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차도 현지꾼 윤영신(조도면사무소 서거차도 출장소장)씨가 솔섬에 내려 포인트로 걸어가고 있다.
최초탐사
베일에 싸인 겨울 감성돔 보고
진도 거차군도
맹골군도 아성에 가려진 감성돔 신천지
12월에 서거차도 5짜 13마리, “6짜도 두 마리 배출”
|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
진도 조도면의 미지의 낚시터 거차군도! 오래 전부터 감성돔낚시터로 지목되어 온 곳이지만 맹골군도의 그늘에 가려 찾는 이가 거의 없었다. 맹골군도보다 세 배나 큰 면적인데도 미개발 상태로 남아 있는 섬. 낚시춘추 취재팀은 베일에 싸인
거차군도를 탐사해 무궁무진한 감성돔 포인트들을 직접 확인했다.
거차군도의 낭보는 지난 12월 25일 성탄절 아침 밀양의 김석진씨(토닉 필드스탭)로부터 들었다. “여수의 김재열씨 일행이 진도 서거차도에서 이틀 동안 70마리가 넘는 감성돔을 낚아왔다는데 이번 신정연휴 때 같이 들어가보자”는 제보였다. 거차군도라면 내게도 추억이 있다. 10여 년 전 겨울 부산꾼들과 기대를 안고 탐사를 나섰다가 돌풍을 만나 겨우 살아 돌아온 것이다. 그 설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인가.
그러나 12월 31일, 김석진씨가 갑자기 일이 생겼다며 ‘익산 리더낚시 심상엽 사장과 회원들이 2박 3일 일정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으니 함께 다녀오라’고 한다. 심 사장과 다시 통화를 했는데 그도 결심이 서지 않은 듯했다. “거차도 출조는 탐이 나는데 출조를 하려니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팽목에서 서거차도에 들어가는 차도선은 여행객이 워낙 없어 당일 아침이 되어봐야 출항여부를 알 수 있고, 서거차도에 전문 낚싯배도 없어 일반 어선을 빌려 타야 하는데 뱃삯도 정해지지 않아 출조비를 계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1월 1일 아침 9시 반에 떠나는 차도선을 타기로 하고 인천의 집에서 익산으로 출발하려는데 심상엽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다행히 1일 새벽 4시 진도 서망에서 맹골군도로 출항하는 피싱랜드호에 빈자리가 남아 있어 서거차도까지 태워준다고 하니 서둘러 내려오라”는 것이었다.
▲ 선착장에서 배에 오르고 있는 취재팀. ▲ 갯바위로 가기위해 민박집을 나서는 취재팀.
▲ 익산 리더낚시 심상엽 사장과 유순기 회원이 서거차도 동편 아래맹섬에 내려 감성돔을 노리고 있다. 2~3m의 얕은 수심에서 40, 47cm 두 마리를 낚았다.
11월부터 전역이 감성돔밭으로 변모
서거차도로 가는 배 안에서 진도 다도해낚시 가이드 허준영씨로부터 서거차도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10년 전부터 서거차도에서 매년 감성돔 낚시를 해오고 있다. 서거차도와 동거차도 전역이 감성돔 포인트다. 올해도 5짜가 넘는 감성돔이 여러 마리 배출되었다. 그러나 거차도는 미역을 양식하기 위해 본섬과 연결해놓은 어장줄과 멸치를 잡는 그물들이 많아 큰 낚싯배들은 거차도 출항을 꺼린다. 현지에 전문낚싯배가 없어 어선을 빌려 타야 하는 등의 불편이 낚시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한 허준영씨는 “오늘 가면 그 넓은 바다에 당신들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싱랜드호는 1시간도 채 안되어 서거차도항에 취재팀을 내려주고 맹골도로 뱃머리를 돌렸다. 민박집 아주머니 민옥연씨(66)와 아들 이훈씨(42)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아따 조금만 더 일찍 오제, 물이 싸서 될랑가 모르겄네. 이곳은 2물에서 5물 사이에 와야 감성돔을 많이 잡을 수 있당게.”
민씨는 8년 전부터 민박집을 해오고 있는데 5년 전 남편 이춘식씨가 죽기 전까지는 두 척의 어선을 가지고 민박하는 손님들에게 무료로 갯바위에 실어다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배를 모두 팔고 아들과 함께 민박집만 운영하고 있다. 서거차도에는 이훈씨네 민박집 말고도 이호성(70)씨가 운영하는 민박집 한 곳이 더 있다. 겨울에는 조용하지만 여름에는 제법 관광객들이 찾아와 벌이가 괜찮다고 한다.
취재팀은 민박집에 짐을 푼 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서둘러 선착장으로 나갔고 민박집에서 소개한 우진호 허학무(59) 선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허 선장은 전복 양식업을 하고 있다. 배를 본 취재팀은 한숨을 내쉬었다. 파도가 높을 경우 배를 제대로 갯바위에 붙일 수 있을까 싶은 작은 어선이어다.
