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때 축조 후 50년간 묶여 있던
곡성 신기리방죽 월척 대소동
작년 봄에 첫 개방! 4짜만 벌써 10여 마리 배출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일제강점기때 만들어진 3천 평짜리 방죽이 50년 긴 세월을 낚시금지구역으로 묶여 있다가 작년 봄에 전격적으로 개방되었다. 과연 얼마나 많은 붕어들이 보존돼 있을까?
▲ 신기리방죽 상류에 흐드러진 갈대꽃. 가을 석양 속에서 한없이 눈부시다.
▲ 김기준 곡성낚시할인마트 사장이 신기리방죽 좌안 중류에서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나 혼자 낚은 월척만 40~50마리는 될 거예요. 보름 전에는 4짜도 한 마리 했는 걸요. 작년부터 내리 이곳만 찾고 있어요.” 전남 곡성군의 최욱현씨(49세)는 신기리방죽이 개방된 후 곡성낚시점에 월척이 발에 차일 정도로 흔해졌다고 했다.
신기리방죽은 전국낚시지도에 ‘신기지’로 표기되어 있다. 신기리마을에서 오래 전부터 가물치를 양식한다는 이유로 그동안 한 번도 낚시꾼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는데, 개방하자마자 폭발적인 조황을 보이고 있다.
“내가 이웃 마을에 사는데도 이 방죽에 낚싯대를 담가보지 못했을 만큼 신기리 주민들이 낚시하는 걸 원천봉쇄해왔어요.” 곡성 섬진강돌붕어회 김용래 회장(73) 역시 곡성에서 나고 자랐지만 지금까지 신기리방죽에서 낚시한 게 작년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확히 얘기하면 현지 주민들이 개방을 한 게 아니라 그동안 해오던 가물치 양식을 재작년에 그만 두면서 낚시꾼들이 서서히 드나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생미끼(지렁이나 새우)를 쓰면 잔 가물치들이 자주 덤벼든다고.
곡성 낚시할인마트 김기준 사장은 “잔챙이 성화가 많고 저수지 모양새도 그다지 매력이 없어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는데 작년 가을에 월척이 터져 나오면서 180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작년 9월부터 11월까지 세 달 동안 4짜만 10마리가 낚이자 볼품 없던 저수지가 일약 월척 명당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올해도 신기리방죽은 현지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 봄에 월척이 부지기수로 배출되었고 여름엔 잔챙이가 설치다가 추석이 지나면서 4짜가 낚였다. 10월 한 달 동안 4짜 세 마리가 낚이며 현지꾼들의 발길을 부추기고 있다. “월척은 그냥 쉽게 낚여요.” 김용래 회장은 며칠 전 밤낚시에 34~37cm 세 마리를 낚았다고 말했다.
▲ “올해는 신기리방죽에 올인할랍니다.” 때깔 좋은 붕어를 자랑하는 김기준 사장.
◀취재당일 낚은 붕어를 자랑하는 김용래 회장.
▲ 해거름 신기리방죽의 고즈넉한 상류 풍경.
가물치 양식 그만 두면서 개방
이곳 신기리방죽 소식은 우연히 알게 되었다. 11월 3일 아침 부여에서 금천수로 취재를 끝내고 바다낚시 취재차 여수로 가는 도중 잠시 붕어 손맛이라도 볼 겸 곡성에 들렀는데 곡성낚시할인마트 김기준 사장이 신기리방죽에서 낮낚시에 준척붕어 10마리를 낚아놓고 있었던 것이다.
오후 3시쯤 현장에 도착하니 김기준 사장은 섬진강돌붕어낚시회 김용래 회장(73)과 나란히 제방 왼쪽 상류 갈대밭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건너편에도 현지꾼 5명이 앉아 있었다. 모두 살림망을 담그고 있었다. 김기준 사장의 살림망을 올려보니 토실토실한 7~9치급들이었다. 건너편으로 가서 현지꾼들의 살림망을 확인하니 월척은 없었고 5~8치 붕어 5마리 이상씩 들어있었다. 특히 최욱현씨는 낚싯대 한 대만 사용하여 20마리 넘게 낚아놓고 있었다. “이 자리는 두 대 펴놓으면 바빠요. 그제 내린 비 때문인지 씨알도 잘아지고 어제와 오늘은 조황이 좋지 않네요.”하고 말한다.
