔을 만난 후 ‘꾼의 길’로 빠져버린 뒤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실 감성돔낚시의 매력을 글이나 말로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 감성돔을 보고 받는 느낌도 다르고 낚시에 대한 감흥도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낚시인들이 감성돔낚시의 매력을 주변인들에게 전파하기 위해 쓰는 방법이 바로 동행출조이다.
바다에 데리고 갈 테니 직접 감성돔 손맛을 보라는 것. 여기에 걸려들면 십중팔구 꾼이 된다. 멋모르고 따라간 갯바위에서 감성돔을 낚아보고 심장이 멎을 뻔했다거나,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는 낚시인들도 있으니 감성돔 손맛의 마력은 실로 대단하다고 하겠다.
최근 우리바다에 다양한 인기 어종들이 출현하면서 감성돔의 위상도 예전 같지 않다. 가끔 감성돔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는 낚시인들도 볼 수 있다. 나이가 지긋하게 드신 분들이 ‘감성돔 그까짓 게 뭐라고 저 고생을 하며 쫓아다니느냐’고 말한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감성돔낚시로 갈 데까지 가본 것이다. 그들이 감성돔낚시를 폄하하는 이유는 감성돔에 대한 애증 때문이라고 보는 게 더 맞겠다. 수십년을 함께 산 아내에게 남들은 이해하기 힘든 심술을 부리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그렇게 폄하하고도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면 ‘감생이 살이 제법 올랐겠네’하며 바다로 쫓아가는 것이 바로 감성돔낚시인들이다. 왜 감성돔낚시에 빠져드느냐고? 직접 낚아보기 전에는 해답을 풀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