▲ 서거차도 남서쪽 모지기미여와 안가리덕 주변의 멋진 풍광. 암초마다 모두 감성돔을 품고 있다.
▲ 취재팀이 묵었던 이훈씨 민박집의 풍성한 저녁상. 민옥연(66) 여사가 직접 기른 채소를 재료로 만든다고.
◀ “나갔다 하면 이 정도가 기본입니다.” 조도면 서거차출장소 윤영신 소장이 솔섬에서 낚은 조과를 펼쳐놓았다.
“가까이 노려라. 2m 수심에서 낚인다”
이날 우리와 함께 갯바위로 나서는 사람이 있었다. 조도면사무소 서거차도 출장소장 윤영신씨였다. 그는 쉬는 날이면 감성돔낚시를 즐기는 낚시매니아인데 “올 겨울에는 감성돔이 흔해 포인트마다 다 붙어 있다. 크리스마스 전후로는 20~30마리씩 낚기도 했는데 지금은 수온이 좀 떨어졌는지 7~8마리 정도 낚이고 있다. 이곳은 발밑을 집중적으로 노려야 감성돔을 낚을 수 있다. 경계심이 없어 2m가 안 되는 수심에서도 막 물어준다”고 말했다.
거차도의 갯바위는 크릴을 뿌린 흔적이나 쓰레기 하나 찾아 볼 수 없이 깨끗했다. 배를 타고 도는 곳곳이 내려 보고 싶을 정도로 멋진 여밭이었다. 이 큰 섬에 우리 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윤 소장의 안내로 김수복씨와 김민철씨가 제일 먼저 목섬을 돌아 모지기미 앞 여 끝에 내렸다. 뒤이어 윤 소장은 대섬과 가까운 윗솔섬에 내렸고, 나와 심상엽 사장, 유순기 회원은 대섬을 돌아 동쪽으로 10분 이상 가다 등대 옆 아래맹섬이라는 포인트에 내렸다.
아래맹섬은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3~4m로 얕았다. 9물의 물색은 많이 탁했다. 그러나 낚시를 시작한 지 1시간도 안되어 심 사장이 입질을 받았다. 간조에서 막 초들물로 바뀌는 타임이었다. 이윽고 맨 우측에 섰던 나에게도 입질이 왔다. 3m 수심에서 입질을 받았는데 힘이 대단하다. 가까스로 뜰망에 담은 녀석은 47cm 감성돔. 과연 두 마리 모두 발밑에서 낚였다. 그러나 더 이상 입질을 받지 못했다.
오후 4시 배에 오르니 솔섬에 내렸던 윤영신 소장은 일곱 마리의 감성돔을 낚아 들고 올랐다. 그는 “초들물에 두 마리를 낚고 초썰물에 다섯 마리를 낚고 있는데 배가 왔다. 배가 조금 늦게 왔으면 몇 마리 더 낚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여끝에 내렸던 두 사람도 네 마리의 감성돔을 낚았다. 씨알은 고만고만했다. 윤 소장의 말마따나 많은 마릿수는 아니었지만 갯바위마다 감성돔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민박집으로 돌아오니 진수성찬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섬 민박집에서도 본 적 없는 푸짐한 상에 취재팀은 입이 딱 벌어졌다. 민옥연 여사가 직접 기른 채소와 우럭, 열기, 감성돔 구이가 일품이었다. 거기에 우리가 낚은 감성돔 회를 썰고 선장에게 부탁해 구입한 전복까지 썰어놓으니 중국황제의 만한전석이 부럽지 않다.
▲ 둘째 날 오후 아랫솔섬에서 입질을 받은 김민철씨의 낚싯대가 반원을 그리고 있다.
▲ “고기는 잘 잡히는데 낚시꾼들은 많이 안 온다”고 말하는 민옥연 여사. 섬사람의 넉넉한 인정이 묻어나는 분이었다.
◀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었던 거차도산 양식 전복.
▲ 둘째날 솔섬에서 낚은 감성돔을 자랑하는 김민철, 김수복(우측)씨.
우수영 가이드낚시 “상상 이상의 어자원 있다”
다음날 6시 기상. 아침을 먹고 날이 밝아 배에 올랐다. 첫날 서거차도의 낚시요령을 체험한 취재팀은 오늘은 많은 감성돔을 낚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에 사기가 올라 있었다. 그런데 윤 소장이 명당으로 추천한 상어여에 도착하니 이미 낚시꾼이 내려 있는 게 아닌가? 선장은 “진도대교 아래 우수영의 가이드낚시에서 들어온 손님일 것”이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이곳만 전문으로 뛰고 있는 낚싯배가 있었던 것이다.
