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에서 날아든 초청장

“블루길 잠잠할 때 얼른 오세요”

-고법지 붕어 일동-

전국에서 블루길 성화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곳이 밀양. 그 중에서도 고법지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블루길 등쌀에 붕어낚시가 거의 불가능한 곳이다. 그러나 지금 같은 초봄엔 블루길 걱정 없이 붕어낚시를 즐길 수 있다.  

이기선 기자 saebyek@paran.com

▲ ‘블루길 천국’ 고법지가 2월 중순부터 월척붕어를 배출해내고 있다. 2월 18일 고법지 제방 우안에서 붕어를 기다리고 있는 밀양 일타일수대물팀.

경남 밀양시 청도면 고법리에 있는 고법지(「전국낚시지도」에는 ‘팔방하지’로 나와 있다)는 3천평 소류지지만 붕어자원이 대단히 많다. 평균씨알이 9치로서 걸면 대부분 월척이다. 그러나 블루길 성화 때문에 어떤 미끼를 써도 남아나질 않는 곳이다. 현지꾼들은 여름철 비가 내려 흙탕물이 진 뒤에 찾아서 붕어를 낚곤 했는데, 바로 지금 고법지 붕어낚시가 활황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15일, 밀양우체국에 근무하는 성경봉씨(일타일수 대물팀)가 “얼음이 녹기를 기다렸다가 고법지를 찾았는데 붕어를 타작했다. 빨리 내려오라”고 알려왔다.
“고법지라면 작년 낚시춘추 9월호에 소개된 적이 있는 블루길 천국 아닙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해빙 직후부터 3월 말까지는 찬 수온 때문인지 블루길 성화가 거의 없어 마음껏 붕어를 낚을 수 있지요.”
성경봉씨의 말에 따르면 겨우내 밀양강, 낙동강과 연결된 수로에서 틈틈이 붕어낚시를 즐기곤 하다가 우연히 고법지를 지나는데 물색이 좋아 잠시 낚시를 담가본 것이 대박으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원래 2월 고법지는 물색이 너무 맑아 낚시할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올해는 수위가 준 상태에서 일조량이 많다보니 물색이 많이 흐려졌다”고 말했다. 2월 13일부터 3일 동안 성경봉, 김재곤, 구명주씨가 25마리 정도의 준월척 붕어를 낚을 수 있었으며 그중 월척만 17마리였다고.

2월 중순 3명이서 27마리 타작

2월 17일 오후 지체 없이 밀양으로 향했다. 포근한 지난 주말과는 달리 찬바람이 불어 기온이 뚝 떨어졌다. 18일 아침 일찍 일타일수 대물팀의 전용태, 김규태, 구명주, 성경봉, 김석진씨와 함께 문제의 고법지로 향했다.
고법지는 80cm~1.5m 내외의 수심을 보이는 각지형 저수지다. 고법지로 향하는 도중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들이 보여 가뭄의 심각성을 느끼게 해주었다. 고법지의 50% 남짓한 저수율은 이곳에선 풍족한 수량에 속한다. “얕아진 수심 때문인지 수심이 제일 깊은 제방에서 입질이 집중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회원들이 말한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연안을 따라 살얼음이 얼어 있었고 회원들은 결빙된 얼음을 넘겨 찌를 던지기 시작했다. 제방에서 던져도 찌를 겨우 세울 수 있는 얕은 수심.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10시까지 아무도 입질을 받지 못했다. 햇살이 퍼진 10시쯤 얼음이 모두 녹아내리자 제방 좌측에 앉았던 성경봉씨(42)가 제일 먼저 입질을 받았다. “왔다”하는 함성과 함께 30cm정도 되는 씨알이 올라왔다. “입질이 미약하군요.” 무넘기 옆에 있던 구병주(48)씨가 비슷한 씨알을 올리자 취재진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 오후 2시경 우안 도로가에 앉은 김석진씨가 붕어를 낚아내고 있다.  ▲ 구병주씨(밀양우체국 근무)가 제방에서 낚인 붕어를 자랑하고 있다.

11시가 지나자 다른 낚시꾼들도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12시가 지날 무렵 이미 고법지의 낚시꾼은 10여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이곳 현지꾼인 줄 알았는데 모두 소문을 듣고 부산에서 찾아 온 사람들이었다. 오후 2시가 넘어서자 도로가에 앉았던 김석진씨를 비롯 부산꾼들이 차례로 입질을 받기 시작했다. 9치~33cm 사이의 고른 씨알로 글루텐과 지렁이 짝밥 채비를 썼는데 3:7로 지렁이에 입질이 잦았다. 오후에만 8마리의 붕어가 낚여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취재를 마칠 수 있었다. 
고법지 붕어는 블루길에게 먹잇감을 많이 빼앗겨서 그런지 홀쭉했다. 입질도 특이했다. “고법지 붕어는 두세 마디 올리다 옆으로 째는 입질이 다반사예요. 이는 아마도 블루길과의 먹이 경쟁 때문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성경봉씨의 말이다.
마감 중인 3월 10일 성경봉씨와 다시 통화를 했다. “사람들이 너무 몰린 탓인지 마릿수가 줄었어요. 수온도 많이 올라 지렁이엔 블루길이 간간이 붙고 있어 글루텐만 쓰고 있어요. 며칠 전 밀양 오산늪에서 월척과 4짜급 붕어가 배출됐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밀양꾼들은 그쪽으로 다 빠졌고 고법지는 외지꾼들만 드나들고 있는 상태입니다.” 

▲ 고법지에서 낚인 33cm 월척붕어.

▲ “소문 듣고 부산에서 달려왔습니다.” 사상구 주례동에서 온 이상엽(왼쪽)·장기영씨가 낚은 조과.

가는 길 밀양시내 신촌오거리에서 ‘청도면’ 방면으로 진행한다. 약 10km 지나면 큰 재를 넘어가게 되고 오연교 다리 건너기 직전 ‘고법리’ 방면으로 우회전하여 오르면 직사각형 고법지에 닿는다. 

전국낚시지도 252p 5C  아이코드 295-582-4356 
■취재협조 밀양 서울낚시(055-354-65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