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탐사
낙도의 처녀지를 찾아
진도 가사도를 가다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전남 진도 북쪽에 가사도란 작은 섬이 있다. 그 섬에 저수지가 두 개 있다는데, 하나는 최근 축조한 식수원이지만 다른 하나는 월척붕어가 우글대는 미답의 붕어 소굴이라고 한다.
▲ 가사지 제방에 앉은 서울의 임동현씨(삼우빅케치 민물 필드스탭)가 낚싯대를 펴자마자 입질을 받아 낚싯대가 활처럼 휘었다.
올 봄에 진도를 다녀온 광주낚시인 장경준씨가 “진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가사도란 섬의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여 혼자 40마리 넘게 붕어를 낚았다”고 말해 내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그의 말로는 가사도에는 두 개의 저수지가 있다. 하나는 2006년 말 완공된 계곡지로 이곳은 상수원이어서 낚시가 금지되어 있다. 또 하나는 6천평가량 되는 평지지로 이곳이 붕어 소굴이라고. 현지 주민의 말에 따르면 민물낚시를 하는 사람을 본 적 없다고 하니 오죽 자원이 많겠는가.
올해 26살인 장경준씨와는 9년 전 낚시춘추 주최의 학생낚시대회에서 만난 후 간혹 안부를 전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낚시에 입문해 지금도 붕어낚시를 즐기고 있는 열렬 낚시인인데 지난 10월 19~20일 부사호에서 열린 전국 민물보트낚시 연합교류전에서 전국에서 참가한 수많은 고수들을 따돌리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봄 낮에 혼자 40여 수, 자생새우, 참붕어 미끼”
장경준씨는 지난 2월 중순경 상조도에 있는 한 수로에서 낚시하다가 동네 주민에게 가사지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여기(상조도)는 붕어가 많지 않고 저 옆에 있는 가사도란 섬에 가면 저수지가 한 곳 있는데 돌멩이를 던지면 붕어가 맞을 정도로 많으니 그쪽으로 가보라”고 하더란다.
일주일 뒤 가사도를 찾아 오전 9시부터 마지막 배(오후 4시)가 철수하기 전인 오후 3시까지 낚시했는데, 장경준씨는 40여수, 동행들도 20~30마리씩 올려 손맛을 만끽했다고. 씨알은 전차표부터 월척(8마리)까지 다양했다. 최고 씨알은 34cm. 미끼는 지렁이와 현장 채집한 새우와 참붕어를 사용했다. 한 달 뒤 동행 두 명이 다시 가사지를 찾아 밤낚시를 했고, 비슷한 마릿수 조황을 올렸는데, 월척도 36cm를 비롯해 10여수를 낚았다.
▲ 장경준씨가 지난 봄 준월척으로 가득 채운 살림망을 들고 찍은 기념사진.
◀ 저녁 10시경 9치급 붕어를 낚은 임동현씨.
▲ 가사도 등대에서 바라본 가사도 동쪽 해안 풍경. 멀리 주지도(좌)와 양덕도가 보인다.
▲ 취재팀을 태운 차도선이 가사도 어리포 선착장에 도착하고 있다.
가학항에서 배로 30분
11월 24일 밤 서울낚시인 임동현(삼우빅케치 민물 필드스탭)씨와 함께 출발한 나는 25일 아침 6시 30분 진도읍에서 이복근씨와 만나 아침 식사를 한 뒤 곧바로 지산면 가학항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침 8시 우진페리호에 올랐다.
가사도는 가학항에서 북서쪽으로 6km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조도면에 속해 있는 섬 중 가장 북쪽에 있다. 기자도 10여 년 전 이 섬을 찾은 적 있다. 그러나 붕어낚시가 아니라 감성돔낚시를 하러 갯바위에 내렸었다.
‘밤사이에 전국적으로 강풍이 불고 비가 내리겠다’는 예보가 있어 다소 불안감이 밀려오기는 했지만 이날은 파도가 잔잔하고 날씨는 좋은 편이었다. 차도선에 오르니 밑밥통과 바다낚시가방이 실린 1톤 트럭이 보여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낚시를 가시나보죠?”
“네, 가사도로 감성돔을 낚으러 들어가는 중입니다. 씨알은 손바닥만한데 마릿수 재미가 좋아 매년 두세 번 정도 찾습니다.”
목포에서 왔다는 나이가 지긋한 두 사람은 낮낚시를 즐긴 뒤 오후 4시 배로 철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사도로 향하는데 오른쪽으로 기이하게 생긴 섬 두 곳이 눈에 띄었다. 이름하여 손가락섬(주지도)과 발가락섬(양덕도)이었다. 신기하게 생긴 두 섬을 배경으로 취재팀은 차도선 갑판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었다. 차도선은 30분 만에 취재팀을 가사도 어리포선착장에 내려주었다.
