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붕어 원정기

신안군 낚시터 휴식년제의 개방구역

증도 주민들의 달라진 태도 

장재혁 객원기자?이노피싱 필드스탭

가을은 막바지에 접어드는데 마땅한 취재 장소가 없어 고민하던 중 전남 신안군 증도에 있는 중앙수로가 떠올랐다. 2010년이었던가, 증도대교가 완공을 앞두고 있을 무렵, 사옥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증도로 들어간 나는 섬을 가로지르며 뻗어있는 중앙수로에서 새우 미끼에 8치급 붕어를 정신없이 낚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온 동네 주민이 증도대교가 완공되고 나면 마을에서 유료낚시터로 운영될 계획이라면서 낚시를 막았다. 
그 뒤로 증도를 가본 적은 없다. 신안군은 올해부터 군내 민물낚시터를 휴식년제로 묶었다. 12개 면을 2개씩 6개 구역으로 나누어 2개 구역만 1년씩 개방하고 나머지 지역은 낚시금지다. 그 결과 올해와 내년 6월 말까지는 지도읍과 증도면에서만 낚시할 수 있다.
증도면의 증도, 병풍도, 화도, 대기점도, 소약도, 대섬 등과 지도읍의 사옥도, 선도, 안마도, 포작도, 약조도, 율도 등이 낚시를 할 수 있는 섬인 셈인데, 다른 섬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증도 상황이 가장 궁금했다. 무안 서해안낚시에 문의를 해보니 내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중앙수로에서 월척이 낚이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월척이 잘 낚이고 있는 증도 중앙수로. 섬 중앙을 가로지르는 2km 길이의 수로다.

   증도 관문인 증도대교의 톨게이트. 2천원의 입도료를 내면 쓰레기봉투를 내주는데 돌아올 때 쓰레기 적재함에 버리고 오면 된다.

입도료 2천원 내고 증도로

 10월 30일 증도로 향했다. 무안에서 지도읍을 거쳐 사옥교를 건넌 뒤 사옥도와 증도를 연결한 증도대교에 이르자 톨게이트가 나왔다. 2천원의 입도료를 내고 쓰레기봉투를 받았다. 다리를 건너자 바로 자를 대고 그은 듯 반듯한 일직선 형태의 중앙수로가 한눈에 들어왔다.
중앙수로는 증도대교 앞에서 시작해서 증도면소재지까지 이어지는 약 2㎞의 길이의 큰 수로다. 여기에 연결된 가지수로만 17개에 이른다. 예전에 왔을 때는 수초가 무성했는데 이번에 보니 수초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증도면에서 더 많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바닥을 준설했는지 수심도 2.5m 이상으로 깊어졌다.
수로 한쪽은 도로와 인접해있고 나머지 한쪽은 농로와 접해있는데 도로 쪽이 갈대와 부들이 형성되어 있고 수심이 적당해 낚시하기 좋아 보였다. 마름도 전부 삭아 내려서 낚시하기엔 좋았지만 낚시 자리가 좁고 차량이 자주 오가는 게 흠이었다. 
포인트를 둘러보다가 광주에서 온 부부 낚시인을 만났다. 그들은 이곳에서 지난봄에 월척을 십여수나 낚았고 낚시 올 때마다 월척 두세 마리는 낚는다고 한다. 나는 낚싯대를 들고 상류로 걸어가면서 일일이 수심을 체크해 보았다. 대부분 수심이 2m 이상 나왔는데 놀랍게도 1.5m도 안 되는 포인트가 있어서 그곳에 대편성을 하였다.  그곳은 증도대교를 건너면 만나는 첫 번째 다리 부근으로서 광암마을 옆 다리 상류다.
오후에 기온이 오르면서 수온도 올랐는지 붕어 활성도가 좋아져서 대편성 중에 7~8치 붕어가 낚였다. 2.5m 수심에 참붕어를 꿴 3.8칸대를 펴놓고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는데 가끔 입질이 있었는지 찌가 한두 마디 올라와 있었다. 미끼를 교체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3.8칸대의 찌가 다시 솟아오르고 있었다. 챔질을 하니 쉽게 모습을 보여주질 않았다. 연안으로 올려 보니 32cm 월척이었다. 한낮에 월척이라니!

