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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느릿느릿 걷는 길에 청산도 아리랑
2017년 01월 3699 10495

여행

 

느릿느릿 걷는 길에

 

 

청산도 아리랑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전남 완도군의 청산도는 낚시인들에게 감성돔 명낚시터로 인식되지만 관광객들에게는 영화 서편제,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로 더 유명하다. 2011년 국제슬로시티연맹 공식 인증 세계슬로길 제1호로 지정된 돌담길과 아름다운 일주도로가 있는 섬, 청산도로 여섯 쌍의 부부가 여행을 떠났다.

 

청산도는 4월이면 서편제 촬영장과 그 주변 마을이 온통 유채꽃으로 뒤덮여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그 시기에 맞춰 청산도 여행을 몇 번 시도했으나 번번이 일이 생겨 무산되고 말았다. 기자생활 20여 년 동안 완도에서 낚싯배를 타고는 수없이 청산도를 찾았지만 늘 갯바위 한쪽 귀퉁이에만 있었지 유유자적 청산도 해안도로를 돌며 관광을 할 기회는 없어 아쉬웠다. 그런데 드디어 기회가 생겼다. 계룡시에 사는 친구 김준호가 1박2일로 네 쌍의 부부가 섬 여행을 가고 싶은데 한 곳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바로 이때다 싶어 청산도를 추천하고, 우리 부부도 동석하겠다고 했다. 계룡에 사는 이 팀들과는 작년 이맘때 남해도를 다녀온 적 있다.
나는 당장 청산도에서 낚시점과 펜션을 운영하는 섬낚시 김광섭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펜션까지 예약해놓았다. 방 3개짜리 독채를 전세 냈는데 1박에 25만원으로 성수기에 비해 10만원이나 쌌다. 그런데 광주에 사는 이병관씨(전 프로낚시연맹 회원)에게 청산도 부부동반여행 얘길 꺼냈더니 자신도 끼워달라고 했다. “주말마다 나 혼자 낚시를 다니느라 우리 부부도 꽤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지 못했다. 청산도는 올해도 이미 차도선으로 여러 번 다녀왔으니 내가 가이드는 책임지겠다”고 해서 총 여섯 쌍의 부부가 청산도 여행에 동행하게 되었다.

 

▲영화 서편제 촬영지를 따라 걸어 내려가고 있다. 멀리 도청리항이 내려다보인다.

1 ‌‌둘째 날 오전 노적섬에 내린 일행들이 갯바위 낚시를 즐기고 있다. 2 ‌‌KBS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장 세트. 3 ‌‌유봉 역의 김명곤과 송화 역의 오정해가 황톳길을 걸으며 진도아리랑을 부르는 영화장면.

1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범바위(좌)와 권덕리마을. 2 ‌‌김춘삼씨가 당락리방파제에서 낚은 우럭.3 상서리마을의 돌담길.

 

▲범바위 전망대에서의 기념촬영. 일행들 뒤로 시커리(좌)와 상섬(우)이 내려다보인다.

▲관광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단풍길. 아름다운 길이 3.2km 정도 펼쳐진다.


 

청산도의 팔방미인, 김광섭 사장 
섬낚시 김광섭 사장은 청산도 전문 관광가이드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고, 향토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팔방미인이었다. 청산도 관광안내도에 나오는 청산팔경 사진도 그의 작품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가 운영하는 민박집 이름도 ‘청산도 김작가의 집’이다.
“겨울에는 민박집 앞에 있는 도청리방파제만 가더라도 고등어, 전갱이, 우럭, 학공치, 볼락에 감성돔도 낚인다. 청산도에는 선상낚시를 할 수 있는 선외기는 여러 척 있지만 갯바위 전용선은 없다. 따라서 갯바위는 해안도로에 주차 후 도보로 진입해야 하는데 갈 수 있는 갯바위가 많지는 않다” 고 말했다. 나는 김 사장의 얘기를 듣고 방파제 잡어낚시가 메인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여성들이 잡어를 낚을 때 사용할 민장대를 여분으로 챙겼다.
11월 25일 밤 인천을 출발했다. 광주 이병관씨 부부는 완도여객선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침 7시에 뜨는 청산도행 첫배(차도선, 청산아일랜드) 시각에 맞춰 다섯 쌍의 부부는 두 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밤 2시 30분 계룡시를 출발했다. 김준호씨가 “여러분 모두 신분증 챙기셨죠? 신분증이 없으면 배 못타고 혼자 다시 돌아와야 합니다. 그럼 얼마나 속상하시겠어요”하고 외쳤고 부인들은 합창으로 “네 잘 챙겼습니다”하며 깔깔깔 웃었다. 목포 신안낚시에 들러 밑밥과 카드채비, 갯지렁이 그리고 소품까지 빠짐없이 챙겨 다시 완도로 차를 몰았다. 서둘러 출발한 덕분에 아침 6시경 완도 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고, 여유 있게 승선 시간을 기다렸다. 차도선에 오를 차량이 줄지어 섰다. 운전자만 차에 탑승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개찰구를 통해 승선하였다.
차도선이 청산도로 항해하는 동안 해가 떠올랐고, 우리는 일출을 바라보며 환호했다. 완도항을 떠난 차도선은 50분 만에 청산도 관문인 도청리항에 도착했다. 서둘러 오느라 식사를 못한 우리는 도청리항에 있는 식당을 찾아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였다.
첫날 오전은 일주도로를 돌며 관광을 하고, 오후에는 낚시를 하기로 했다. 둘째 날은 관광 겸 휴식 후 오후 1시에 청산도를 떠나는 여정을 계획하였다. 그런데 오후부터 비가 예보되어 있었고, 내일도 바람이 거세게 분다는 예보에 걱정이 앞섰다. 잘못하면 철수 예정시간보다 4시간을 앞당겨 오전 9시에 차도선으로 철수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었다.
식사 후 곧바로 섬낚시에 들러 김광섭 사장 부부와 인사를 나눴다. 김 사장은 청산도 지도를 펼쳐놓고 우리가 관광할 코스를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본격적인 관광에 나섰다.

