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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괴어 찾아 오지 대탐험(1) 파푸아뉴기니(上) - 플라이강 정글에 도사린 괴물
2010년 03월 3862 1194

 

 

본지 특약 연재

 

지구촌 괴어 찾아 오지 대탐험(1) _ 파푸아뉴기니(上)

 

 

 

플라이강 정글에 도사린 괴물

 

 

 

타케이시 노리타카(武石 憲貴)    

 


 

▲파푸아뉴기니의 뜨거운 습지에서 낚아올린 골든 바라만디.


 

▲파푸안배스의 입에는 송곳니가 돋아 루어에 구멍을 뚫을 정도다.

 

일본의 오지낚시 탐험가 타케이시 노리타카씨의 조행기를 이달부터 연재한다. 타케이시씨는 인도, 호주, 말레이시아 등 열대의 오지를 여행하며 상상을 초월하는 거어들을 낚아오고 있다. 이 글은 그가 파푸아뉴기니에서 파푸안배스와 바라만디를 상대로 벌인 모험담이다.

일본에서 남으로 약 5000km, 남태평양에 떠 있는 파푸아뉴기니는 국토의 대부분이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열대우림으로 덮여 있다. 지금도 원시의 자연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지상 최후의 비경이라 일컬어지는 나라다. 특히 서부지역의 웨스턴주(州)에는 파푸아뉴기니 최대의 강인 플라이강(River Fly)이 열대우림을 가로지르며 구불구불 흐른다. 이 강에 잠자는 용맹한 파푸안배스와 바라만디를 노려 나는 눈으로 덮인 한겨울의 아키타(秋田)를 떠났다. 
일본 나리타(成田) 발, 파푸아뉴기니의 수도 포트모레스비까지는 뉴기니항공의 직행 편으로 6시간 반 가량. 비행기 속은 단체여행객이라고 생각되는 노년과 젊은 여성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그때 나는 벨트 착용을 재촉하러 온 스튜어디스의 엄청난 모습에 그만 경악했다. 우리들이 생각하는 스튜어디스 이미지와는 너무도 크게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폭탄을 맞은 듯 헝클어진 머리 하며, 중년 나이가 무색하리만치 엄청 부풀어 오른 허리 살집이 좌석 통로에 끼어 낑낑대는 형상이었다.
‘파푸아뉴기니라는 나라, 도대체 어떤 나라일까?’ 불안감이 높아갔다.

 

▲타고 온 20인승 프로펠러기. 바로 현지민들에게 둘러싸였다.   ▲도착한 곳의 공항사무실은 창고로 보이는 수준이었다.


 

위험한 향기를 풍기는 수도 포트모레스비


새벽녘에 도착한 잭슨국제공항은 왠지 모를 위험한 향기가 솔솔 피어오르고 있었다. 불안스런 택시를 타고 도착한 게스트하우스에서부터 바가지요금을 지불했고, 억지로 끌려 다닌 현지인에게 부탁하지도 않은 가이드 요금까지 털리고 나니 그만 정나미가 떨어졌다. 파푸아뉴기니의 수도 포트모레스비에서 이틀을 보내며 알게 된 것은 물가가 너무 비싸고 그다지 구경할 곳이 없다는 것, 더욱이 바가지요금 사례가 많아서 더 이상 머물러 얻을 메리트는 없다는 결론이었다. 결국 파푸아뉴기니에 온지 3일째 아침, 국내선 소형 프로펠러기를 타고 지루한 포트모레스비를 떠났다.
목적지는 파푸아뉴기니 서부지역의 관문인 웨스턴주의 중심지인 다루(Daru). 바다 위를 날기 시작한 지 1시간 30분이 지나, 착륙 직전의 다루시내를 내려다보고는 깜짝 놀랐다. 지도상으로 볼 때는 주변에서 가장 큰 도시였지만 눈 아래 펼쳐진 것은 바다에 둘러싸인 조그만 섬, 그 밀림 속에 집이 하나둘 있을 뿐인 한촌이었다.
이런 시골에서 어떻게 낚시가 가능할 것인가 걱정이었지만, 세계 어디를 가도 낚시꾼은 있기 마련, 뜻밖의 현지인에게 초대되어 나는 플라이강으로 향할 수 있었다. 바로 다음날, 나는 마을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다루를 뒤로 했다.

 

▲파푸아뉴기니 사람들의 헤어스타일은 대부분 펑키스타일.       ▲다루의 주민들과 어린이들.

 

▲물의 나라의 교통수단은 소박한 카누.                                   ▲점심용으로 잡은 작은 크로커다일.