할 수 없이 취재팀은 윗솔섬과 아랫솔섬에 차례로 내렸다. 그러나 어제와 달리 오늘은 초들물 시작과 함께 급류가 콸콸 흘러 낚시가 힘들었다. 그 와중에 심 사장은 솔섬을 한 바퀴 돌며 세 마리의 감성돔을 낚아 올렸다. 아랫솔섬에 내렸던 김민철씨는 오후 썰물에 큰 점농어를 낚았다. 이날 오후 다도해 허재옥 사장으로부터 비보가 날아들었다. “내일 아침 폭풍주의보가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니 오늘 오후에 맹골군도에서 나오는 낚싯배로 철수하라”는 전갈이었다.
진한 아쉬움만 남기고 거차도에서 철수한 뒤에도 때 묻지 않은 갯바위들이 눈앞에 맴돌았다. 마감이 한창인 1월 7일 우수영의 가이드낚시 전성춘 사장과 통화를 했다. 그는 “6년 전 낚시점을 개업한 후 겨울이면 거차도로만 집중 출조하고 있다. 여름에는 참돔, 돌돔, 농어가 잘 낚이고 겨울이면 감성돔이 낚이는데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굵은 씨알들이 마릿수로 낚인다. 올해도 크리스마스 전에 한 사람이 5짜만 13마리를 낚은 적 있으며 동거차도에서 우리 손님이 두 마리의 6짜(63.8, 62cm)를 낚았다”고 자랑했다. 그가 말하는 거차도의 감성돔 시즌은 11월부터 2월 초순까지다.
■취재협조 익산 리더낚시 (063-855-0010), 진도 다도해낚시(061-542-7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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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차군도(巨次群島)
동거차도와 서거차도로 나눠져 있으며 섬 면적은 동거차도(3.23㎢)와 서거차도(3.90㎢)가 비슷하다. 하지만 가구 수와 인구는 서거차도(73가구)보다 동거차도(112가구)가 많다. 기후가 온화하여 곳곳에 후박나무가 자란다. 해안선 굴곡이 심하고 수심은 2~3m부터 20m까지 다양하다. 특히 남서쪽 맹골군도 사이의 맹골수도는 명량해협과 함께 조류가 매우 빠르기로 유명해 대형종이 많다.
서거차도는 진도 팽목항에서 남서쪽으로 23.7㎞ 떨어져 있으며 낚싯배로는 약 50분 소요된다. 부속섬은 서거차도에 집중되어 있는데 윗대섬, 아랫대섬, 상송도, 하송도, 항도(목섬)를 거느리고 있으며 동거차도에는 북도와 송도가 있다.
동거차도에는 육리(1구), 막금(2구) 마을이 있고, 서거차도에는 차도선이 닿는 본마을과 모래미마을. 그리고 하죽 등 세 개의 마을이 있다. 마을마다 수산업과 농업을 겸하고 있는데 80% 이상 밭을 경작하며 보리와 밀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섬에서는 드물게 논을 경작해 쌀도 생산해 자급자족하고 있다. 주 소득원으로 멸치잡이와 김, 톳, 파래 등을 채취하며 전복과 미역을 양식하고 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조도지구에 속해 여름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들고 겨울에는 간간이 낚시꾼들이 찾고 있다.
서거차도에는 구멍가게가 2곳 있으며 공공기관으로는 조도파출소서거차출장소, 보건소, 조도면서거차출장소, 한전, 복지회관 등이 있다. 최근 복지회관에 찜질방이 설치되어 어민들의 칭찬이 대단하다.
민박 및 교통편
현지에는 두 곳의 민박집이 있다. 1인당 하루 숙식 2만8천원~3만원. 낚싯배가 없어 어선을 빌려 타는데 1인당 요금은 2만원선이다.
●낚싯배 진입 - 진도 우수영과 진도 서망에서 탄다. 서망항에서는 피싱랜드호가 맹골도를 가면서 거차도에 내려준다. 따라서 맹골도 손님이 없을 경우 대절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반면 우수영 가이드낚시에서 운행하는 낚싯배(5톤)는 매일 새벽 거차도를 운항하고 있다. 서망항에서는 50분, 우수영에서는 1시간 50분 소요되며 뱃삯은 두 곳 모두 6만원이다.
☎해남 우수영 가이드낚시(061-532-1108), 진도 다도해낚시(061-542-7117)
●차도선 진입 - 한림해운에서 운행하는 한림페리3호가 진도 팽목항에서 매일 1회 운항하고 있다. 아침 9시 30분에 출항하며 조도-관매도-동거차도-서거차도 순으로 진입한다. 소요시간은 3시간. 서거차도에서 복항시각은 12시 40분.
☎진도 팽목항 한림해운(061-544-0833)
■현지민박: 이훈(061-544-9696, 010-3607-9435), 이호성(061-544-8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