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호에 가린 알짜배기 월척터

당진 당산지

정삼채 객원기자

당진 석문호 인근에 있는 당산지는 1만5천 평의 아담한 평지지로서 현지꾼들 외에는 찾는 이가 거의 없는 곳이다. 그 이유는 터가 세다는 인식 때문. 그러나 수초가 무성해지기 전인 봄에는 월척 확률이 대단히 높은 곳이다.

▲ 수초가 잘 발달한 당산지 좌안 풍경.

당산지에 외지꾼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주변에 대호만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관심을 받지 못해 화가 난 것일까? 올해는 3월 초 부터 일찌감치 월척붕어를 토해내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당산지의 낭보는 꽃샘추위 속에서 들려와 더욱 반가웠다.
당산지의 매력이라면 한 눈에 봐도 탐을 낼만한 수초 형성이다. 부들과 마름수초가 전 연안을 따라 빼곡하며 바닥에는 말풀까지 깔려 있다. “이런 수초들이 낚시인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아 어자원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는 게 단골꾼들의 말이다.

▲ 포천의 배광석씨가 자신이 낚은 붕어 중 굵은 씨알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산 쪽에서 바라본 당산지 전경. 보트꾼들이 유유자적 낚시를 즐기고 있다.

우안 하류와 상류가 일급 명당
 
당산지의 호황 소식을 알려온 이는 현지꾼 심영보씨(낚시사랑 토종붕어클럽, 닉네임 송산)였다. “오늘 오전 당산지에서 동료 세 명과 함께 37cm를 포함 월척 네 마리와 아홉치급 여러 마리를 낚았다”며 엉뚱한 곳에서 말뚝찌만 바라보고 있는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었지만 이미 날은 저물어 서울로 올라가야 할 상황. 할 수 없이 “다음 주에 내려가겠노라”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당진권 조황 소식은 항상 낚시점보다 심영보씨로부터 한 발 빠르게 들을 수 있어 늘 고맙게 생각한다. 
일주일이 왜 그리도 길게만 느껴지는지! 마음은 일터에서 콩밭에 가 있다. 드디어 3월 27일, 주말을 하루 앞둔 금요일 오후, 이미 동행하기로 약속해 놓은 배광석씨(닉네임 어사또)와 함께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렸다. 오후 4시쯤 현장에 도착하니 심영보씨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난주에 비해 날씨가 더 추워졌고 물색도 많이 맑아져 낚시상황은 더 나빠졌다”는 것이다.

◀ 당산지 호황소식을 알려온 심영보(닉네임 송산)씨가 취재팀이 낚은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산란이 임박했으니 손맛 정도는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스스로 위안을 하며 앉을 자리를 찾아 나섰다. 바람이 덜 타는 제방에 나란히 앉아 밤낚시를 해보기로 했다.
당산지 역시 가뭄 때문에 50% 정도의 수위에 머물러 있었다. 제방의 수심은 약 1m로 벌써 마름이 상당히 올라와 있어 채비 안착이 쉽지가 않았다. 밤낚시가 시작되면서 미끼를 지렁이에서 새우로 교체하여 큰 씨알의 붕어를 노려보았지만 밤이 되면서 기온이 급격히 영하까지 내려간 탓인지 초저녁 내게 찾아온 단 한 번의 입질에 낚인 7치 붕어 한 마리가 이날 밤 조황의 전부였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 우리는 아침 햇살이 따뜻하게 비춰주는 오전 낚시에 열중했다. 요즘 같은 봄에는 밤낚시에 입질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그냥 철수할 게 아니라 오전낚시에 열중하다보면 밤낚시 못지않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역시나 간간이 붕어가 얼굴을 보여 주었다. 지난주처럼 큰 월척이 낚이지는 않았지만 오후까지 꾸준히 붕어를 낚으며 모처럼 손맛을 볼 수 있었다. 작은 붕어들은 이미 산란을 했는지 비늘이 손상된 녀석도 있었지만 굵은 붕어들은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날 부진했던 연안 조황에 비해 보트낚시를 한 사람들은 월척들을 제법 낚았다.
현장에서 만난 단골꾼의 말에 따르면 “비록 규모는 작지만 작년엔 5짜 붕어도 낚였고 지난 주말에는 47cm까지 낚였다”고 한다. 당진의 숨은 보석 당산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유명 낚시터를 피해 이런 아늑한 소류지를 찾아보는 것도 즐거운 조행이 될 듯 싶다.
■취재협조  당진 서해안첫낚시 041-35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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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지는?

충남 당진군 송산면 당산리. 외래어종이 없고 잡어 성화도 덜해 낚이면 대부분 붕어. 연안을 따라 각종 수초가 잘 발달되어 있으며 봄과 가을이 낚시시즌. 우안 하류와 상류 쪽이 일급 포인트다. 여름에는 낚시할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마름으로 들어찬다. 잘 듣는 미끼는 새우와 옥수수. 봄에는 이른 아침에, 4월 중순부터는 밤에 굵은 씨알이 낚인다. 지금은 갈수라서 연안 수심이 50~60cm지만 만수위가 되면 1m 전후 수심의 전역에서 월척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당진IC에서 나와 32번 국도를 타고 서산 쪽으로 진행한다. 약 5km 가다 당진읍내 못 미친 사거리에서 ‘송산·원당리’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 1.5km 가면 나오는 조그만 다리를 지나 석문방조제 쪽으로 좌회전. 2km 후 삼거리에서 우회전, 500m 정도 가다 ‘당산가든’ 표지판을 따라 우회전하여 100m 가면 당산지에 닿는다.

■전국낚시지도 130p A3  아이코드 165-314-2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