현지꾼들은 모두 옥수수를 미끼로 쓰고 있었다. 곡성은 어느 저수지를 가더라도 옥수수가 잘 먹히는 특징 때문에 현지꾼들은 유난히 옥수수낚시를 즐긴다. 이 저수지 역시 처음부터 옥수수를 쓴 때문인지 이날도 옥수수에 입질이 잦았다.
나는 저수지 입구(제방 좌측 주차장 앞)에 앉아 옥수수슬로프 채비를 3대 폈다. 넣자마자 입질이 오기 시작했으나 낚는 족족 여섯치를 넘지 못했다. “이 기자 조심해요. 그러다 큰 놈들이 덜컥 걸려나오니까.” 잔챙이만 낚인다며 볼멘소리를 하자 김기준 사장이 긴장하란 듯 말했다.
해거름에 김용래 회장과 김기준 사장이 9치 붕어를 각각 한 마리와 두 마리 낚고 곡성읍으로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역시 밤낚시를 해야 큰 놈들을 낚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오후 늦은 시각에는 꼭 한 마리씩 큰 놈들이 낚여요. 보름 전 쯤 4짜가 해거름에 낚였거든요.”
저녁을 먹고 돌아오니 건너편에 앉아 있던 최욱현씨가 철수하고 없었다. 김기준 사장이 곧장 그 자리로 옮겨갔다. 군데군데 수초가 잘 형성되어 최고의 명당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케미를 꺾고 밤낚시를 시작했다. 어둠이 내리자 찌가 조용해졌고 간간이 전해 오는 찌올림은 중후하면서도 시원스러워 찌맛이 일품이었다. 이날 밤 9시경 제방 우측에 앉았던 임궁택씨(48)가 33cm 월척을 낚았고 우리는 준척급에 만족한 채 밤 11시경 철수를 했다.
작년에는 11월 초에 신기리방죽의 붕어낚시가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올해는 11월 말까지는 계속 되지 않을까 현지꾼들은 전망하고 있었다. 곡성 현지꾼의 보물단지로 부상한 신기리방죽. 아직 외부에는 소문이 나지 않아 곡성과 남원의 일부 낚시인들만 쉬쉬하며 뽑아먹고 있다. 촬영을 끝내고 나오는 길에 한 현지꾼이 ‘이곳도 쓰레기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으니 웬만하면 잡지에 공개하지 말아달라’며 신신당부했다. 이 책을 보고 이곳을 찾아간다면 자기가 가져간 쓰레기는 꼭 되가져오길 나도 신신당부하고 싶다.
■가는 길 곡성읍에서 남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도로 양 옆으로 가로수가 줄지어 서 있는 ‘가로수 길’을 지나야 하는데, 이 가로수길을 지나 17번 국도 아래의 굴을 통과, 첫 신호등에서 U턴한다. 다시 가로수길 입구에서 우회전하여 오르면 곧 신기리방죽에 닿는다. 전국낚시지도 265p E5 아이코드 379-515-3323
■취재협조 곡성낚시할인마트 (061-362-1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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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리방죽은?
무넘기가 없는 양수형 저수지다. 몽리면적이 적어 배수영향을 적게 받는다. 저수지가 흡사 계란처럼 생겼고 상류와 하류의 수심은 1~2m로 완만한 편이다. 전 연안을 따라 뗏장수초가 이어져 있으며 상류에는 각종 수초가 발달해 있다. 좌안과 상류 연안에는 갈대가 무성해 장관을 연출한다. 서식하는 물고기는 붕어와 가물치뿐. 가물치는 대형급이 있다고 하지만 낚이는 것들은 대부분 잔챙이다. 좌안 상류와 우안 중상류가 포인트이며 우안 중류의 두세 곳이 명당이다. 주차공간이 좁아서 저수지 입구에 고작 3~4대 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