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버림받은 시즌의 부활, 단오감성돔
③황제도
잔잔해진 해면에 대물이 뜬다
단오감성돔의 진가는 바깥바다에 있다. 대박을 원한다면 겨울명당으로 떠나라!
김진현 기자 blog.naver.com/yasukkk
내만과 원도를 가리지 않고 5월부터 6월까지 최고의 조황을 연출하는 곳을 꼽는다면, 광도·평도, 초도·장도, 그리고 황제도다. 그 중 황제도와 장도는 6월에 종종 대물감성돔을 무더기로 쏟아낸다. ‘초여름=내만’이라고만 알고 있었다면, 단오감성돔의 진면목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 황제도 땅콩섬에서 맞담(왼쪽 뒤에 토끼섬(덜섬), 오른쪽에 황제도 본섬이 있다)을 마주보고 물골을 노리던 김광현씨가 만조 직전에 다시 입질을 받고 챔질을 하고 있다.
모든 감성돔이 산란하기 위해 내만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외해의 감성돔들은 외해의 섬 주변에서 산란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령 추자도의 6짜 감성돔은 추자도 연안에서 산란하므로 진도나 완도까지 올라가서 낚이지는 않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5짜 감성돔들도 제 살던 섬 주변에서 산란하지 굳이 먼 내만까지 올라가지는 않는다. 그래서 5짜 개체수가 많은 외해의 섬이 있다면 그 섬의 5짜들은 그 섬 연안에서 산란할 확률이 높고, 녀석들이 산전 먹이활동을 왕성하게 벌일 시기에 낚시한다면 대물감성돔을 무더기로 낚을 수도 있다. 그래서 대박의 가능성은 초등감성돔 시즌 뿐 아니라 단오감성돔 시즌에도 역시 내만보다 외해가 한 발 앞선다고 할 수 있다.
“황제도의 5월, 무주공산에 대물이 펄펄”
▲ “황제도 감성돔은 5월 중순에 또 한 번 피크를 맞이합니다.” 목련골로 포인트를 바꾼 후 손맛을 본 광주낚시캐스터 박채규, 박진국 회원과 이만수 사장(왼쪽부터).
▲ 오후 들물이 끝날 시각에 감성돔 호황을 보인 목련골. 수심 3~4m의 갯바위 가까운 곳에 해초가 무성하게 자라있는 곳으로 마치 내만권의 감성돔 포인트 같다.
4월 29일 광주 낚시캐스터(대표 이만수) 회원들과 함께 남해안 감성돔 취재를 나섰다. 처음엔 내해의 다랑도나 생일도로 움직일 요량이었다. 다랑도와 생일도, 주변에 있는 신지도나 부도, 섭도 등의 섬은 5~6월에 굵은 씨알의 감성돔이 잘 낚인다. 가을에 호황을 보인 후 한겨울과 봄에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초여름에 감성돔이 들어오는 포인트로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취재 당일 다랑도와 주변 섬을 둘러본 결과 너무 심한 흙탕물로 인해 낚시가 불가능하다고 판정됐다.
취재팀은 대타로 황제도를 지목했다. 이 시기에 황제도가 웬 말이냐고? 황제도는 잘 알다시피 겨울낚시터다. 10월부터 이듬해 2~3월까지 감성돔이 낚이며 1월 전후에 최고 호황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여름엔 간혹 벵에돔, 참돔, 돌돔이 낚이지만 감성돔을 노리고 들어가는 낚시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만수 사장은 황제도 단오감성돔의 실체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낚시점주 중 한 사람이다. “여러 해 황제도를 다니면서 초여름에도 감성돔이 잘 낚인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작년엔 5월 중순 이후에 큰 재미를 봤어요. 사실 내만권 조황이 항상 좋다면 황제도로 오지 않아도 되지만 내만은 5~6월에 냉수가 들어오거나 오늘처럼 흙탕물로 바뀌면 몰황을 겪는 수가 종종 있어요. 또 포인트는 한정되어 있는데 낚시인이 너무 많고, 최근에는 선상카고낚시가 활개를 치면서 내만권의 갯바위를 꺼리는 낚시인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황제도가 그 대안이 되는 것입니다.”
이만수 사장은 “다만 오늘은 다랑도로 초들물을 노리고 왔기 때문에 황제도 물때와는 맞지 않는 게 흠이지만 알매섬이나 황제도 본섬 몇 군데에 들물자리가 있으니 한 번 노려봅시다.”하고 말했다(황제도는 썰물 포인트가 많다).