 

듬직한 악어 사냥꾼들에게 이끌려

 

프로펠러기는 20명만 타면 만석이 될 듯한 소형으로, 구름 속을 흔들흔들 불안정하게 춤을 추었다. 옆에 앉은 곱슬머리 젊은 여성은 두꺼운 콧수염이 듬성듬성 돋아 창을 들고 있어도 어색함이 없을 것 같은 풍모다. 플라이강 유역에 점점이 자리한 작은 마을들을 간이역 거치듯 들러서 가는 프로펠러기. 하나둘 오르는 승객들은 갈수록 야성미를 더한다.
가끔 구름 사이로 대지가 얼굴을 내민다. 완전하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간격 없이 들어찬 열대우림에 밀크커피 색깔의 플라이강이 구불구불 흐른다. 저 속에 어떤 괴어가 도사리고 있을까? 상상한 해도 폭발할 것 같은 기대감으로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1시간 정도 지나자 대지는 밀림에서 넘쳐난 물이 창조해낸 광대한 습원(濕原)으로 모습이 바뀐다. 드디어 비행기가 서서히 고도를 낮추면서 광대한 습원에 떠있는 조그만 섬으로 내려선다.
‘이곳이 비행장? 그저 풀밭 아닌가!’
그곳은 비행장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조악한, 그저 풀밭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초원에 불쑥 서 있는 공항 오피스는 얼기설기 판자를 덧댄 구조물로, 작은 창고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프로펠러기에서 내려 대지에 발을 디디니 섬 주민인 듯한 사람들이 주위를 에워쌌다. 작은 마을에서는 주 1회의 프로펠러기 도착이 큰 이벤트인 것이다. 마을사람들이 총출동해 프로펠러기를 에워싸더니 흥미진진한 모습으로 방문객들을 주시했다. 특히 일본인인 나에게 호기심 어린 눈길이 쏠리는 듯했다.
주위는 우기(雨期)의 플라이강에서 넘친 물이 대지를 삼켜 대습원을 이룬 형상이었다. 사람들의 교통수단은 엔진이 달린 보트나 통나무를 둘러 감은 카누뿐으로, 습지대에 퍼져 있는 수로가 도로 역할을 하고 있어 마치 물의 나라였다. 마을에는 물론 숙박시설 같은 건 없고 그저 민가에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비행장이 있는 섬에서 1시간 정도 거리의 작은 섬으로 카누로 건너갔고 마을 주민 집에서 식객생활을 시작했다.
마시는 물은 흐릿한 빗물. 식사는 밥에 인스턴트 라면을 붓고 정글에서 잡은 사슴이나 왈라비의 고기가 곁들여졌다. 전통적인 요리에 문명의 향기가 아주 조금 믹스된, 그저 그런 요리지만 생각지도 않게 ‘오!’ 하고 목소리가 드높여질 정도로 맛이 좋았다. 나는 거리낌 없이 풍요로운 섬 생활을 만끽했다.
그러나 식객생활을 시작한 지 이틀째, 해프닝이 발생했다. 새카만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던 중이었다. 벽을 기어 다니는 거대한 바퀴벌레를 쳐다보며 대변을 보다가 슬쩍 라이트를 비춰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우왓! 변이 왜 이렇게 하얗고 끈적끈적해?”
나 자신이 배출한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이건 아주 위험한 상태구나. 혹시 콜- 레- 라-…?’ 배가 아프지도 않고 컨디션에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확실히 이전에 본 여행책자에 ‘콜레라는 경구감염. 발병하면 쌀뜨물 같은 흰 변을 보게 됨’이라고 적힌 구절이 떠올랐다.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될 정도로 절망적인 기분이 되어 침상에 들었다.
그러나 그 후, 다시 흰 변을 보는 일 없이 무사하게 식객생활을 이어갔다. 그 흰색 변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한동안 의문에 휩싸였지만 어찌됐건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수일간 그 섬에서 푹 지낸 후, 마을의 악어 사냥꾼들과 함께 플라이강의 오지를 향하게 되었다. 약 1주일에 걸쳐 야영을 하며 배의 연료가 동날 때까지 괴어를 찾아가는 여행이었다. 악어 사냥꾼들이 준비한 카누에는 뒤에 엔진이 달려 있어서 이것으로 약 200km의 이동을 한다고 한다.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지만 사냥꾼들의 조종은 전혀 주저함 없이 하루 내내 플라이강 지류를 거슬러 올랐다.