 

서편제 촬영지 걸으며 어깨춤도 덩실덩실
도청리에서 남쪽으로 5분 정도 이동하자 당리마을에 도착했고,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서 들어가니 우리나라 영화사상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서편제’ 촬영지가 나왔다. 서편제는 남도의 여러 곳에서 촬영되었지만 이곳이 유명해진 것은 유봉(김명곤)과 송화(오정해)가 황톳길을 내려오며 진도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이 촬영되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장면으로 꼽히는 5분 30초에 걸친 롱테이크가 촬영된 곳이다. 지금도 당리 마을에는 촬영 당시의 초가집과 각종 농기구, 생활 도구가 전시되어 있다.
우리는 송화 역으로 분한 오정해가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어깨춤을 추듯 덩실덩실 춤을 추며 촬영장 길을 따라 걸었다. 이어서 드라마 봄의 왈츠, 피노키오 세트장을 감상하고 슬로길을 따라 계속 화랑포 전망대까지 걸었다.
전망대를 돌아 이번에는 청산도 남쪽 범바위 전망대에 올랐다. 차량이 입구까지 올라가므로 5분만 걸으면 범바위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이곳에 오르니 왼쪽으로는 시커리와 상섬이 오른쪽으로는 권덕리 마을과 화랑포까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거문도, 여서도와 멀리 제주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세 번째 관광지는 상서리 마을의 돌담길이었다. 층층이 쌓아올린 돌담은 소박하게 지어진 농가와 조화를 이루며 포근한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상서리 마을을 나와서는 신흥리해수욕장을 지나 청산도 동쪽 바다를 내려다보며 북쪽 진산리까지 일주도로를 타고 시원스럽게 달렸다. 국화리를 지나니 3.2km의 단풍길이 나타났다. 김광섭 사장이 이 길을 꼭 가봐야 할 곳이라고 주장했는데, 과연 딴 세상에 온 기분이 들었다. 비가 내려 아쉬웠다. 해가 떴으면 더 좋았으련만. 우리는 차에서 내려 잠깐이나마 걸으며 단풍에 취해보았다.
관광을 하고 숙소로 돌아오니 어느새 12시가 넘었다. 도청리 식당에 들러 홍합죽(1만원)과 멍게비빔밥(1만2천원)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오후에는 도청리 방파제에서 낚시를 하기로 하였으나 바람이 세게 불어 남쪽 당락리마을 앞에 있는 작은 방파제에서 낚싯대를 폈다. 부인들은 집에서 쉬고 남편들만 출조하려고 했으나 최상기씨 부인 박영미씨와 김준호씨의 부인 박미화씨도 낚시를 하겠다며 따라나섰다. 이 두 사람은 낚시광 남편들을 따라 다녀 낚시의 손맛을 알고 있었다.
영락리 방파제는 테트라포드가 없어 위험하지 않았는데 외항 쪽은 발판이 불편했다. 남편들은 외항에 서서 감성돔과 볼락을 노렸고, 나와 김준호씨는 내항에서 잡어를 낚는 여성들의 도우미 노릇을 자청했다. 민장대에 카드채비를 달아 손에 쥐어주고, 밑밥까지 뿌려주자 밑밥 냄새를 맡은 고등어와 전갱이가 모여들었고 곧 카드채비에 걸려들기 시작했다. 빗방울까지 떨어지는 악조건 속에서 두 여조사는 두세 마리씩 걸려든 고등어와 전갱이 손맛에 추운 줄 모르고 낚시를 즐겼다. 이따금씩 가래떡 굵기의 학공치까지 올라왔다. 해초 주변을 노리던 김춘삼씨가 제법 굵은 우럭을 낚았다. 그래서 다 같이 발밑을 노렸는데, 이때부터 우럭이 연이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해초 밑에 몰려 있었던 것이다. 민박집으로 철수하자 이병관씨와 김춘삼씨가 칼을 들고 회를 썰기 시작했다. 김준호는 마당에서 바비큐용 불을 지폈다. 불을 중심으로 뺑 둘러 앉아 우럭, 전갱이, 학공치 회와 돼지고기를 안주삼아 소주잔을 들고 원샷을 외쳤다.

