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내해 벵에돔 VS 원도 벵에돔
일본식 이론은 30cm 이상급 대상
소형어 많은 한국형 벵에돔낚시 이론 필요하다
민병진 제로FG 회장·대마도 우키조민숙 대표
남해안 근해 벵에돔낚시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는 목줄찌 채비. 수면 가까이 잘 떠오르는 소형 벵에돔을 낚을 때 유리하다.
벵에돔낚시는 크게 원도권 낚시와 근해권 낚시로 나누어진다.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는 낚시인들은 근해로 출조하고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는 낚시인들은 원도권 출조를 즐긴다. 그러나 주말 낚시인들도 한번쯤 휴가를 내어 제주도와 거문도 같은 원도권으로 출조하고 싶어 하는데 그 이유는 근해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굵은 벵에돔을 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해안 근해권인 통영과 거제, 여수권의 벵에돔 평균 씨알은 18~25cm이다. 어쩌다 한두 마리씩 섞이는 30cm급은 ‘대물’로 취급받는다. 그럼에도 남해안 평균 씨알을 25~30cm라고 다소 과장해 말하는 것은 벵에돔 씨알이 워낙 잘다보니 민망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평균 씨알 25~30cm급은 거문도와 제주도라면 몰라도 동해안과 남해안 근해권에서 낚이는 주력 씨알로 보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대형 벵에돔은 민물 유입 많은 내만 기피
그렇다면 왜 근해권에는 30cm 이상의 벵에돔이 드물까? 필자가 그동안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벵에돔은 다음과 같은 습성을 갖고 있다.
첫째 대물 벵에돔일수록 하천의 민물 유입이 쉬워 염분의 농도 변화가 심한 내해를 기피한다. 그래서 민물 유입의 영향을 덜 받는 원도권을 주 서식지로 삼는다. 둘째 주변 수심이 50~60m 이상 되는 깊은 수심대가 있어 수온 및 염분 농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곳을 선호한다.
이런 특징은 벵에돔 천국으로 알려진 제주도에서 확연하게 나타난다. 제주도는 북제주보다 수심이 깊은 남제주의 지귀도, 가파도, 형제섬, 마라도 등에서 대물 출현이 잦다.
성어가 되면 내해에서 외해로 빠져나가
일본에서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원도권에 서식하던 벵에돔은 산란기가 되면 근해로 이동해 산란한 다음 다시 원래의 서식지로 이동한다고 한다. 새끼였던 벵에돔들은 어느 정도 커질 때까지는 근해에 머물다가 30cm 전후가 되면 원도권으로 서식지를 옮기는데, 벵에돔의 이러한 씨알별 서식지 변화는 근해 섬보다 중거리권 섬, 중거리권 섬보다 원도권 벵에돔 씨알이 굵다는 점으로도 쉽게 설명이 된다.
위의 내용과 관련해 필자는 벵에돔낚시 초보자 시절이었던 25년 전, 일본의 찌낚시 명인 다나까 조신(전 쯔리켄사 대표)씨에게 질문을 한 적 있었다. 후쿠오카항에서 30분 정도 배를 타고 나간 작은 섬에서 100마리가 넘는 벵에돔을 낚았지만 25cm가 넘는 놈은 볼 수가 없었는데 그 이유를 묻자 다음과 같이 말해주었다.
“민병진씨, 벵에돔은 성장하면 서식지를 이동합니다. 사람이 성장함에 따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로 진학하듯이 벵에돔은 점차 연안에서 멀고 깊은 곳으로 이동을 합니다. 개중에는 서식지에 적응하여 몸이 커져도 붙박이처럼 남아있는 녀석도 더러 있지만 대다수가 이동을 하죠. 이게 일본의 벵에돔 습성입니다.”
거제도 근해 갯바위에서 올라온 25cm급 벵에돔들.
일본식 이론, 남해안 소형 벵에돔에는 맞지 않다
우리나라는 남해안을 중심으로 한 소형 벵에돔낚시가 활성화된 지 오래됐음에도 소형 벵에돔낚시에 대한 이론 정립이나 실전 테크닉은 아직 자리 잡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그래서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국에 소개된 벵에돔낚시 이론이 일본에서 건너온 것들이며, 일본 벵에돔 이론은 대부분 30cm 이상의 중형급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필자는 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일본의 유명 낚시인에게 질문을 해보니 그 역시 비슷한 견해였다. 일본에서도 벵에돔낚시라고 하면 주로 30cm 이상급을 노리며 20~25cm급은 방류 사이즈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방파제나 근거리 갯바위에서 소일거리로 낚시하는 낚시인들은 작은 사이즈들도 갖고 가지만 배를 타고 섬을 찾을 정도의 낚시인들에게는 큰 인기가 없다고 한다. 낚시잡지를 통한 테크닉 기사나 강연 내용 역시 30cm 이상의 씨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그 이하 씨알들은 잡어와 더불어 피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배경을 갖고 있는 일본식 벵에돔낚시 이론과 테크닉이 딱 들어맞는 곳은 한국에선 제주도밖에는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소형 벵에돔이 주로 낚이는 남해안에서는 제주도에서 기가 막히게 잘 먹히는 제로조법과 천조법, 제로찌 전유동 같은 고난도 테크닉이 별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 남해안 소형 벵에돔낚시에서 가장 위력적인 채비는 목줄찌 채비이다. 수면 아래 30~50cm까지 부상하는 근해권 소형 벵에돔의 취이습성과 가장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형 벵에돔낚시가 활성화된 한국에서는 30cm급 이상이 타깃이 아닌, 25cm급 벵에돔을 타깃으로 하는 한국형 벵에돔 낚시 스타일을 발전시킬 때가 왔다고 본다. 이미 남해안 벵에돔낚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벵에돔바늘보다 더 가늘고 가벼운 붕어바늘을 사용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그리고 수면 상층까지 떠오르는 소형 벵에돔의 습성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목줄찌가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1년 내내 낚시인들이 찾는 남해안 근해 벵에돔들은 경계심도 높고 학습효과도 빠른 편이다. 여기에 밑밥 떨어지는 소리만 들어도 구름처럼 몰려드는 잡어들을 이겨내고 벵에돔을 낚기 위해서는 근해를 중심으로 한 한국형 벵에돔낚시 이론 정립이 필요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