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살려!” 서울꾼 김이영씨가 마지막 날 오전 대형 부시리를 걸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욕지도 양판그미 참돔 대접전
화끈하게 한판 붙자!
|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
지난달 두미도에 붙었던 참돔 떼가 욕지도로 이동했다. 예년에 비하면 지각입성이지만 80cm급이 넘는 대물의 출현이 잦아 꾼들의 도전욕구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화약고는 유명 포인트인 양판그미 일대다. 양판그미는 욕지도에서 가장 깊은 수심과 빠른 조류를 자랑하는 여름낚시 명당이다. 특히 참돔이 잘 낚인다. 욕지도 남동편에 길게 튀어나와 있는 대형어의 산지로 옛날부터 온갖 무용담이 서린 곳이다. 남해동부 참돔 마니아들이 이맘때면 가장 선호하는 명당이 욕지도 남쪽에 떨어져 있는 장덕암과 이곳 양판그미다.
고성 골드낚시 이종기 사장은 “산란을 하기 위해 두미도와 거칠리도에 붙었던 참돔이 6월 중순이면 욕지도로 붙기 시작하는데 그 시기에 맞춰 양판그미 일대도 본격 시즌을 맞습니다. 욕지도 주변에서는 참돔이 제일 먼저 붙는 곳이죠”하고 말했다.
지난달 두미도 참돔낚시 취재를 끝내고 돌아갈 때 최건영 선장이 ‘6월 중순 욕지도에 첫 참돔이 붙을 때 꼭 대형급이 터지니까 그때 연락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최 선장은 6월 말이 되어서야 연락했다. “일기가 불순하고 냉수대까지 겹쳐 수온이 늦게 올라 이제야 지각 개막했다”는 것이다.
두미도에서 빠진 참돔 떼 욕지도로
나의 욕지도 출조 계획을 눈치 채고 있던 일산의 유석형씨(46)가 “그럴 줄 알고 직장동료와 함께 휴가를 냈다”며 고성행에 따라나섰다. 유석형, 박상호씨와 함께 6월 30일 오후 7시 서울을 출발, 고성군 삼산면에 있는 골드낚시로 향했다. 마침 지난달 두미도에 동행했던 용인 성훈낚시 김종천 사장도 소식을 듣고 고성으로 가고 있다며 골드낚시에서 보자고 했다.
새벽 1시, 승선정원을 꽉 채운 골드호는 두포리항을 빠져나갔다. 잠시 눈을 붙였다가 뜨니 선장이 빨리 상륙하라며 방송을 했다. 깜깜한 암흑 속에 안개마저 짙게 끼어서 어디가 어딘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무작정 시키는 대로 내렸다. 선장은 양판그미 우측 이름 없는 포인트라고 했다.
“지금부터 동틀 무렵 사이에 큰 놈들이 집중적으로 덤비니 채비를 단단히 하십시오.” 최 선장이 말했다.
원줄과 목줄 모두 5호에 참돔바늘 12호를 맸다. 특히 지난번 두미도에서 어이없이 터트렸던 기억이 떠올라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출조하기 전 선장은 “요즘 수온이 들쭉날쭉해 참돔이 노는 유영층이 일정치 않으므로 참돔 유영층을 얼마나 빨리 찾느냐가 승패의 관건”이라고 했다. 우리 세 사람은 입질층을 빨리 찾기 위해 각각 찌밑수심을 다르게 주었다. 유석형씨의 직장동료인 박상호씨는 10m, 나는 13m, 유석형씨는 16m를 주었다.
선장의 말마따나 약 30분 간격으로 조류가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수시로 바뀌어 흘렀다. 그러나 입질은 새벽을 지나 동이 터올 무렵 왔다. 큰 기대를 하며 카메라를 꺼내드는데 45cm급이 떠올라 실망. 유석형씨는 “입질이 없어 조금씩 내렸더니 22m쯤에서 입질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 후로 입질이 없었다.
이날 철수는 10시부터 했다. 양판그미 마당바위, 직벽, 홈통에서 모두 한두 마리씩 낚았는데 씨알은 50cm급을 넘지 못했다. 유석형, 박상호씨가 서울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는 급하게 철수했고, 나는 삼각여 앞에 내려 있는 용인 성훈낚시팀과 합류했다.
▲ 참돔낚시가 10월 말까지 이어지는 욕지도 양판그미 일대.
▲ 양판그미 참돔 조과를 자랑하는 낚시인들. ▲ 아름다운 선홍색으로 낚시꾼을 유혹하는 참돔.
