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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피싱 - 러시아 볼가강 하류 범람원에서 월척붕어 떼를 만나다
2009년 11월 2533 1189

 

 

월드피싱 러시아

 

 

볼가강 하류 범람원에서 월척붕어 떼를 만나다

 

 

모스크바에서 1,300km 떨어진 아스트라한

 

4짜 붕어 찾아 나선 7박8일의 대여정

 

 

신철 루스코교역 대표

 

 

▲아스트라한의 샛수로에서 월척과 4짜 붕어를 만난 일행들. 왼쪽부터 블라디미르한, 필자, 김기운씨다.

 

                                                                                         ▲블라디미르한의 매제인 이고르씨 부부가 낚시터로 점심을

                                                                                         준비해와 식사를 즐기고 있다.

                                                                                         한국식 반찬과 비슷해 보이지만 입맛에는 전혀 맞지 않았다.

 

3년 전 사업차 이곳 모스크바에 왔을 때 나는 호수에서 러시아 낚시인들을 보고 정말 반가웠다. 그들은 어떤 물고기를 낚고 있을까? 살림망을 살짝 들여다본 순간 난 소스라치게 놀랐다. 한국의 토종붕어와 똑같은 고기가 담겨 있는 게 아닌가! 붕어는 거의 월척에 육박했는데 러시아 낚시인들은 붕어보다 잉어를 더 좋아했다.
죽어야 고칠 수 있는 병이 낚시라고 했던가? 한국에 있을 때 낚시점까지 운영했던 나로서는 잠시 잊고 지냈던 낚시병이 다시 도졌다. 한국에 연락해 민물낚시 장비와 떡밥을 공수하고 동네 근처부터 300~500km 떨어진 호수까지 섭렵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속담에 “낚시인들은 10km 밖에서도 서로를 알아본다”는 말이 있는데, 우연히 낚시터에서 모스크바에서 사업으로 성공하신 김기운 사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또 러시아 동포 블라디미르한, 바레락박 등도 알게 되었다(한국에서는 이들을 고려인 또는 까레이스키라고 부르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재러교포라고 부르는 게 옳을 듯하다). 블라디미르한과 바레라박은 나에게 한국식 붕어 찌낚시를 배운 뒤로 그 묘미에 푹 빠져들고 말았다.

 

러시아에서 만난 한국 낚시인들

 

이러구러 동호회를 구성한 우리는 러시아의 낚시 메카로 불리는 아스트라한으로 원정낚시를 가보기로 했다. 그곳에는 40cm가 넘는 붕어가 곧잘 낚인다는 소문이 있었다.
블라디미르 한은 낚시 외에도 아스트라한에 가는 길의 볼가그라드에 있는 본가에서 노부모와 누이들을 만날 기쁨에 들떠 있었다. 발레라 박은 우리보다 이틀 뒤에 출발하기로 했다.
여기서 잠깐 낚시춘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러시아의 광활한 영토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러시아는 총면적이 남한 면적의 약226배에 달한다. 그리고 아스트라한은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약 1300km 떨어진 볼가강 하류, 카스피해와 접해 있는 곳이다. 그곳까지 차로 가는데 무려 18시간이 걸린다.
볼가강은 유럽 최대의 강으로 총 길이가 3,531km나 되며 매년 4~6월이면 러시아 산지에서 한꺼번에 녹은 눈으로 아스트라한 지역은 홍수가 일어나고, 7월에 그 물이 카스피해로 흘러 들면 주위는 자연이 만든 수 천 개의 호수로 돌변하는 것이다. 그 호수들에 각종 고기들이 몰려들면서 최고의 낚시터로 변신하는데 러시아 낚시인들도 아스트라한에 가보는 걸 꿈처럼 여길 정도다.
9월 3일부터 7박8일의 일정으로 아스트라한으로 출발했다. 자동차에 필요한 식료품과 장비를 실으니 이삿짐이다. 가도 가도 끝없는 벌판과 숲의 연속, 정말 이 나라의 광활한 영토가 부러웠다.

 

▲배에 차를 싣고 강을 건너기 위해 일찌감치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러시아 최고의 낚시터, 아스트라한으로!

 

