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성연지 붕어의 놀라운 성장

평균씨알 35cm! 여름 갈수를 기다린다

허만갑 기자

재작년 3월 17일부터 19일까지 충남 서산시 성연면 고남리의 성연지(고남지, 6만6천평)에서 월척사태가 났다. 당시 하루에 월척만 20마리 넘게 낚은 사람도 있었다. 나도 호황의 끝자락에 간신히 걸쳐서 월척 5마리를 낚았다. 그 기억이 아직도 또렷한데 2년 후 올 4월에 성연지에서 월척 호황이 재발했다. 2년 동안 붕어들이 한 치 가량 더 자라서 35~37cm로 굵어졌다. 이 추세라면 내후년엔 4짜가 쏟아질지도 모른다.

▲ 성연지 큰 골 상류에 모인 보트와 연안낚시인들. 보트와 연안에서 모두 월척을 마릿수로 낚았다.

▲"다 이만한 씨알입니다." 서울에서 온 이동진(좌), 최상운씨. '가장 큰 씨알로 두 마리를 들어보라'고 했지만 낚은 붕어들이 죄다 35~37cm로 난형난제였다.  

내가 성연지를 찾은 날은 4월 13일이었다. 해상에 폭풍주의보가 내리고 육상풍속이 9m로 불던 무시무시한 날이었다. 애초 대호만 출포리로 갔다가 바람과 파도에 놀라서 돌아 나오다가 서산에 있는 김상현 FS-TV 제작위원에게서 “성연지가 며칠간 월척을 배출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호지면 출포리에서 성연면 고남리까지는 불과 10분 거리.
성연지에 도착한 나는 깜짝 놀랐다. 무려 10여 척의 보트와 열댓 명의 연안낚시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휴일도 아닌 평일에, 이런 폭풍 속에서 이만한 무리의 낚시꾼들을 만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더 놀란 것은 연안낚시꾼들의 조과였다. 대부분 35cm가 넘는 대형 월척을 서너 마리씩 낚아놓았다. 보트낚시꾼들의 살림망 속은 보지 못했지만 연안낚시보다 못하지는 않으리라 짐작되었다. 큰 골의 상류에만 오글오글 몰려서 연안낚시꾼의 찌가 보트 뒤꽁무니에 바짝 붙어 있다시피 했는데도 그만한 조과를 거둔 것이다. 놀라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찌가 서 있는 수심은 1m였는데 물이 맑아서 바닥이 보일 정도였다. 이런 물색에서 월척들이 낚인다는 것은 나로선 납득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이렇게 물이 맑은데 붕어가 물던가요?”하고 물었더니 박태환(경기도 일산)씨는 “붕어들이 돌아다니는 걸 눈으로 보면서 낚았다”고 대답했다. 박씨는 2칸 안팎의 짧은 대를 썼는데 목을 길게 빼고 물속을 보니까 바닥에 깔린 그의 지렁이 미끼가 눈에 보였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내가 성연지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였는데, 이미 입질이 끝난 상황이었다. 낚시인들은 “밤에는 입질이 없고 날이 완전히 밝은 아침 6시30분부터 9시까지 월척붕어들이 낚였다”고 말했다. 연안꾼들의 조황을 촬영하느라 1시간 정도 머물렀는데 그동안 붕어를 낚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낚싯대를 펼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포기했다. 내일 아침에나 입질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인데 밤낚시도 안 되는 곳에서 그때까지 기다릴 순 없는 노릇 아닌가.

▲ "찌를 있는 대로 올려주더군요." 짧은 대로 진한 손맛을 즐겼다며 월척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물 맑아 붕어가 보이는데도 물었다”

결과적으로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 이튿날 딱 두 사람이 한 마리씩 낚았다고 한다. 씨알은 물론 35cm 안팎. 성연지엔 20여명의 낚시인이 머물러 있었는데, 내가 월척을 낚은 두 사람에 끼일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성연지의 월척 조황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김상현씨는 “4월 17일에 성연지를 다시 찾았는데 그 날 월척이 여러 마리 낚였고, 그런 조황이 사오일 더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상현씨에 따르면 “피크조황은 4월 6일부터 10일 사이에 나왔고, 그때는 아침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드문드문 입질이 이어졌다”고 한다. 또 내가 찾은 4월 13일 전후에는 큰 골 상류에서 조황이 집중됐지만 4월 초에는 큰 골의 산자락 중류(도로 건너편) 1.5~2m 수심에서 월척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5월 초순 현재의 조황은? 김상현씨는 “현재의 조황은 정확히 모르겠으나 별 소식이 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호황이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천수만 B지구와 닷개지의 조황이 출중하여 낚시인들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올해는 더 이상 성연지를 주목할 필요가 없는 것인가? 그 질문에 김상현씨는 “5월 말 이후의 갈수기 찬스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제 곧 모내기철 배수가 시작되면 성연지의 수위가 줄고 고기들이 중하류로 이동하면서 5월 말경이면 하류 쪽에서 떡밥 밤낚시에 호황을 보일 것이다. 물이 많이 빠질수록 여름 조황은 좋아진다. 그때는 제방 건너편 하류로 걸어서 들어가면 대물붕어를 만날 확률이 높다. 또 도로변 최하류 제방 근처도 좋은 포인트가 된다”고 김상현씨는 말했다. 

▲물이 맑아서 바닥의 미끼가 보일 정도였다. 수심은 1m, 낚싯대 길이는 불과 2칸~2.5칸.

▲길에서 내려다본 큰 골. 재작년보다 뗏장수초가 덜 자라 있었다.

갈수 때 하류에서 밤낚시 유망
  
성연지는 준계곡형 저수지지만 봄낚시가 빨리 되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과거엔 떡밥낚시에 중치부터 4짜까지 다양한 씨알의 붕어를 낚는 곳이었으나 배스가 유입된 후 재작년부터 ‘걸면 월척터’로 변모하였다. 피라미 등 잡어들이 간혹 낚이며 글루텐떡밥이나 감자성분이 가미된 떡밥이 잘 먹힌다. 물론 지렁이에도 잘 낚이고 새우에도 낚인다. 
배스가 유입된 곳치고는 배스를 낚기 힘든 곳인데, 향후 수온이 더 오르면 생미끼에 간혹 배스가 덤비기는 할 것이다. 현지꾼들은 “가물치가 워낙 많은 곳이라서 배스들이 가물치에게 치여 잘 안 낚이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한편 작년에는 성연지가 침묵을 지켰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작년 봄에 수량이 적었다는 얘기도 있다. 성연지는 주로 떡밥을 사용하기 때문인지 생자리보다 닦인 자리의 조황이 낫다. 뗏장수초에 가물치들이 산란장을 많이 만드는데 그런 ‘가물치집’ 근처에서 굵은 붕어를 낚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에서 나와 서산시내로 진입한다. 전자랜드 사거리에서 대산 방향 29번 국도로 직진하여 4km 달리다가 일남교를 건넌 뒤 1km 후 갈래길에서 좌회전하면 곧 성연지 제방이 나타난다. 작은 골은 도로변에 있고 큰 골은 작은 골 상류에서 우회전하여 진입한다.  
조황문의 서산 낚시25시 041-664-27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