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낚시 호황터
나주 지석천 풍림리권
물흐름 없는 곳만 찾아라!
김중석 객원기자
▲ 7월 중순의 폭우 뒤 호황을 보인 지석천 풍림리 지역. 석축 사이로 물을 흐르게 만들어놓아 불어난 물길을 따라 붕어가 거슬러 올라와 호황을 보였다.
▲ 나주 지석천 풍림리 연안에서 평산가인 함인철 회원이 거둔 밤낚시 조과. 두 마리의 월척과 50cm가 넘는 누치를 낚아 진한 손맛을 봤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호남권에도 붕어 조황이 기복이 심하고 각 낚시터마다 배수와 고수온에 녹조현상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월 독자들에게 새로운 낚시터를 발굴해 소개하려 노력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도 있는데 바로 지금이다. 지난해 가을 소개했던 나주 지석천(드들강)으로 다시 간 것은 달리 더 나은 조황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드들강 유원지에서 식당을 하면서 틈나는 대로 낚시를 즐기는 ‘행복가든’의 장광집 사장께 전화를 걸어봤더니 “그렇지 않아도 전화를 드리려고 했다”며 “지난주 엄청난 폭우 때 마치 쓰나미가 몰려오듯 강물이 둑이 넘칠 정도로 흐르더니 수위가 안정되자 연안에서 붕어가 떼거지로 회유하고 낚시인들마다 팔이 아프도록 붕어를 낚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석천은 화순군 청풍면과 동면에서 발원한 물과 나주댐에서 흘러나온 물이 합류한 하천으로 영산강의 지류다. 초복(初伏)이었던 지난 7월 18일 오후부터 화순 지방에는 시간당 최고 80mm의 물폭탄이 쏟아졌고, 이틀 동안 내린 비가 280mm에 달했다.
“큰비 온 뒤 붕어가 떼로 회유하고 있다”
7월 26일 오후 장광집 사장이 운영하는 행복가든에 도착했다. 휴가철이라 단체 손님들이 많아 바쁜 와중에도 장광집 사장은 우리 일행을 포인트로 직접 안내해줬다. 지난해 가을에 촬영했던 곳과는 반대인 남평읍 방향이었고 가게에서 2km 떨어진 지점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덩어리급 붕어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낚여줬는데 어제보다 물색이 조금 맑아졌다”고 했다. 연안에 어리연이 많이 자라던 곳인데 큰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다고 한다. 수심을 체크해보니 70cm~1.2m로 고르게 나왔고 바닥은 깨끗하게 느껴졌다.
생자리를 개척하기 위해 연안 줄풀수초를 수초낫으로 베어내고 포인트를 구축하고 있는데 위쪽에 앉은 함인철 회원이 먼저 붕어를 낚아냈다. 물 흐름이 없는 지역에 어리연이 남아 있어서 옥수수 미끼를 꿰어 던졌는데 찌가 내려가다 말고 올라와 벌러덩 누워버려 챔질해 봤더니 월척에서 조금 빠진 9치급 붕어가 올라오더란다.
생자리 구축을 끝내고 옥수수를 바늘에 달아 하나씩 찌를 세우는데 맨 우측 줄풀수초에 바짝 붙여놓았던 찌가 사라지고 없다. 바로 챔질했는데 붕어가 걸렸다가 바늘에서 빠져 낚싯대는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분명 월척 이상의 붕어였는데 아쉽게 놓치고 말았다.
어두워지면서 간간이 입질이 들어왔는데 7~8치 정도로 작았다. 케미를 꺾을 즈음 산지렁이를 미끼로 꿰어 수심 50cm에 세웠던 찌가 스르르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혹시 장어가 아닐까 싶어 천천히 챔질해보니 커다란 물보라를 일으키며 나온 것은 장어가 아닌 붕어였다. 그것도 31cm 월척.
우측 홍행양 회원의 포인트는 줄풀이 많은 자리였다. 수심이 70cm로 고르게 나왔는데 밤 늦게까지 모든 미끼에 살치와 끄리, 블루길이 성화를 부린다며 푸념하더니 새벽 타임이나 봐야겠다고 차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포인트에 따라 잡어가 설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필자의 포인트 같이 잡어가 전혀 덤비지 않은 포인트도 있었다.
▲ 지석천의 조과를 앞에 두고. 좌측부터 홍행양, 함인철 회원과 필자.
▲ 필자가 지석천에서 미끼로 사용한 옥수수와 떡밥. 물흐름이 없으면 옥내림에 입질이 빨랐는데 씨알이 굵을 경우 목줄이 터지는 경우가 많았다.
▲ 나주 지석천의 밤낚시 풍경. 필자가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 생태조성용 인공섬이 만들어진 지석천. 낚시차량이 인공섬을 빠져나와 연안으로 향하고 있다.
수달에게 몽땅 도둑맞은 김광요 회원
밤 11시, 상류 쪽 함인철 회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잠이 쏟아져 비몽사몽하고 있는데 어느새 찌가 올라왔는지 흔들거려 잠결에 챔질했는데 32cm 정도 되는 월척이 낚였어요!”