교대로 운전하며 새벽이 다 되어서야 우리는 블라다미르한의 본가에 도착했다. 한의 노부모님과 형제들이 우리를 살갑게 맞이해주신다. 그들이 권한 보드카가 과해 잠이 들었는데 가장 연장자인 김기운 사장님이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직 300km가 남았다며 출발을 독려했다.
드디어 아스트라한에 있는 낚시펜션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경. 펜션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시설이 좋고 편리했다. 미끼로 쓸 지렁이를 산 뒤 점심을 대충 챙겨먹고 낚시터로 향했다. 이곳에서 호황을 누리려면 물이 찼다가 빠진 호수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수 천 개의 호수와 수로가 산재한 이곳에서 명당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마침내 그럴싸한 호수를 찾았는데 한 러시아인이 나가와 자기가 어업허가를 낸 호수라 낚시를 하면 안 된다며 서류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이 많은 호수 중에서 하필이면 어업허가를 낸 곳을 찍다니…. 하는 수 없이 우리는 주위의 다른 호수로 향했다. 역시 갈대밭이 잘 조성돼 있고 수심 또한 적당한 곳을 찾아 낚싯대를 펼쳤다.
3호 원줄, 2호 목줄, 감성돔 3호 바늘. 미끼는 한국에서 가져온 신장 떡밥, 삶은 콩, 지렁이, 옥수수(러시아 사람들의 주 미끼)를 사용했다. 김기운 사장님은 러시아 낚시꾼들의 떡밥을 비장의 무기로 준비했다. 해바라기씨 껍질을 간 것과 감자를 함께 섞어 만든 것인데 러시아의 양어장에서 특효미끼라고 한다.
채비를 넣자마자 입질을 하는데 찌올림이 이상하다. 챔질하니 눈불개. 한국의 눈불개와 똑같이 생겼다. 그리고는 러시아 피라미. 채비가 들어가기 무섭게 눈불개와 피라미 입질뿐이다. 김기운 사장님의 제안으로 숙소에서 가까운 호수로 옮겼다. 그런데 또 채비가 들어가기 무섭게 입질을 한다. 여기서는 레쉬(러시아에서 흔하 민물고기)까지 합세해 덤볐다. 정말 고기가 많았지만 우리가 노리는 붕어, 잉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다음 날인 9월 5일 우리는 또 다른 호수로 향했다. 이곳도 온통 갈대밭이라 낚시하기가 쉽지 않았다. 갈대를 제거해 겨우 세 사람이 낚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낚시를 했는데 어제보다 더 많은 눈불개가 덤빈다. 세 사람 살림망이 눈불개로 가득 찼다. 결국 이날도 김기운 사장께서 준비한 닭백숙을 보드카와 함께 러시아 들판에서 즐긴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6일, 우리는 볼가강으로 나갔다. 많은 러시아인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슈카(한국의 쏘가리와 유사하게 생겼다), 수닥(농어와 유사하게 생겼다), 오쿤(배스와 유사하게 생겼다)들이 주로 낚였는데 러시아에서는 모두 인기 있는 대상어다. 블라디미르한과 필자는 보트를 임대하여 슈카낚시를 하기로 했다. 모터보트를 타고 연안으로 캐스팅해 슈카와 오쿤을 여러 마리 낚을 수 있었다.

 

이고르씨 “포인트가 틀렸소! 강을 건너오시오”

 

숙소로 철수해 내일의 일정을 논의하는데 블라디미르한의 매제인 이고르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고르씨 말에 의하면 지금 우리가 있는 지역은 올 봄에 범람한 곳이 적어 붕어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강을 건너 자신이 있는 지역으로 오라고 했다. 차로 돌아갈 경우 200km나 되니 강을 건널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는 차를 배에 싣고 강을 건넜다.
9월 7일 새벽 일찍 강을 건넜다. 그런데 강을 건너서도 차로 2시간을 더 달려야 하고 강도 두 번 더 건너야 했다. 붕어 한 마리 잡으려다 온 러시아를 다 헤집고 다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이 넓은 땅이 봄이면 모두 물로 가득 차 있다가 빠진다고 하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이정표 하나 없는 허허벌판에서 전화통화에 의지한 채 방향을 잡아가며 겨우 목적지에 도달했다. 곧바로 낚시터로 갔는데 릴대를 던져둔 러시아 낚시인들이 꽤 있었다. 마침내 그들의 살림망에서 월척급 붕어와 잉어들을 보는 순간 우리는 쾌재를 불렀다. 이제 민대로 붕어를 낚을 포인트만 찾으면 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리는 일단 호숫가에 짐을 풀고 준비해간 삼겹살과 보드카로 식사를 하고 낚시를 펴기로 했다. 그런데 나는 이 호수로 오던 중 본 작은 수로가 자꾸 눈에 밟혔다. 식사 후 일행들을 남겨두고 나 혼자서 그 수로에 가보기로 했다. 차로 10분 정도면 갈 수 있다고 생각한 수로는 한 시간이 지나도 보이지 않고 나는 결국 사막의 미아가 되어버렸다. 길을 잃고 헤매다가 처음 본 것과 비슷한 수로를 하나 발견했다. 길을 잃은 것은 생각지도 않고 차를 세우고 수심을 재보았다. 50cm로 너무 얕다. 하지만 주위를 살펴보니 큰 강에 딸린 수로인데다 중간에 갈대밭이 있어 지난 봄 물이 들어왔다가 빠졌다면 따라들어온 붕어들이 저 갈대밭이 장애가 되어 쉽게 빠져 나가질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옥수수와 지렁이를 짝밥으로 달아 던졌더니 예신에 이어 전형적인 붕어의 찌올림이 나타난다. 챔질하고 꺼내보니 9치쯤 되는 붕어다! 기쁜 마음에 김 사장님과 블라디미르한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나 여기가 도대체 어딘지 설명할 길이 없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두 사람이 있는 곳에 가니 그들도 8~9치 붕어를 여러 마리 잡아놓고 있었다. 이고르씨 부부가 준비해 온 러시아식 식사를 하고 우리는 이고르씨의 권유로 다른 호수로 자리를 옮겨 밤낚시를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동한 그 호수에서는 이상하리만큼 작은 입질조차 없었다. 불길하다. 상의 끝에 어둡기 전에 낮에 내가 길을 잃고 헤매다 발견한 그 수로로 가기로 했다.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한 허허벌판에서 몇 차례 헤매다가 다행히 그 수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로에서 거둔 조과를 정리하고 있다.  아스트라한에서는       ▲샛수로에서 한국식 붕어낚시를 즐기고 있는 김기운씨.

