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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괴어 찾아 오지 대탐험(2) 파푸아뉴기니(下) - 투신(鬪神)과의 대결 끝난 뒤 “죽어도 좋아!”
2010년 04월 2903 1195

 

 

본지 특약 연재

 

지구촌 괴어 찾아 오지 대탐험(2) _ 파푸아뉴기니(하)

 

 

투신과의 대결 끝난 뒤 "죽어도 좋아"

 

 

타케이시 노리타카(武石 憲貴)    

 


 

▲수초가 우거진 플라이강 습원에서 115.5cm 바라만디를 낚아 올린 감격의 순간. 가공할 파괴력을 보여준 녀석은 가히 정글의 투신이라 할 만했다.


 

▲플라이강변의 원주민 가옥.                                                   ▲바나나.

 


 

더 크고 무서운 괴물을 찾아 재출격  


일본의 오지낚시 탐험가 타케이시 노리타카씨는 인도, 호주, 말레이시아 등 열대의 오지를 여행하며 상상을 초월하는 거어들을 낚아오고 있다. 이 글은 그가 파푸아뉴기니에서 파푸안배스와 바라만디를 상대로 벌인 모험담이다.


 이틀 정도 마을에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악어사냥꾼들과 함께 플라이강으로 나갔다. 이번엔 카누 대신 엔진을 두 대 장착한 큰 보트로 바꿨다. 실은 지난번에는 연료 부족으로 돌아오는 데 고생을 했기 때문에 대량의 가솔린을 싣는 등 만전을 기했다. 강 분류를 거슬러 오르다가 악어사냥꾼들이 식량으로 사용할 바나나를 채취하러 가자며 강 한가운데에 떠 있는 커다란 섬에 잠시 보트를 멈췄다. 정글 속으로 들어간 악어사냥꾼들을 뒤쫓아 가니 벌써 나무 위에 올라가 있었다. 열매가 40개나 달려있는 거대한 바나나를 잘라 떨어뜨리는데 혼자서는 들기가 무거워 온 몸이 흔들릴 정도였다. “물고기가 낚이지 않아도 이제 식량걱정은 없겠네”하며 서로들 웃었다.
 엔진을 두 대나 장착한 보트는 스피드가 좋아서 저녁에는 처음 파푸안배스를 낚은 플라이강 본류와 작은 지류의 합류점에 도착했다. 내 영혼을 사로잡을 괴물과 맞닥뜨리고 싶은 생각에 조금은 긴장하면서 물고기를 닮은 대형 루어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며칠 전 원정에서 물고기가 집중된 포인트에 던져 넣으니 곧바로 8kg에 가까운 살찐 파푸안배스가 낚였다. 변함없는 뚝심을 발휘했으나 기대한 놈은 아니었다.
 플라이강과 작은 지류의 합류 지점. 수초 사이 2m 범위에 물고기가 집중되어 있었다. 일반 배스낚시도 마찬가지지만 이런 장소에서는 제일 큰 물고기가 항상 최초로 달려든다. 그것을 낚아내면 다음에 낚이는 것은 한 사이즈 작은 놈들이다. 그리고 사이즈가 갈수록 작아지면서 결국은 입질이 없어지고 만다. 그런 다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입질이 들어온다. 따라서 이곳에서도 시간 차이를 두고 공략을 계속하다 보면 틀림없이 대물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야영지인 습원에 도착해 밤을 보낸 다음날 아침, 서둘러 습원의 포인트에 섰다. 수초 사이에 초대형 루어를 던진 후 천천히 액션을 주고 멈출 때였다. 거대한 바라만디가 수면 아래에서 공중제비를 하듯 솟아올랐다. 충분히 1m는 넘을 것으로 생각되는 크기. 그러나 루어를 허공으로 높이 날려버렸을 뿐 아쉽게도 바늘에 걸리지 않았다.
 ‘이번 놈을 잡았다면 이 여행을 끝내도 좋았을 텐데….’
아쉬움을 삭일 수 없어 쉴 새 없이 루어를 날렸지만 그것으로 끝!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다.