무시무시한 부시리의 공습
“하필 오늘 같은 날 안개가 낄게 뭐람.” 선장은 볼멘소리를 했다. 안개가 끼면 수온이 많이 떨어져 참돔의 활성도도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종천 사장이 동틀 무렵 참돔을 낚았다는데 ‘촬영하게 좀 꺼내보라’고 하니까 이미 회를 썰어 먹고 몇 점만 남아 있다며 잔에 소주부터 따라준다.
김 사장은 야영낚시를 계획하고 내려왔다. “수도권에서 이곳까지 오기가 쉽습니까? 당일낚시만 하고 가기엔 좀 아쉽죠. 야영을 할 경우 첫날 아침과 해거름, 그리고 다음날 새벽까지 세 번의 기회가 있으니 꽝을 칠 위험이 적지요.”
욕지도 입성 둘째 날 아침까지도 참돔은 낚이지 않아 애를 태웠다.
아침 8시경 아림조구(요쯔아미 한국총판) 김이영 사장이 “쇄액”하는 굉장한 입질을 받았다. 2호 낚싯대가 곧 부러질 듯 포물선을 그렸다. 그러나 낚싯대가 점점 일자로 펴지는 것이 참돔이 아닌 부시리인 듯했다. 한참동안 실랑이를 벌여 드디어 수면에 희끗희끗 보이는 것은 예상대로 부시리였다. 못되어도 미터급은 충분할 대형. 뜰채를 들고 있던 문영관씨의 입이 쫙 벌어졌고, 수면에 올라온 녀석이 옆으로 내달리자 김이영 사장도 끌고 가는 방향으로 대를 틀면서 버텼다. 다행히 줄은 터지지 않았고, 드디어 녀석이 연안으로 끌려 나오는 순간 이를 놓칠세라 문영관씨가 달려가 뜰망을 들이밀었으나 부시리가 마지막 힘을 다하는 듯 한 번 더 물속으로 내리박자 ‘팅’하며 낚싯대가 하늘로 치솟았다. 허탈한 순간. 김 사장은 “먹는 줄 알았는데…”하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뜰채를 들고 있던 문영관씨가 재빠르게 낚싯대를 들고 나타났다. “내 이 녀석을 기필코 끌어내리라!” 채비를 그 자리에 다시 던지자 5분도 안되어 또 입질을 받았다. “쇄액” 부리시의 질주에 릴이 ‘지이익’ 소리를 내며 역회전을 했다. 100m 이상을 째던 녀석이 머리를 돌렸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그때서야 크게 한번 릴링을 하며 문영관씨가 카메라를 보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러나 이번 녀석은 더 큰놈이었던지 1분도 채 버티지 못하고 그만 줄을 끊고 달아나버렸다. “앗 뜨거!” 그제야 문영관씨는 드랙에서 나는 열을 감지하고 깜짝 놀라며 손을 털었다. 고속 역회전으로 릴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것으로 부시리 떼는 사라졌다. 비록 30분간의 짧은 공방이었지만 화끈한 손맛으로 이틀 동안의 지루함을 잊기에 충분했다.
■조황문의 고성 골드낚시(055-673-0280, 고성군 삼산면 두포리 66-2번지, www.gold1717.com)
■취재협조 용인 성훈낚시(031-32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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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욕지도 참돔낚시 전망
장마 끝나면 마릿수 곱절 늘어
| 이종기 고성 골드낚시 대표 |
욕지도는 장마가 끝나야 본격적인 참돔 시즌에 돌입한다. 지금보다 두세 배 마릿수가 많아지는데 여름 내내 40~70cm급으로 마릿수 수확이 가능하다. 9월에 들어서면 잔챙이급이 줄어들고 대신 씨알 위주로 바뀌어 10월 말까지 시즌이 이어진다.
사리 때는 고부력으로 빨리 내리는 반유동낚시가 유리하고 서서히 죽는 물때로 바뀌면 전유동으로 전층을 탐색하는 방법이 좋다. 지금은 바닥층에서 많이 물지만 한여름에는 거의 8~13m까지 떠올라 무는 경우가 많다는 점 참고 바란다.
욕지도는 동트기 전 두 시간과 어두워지기 전 두 시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물때 상관없이 물어주는 시간이다. 이왕이면 새벽에 중들물이 걸리는 살아나는 물때가 좋다. 여름철 참돔낚시 출조는 새벽 2시, 오후 2시 두 차례 매일 출조하고 있다.
양판그미 일대는 직벽지대가 많아 야영을 못하는 곳들이 많다. 하지만 마당바위, 공룡발자국, 물내려오는자리는 야영이 가능하며 발판도 좋다. 특히 올해 이곳에서 야영꾼들이 많은 참돔을 낚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