수로도 없는 가사도의 딱 하나뿐인 낚시터
이틀간의 넉넉한 일정으로 들어온 취재팀은 곧장 저수지로 가지 않고 섬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차를 서쪽으로 몰아 높지 않은 언덕을 넘자 아담한 돌목마을이 내려다 보였고, 왼쪽 소로로 들어서자 포장도로에 그려진 등대 그림이 우리를 안내했다.
가사도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등대는 1915년 처음 빛을 밝힌 유서 깊은 등대인데 3년 전에 30억원을 들여 개축했다. 등대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조도군도 섬들의 풍광이 아름다웠다. 등대에서 가까운 곳에 천연동굴인 십자동굴도 있다.
등대 구경을 마치고 다시 어리포선착장으로 와 가사지로 향했다. 가사지는 가사도에서 제일 큰 마을인 가사마을 바로 옆에 있었다. 6천평 평지지로 제방에는 사람 키 높이의 억새가 무성했는데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마치 CF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연안을 따라 마름 열매가 쌓여 있는 걸 보니 여름 내내 마름수초로 뒤덮여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마름이 완전히 삭아 수초 한 포기 보이지 않았다. 이곳은 겨울에도 웬만하면 얼음이 얼지 않는 곳이며 낚시도 잘 되는 편이라고. 서식 어종은 붕어와 잉어.
제방 우측으로 도로가 나 있었으며 좌안은 작은 산이었다. 제방 중간지점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해 그곳에 주차를 하고 수심부터 체크했다. 상류는 1.5~1.8m, 제방 근처는 2~2.5m 나왔다.
제방 넓은 자리를 찾아 타프를 설치했다. 저수지에 들어설 때부터 바람이 심상치 않다고 했더니 타프를 설치하는데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제방에서 상류로 부는 남동풍이었다. 타프 속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데 타프가 바람에 펄럭거리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 임동현씨가 미끼로 사용한 민물새우. ▲ 가사도 등대를 찾은 임동현, 이복근씨.
▲ 제방에 타프를 설치하고 있다.
“낚시꾼들 정말 오랜만에 보요잉, 반갑소잉~”
이때 저수지를 지나가던 현지 주민이 다가와 술잔을 건네며 말을 걸었다. 오십이 넘어 보이는 그는 김광남씨라고 했다.
“아따 이 저수지에서 정말 오랜만에 낚시꾼을 보요~, 내가 어릴 때부터 이 저수지가 있었는데 붕어와 잉어는 정말 많은 곳이지라, 3년 전 제방을 높이는 공사를 하면서 물이 반쯤 빠진 것 외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물이 마른 적이 없소. 손맛들 많이 보고 가쇼잉~.”
장경준씨와 통화한 바로는 도로 건너편 무넘기 근처(그림 1번) 뒷페이지의 위정지도에서 제일 많은 조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람 때문에 도저히 그 자리에 앉기란 불가능했다. 결국 우리는 바람을 등진 채 제방에 나란히 앉아 대편성을 해야 했다.
도착하자마자 채집망을 넣어놨더니 이내 새우와 참붕어가 들어왔는데 장경준씨의 말과는 달리 미끼로 쓰기 어려울 정도로 잔 새우들이 들어와 있었다. 역시 목포에서 새우를 사 오기를 잘한 것 같다. 정면으로 짧은 대를, 긴 대는 옆으로 치는 갓낚시 대편성을 했다.
새우를 달아 던졌던 임동현씨가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입질을 받았다. 예신도 없이 올라오는 시원한 입질. 마수걸이로 8치급 붕어가 낚였다. 그 뒤로 비슷한 씨알로 세 마리를 연달아 낚았다. 나는 수심을 맞추기 위해 미끼를 달지 않은 쌍바늘 채비를 던져 놓았는데, 거기에도 3~4치급 붕어가 걸려 나왔다. 자원이 얼마나 많으면….
갈수록 바람의 강도는 더 세졌고, 결국 기둥 역할을 하던 타프의 폴대 하나가 부러져나가고 말았다. 우리는 낚시를 중단하고 타프를 접었다.
▲ 상류에서 바라본 가사지 전경. 수초가 삭아내려 황량한 느낌이다. ▲ 가사지에서의 하룻밤 조과.
거세진 강풍, 철수해야 하나?
혹시 이러다 폭풍주의보라도 내리면 섬을 못나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밀려와 미리 전화번호를 메모해 두었던 우진페리호 선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폭풍주의보만 발효되지 않으면 배는 운항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오늘밤이나 내일 오전에 주의보가 발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일단 주의보가 내리면 이틀 정도는 운항을 하지 못합니다.” 선장의 말에 덜컥 겁이 났다. 그렇다면 밤낚시를 포기하고 오후배로 철수해야 할까? 아니면 주의보가 발효되지 않기를 빌면서 하룻밤을 버텨야 할까? 우리는 고민에 휩싸였다. 임동현씨는 “서울에서 이곳까지 어떻게 왔는데 이대로 철수할 수는 없지요. 일단 버텨봅시다.” 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어둠이 내릴 무렵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는데, 점차 빗방울이 굵어져갔다. 기상청에서 ‘남해서부권은 5mm 안팎의 강우량이 예상된다’는 예보에 폭우는 아닌 듯했으나 밤새 그치지 않았고 내일 아침에는 배가 뜨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에 잠도 이루지 못했다.