 

1 ‌‌“관광 와서 감성돔 손맛까지 봤네요” 최상기, 이철호, 이병관씨(좌측부터)가 노적섬에서의 조과를 들고. 2 ‌‌최상기, 박영미 부부가 단풍길을 걷고 있다. 3 ‌‌차도선이 청산도 도청리항에 닿고 있다. 4 ‌‌김춘삼씨 부부가 카메라 모형 앞에서 촬영 놀이를 하고 있다. 5 ‌‌박영미씨가 낚은 대형 학공치. 6 ‌‌민박집에서 바비큐 파티 중 기념촬영.

 

노적섬에서 감성돔 손맛으로 마무리
다음날 아침, 바람은 좀 잦아들었다. 나와 이철호, 최상기, 이병관씨 4명은 갯바위에서 감성돔낚시를 하기로 하였고, 김준호, 김춘삼씨는 부인들과 함께 도청리항 주변 관광을 하기로 하였다. 이병관씨가 지난겨울 선외기를 타고 갯바위낚시를 한 적이 있다며 선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선장과 연결이 되었고 신흥리 선착장으로 오면 실어다 주겠다고 했다. “원래 갯바위는 실어다 주지 않는데 아는 분의 부탁이라 오늘은 특별히 모셔다 드린다”고 말했다. 정원 6명짜리 스마일호는 우리를 노적섬으로 데려다 주었다. 이병관씨가 작년에 이 배를 타고 재미를 본 곳이 노적섬이라고 했다.
10분 만에 도착한 노적섬에 내려 각자 자리를 잡고 감성돔을 노렸다. 최상기씨의 찌낚시 채비에 쏨뱅이가 몇 마리 걸려들었고, 이철호씨 채비에는 신발짝만 한 볼락이 낚였다. 만조가 될 때까지 한 시간 동안 잡어만 낚다가 초썰물로 돌아서자 이병관씨가 35cm급 감성돔을 낚았다. 이어서 나에게도 어신이 왔다. 이번에는 손맛이 심상치 않았다. 예상대로 40cm가 넘는 튼실한 감성돔이 올라왔고, 재차 던진 낚싯대에 다시 38cm 감성돔이 낚였다. 3마리를 낚고 나니 아쉽게도 철수시각이 되어 낚싯대를 접어야 했다. 1시 배를 타기 위해서는 11시경에는 나와야만 했다.
도청리로 돌아오니 일행들이 이미 민박집에서 짐을 싸서 도청리 여객선터미널 앞으로 나와 있었다. 우리는 터미널 옆에 있는 해산물센터에서 전복과 멍게 등 해산물을 시켜 먹고 차도선에 올랐다. 1박2일의 빡빡한 일정 속에 날씨도 좋지 않았지만 많은 추억을 가슴에 담고 돌아왔다.   
청산도 섬낚시 011-676-0606

 


 

청산도 슬로길 총 11코스

 

청산도 슬로길은 총 길이 100리(42.195km)로 모두 11코스 17길로 이루어져 있다. 주민들의 마을 간 이동로로 이용되던 길인데 지금은 관광객들의 산책로가 되었다. 청산도에서는 2009년 4월 19일 제1회 슬로시티 기념행사를 시작으로 매년 4월에 슬로걷기대회를 열고 있으며, 고유음식, 문화유산을 전시하고 갖가지 다채로운 행사를 하고 있다. 이곳을 찾게 되면 청산도 슬로길이 주는 느림의 리듬에 몸을 맡기고 유유자적 발걸음을 내딛으며 아름다운 청산도의 경치를 만끽하시길. 청산도 슬로길은 순환버스가 하루 10회 운행하고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용문의 061-552-1999

 

▲일행들이 화랑포 슬로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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