 허탈감과 오기가 뒤섞인 상태에서 다시 하루를 허비하고 물고기의 활성도가 낮은 습원을 뒤로 한 채 오후 시간에 맞춰 문제의 합류점 포인트로 들어섰다. 재빨리 보트를 수초에 묶고서 30m 전방의 하구 지점에 루어를 던져 넣었다. 착수와 동시에 릴링을 시작하는데 뭔가가 예신도 없이 수면에 드리워진 라인을 단번에 차고 나간다. 후다닥 낚싯대를 세워 강제로 수초로부터 떼어놓으니 그 반동으로 물고기가 내 앞쪽을 향해 돌진해온다. 그야말로 무서운 기세다. 보트 옆을 순식간에 통과하더니 이번엔 수초 속으로 돌진한다.
 “앗, 그쪽으로 가면 안 돼!”
 드랙을 꽉 조아둔 상태인데도 맹진을 계속하는 파푸안배스. 손가락으로 라인을 눌러 질주를 막으려 하지만 마찰열이 너무 뜨거워 그만 놓아버리고 말았다. ‘아악!’ 하고 외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파푸안배스가 갈대숲 깊은 수심의 수초지대에 처박혀버린 것이다.
 한 가닥 희망을 걸고 갈대숲에 엉망으로 감겨버린 라인을 손으로 풀어나갔다. 지켜보던 악어사냥꾼이 갈대숲 장애물을 하나씩 정성들여 잘라나가는데 이게 웬 천우신조인가? 늘어진 라인에서 물고기의 감촉이 전해지는 게 아닌가! ‘아직껏 붙어있구나.’ 초조함과 흥분이 엇갈리고 머릿속이 온통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놈은 지금까지의 파푸안배스 중에서 최대어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낚싯대를 다시 손에 들고 천천히 힘을 가하는데 ‘쑥’ 하는 느낌과 함께 어느새 낚싯줄에 탄력이 없어지고 말았다. 힘없이 딸려 나오는 루어를 회수해 보니 바다용 초강력 세발바늘 가운데 하나가 크게 뻗어 있지 않은가! 
‘도대체 어떻게 생긴 녀석일까? 얼마나 크길래….’
 라인을 80파운드(약32㎏)로 바꿨다. 놈과의 대결에서 기술은 이제 필요 없다. 오로지 힘 대 힘의 승부, 더 이상 놈에게 주도권을 주지 않겠노라 맹세했다. 그러나 이렇게 심기일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기회는 오지 않은 채 어느덧 저녁이 되고 말았다. 허탈한 마음에 강변 쪽으로 눈길을 돌리니, 강기슭에 몇 다발의 갈대가 눈길을 끈다. 미노우를 작은 갈대숲 옆으로 통과시키자 정체 모를 녀석이 루어를 낚아채듯 끌고서 단번에 갈대 속으로 돌진한다. 다시 한 번 무아지경에 빠져 그저 습관처럼 방어와 공격을 거듭한다. 놈의 질주를 릴링으로 억제하고 화려한 점프를 낚싯대로 제어하기를 여러 차례. 그리고선 강제집행! 무사히 보트에 올린 놈은 92cm짜리 바라만디. 지금까지 낚아본 바라만디 중에서 가장 큰 크기였다.
그런데 그 바라만디는 뜻밖에도 아름답지 않았다. 은린(銀鱗)을 번쩍이는 아름다운 물고기의 대명사인 바라만디이건만, 파푸안배스와 서식지가 겹쳐있어 생존투쟁이 격한 나머지 너덜너덜해진 탓일까, 등지느러미가 찢어지고 은린은 어두워져 연한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은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바라만디도 좋지만 나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은 증거를 자신의 몸에 새긴 전사와도 같은 이 바라만디에게 깊은 애정을 느꼈다.
 이날은 결국 이 한 마리로 그치고 말았지만 나는 충분히 만족하고 낚시를 끝냈다. 내일은 또 어떤 괴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바라만디의 몸에 각인된 상처가 약육강식의 플라이강을 말해준다.


