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얼음낙시 조황 패트롤

한 마리를 낚아도 덩어리를 원하십니까? 그럼 태안 섭벌지!

태안 최고의 얼음낚시 씨알터인 섭벌지가 올해도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재작년엔 죽림지, 작년엔 정죽지가 마릿수를 양산하면서 화제에 오르내렸지만 사실 매년 꾸준하게 준척 월척을 배출해온 곳은 섭벌지(신두2호지)였다.

Ｉ이영규 기자 yklee09@darakwon.co.krＩ

▲“어때요? 힘이 느껴지나요?” 섭벌지 마니아임을 강조한 서산의 서종수씨가 민가 앞에서 낚은 9치 붕어를 자랑하고 있다. 

1월 2일 닷개지(신두1호지)는 절반 밖에 결빙되지 않았지만 섭벌지는 전 수면이 6cm 가량 단단하게 결빙되어 있었다. 이 날 아침 이원호 방갈리수로를 찾았다가 잔챙이 성화에 지쳐 섭벌지를 찾았을 때 명당으로 손꼽히는 상류 민가 앞 빙판에는 15명 정도의 낚시인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서울에서 단체로 출조한 대림낚시 회원들과 토사모 서종수씨, 입큰붕어 김정용씨 일행들이었다. 인근 법산지, 정죽지, 도내리수로의 마릿수 소식이 꾼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와중에도 꿋꿋하게 섭벌지를 지키고 있었다.
이날 서종수씨는 9치 한 마리와 7치 2마리를, 김정용씨는 32cm 월척과 다양한 씨알의 붕어를 5마리나 낚아놓고 있었다. 서종수씨에게 포즈를 부탁하자 “딴 데는 몰라도 섭벌에서는 적어도 턱걸이는 들고 찍어야 하는데…”하며 겸연쩍게 웃는다. 섭벌지 얼음낚시는 네다섯 마리를 낚으면 한 마리는 월척일 만큼 월척 확률이 높다. 김정용씨는 섭벌지가 유독 얼음낚시에 굵은 붕어를 많이 배출하는 이유로 수초를 들었다. “섭벌지는 봄낚시가 끝나면 전 연안이 수초로 꽉 찌들어 버려요. 물낚시 여건이 좋지 못한 게 얼음낚시엔 강점이 됩니다. 또 수심이 얕아 수온이 금방 올라버리니 여름엔 큰 씨알은 잘 안 낚이죠. 그 상태로 늦가을까지 이어지다 보니 굵은 붕어 자원이 고스란히 보존되는 거 같아요.”

▲32cm 월척을 비롯해 굵은 붕어를 여러 마리 낚은 광명의 김정용씨.

현장에서 만난 섭벌지 매니아들의 자랑은 굵은 씨알에 그치지 않았다. 하나같이 누렇고 체고가 높은 붕어의 탐스러움을 강조했는데 김정용씨의 월척도 황금빛이 돋보였다.
이 날 서산 도내리수로에서는 20~30마리씩 낚은 꾼들이 속출했지만 월척은 없고 7~8치가 주류였다. “도내리수로가 터졌다”는 소식에 10여 명의 낚시인이 철새처럼 빠져나갔지만 아침부터 자리를 잡고 있던 섭벌지 매니아들에게는 큰 관심거리가 못 되는 듯 보였다.

▲상류 민가 앞에 앉은 낚시인들이 서로의 조과를 묻고 있다. 민가 앞은 1.1~1.3m 수심에서 입질이 잦다.
 

상류 도로변 중앙 외딴집 앞이 명당
 
1월 6일부터 충남 서해안에 내린 폭설로 인해 취재일 이후의 조황은 오리무중 상태. 그러나 낚시인들은 “작년엔 서산 태안에서 고작 1주일 정도 얼음을 탔지만 올해는 강추위가 지속되고 있어 1월 한 달은 무난히 얼음을 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섭벌지 월척 명당인 상류 중앙부 외딴집(폐가라고 부른다) 앞으로 가기 위해서는 상류 갓길에 주차한 뒤 고추밭 사이로 내려가 왼쪽으로 50m 가량 걸어가면 된다. 물가에서 불과 3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1.1~1.2m 수심에서 입질이 잦다. 제방 쪽으로 50~60m 나가면 마릿수 조과는 좋지만 월척 확률은 낮아진다.
3년 전 겨울에는 폐가 앞 왼쪽 건너편 산 앞에서 월척이 다수 낚인 적 있으므로 포인트를 옮겨볼 생각이라면 이곳을 노려보는 게 좋을 듯싶다. 한편 오른쪽 상류의 얕은 부들수초밭은 보기는 좋지만 폐가 앞에 비하면 마릿수가 너무 떨어진다.

■가는 길  서산을 거쳐 태안까지 간다. 태안에서 원북 방면으로 9km 가면 좌측에 ‘학암포’ 이정표가 나온다. 좌회전해 약 2km 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산두리’ 방면으로 좌회전해 3km 가면 도로 우측 아래로 섭벌지 상류가 보인다.
■조황문의  서산 강바다낚시 041-664-5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