어렵사리 해질 무렵에 작은 호수에 도착했다. 잘라낸 대나무를 기둥으로 물가에 비닐 지붕을 쳤다. 일행들은 거기에 모기장을 치고 잠자리를 만들었다. 일몰 찰나에 무려 3m나 되는 크로커다일이 자색으로 물든 호수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 크로커다일에게 루어를 던져보고 싶었지만 악어 사냥꾼들이 제지했다. 결국 그날은 거의 낚싯대를 휘두르지 못하고 하루가 끝나버렸다.
다음날, 산적이 사용할 것 같은 대형 칼을 휘둘러 정글에 길을 뚫으며 어두컴컴한 수로를 거슬러 올라 오후 3시가 지나서야 플라이강의 본류로 빠져나왔다. 강폭이 500m는 될까? 강변은 울창한 초목에 휩싸였고 곳곳에 야자나무가 수면 위로 그림자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대물이 숨어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너무도 수면이 넓어 물고기가 있는 포인트를 좁혀보기가 어려웠다. 악어 사냥꾼들이 말하기를, 플라이강에는 몇 개의 작은 하천이 흘러드는데 그 합류 지점에 물고기가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30분 정도 더 카누를 상류로 몰아 넓은 습원에 작은 강이 흘러드는 포인트로 들어갔다. 플라이강 본류의 밀크커피 색 물빛에 옅은 블랙커피 색의 지류가 흘러드는데, 그 두 가지 색이 서로 섞여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작은 강의 하구엔 수초가 빽빽이 군생하고 있는 여건. 이런 장소에서 물고기가 나오지 않는다면 나는 이 강을 포기하고 말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한 포인트였다.
소형 미노우를 수초 사이에 던져 넣은 후, 작은 강의 물흐름에 격하게 액션을 가해 가로지르자니 돌연 ‘덜컹!’하는 저항이 전달되었다. 강한 충격에 깜짝 놀라는 순간, 물고기는 사정없이 강바닥으로 처박고 들었다. 플라이강에서의 첫 대결! 서둘러 수초에 감기지 않도록 낚싯대를 세워 응전했다. 1분 정도 싸웠을까?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검은 그림자의 정체는 파푸안배스! 놈은 뉴기니섬에서 동남아시아 남부의 섬들에 걸쳐 열대우림을 흐르는 하천의 기수역에서부터 담수역에 걸쳐 서식하는 괴어다. 최대 20kg에 이르는 용맹한 육식어(肉食魚)로, 언젠가 이 물고기를 내 손에 넣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드디어 그 동경의 대상을 대면한 것이다. 그 파푸안배스는 비록 57cm 길이에 불과한 소형이었지만, 담수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강렬한 손맛이었다.
계속해서 두 번째 작은 지류의 합수머리로 이동했을 때였다. 처음 지류에 비해 물 흐름이 꽤 세차고 기세 좋게 본류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깊게 잠수해 확실하게 수류를 받아 움직이는 타입의 미노우 루어로 교체한 후 하구 기슭에 대고 아슬아슬하게 떨어뜨렸다. 물 흐름을 분단시키려는 의도로 강하게 감아 들이자 ‘왈칵!’하는 충격이 손에 전해졌다. 역시나 파푸안배스는 단번에 본류를 향해 질주해 카누에 걸터앉아 있던 내가 몸이 끌려 나갈 정도였다. 후다닥 자세를 바로잡고선 힘껏 버티는데 지류의 흐름을 탄 파푸안배스는 좀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수면에 떴다고 생각하면 놈은 다시 강바닥으로 질주를 반복한다. 그러나 이놈도 지쳤는지 드디어 얌전해졌다. 무사히 보트에 올려진 놈은 딱 70cm 길이의 제법 큰 파푸안배스. “푸다닥! 푸다닥!” 뱃전을 깨뜨릴 듯 몸부림을 치는데, 보기만 해도 무섭기 짝이 없다.
야수와 같은 이빨, 근육으로 다져진 강건한 몸체엔 예리한 칼과 같은 비늘이 뒤덮여 마치 감성돔이 요괴화한 것 같은 모습이랄까? 이 종의 최대 크기는 100cm를 넘는다고 한다. ‘앞으로 30cm 더 성장하면 대체 얼마나 굉장할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만 무서워져서 상상을 중단하기로 했다.