 

◀수초 속으로 파고든 괴물 같은 한 녀석은 바늘을 휘어놓고 달아나버렸다.

 

 

드디어 ‘습원의 투신’과 대결을 벌이다

 

 4일째 아침, 역시 합류점 포인트. 심호흡을 하며 제1투를 날렸다. 두텁게 밀생한 수초 사이로 떨어진 루어는 아무 일 없이 보트 앞까지 돌아왔다. 별 생각 없이 루어를 회수하려는데, 뭔가 검은 그림자가 돌진해 보트 옆을 스쳤다. 그러나 그것은 나중의 생각일 뿐, 사실은 ‘텀벙!’하는 파열음과 함께 눈앞에 물기둥이 솟으면서 작은 무지개가 스쳤을 때야 비로소 사태를 파악했다. 이어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팔에 강한 충격이 전해지고 낚싯대가 휘어들었다.
 “왔~다!”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는 동시에 낚싯대를 세워 연속적으로 챔질을 해댔다. 녀석도 깜짝 놀랐을까? 수면을 가르고 솟아오른 은린의 거대한 괴물이 공중제비를 연출했다. 어마어마한 크기에 놀라 보트 위의 일행 모두가 흥분에 휩싸였다. 한 바퀴 허공에서 몸을 뒤집은 놈은 수면으로 떨어지자마자 마치 탄환처럼 강바닥을 향해 질주했고, 이어 기세 좋게 강기슭 수초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곳으로 깊이 파고든다면 그것으로 게임 끝이다. 나는 오직 라인의 강도를 믿고서 힘으로 밀어붙여 고기의 질주를 멈췄다. 릴의 핸들이 구부러질 정도의 힘으로 가까이 당겨 와 보트 위로 끌어올렸다. 진땀나는 승부의 시간은 그저 90초 정도?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뱃전에 옆으로 누운 놈의 정체는 지금까지 사진으로도 본 적이 없는 거대한 몸집의 바라만디였다.
 “야호! 야호!!”
 나는 소리소리 지르다가 어느덧 지쳐 조심조심 고기를 들어 보았다. 근육으로 다듬어진 중압감이 육중하게 느껴졌다. 너무나 무거워 제대로 들지를 못하고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강렬한 태양광을 받아 빛나는 은린을 앞에 두고 한참 동안 말문을 닫았다.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며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115.5cm 바라만디! 두 번 다시 이런 크기를 만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수영도 못하는 나는 황홀경에 빠져 바라만디를 끌어안고 물속에 뛰어들었다. 나중에 악어사냥꾼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그곳은 거대한 크로커다일의 소굴이어서 모두가 식은땀을 흘렸다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 크로커다일에게 먹히더라도 나는 만족한 미소를 띠며 죽어갔을 것이다.
 내 품에 안은, 투신(鬪神)이라 부를 만한 초대형급 바라만디! 이 한 마리를 낚기 위해 겪어 온 수많은 고통과 인내가 단번에 멋지게 날아가 버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괴력의 파푸안배스. 놈과의 싸움은 두려움 그 자체다.


 

 

무사히 귀국 후 말라리아 확진, 즉각 입원!

 