   증도 중앙수로에서 필자가 앉은 포인트. 다른 곳보다 수심이 1.5m 이하로 얕았다

                               증도 중앙수로에서 거둔 조과를 보여주고 있는 필자

새내림과 참내림에 연이은 입질

4.4칸, 4칸 두 대를 추가로 깊은 수심에 배치했다. 그런데 새우 미끼를 달아 놓은 3.4칸대의 옥내림채비가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챔질하고 낚싯대를 세우니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월척을 기대했지만 수면에 떠오른 것은 7치와 8치 붕어 두 마리. 두 바늘에 각각 한 마리씩 달려 있었다. 자주 들어오는 입질이 재미있어서 이번엔 옥내림채비에 새우 대신 참붕어를 달아 보았다. 또 입질이다. 찌가 올라오다 옆으로 이동하더니 끌고 들어간다. 곧바로 챔질하고 낚싯대를 치켜세우니 턱걸이급 붕어가 허연 배를 드러내고 수면에서 심하게 바늘털이를 하고 있었다. 붕어를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질긴 육초에 목줄이 걸려 끊기고 붕어는 그만 자동방생되고 말았다.
저녁이 되면서 입질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도착해서 오후낚시에만 월척 두 마리를 낚았고 준척급 이하도 꽤 잡았는데 찌불을 밝히자 거짓말처럼 입질은 사라졌다. 나는 저녁을 먹었다. 저녁식사 후엔 가끔 작은 붕어들이 낚였다. 자정을 앞둔 시간, 맨바닥에 두었던 좌측 3.2칸대의 찌가 꼼지락거리다 서서히 솟아올랐다. 챔질에 성공한 상태에서 낚싯대를 세우고 있는데 맨 좌측 연안 갈대 앞에 세워 두었던 3칸대의 찌도 솟아오르고 있었다. 다른 손으로 다시 챔질을 하고 두 마리의 붕어를 모두 낚아냈다. 한 마리는 월척, 한 마리는 9치였다. 내가 아는 중앙수로는 30 중반 이상의 월척이 잘 낚였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30 초반의 월척이 대부분이다.
이후 간간이 들어오는 입질에 잔 씨알 붕어 네 마리를 추가하고 아침을 맞이했다. 아침낚시에는 주로 지렁이 미끼에 입질이 들어왔으나 씨알도 잘고 참붕어 성화가 심했다. 기온이 올라간 오후시간에는 깊은 수심에서 참붕어 미끼에 준척과 월척 붕어가 올라왔다. 중앙수로는 밤낚시보다는 낮낚시 조황이 월등했다. 밤낚시엔 입질이 많지 않으나 연안의 갈대수초나 1.5m 이내 수심을 공략한다면 보통 한 시간 간격으로 입질을 볼 수가 있다.

   증도 우전리 둠벙. 강복남씨의 낚시 자리다.

                            강복남씨가 우전리 둠벙에서 거둔 밤낚시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낚시하되 쓰레기만 버리지 마시오”

다음날엔 평산가인 서부지부 회원들이 증도를 찾아서 함께 우전리에 있는 수로와 둠벙으로 흩어져 낚시를 했다. 내가 앉으려 한 둠벙은 밭을 가로질러 가지 않으면 빙 돌아서 가야 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주민들이 밭일을 하고 있어 낚시 짐을 메고 밭둑을 걸어가기가 부담스러웠다. 낚시하지 말라고 하면 어떡하지? 용기를 내서 밭을 지나가겠다고 얘기하니 “낚시하는 것은 상관없는데 쓰레기만 버리지 마시오”하고 답할 뿐 제재를 하지 않았다.
증도 주민들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우전리 둠벙은 주민들이 낚시를 막아서서 종종 낚시인과 마찰이 일었던 곳이다. 회원들 얘기로는 다리가 놓인 후부터 외지인들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고 신안군에서 휴식년제를 허용한 뒤로는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낚시를 막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우전리 둠벙과 수로의 조황은 부진한 편이었다. 이상하게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다. 경험에 비춰보면 바람이 불지 않은 날은 섬붕어 조황은 급격히 떨어졌다. 이틀을 그렇게 보내고 마지막 날인 11월 3일 새벽에 9치 붕어를 낚았고 다른 둠벙에서 낚시하던 강복남씨가 월척을 올렸다.  
최근 증도의 수로 조황은 다소 기복이 있지만 월척이 매일 낚이고 마릿수도 늘어나고 있다. 무안 서해안낚시 김동수 사장은 “취재 후에도 중앙수로와 증도 서쪽의 증도수로에서 월척을 포함해 굵은 붕어들이 잘 낚이고 있다”고 알려왔다.   
▒ 조황문의 무안서해안낚시 061-454-7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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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서해안고속도 북무안나들목을 나와 24번 국도를 타고 현경면을 지나 지도읍까지 간다. 지도읍 지도사거리에서 증도 우전해수욕장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사옥도를 거쳐 사옥도와 증도를 연결한 증도대교를 건너면 도로변 우측에 중앙수로가 길게 이어진다. 여기서 우전해변·엘도라도 리조트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10km 정도 가면 엘도라도 리조트 입구를 지나고, 도로 좌측 우전리 마을회관을 끼고 좌회전하면 우측에 우전리 둠벙과 수로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