 

정글 속에 잠자던 황금빛 바라만디를 홀리다


다음날, 우리는 더 지류권 상류로 거슬러 오르고 있었다. 악어 사냥꾼에 의하면 자기 친척들만 아는 비밀의 장소가 있는데 그곳이 크로커다일의 보고이자 ‘사라토가’라는 물고기도 많이 서식한다고 했다. 도중 급류에 쓰러진 나무들이 겹쳐 있어 자꾸만 진로를 막았다. 카누를 밀고 또 밀어 한참을 거슬러 올랐을 무렵, 다소 개방된 장소가 나타나자 악어 사냥꾼이 “드디어 도착했구나!”라고 외쳤다.
도착한 곳은 여러 수생식물에 뒤덮인 넓은 습지. 풍부한 밀림이 토해낸 블랙워터에 푸른 하늘이 비치고 강변에 군생하는 수생식물의 선명한 녹색과 대조되어 가히 절경이라 표현할 만했다. 곧 악어 사냥을 위한 오두막이 늘어선 강변에 올랐다. 나는 짐을 내리자마자 서둘러 낚시를 시작했다.
수면 바로 밑에서 헤엄치는 미노우로 갈대 사이사이를 공략하자 갑자기 거대한 그림자가 수초에서 뛰쳐나와 측면의 루어를 덮쳤다. 낚싯대가 사정없이 옆으로 끌렸다. “우악!” 나도 모르게 비명을 내질렀다. 물고기의 저항은 민첩하고도 둔중한 힘이 실려 있었다. ‘사라토가? 아니면 파푸안배스?’ 파문을 일으킬 뿐,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놈의 그림자가 수초 속으로 돌진함으로써 또 한 번 간담을 서늘케 했다.
악어 사냥꾼이 재치 있게 카누를 중앙으로 몰았고, 나는 넓어진 수초 공간 안으로 놈을 강제로 끌어들였다. 그러자 “첨벙!”하는 소리와 함께 수면을 뚫고 공중에서 춤을 추는 물고기! 눈 깜박할 순간이었지만 분명 황금색의 어체였다. 사라토가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루엣에 빵빵함이 있었다. ‘바라만디?’ 그것도 아주 굿 사이즈라고 생각되었다.
수초 군락으로부터 제법 떨어져 별다른 장애 요소가 없었다. 시간적 여유를 가지며 조심조심 싸웠다. 카누와의 거리를 5m 정도로 좁혔다 싶으면 다시 3m를 차고 나가는 공방이 계속되던 중, 드디어 어마어마한 그림자가 카누 옆으로 떠올랐다. 랜딩그립을 놈의 입 안에 집어넣고선 재빨리 들어올렸다. 꾸물럭 꾸물럭, 손 안에서 몸을 떠는 물고기를 보며 나는 경탄의 소리를 질렀다. “우~와!”
90cm는 되는 것 같다. 그런데 확실히 몸은 바라만디인데 체색이 완전히 달랐다. 전신이 매혹적인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는 것이다. 바라만디는 은린(銀鱗)의 물고기로 유명한데, 이 바라만디는 분명 황금 아닌가! 나는 아름답게 빛나는 비늘에 홀려 녀석의 이름을 ‘골든 바라만디’라고 명명했다.
회심의 미소와 함께 녀석을 물속으로 되돌려 보낸 뒤 기슭으로 나와 쓰러진 나무에 걸터앉아 담배를 꺼내 피웠다.

 

▲원시어의 특징을 보이는 진귀한 사라토가.

 