7치 이하의 붕어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국의 여느 수로와 다를 게 없이 생겼다.   

                                

벌판 헤매다 찾은 수로에서 40cm, 45cm 붕어

 

늦은 저녁으로 라면을 끓여먹고 낚시를 시작하였지만 모두 얕은 수심에 맞는 찌가 없어 김기운 사장님은 찌톱을 자르고 나는 중층찌와 수초찌로 채비를 하였다. 지렁이는 거의 바닥이 나고 그나마 썩기 직전이다. 그러나 채비를 넣자마자 시원한 입질이 들어온다. 잡아내보니 ‘린’이라는 고기다. 러시아인들이 금(金)고기라고 부르는 인기 높은 물고기다.
그리고는 채비를 넣기 무섭게 붕어들의 입질이 시작되었다. 수심이 얕아서 찌를 끌고 가기도 했지만 대부분 곧게 밀어 올렸다. 떡밥을 사용해도 녀석들은 지렁이만 먹는다. 한국에서는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썩은 지렁이에 월척붕어들이 줄줄이 올라온다. 밤 12시가 넘도록 소나기 입질이 들어왔지만 지렁이도 다 떨어지고 이미 밤기온은 4도까지 내려앉아서 필자도 잠을 청했다.
눈을 떠보니 이미 두 사람은 일어나 낚시를 하고 있다. 역시나 썩은 지렁이에도 붕어가 줄기차게 문다. 그때 김기운 사장님의 외침, “신 사장, 40cm가 넘는다!” 이어서 블라디미르한도 용을 쓰더니 45cm 붕어를 끌어올렸다. 실로 엄청난 붕어다. 나도 사진으로만 보았지 직접 보기는 처음이다. 한은 “지렁이가 다 떨어져 떡밥을 달았는데 떡밥에 입질했다”고 한다.
오전 10시에 입질은 뚝 끊겼다. 우연히 발견한 수로에서 하룻밤 낚시에 월척 10여 마리, 4짜 2마리를 낚은 것이다. 우리는 지렁이를 준비하여 다시 출조하기로 하고 다시 두 개의 강을 건너 펜션으로 돌아왔다.
9일 아침, 나는 몸에서 열이 나고 몸살기가 있음을 알았다. 1300km의 대장정과 엿새간의 낚시로 몸에 무리가 온 것 같았다. 나는 숙소에서 쉴 테니 다시 수로에 다녀오라고 했지만 김기운 사장님은 “40cm가 넘는 붕어를 두 마리나 잡았으니 목표 달성은 하였다”며 “오늘부터 철수하는 날까지는 가까운 곳으로 출조하자”고 하신다.
결국 우리는 가까운 호수를 찾아 러시아 낚시인들과 어울려 낚시를 했는데, 그곳에서 한국식 낚시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러시아 낚시인들은 던질낚시 또는 투박한 반유동 띄울낚시로 붕어나 잉어를 낚는데 미끼로는 주로 빵이나 옥수수를 사용한다. 우리는 섬세한 한국식 붕어채비에 떡밥으로 5~7치 붕어와 30cm급 잉어를 셀 수 없을 만큼 낚았다. 러시아인들의 입이 딱 벌어졌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우리 일행은 일주일간의 낚시를 마치고 9월 11일 아침 모스크바로 향했다. 다시 1300km를 달려야 하는 대장정이다. 그동안 잡은 고기들을 염장하여 말린 것이 30~40kg, 붕어와 잉어도 40~50kg은 되는 것 같다. 머나먼 러시아에서 한국에서 즐겨 낚던 붕어를 원 없이 낚은 만족감과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내년 봄 눈이 녹을 때를 기약하며 아스트라한 원정낚시를 마감하였다.

 

▲ "한국에서도 못 낚은 4짜를 러시아에서 낚았습니다."                ▲수로에서 낚은 다양한 고기들.

장장 1300km의 원정 끝에 45cm 붕어를 낚은 김기운씨가              황금색 물고기가 러시아 낚시인들이 좋아하는 린이다.

기쁜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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