파푸아뉴기니로부터 무사 귀국 후 아키타(秋田)의 집으로 돌아온 10일 후의 일이었다. 점심식사를 하던 중 갑자기 오한이 들어 서둘러 귀가해 체온계를 대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38.4℃…?
 ‘심한 감기에 걸린 걸까?’ 반신반의하며 땀을 흘려서라도 억지로 낫게 해보려고 온천에 가봤다. 그러나 뜨거운 욕조를 선택해 몸을 담가도 춥기는 마찬가지다. ‘어~ 추… 춥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체온을 재보니 39.3℃로 상승해 있었다. 그날 밤, 더욱 열이 올라 40℃를 돌파했다. 그런데 한밤중에 갑자기 열이 내려갔다. 그 순간의 변화를 확실히 느낄 수 있을 정도여서 체온계를 대보았다. 36.8℃, 거의 평균체온으로 돌아와 있었다. 머릿속에 번개가 스치는 듯했다.
 ‘혹시 말, 라, 리, 아…?’
 말라리아는 발병하면 40℃에 가까운 심한 고열이 나지만 비교적 단시간에 열이 내려간다는 것을 떠올렸다. 다음날은 정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거뜬해 다른 날과 다름없이 이삿짐센터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오지에서의 생활은 강한 체력이 기본이고, 또한 초대물과의 싸움에는 억센 팔힘이 필요하다. 돈도 벌고 몸을 단련시킬 수 있는 트레이닝으로 이삿짐 작업만한 게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점심식사 후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데 열이 나고 온 관절이 쑤셨다. 그뿐이랴? 똑바로 걷기조차 곤란해졌다. 결국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외래로 직행했다.
 병원의 여의사는 인플루엔자를 우선 의심했다. 나는 화를 내며 단언했다.
 “말라리아예요. 정말, 말라리아에 걸렸다니까요!”
 당황한 여의사는 혈액검사를 위해 채혈을 하고는 진료실 안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아무리 기다려도 감감무소식이었다. 급속히 몸 상태가 나빠진 나는 진료실 침대 위에 늘어져버렸고 여의사가 돌아온 것은 2시간 후였다.
 “현미경으로 보니 혈액 속에 원충이 발견되었습니다. 말라리아가 맞아요. 지금부터 입원 수속을 밟아야겠습니다.”
 고열로 의식이 몽롱해져 가수면 상태로 있자니 부모님이 오셨다. 어머니는 안절부절 못하시고 아버지는 어이가 없으신지 쓴웃음을 짓고 계셨다.
 말라리아 생활은 고통과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열이 날 때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침대에 붙어있지만 열이 내리면 아무렇지도 않았다. 왜 말라리아에 걸렸을까, 언제였을까….
 말라리아 예방은 우선 모기에 물리지 말아야 할 것이 첫째다. 학질모기는 저녁부터 밤에 걸쳐 흡혈을 하므로 일몰 후부터는 긴 팔, 긴 바지 착용을 권한다. 그러나 나는 찌는 더위를 참지 못한 나머지 반바지 한 장만 걸친 채로 잠을 잤다. 물론 모기장을 치고 동남아시아제의 강력한 방충크림을 발랐지만 정글에 어둠이 내리면 모기들이 떼거리를 이뤘다. 또한 현지에서 산 모기장은 품질이 조악해서 며칠 사용하면 구멍이 숭숭 뚫렸다. 당시 나는 학질모기에 물려도 발병하지 않도록 항말라리아제 ‘메프로킨’을 파푸아뉴기니 입국 전 주부터 먹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정글에 있을 때는 주 1정씩 정한 요일에 꼬박꼬박 먹었다. 문제는 이 약이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알에 1천5백엔(약 2만원)이나 하는 고가인데다가 알코올과 함께 먹으면 독성이 강해 플라이강에서 마을로 돌아온 후로 나는 약을 먹지 않았다. 말라리아의 위험성과 오랜만의 맥주를 저울질하고는 맥주 쪽을 선택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한 번 생략하고부턴 아예 약의 존재마저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자업자득이었다.
 체온이 40℃에 달하면서 나는 고통을 잊기 위해 바로 3주 전까지 지내던 정글의 하루하루를 떠올렸다. 열대우림을 온통 침식시킬 듯 드넓은 대습원(大濕原)…, 물에 둘러싸인 그 섬에서 나의 마음은 너무도 윤택했다. 내 마음이 건조해지면 다시 그 물의 나라로 돌아가자. 고열로 전신이 흐느적거려지면서도 의식은 그렇게 또렷이 다짐을 하고 있었다.
 입원한 지 3주 후에야 겨우 말라리아가 박멸되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아들 걱정에 매일 병원을 찾으신 어머니에게는 한 마디 사죄를 보태고 싶다.
 “어머니, 저 같은 자식이 태어나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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