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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_추자도-추자도니까 생활낚시도 역대급
2016년 10월 3297 10279

제주_추자도

 

 

추자도니까 생활낚시도 역대급

 

 

대서리항에서 전갱이 채비에 돌돔이!

 

허만갑 기자

 

학창시절, 나에게 낚시는 외로운 취미였다. 내 친구들 중에는 낚시를 좋아하는 이가 없었다. 당시 낚시인구밀도가 부산 대구와 맞먹을 정도로 높았던 진주라는 지역에서 그것은 확률적으로도 기이한 것이었다. 학교 내에 낚시를 하는 아이들이 더러 있었으나 나와 친한 녀석들은 죄다 되바라져서 오로지 진학과 여자에만 관심이 있었다. 이토록 순수하고도 심오한 도락을 알지 못하는 한심한 놈들을 전도하기 위해 낚시터에 끌고도 가고 손맛도 보여주고 하였으나 시종 지루해할 뿐이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 이미 낚싯대를 들었던 내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낚시춘추에 취직하기까지 15년 넘는 장구한 세월 동안 내 동행출조자는 내 동생, 만진뿐이었다. 우리 형제가 남다른 우애를 자랑하는 이유는 낚시친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7월에 경남 사천에 살고 있는 친구 정극명이 모처럼 전화를 걸어서 뜻밖의 제안을 했다.
“야, 추자도에 같이 낚시 한번 가자.”
나는 눈이 휘둥그레지고 어안이 벙벙했다. 이 친구 입에서 ‘추자도’를 듣다니… 반은 업무로 즐기는 골프 외엔 취미라고는 없는 일벌레로 알고 있는데, 바다낚시가 웬 말인가! 하도 기특하여 어쩐 일이냐고 묻자 골프클럽의 선배가 삼천포에서 수산물 도매를 하다가 추자도에서 양식업을 새로 시작했다 하여 한번 놀러갔는데 물고기가 너무 많아 깜짝 놀랐고 문득 내 생각이 나더라는 것이다.
“항 안에서 낚시해도 고기가 막 낚이던데 네 실력이면 큰 고기도 잡을 거다. 그 형 집에서 먹고 자고 하면 되니 돈 들 일도 없다. 만진이한테도 같이 가자고 해라. 고기도 낚고 취재도 하면 되겠네.”
그렇게 해서 친구와 함께 근 20년 만의 바다낚시를 추진하게 되었는데, 만진이도 금요일 하루 월차를 내고 같이 가기로 했고 극명의 동생 성원도 같이 가기로 했다. 성원이는 거제도에 살고 만진이는 창원에 있는데 진주에서 극명이와 만나 완도로 가서 ‘한일레드펄호’를 타기로 했고, 나는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가서 쾌속선 ‘퀸스타2호’를 타고 들어가기로 했다. 디데이는 여름 휴가철이 끝나는 9월 2~4일로 잡았다.    

 

▲하추자도 예초리 방파제에서 해거름 낚시를 즐기고 있다. 여기선 25cm급 벵에돔이 한 마리 낚였지만 전갱이 치어 성화에 못 이겨

  철수했다.

1 입성 첫날 오후 차를 타고 추자도를 한 바퀴 돌았다. 하추자도 남쪽 끝의 석죽머리에서.
2 ‌간조 무렵의 예초리 큰여 앞 본섬 해안. 썰물이 흐를 때 물골을 노리면 농어를 비롯해 다양한 어종이 낚인다.
3 ‌“섬에 나가 낚은 돌돔보다 항에서 낚은 게 더 큽니다.” 친구 정극명이 매립지 내항에서 3칸 장대로 낚은 35cm 돌돔을 들어보이고 있다.   
4 "추자도는 아지도 씨알이 크네요." 전갱이 낚시에 푹 빠진 친구의 동생 정성원.

▲좌)동생 허만진이 한꺼번에 전갱이 두 마리를 낚아 올렸다. 물때에 상관없이 아침과 해거름에 입질이 빗발쳤다.

  우) 대서리항 '집 앞 포인트'에서 밤낚시를 즐기고 있다. 밤새 낚시했으면 전갱이로 쿨러를 채웠을 것이다.  

 

 