장광집 사장의 이야기로는 밤 11시부터 동틀 무렵까지 집중하라고 했는데 과연 밤이 깊어갈수록 입질은 줄어든 반면 씨알은 굵어진 느낌이었다. 상류 어리연 군락에 구멍을 내고 찌를 세웠던 김광요 회원은 밤 12시까지 세 마리의 월척을 낚았다. 김광요 회원은 오늘 함께 출조한 회원들 중 강낚시 경험이 가장 풍부하다. “물이 흐르지 않고 수초로 뒤덮인 곳이 강낚시의 최적 포인트”라고 말했다.
새벽 2시 반, 글루텐떡밥을 단 2.8칸대의 찌가 천천히 솟구치기 시작했다. 너무 오랜만에 만난 무거운 찌놀림에 너무 성급하게 챔질하지 않았나 싶은 순간 크게 힘을 쓰던 붕어는 바늘에서 빠져버렸다. 이것은 월척도 아니고 4짜 붕어임에 틀림없었는데, 챔질이 너무 빨라 입걸림이 제대로 되지 않았나보다.
새벽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찌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일교차가 심해 춥기까지 했다. 아침 일찍 카메라를 들고 회원들의 낚시 모습을 담기 위해 홍행양 회원의 자리부터 가봤다. 여전히 그는 끄리와 블루길, 살치와 전쟁 중이었다. 포인트를 살펴보니 홍행양 회원의 포인트는 약간의 물 흐름이 있었다. 그것이 밤새 잡어에 시달리게 한 원인이었다.
상류 함인철 회원의 포인트에 들어가보니 50cm 정도의 누치와 네 마리의 붕어를 낚아놓고 있었다. 그중에 월척이 한 마리 있었다. 촬영 도중 입질을 보고 후다닥 달려가서 낚은 붕어도 턱걸이급 월척이었다.
더 상류로 올라가봤더니 김광요 회원의 표정이 밝지 못했다. “사진 촬영하게 살림망 좀 보여주세요”라고 했더니 대뜸 하는 소리가 “붕어 없어요!” 어젯밤만 해도 월척을 세 마리나 낚지 않았느냐고 묻자 김광요 회원은 “수달 좋은 일만 만들어주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용인즉 새벽에 잠깐 차에서 눈을 붙이는 사이 수달이란 녀석이 와서 물속에 담가 놓은 살림망을 찢어버리고 붕어를 먹어치우고 붕어의 머리만 남겨놨다고 했다.
가족 캠핑낚시터로도 최적지
지석천은 봄에 피크를 이루지만 벼가 익어갈 즈음인 추석 무렵에 또 좋은 씨알들이 낚인다고 했다. 그 외에는 큰비가 내려 흙탕물이 한번 휩쓸고 내려간 직후 반짝조황을 보이는 곳이다. 큰 비로 인해 수초대는 다 떠내려갔지만 맨바닥에서도 잘 낚여왔다. 지석천은 그 강의 길이가 워낙 길어서 포인트를 찾기 힘들다.
붕어낚시 포인트는 아래쪽에 보(洑)가 있어야 하고 물흐름이 없이 소(沼)가 형성된 곳이다. 물흐름이 없는 소에는 청태가 낄 수 있으나 지석천에서는 큰 물이 모두 휩쓸고 가기 때문에 바닥은 모래와 자갈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끼는 흙탕물이 짙을 때는 산지렁이가 좋다. 흙탕물이 짙을수록 배스와 블루길의 성화가 덜하고 굵은 붕어가 낚이며 장어와 대형 자라를 덤으로 낚을 수 있다. 그리고 평소에는 옥수수와 글루텐떡밥이 잘 먹힌다. 입질시간대는 해질녘과 밤 11시 이후 여명이 밝아 올 때까지다.
지석천의 또 다른 장점은 캠핑낚시터로 적합하다는 것이다. 낚시도 하고 캠핑도 할 수 있는 1만평 규모의 드들강 솔밭유원지가 있다. 솔밭유원지는 나주시에서 지석천 친수공원으로 조성했고, 휴식공간과 체육공간, 생태공간, 탐방로 등이 잘 조성되어 있고, 아름드리 소나무 숲에 텐트를 설치해놓고 바로 앞에서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는 길 광주에서 1번 국도를 이용해 나주시 남평읍 광이교차로까지 간다. 이곳에서 화순 방향 5번 국도를 이용해 1.8km를 가면 삼거리가 나오고 우회전하여 700m 진행 후 다시 우회전하여 시멘트 농로를 타고 300m 가면 제방이 보이고 지석천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내비게이션 주소는 나주시 남평읍 풍림리 939-1.
▲ 연안의 줄풀수초를 다듬으며 찌 세울 공간을 만들고 있다.
▲ 나주 지석천에서 어리연으로 뒤덮인 수초밭에 앉은 김광요 회원이 아침 입질을 보기 위해 찌를 응시하고 있다.
▲ 나주 지석천에 있는 솔밭유원지. 캠핑을 즐기면서 낚시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