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해창지에서 확인

연과 부들의 접경지대는 월척 DMZ

Ｉ 글 사진 박현철 ‘비바보트’ 진행자 Ｉ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창리의 해창지는 3만평 규모의 평지형 저수지다. 장흥에서 회천면으로 가는 18번 국도변에 위치해 있어 찾기 쉬운 저수지다. 최근 연안낚시와 보트낚시에 준척급 붕어들이 마릿수 조황을 보인다고 해서 지난 11월 28일 경기도 광명시의 삼공보트낚시 회원들과 함께 찾아보았다.

▲ 해창지 상류의 연밭. 가시연은 줄기까지 삭아서 사라졌고 일반 연만 남아 있다.

가시연 보호구역, “여름엔 불가하나 겨울엔 낚시 허용”

도로변 하류 제방에서 보트를 펴서 상류 쪽으로 저어 올라갔다. 왼쪽 연안은 제방으로 이루어져 있고, 오른쪽 연안은 갈대와 부들이 빽빽하게 자라 있다. 수초대가 너무 무성하여 연안낚시 여건은 좋지 않았으나 상대적으로 보트낚시를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삭아 내린 부들 군락이 탐스러워 우안 중류쯤에 보트를 밀어 넣고 직공채비로 수초구멍을 노렸다. 수심은 50~60cm. 느낌에는 1분 안에 입질이 올 것 같은데 30분이 지나도록 입질이 없다. 자리를 옮겨볼까 하다가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한다. 오늘 새벽 기온은 0도였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붕어들이 햇살이 퍼져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아니나 다를까, 오전 8시에 첫 입질이 나타났다. 찌를 세 마디쯤 살짝 띄우는 입질에 채니 토실토실 살찐 9치 붕어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끌려나온다. 그 후 9시까지 8치 붕어 두 마리를 더 낚았다.

▲  연과 부들이 만나는 곳에 자리 잡은 보트들.

▲  “모아보니까 푸짐하네요.” 정원식, 김창권씨가 일행이 낚은 붕어들을 한데 담은 살림망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서 왔으면 재미 좀 보고 가야 쓸 거인디…”

최상류 연밭에 있던 삼공보트낚시 최현오 사장에게 조황이 어떠냐고 전화를 걸었더니 “월척이 한 마리 나왔고 모두 대여섯 마리씩 낚았다”고 한다. 연밭의 조황이 더 낫구나! 보트를 빼서 상류로 올라가니 그곳엔 가시연이 아닌 일반 연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고 수심이 얕아지는 곳에 부들과 갈대가 차례로 우거져 있었다. 내 경험으로는 두 종류의 수초가 만나는 곳은 굵은 붕어들의 은신처인데, 특히 연과 부들이 만나면 환상의 조합이다.
노를 저어서는 밀생한 수초대로 들어갈 수 없어(억지로 노를 저으면 파동에 고기들이 다 달아난다) 폴대를 삿대삼아 밀어서 조용히 부들수초대 속으로 들어갔다. 왼쪽의 연과 오른쪽의 부들군락이 만나 뒤엉키는 곳에 직공채비를 넣어보니 수심은 60~70cm. 느낌이 좋다 싶더니 곧바로 정면 3.4칸대 찌가 몸통까지 솟았고 챔질 순간 35cm 월척이 우당탕거리며 끌려나왔다. 그리고 30분 간격으로 9치 붕어 두 마리가 나왔다. 역시 연보다는 부들 속에서 입질이 나타났다.
오전 10시가 넘어서자 갑자기 5~6치 붕어들이 성화를 부리기 시작했다. 지렁이로는 안 되겠다 싶어 참붕어를 채집해 끼워봤는데 참붕어에는 입질도 없다. 오늘은 붕어들이 많이 움직이지 않는 듯 연안에 앉은 낚시인들은 전혀 입질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광주에서 온 한 조사님은 “지난주에는 나도 보트를 타고 준척을 스무 마리쯤 낚았는데, 오늘은 영 입질이 없다”며 “서울서 여꺼정 왔으면 손맛을 많이 봐야 할 것인디”하며 오히려 몇 마리라도 낚은 우리를 위로하신다.
이토록 후한 호남 인심에 둥글둥글 후덕한 호남붕어의 자태까지 곁들여 전라남도는 붕어낚시인들에게 늘 고향과도 같이 포근하다.
■조황문의  광명 삼공보트낚시 02-2681-5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