옛 친구와 20년 만에 떠난 바다낚시
나는 출발 보름 전부터 들떠서 이것저것 챙겼다. 수없이 드나든 추자도지만 옛 친구와 간다니까 왠지 설레었다. 친구 형제는 낚시장비가 없는지라 그들이 쓸 것까지 챙기다 보니 짐이 몇 곱절 늘어났다. 친구는 선창에서만 낚시해도 횟거리는 실컷 낚겠더라고 했지만 추자까지 가서 부속섬에 한번 안 내려보고 올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만진이와 입을 맞춰 제수고기를 잡으려면 하룻밤은 섬에서 버텨야 한다고 우겨서 야영낚시를 하기로 했는데 그러다보니 텐트에 쿨러에 취사도구까지 짐이 점점 불어났다. 낚싯대도 처음에는 찌낚싯대만 챙겼다가 농어 시즌이니 농어루어대도 챙기고, 본섬에서 무늬오징어가 잘 낚인다는 소식에 에깅대도 챙기고 혹시 몰라서 볼락루어대도 챙겼다. 낚시는 떠나기 전이 반이라더니 머릿속으로 낚은 어종이 열손가락으로 모자라고 야영후보지로 물망에 올린 섬이 그만큼 되었다.
‘공여나 노른여에 내리고 싶지만 사리물때라 물이 너무 세겠지? 타깃이 벵에돔과 뺀찌니까 푸렝이나 밖미역섬이 딱 좋은데…. 푸렝이 중간연목이 긴꼬리 명당이지만 야영하기엔 조금 위험하고, 밖미역섬 큰여가 맞춤한데 동풍이 불면 너울이 세단 말이야? 모여는 멀어서 안 데려다줄 공산이 크고, 수령섬 큰골창도 구미가 당기지만 모기가 너무 많고, 직구도 기차바위는 원하면 제꺽 데려다주겠지만 여러 번 야영했던 곳이라 지겹고, 두렁여는 텐트자리가 마땅찮고, 납덕이는 벵에돔 확률이 낮고… 아~ 도대체 어디 내려야 하지?’    
그러나 나도 그리고 독자 여러분도 모두 예상했겠지만, 추자도에 도착했을 때는 상상 속 섬들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고 선택지는 몇 개 남지 않았다. 비는 그쳤지만 남동풍이 강하여 너울 때문에 남쪽 섬은 후보지에서 탈락했고, 물살도 생각보다 세서 공여 같은 작은 섬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결국 횡간도 옆의 문여에서 하룻밤 야영을 하기로 했다.(이날 밤물이 백중사리만큼 많이 들어서 문여에도 파도가 쳐 올랐다. 공여에 내렸으면 위험했을 것이다.)
묵리 25시낚시의 에이스호를 타고 추자 밑을 통과해 북쪽으로 항해하는데 넘실대는 추자바다의 거센 조류는 가슴을 뛰게 하고 크고 작은 섬들이 겹치고 펼치는 군도의 위용은 내가 추자에 첫 발을 디뎠을 때의 느낌을 되살아나게 했다. 추자도가 처음인 성원이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거제도하고는 느낌이 다르네, 바다가 살아 있네~ 살아 있어!
일주일간 풍랑이 휩쓸고 간 문여는 깨끗이 물청소가 되어 있었다. 텐트를 치고 밑밥을 개고 채비를 세팅해놓고 바다를 바라보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그러나 풍랑 뒤끝의 물색은 조금 탁했다. 여름물은 모름지기 맑아서 검게 보여야 하는데 투명도가 낮은 청색 물이 아닌가. 밑밥을 치니 자리돔 떼가 피어야 할 계절에 망상어들이 피어오른다. 이것은 안 좋은 징조다. 아니나 다를까 참돔, 돌돔이 물기는 무는데 모두 유치원 아가들 수준이고 벵에돔은 굴속에 처박힌 듯 코빼기도 안 비친다. 해거름에 만진이가 까지메기를 갓 면한 농어 두 마리를 낚아 간신히 횟거리를 마련했는데, 입이 댓 발이나 튀어나온 우리와 달리 극명과 성원은 민장대로 연신 올라오는 볼락 낚는 재미에 입이 귀밑까지 찢어졌다. 볼락보다 더 많이 낚이는 25cm급 떡망상어를 버리라고 하니, 왜 이 고기는 못 먹느냐, 어떻게 요리방법이 있지 않겠느냐며 몹시 서운해 한다. 바다낚시 초보시절 삼천포에서 낚아 먹은 망상어 회가 생각났다. 그때는 맛있게 먹었는데, 이제는 입이 까다로워져 가리는 고기가 많아졌다. 그래도 망상어 키핑은 허용할 수 없다. 추자도의 자존심이 있지, 어찌 문여까지 와서 망상어를 담을 수 있단 말인가.

 

너무도 짧은 벵에돔 입질타임
낚시를 하다 보니 배가 출출해져 생선회와 라면을 놓고 둘러앉았다. 농어와 뺀찌를 썰어서 소맥과 함께 먹는다. 밤공기가 더 청량했더라면 좋았을 테지만 눅진눅진한 남풍에 모기 성화 속에서도 술잔을 나누는 즐거움은 각별했다.
야, 옛날에 우리 셋이 창선도 장곶이 갔던 거 기억나나? 그래, 내가 첫 차 뽑았을 때 그 차 끌고 길도 없는 산으로 넘어가다 뒤질 뻔했잖아. 그때 밤새 눈만 붙은 뽈래기 일곱 마리 낚아가지고 소주 일곱 병 마셨잖아. 그러게, 그때에 비하면 지금 낚은 이 많은 볼락을 다 썰면 소주 한 짝은 마셔야 맞는 거네? 거럼~거럼! 그때 그 시절 불쌍했던 조행도 지금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았다.
다음날 아침에도 조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전 10시 중들물에 잠깐 맑은 물이 들어오더니 30cm급 벵에돔 4마리가 순식간에 올라왔다. 이런 씨알은 마릿수로 낚이는지라 10마리쯤은 뽑을 줄 알았는데 입질은 10분 만에 끝났다. 그래도 모처럼 만난 벵에돔의 손맛은 짜릿했다. 최근 몇 년간 돌돔낚시만 하고 다니느라 벵에돔의 매력을 잊고 살았다.
제수고기로 멋진 돔을 낚아 가져가겠다는 꿈은 사라졌지만 진짜 재미는 이날 오후 상추자 대서리 매립지 내항에서 맛보았다. 저녁 먹고 삼천포 선배 임대곤씨가 강력히 추천한 ‘집 앞 포인트’로 출조했는데 뜻밖에 30cm 안팎의 굵은 전갱이들이 짜릿한 손맛을 안겨준 것이다.