점심 메뉴는 악어구이


한동안 긴장했던 몸과 마음을 풀고서 깊숙이 빨아들인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던 나는 “으악!”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발 앞의 나무 위를 전갈이 기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악어 사냥꾼에 의하면 주변에서는 그리 드물지도 않단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나는 맨발로 돌아다니고 있었구나. 이렇게 무모하게 굴다간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날 밤도 불안 불안한 마음에 깊이 잠들지 못했다.
다음날, 일찌감치 눈을 떴다. 오두막에서 기어 나오니 악어 사냥꾼들이 밤새 크로커다일을 좇아다닌 듯 졸린 얼굴로 수확물을 보여주었다. 60cm 정도의 귀여운 새끼 크로커다일이었는데 ‘오늘의 점심용’이라고 했다.
섬뜩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묵묵히 강가로 내려가 낚시를 시작했다. 아직 태양으로 달궈지지 않은 물은 시원하게 피부에 스며들어 기분 상쾌한 아침이었다. 강물로 샤워를 하는데 강바닥에서 가끔씩 거품이 보글보글 솟아올랐다. 물은 맑지만 강바닥은 새카만 어두움이다. ‘혹시 크로커다일이…?’ 기분이 야릇해져 장소를 옮겼지만 계속 신경이 쓰여 낚시에 집중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 영화 「죠스」의 테마곡이 흐르면서 겁에 질린 마음으로 루어를 계속 던지고 있는데 수초 옆에 떨어진 루어를 무엇인가가 물었다. 순간적으로 챔질을 하니 몇 번이고 놈이 수면을 가르며 도약했다. ‘오오! 사라토가다!’
흥분한 나머지 강변으로 다가가 단숨에 뭍으로 뽑아 올렸다. 펄떡펄떡, 지면을 두들기며 몸부림치는 놈은 70cm를 넘는 훌륭한 크기. 크게 찢어진 입에 둥글고 큰 눈, 옅게 검은 비늘이 오렌지색으로 둘러진 아주 아름다운 물고기였다. 나는 원시어(原始魚) 특유의 조형물과 같은 풍모에 취해버렸다.
이후부터 나는 주위의 상황에 아랑곳없이 오로지 낚시에 몰두했다. 크로커다일 같은 건 머릿속에서 까마득히 지워져 낚싯대를 휘두르는 어깨에 온통 신명이 올랐다. 그렇게 한 시간여 정신없이 휘둘렀을까? ‘투둑’ 하는 감촉을 느끼는 순간, 낚싯대가 휘어지면서 나도 몰래 몸이 하류로 끌려 나갔다. ‘크, 크다!’ 놈의 질주가 멈출 틈을 보이지 않았고 나는 물고기를 따라 수면을 가르며 하류로 내려갔다. 15m 정도 끌려 내려가니 빽빽한 수생식물로 길이 막혀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게 되었다. 초조함에 가슴을 졸이던 그때, 운 좋게 고기가 반전을 했다. 그런데 궁지에 몰린 쥐처럼, 놈이 거꾸로 덤벼들 기세로 나를 향해 돌진해왔다. 죽을힘을 다해 미친 듯이 릴링을 하며 라인의 텐션을 계속 유지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고기가 바로 앞의 수초더미 속으로 파고들고 말았다. ‘아뿔싸! 낚싯줄이 걸렸다….’ 절망적인 초조함이 덮쳤다.
그러나 낚싯줄을 계속 당기자 고기가 돌연 수초 속에서 엄청난 기세로 뛰쳐나왔다. 이게 웬 떡이냐? 저절로 얕은 곳으로 다가온 놈을 살금살금 유도해 땅 위로 미끄럼을 태우니 녀석도 지쳤는지 가쁜 숨을 몰아쉰다. 드디어 어제보다 한층 더 큰 파푸안배스를 양손으로 감싸 안았다. 거대한 머리로부터 묵묵히 이어진 등짝에 불룩하게 솟은 근육하며, 날카로운 칼날처럼 쭉쭉 뻗은 등지느러미가 용맹스럽기 짝이 없었다. ‘우우욱!’ 두 팔에 전해지는 묵직한 중량감이 나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승자인 내가 오히려 이 괴어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흥분을 가라앉힐 사이도 없이 점심시간이 되었다. 악어 사냥꾼들이 익숙한 솜씨로 크로커다일의 가죽을 벗겼다. 조리법은 숯불로 천천히 구울 뿐 그냥 통구이였다. 완성된 크로커다일 통구이는 약간의 비린내가 났지만, 닭고기처럼 쫄깃한 육질이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저녁 무렵, 카누를 타고 더욱 오지로 거슬러 올랐다. 황금빛 바라만디가 계속 수면 위로 치솟았다. 대습원, 최고 오지의 블랙워터에 잠자는 황금 물고기. 주변 수질의 영향으로 체색이 변화된 것이겠지만, 나는 마치 여기가 전설의 무릉도원과 같다는 생각에 달콤하고도 비릿한 하룻밤을 또 보탰다.
다음날, 피로했지만 7시가 되기도 전에 눈이 뜨였다. 잠이 덜 깬 상태로 몽롱한 의식이었지만 강변이 어떤지 도무지 신경이 쓰여 그냥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오두막에서 밖으로 나와 그 물체를 바라본 순간, 그만 졸음이 달아나 버렸다. 간밤에 악어 사냥꾼들이 2m가 넘는 크로커다일에 작살을 꽂았던 것이다. “너도 들어봐!”하며 그들이 크로커다일을 내게 건넸다. 아직 사람을 잡아먹을 만큼 크게 자라진 않았지만 육식동물 특유의 공포를 자아내는데, 단단한 가죽으로 몸을 감싸고 강인한 턱에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늘어서 있었다. 열대우림 생태계의 정점에 선 동물의 위세에 잠시 오싹하고 있자니, 악어 사냥꾼들이 “어제, 네가 낚시하던 장소에도 이런 놈이 많이 있었는데?”하며 깔깔 웃어댔다.
나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습지대를 뒤로 했다. 플라이강의 첫 원정을 이렇게 마친 나는 아주 지쳐 있었다. 아직은 파푸아뉴기니 여행의 초기 단계인데, 첫 원정부터 이래서야 몸이 견딜 수 있으려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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