낚시는 고사하고 비바람 때문에 차에 들어와 밤을 보내야만 했다. 잠시 비가 그친 틈을 이용해 낚시를 하면 붕어는 간간이 물어주었는데, 4치~9치 사이로 예닐곱 마리를 낚았다. 날이 밝자마자 서둘러 낚싯대를 접고 가사지를 빠져나오는데 아쉬움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선착장으로 넘어오는 도중 궁항 고갯마루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이미 뒤집어진 상태였고, 파도 위로 하얀 거품이 일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배 출항 여부를 묻기 위해 선장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선장은 집에 없었고 선장 부인이 대신 전화를 받았다. “배 출항은 기상청에 전화를 걸어 알아보시오!” 자다 일어났는지 퉁명스런 목소리였는데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어리포 선착장에 돌아오니 배를 기다리는 주민이 서너 명 대합실에 모여 있었다. “배는 주의보만 발효되지 않으면 무조건 뜹니다. 지금 먼 바다만 주의보가 내린 상태라 아마도 오전에는 뜰 것이오.” 주민들의 말을 듣고 나니 그제야 선장 부인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8시 15분이 되자 저 멀리 가학항을 떠나 이곳으로 오고 있는 차도선이 보였다. 그제야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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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편
●진도 가학항에서 갈 경우
진도군 지산면 가학리에 있는 가학항에서 우진페리호(차도선)가 매일 오전 8시, 12시, 오후 4시 출항하며 가사도에서는 8시 30분, 12시 30분, 오후 4시 30분에 출항한다. 차도선 소요시간은 30분. 요금은 개인당 3,000원, 차량에 따라서 12,000~15,000원(운전자도 별도 요금 내야 한다)이다. ☎문의 가학항 우진페리호 010-8925-7119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갈 경우
1일 1회 운항하고 있으며 섬사랑10호(차도선)와 신해7호(여객선)가 교대로 매일 오전 8시 30분 출항한다. 소요시간은 4시간 30분. 가사도에서 출항하는 시간은 오후 1시(± 30분).
요금은 1인당 12,500원, 차량운임은 승합차 9인승은 40,000원, 승합차 15인승은 50,000원. 단, 차도선과 여객선이 교대로 운항하고 있기 때문에 여행 2~3일 전 현지 운수사에 문의해 차도선의 운항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문의 목포 해광운수 061-283-9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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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도(加沙島)는?
▲ 가사도 등대와 대소동도
가사도는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갯바위 감성돔낚시가 잘 되는 편이어서 바다낚시인들의 발길이 잦다. 등산로도 잘 갖춰져 있는데 등산로를 따라 오르며 관망할 수 있는 다도해의 경치가 뛰어나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 찾아볼만하다.
면적 8.08㎢, 진도 가학항에서 북서쪽으로 6.1km 떨어져 있다. 가사도 주민들의 주 소득원은 톳 양식이다. 조도면에서 톳 양식장이 가장 많은 섬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의 톳은 전량 일본으로 수출되며 연간 200톤이 넘는 생산량을 올리고 있다.
가사도는 가사리(큰마을), 활목(궁항), 돌목 등 세 개의 마을이 있으며 168세대에 313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2011년 기준). 해류의 영향으로 1년의 반은 안개에 싸여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섬으로 알려져 있다.
●돌목해수욕장
돌목마을 앞에 500m 길이의 돌목해수욕장이 있다. 피서철에도 많이 붐비지 않아서 좋다.
●가사도 등대
등대 주변에 많은 섬이 산재해 있고, 안개가 연간 1500시간 넘게 발생하여 부산이나 제주에서 인천과 목포 방면으로 통항하는 선박의 안전을 위해 광력증강이 필요하여 1984년에 무인등대에서 유인등대로 바뀌었다.
●십자동굴
등대 주변에 있는 십자동굴은 일제강점기 때 규석광산으로 파낸 천연 동굴이다. 폭 2.5~3.5m 높이 1.6~2.8m, 동서로 170m 길이로 뻗어 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박쥐가 날아다니는 진풍경도 접할 수 있다.
●광대도, 주지도, 양덕도
가사도 주변에는 갈기를 휘날리는 사자 형상의 사자도(광대도), 섬 정상에 엄지손가락 같은 바위가 솟아 있는 손가락섬(주지도), 발가락 모양의 바위 2개가 얹혀 있는 발가락섬(양덕도)이 신기함을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