황제도에 가니 낚시인은 한 명도 없었다. 나는 이만수 사장, 박채규 회원과 알매섬 남동쪽 얕은 여밭자리에 내렸다. 알매섬은 황제도 북쪽 500m 거리에 떨어져 있는 섬이다. 포인트에 내려 보니 서서히 들물이 시작되고 있었고 물색도 좋았다. 조류도 딱 알맞게 흐르는 것이 감성돔이 금세 물어줄 것 같았다.
“수심 9m에 맞추고 발 앞으로 흘러드는 조류를 노리세요. 바로 앞에서 종종 대물감성돔이 입질합니다.” 이만수씨가 말했다.
▲ 땅콩섬 남쪽 여밭자리에서 감성돔을 노리던 낚시인이 파이팅 중이다. 감성돔을 띄우는 듯 했으나 거친 여밭에 목줄이 쓸려 터져버렸다.
“단오감성돔은 느린 조류에 온다”
그러나 알매섬에선 입질이 없었다. 대신 땅콩섬에 내린 일행들이 감성돔을 낚았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포인트를 이동할 때 나는 땅콩섬으로 옮겼고 이만수 사장과 박채규씨는 황제도 본섬 북동쪽에 있는 목련골로 들어갔다. 목련골은 수심 3~4m의 아주 얕은 곳으로 해초가 듬성듬성 자라있는 여밭이다.
땅콩섬에선 김광현 회원이 45cm 감성돔을 들어 보였다. “수심 8m에 맞춘 1호 구멍찌 채비로 맞담을 마주보고 낚시한 결과 발앞에서 입질을 받았다”고 했다. 조재열(낚시캐스터 가이드)씨도 입질을 받았지만 줄이 터졌고 대신 대형 쥐노래미를 낚아 놓았다. 그리 만족할 조과는 아니다.
“조류가 영 시원찮습니다. 조류가 세게 흘러서 포인트 앞으로 들이치는 날에는 발 앞에서 큰 놈이 물어줍니다. 4월 초엔 여기서 62cm 감성돔도 낚였는데….” 조재열씨가 말했다.
시각은 오전 11시, 거의 만조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조류가 서서히 흘러가다가 멈추길 반복했다. 하품이 나올 정도로 따분해지는데 땅콩섬 남쪽 여밭자리에서 낚시하던 회원 한 명이 강하게 챔질했다. 감성돔을 마침내 띄우는데 성공했지만 그만 목줄이 터져버린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조재열씨의 원줄이 순식간에 풀려나갔다. 급하게 레버를 닫고 역회전하는 스풀을 조여 가며 펌핑해 올린 놈은 대형! 수면에서 첨벙대는 감성돔을 보고 김광현씨가 얼른 뜰채를 가져다대는데 그만 바늘이 빠져 감성돔이 도망가버렸다. 어이가 없어 웃어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 다 낚았다면 3~4마리는 구경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땅콩섬의 조과도 그렇게 끝을 내리고 말았다.
한편 철수 때 보니 목련골에선 여러 마리의 감성돔을 낚았다. G2~B 구멍찌 채비를 쓴 이만수 사장이 40cm가 넘는 감성돔을 낚았고, 박진국, 박채규 회원도 30cm 내외의 감성돔을 한두 마리씩 낚아 놓고 있었다.
“아직 멀었습니다. 피크는 5월 중순입니다. 6~7월에도 대물 감성돔이 낚입니다. 그때는 참돔과 뺀찌도 함께 낚여 연중 황제도 낚시가 가장 재미있을 때입니다.” 이만수 사장이 말했다.
■출조문의 광주 낚시캐스터 062-268-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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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회진 내만 상황은?
4월에 감성돔이 배출된 다랑도, 생일도를 중심으로 갯바위 출조가 이뤄지고 있다. 폭발적인 입질은 없지만 10명이 출조하면 6~7명은 한두 마리씩의 감성돔을 낚을 수 있는 조황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만수 사장은 “5월 초엔 신지도나 부도·섭도에서도 감성돔이 낚였다는 소식이 들렸으며 6월 초가 되면 더 내만에 있는 조약도나 거금도, 완도 주변에서도 감성돔이 낚일 것이다. 다만 감성돔 포인트가 넓게 확산되고는 있지만 많은 낚싯배가 선상낚시 위주의 출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내만 갯바위를 정기적으로 출항하는 낚싯배가 없을 수도 있다. 미리 예약한 뒤에 출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