 

1 야영낚시를 한 문여.  2 ‌문여에서 낚은 벵에돔과 뺀찌. 

▲추자도 삼시세끼. 항에서 낚은 전갱이를 굽고 끓여서 푸짐한 아침상을 마련했다.

▲집 앞에서 낚은 아침 산보낚시 조과를 펼쳐보이고 있다.

▲추자 반도낚시 김종우 사장의 선물. 아침에 선상포핑으로 낚은 120cm 부시리를 횟감으로 쾌척하여 내 친구와 동생들을

  감동하게 만들었다.

 

 

섬보다 매립지 내항이 더 낫네!
편평한 콘크리트 내항에서 붕어용 민장대로 연신 전갱이를 올리는 친구, “뭐하러 비싼 돈 들여서 섬에 갔느냐”며 힐난한다. ‘그래도 큰 고기는 섬에 가야 있지’하고 변명했는데, 그 말도 거짓말이 되고 말았다. 극명이가 세 칸 민장대에 35cm 돌돔(뺀찌가 아닌)을 낚아버렸기 때문이다. 우와! 우와! 고함만 지르며 두 손을 치켜들고 벌을 서고 있기에 대를 건네받아 랜딩을 시도하였는데 행여나 놓칠까봐 직구도에서 92cm 참돔과 싸울 때보다 더 긴장되었다. 그때 마침 어민 한 분이 정박한 배에 있던 뜰채로 녀석을 떠주었다. 그 분 아니었으면 놓쳤을 것이다. 뜰채에서 돌돔을 꺼내는 순간 바늘 위 2호 목줄이 툭하고 끊어졌다.
대서리 내항은 옛날부터 살감성돔이 잘 낚이던 손맛터였지만 돌돔이 낚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고 보니 손바닥보다 작은 뺀찌들이 떼를 지어 다니고 있었다. 주민들 말로는 매립지를 만들 때 하수정화시설을 완비해 이제는 생활하수가 일절 흘러들지 않는다고 했다. 과연 돌돔을 회로 먹으며 기름내나 잡내가 나지 않는지 세심히 살폈으나 완전무결한 돌돔 맛 그대로였다. 극명이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남해바다를 늘 보고 살았지만 이렇게 고기가 잘 낚이는 섬은 처음 본다며, 대한민국 최고의 바다낚시터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구나! 추자 간다니까 물 반 고기 반인 섬이라고 부러워하더니 과연 그렇구나! 추자도 예찬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돌돔 한 마리에 달아오른 그는 잠시 후 120cm 부시리를 보고 경악하게 된다.
아침에 반도호 옆에서 전갱이를 낚다가 손님들과 출항하는 반도낚시 김종우 사장을 만났는데 아침식사 도중에 그의 전화가 왔다. 횟감 한 마리 줄테니 가져가란다. 중부시리 한 마리 주려나 보다 싶어 뱃전으로 갔더니 무려 120cm! 20kg에 육박하는 대부시리를 덥석 안겨주었다. 푸렝이 앞에서 선상 포핑으로 낚았다고 했다. 그놈을 받아 들고 끙끙대며 걸어오는데 창문으로 내다보고 있던 녀석들이 개선장군 맞이하듯 환호성을 지르며 뛰어나온다. 세상에! 이렇게 큰 방어가 있느냐며, 어느 횟집에서 본 방어 큰형님으로 착각하고는 대부시리를 안고 기념사진을 찍느라 난리다. 그래, 이것이 추자도의 참모습이지. 옛 전성기만 못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나라안 최고의 황금어장이지. 보통 사람은 평생 한 번 볼까말까 한 대어가 일상처럼 낚이는 곳이지. 이런 섬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대한민국 낚시인으로서 자랑스러워져서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졌다. 
철수길, 상추자항에서 헤어지면서 친구는 말했다. “겨울에 한 번 더 오자. 그때는 학꽁치가 그렇게 잘 낚인다며?” 겨울에 낚이는 추자도 학꽁치는 남해안 학꽁치랑 크기가 다르고 맛도 다르다는 임대곤씨의 말이 솔깃했나보다. 그래 친구야. 올 겨울은 추자도에서 학꽁치도 낚고 감성돔도 낚으면서 또 하나의 멋진 추억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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