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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괴어 대탐험(3) 태국 - 반파콩강의 大魔神 프라 크라벤
2010년 05월 4332 1197

 

 

본지 특약 연재


지구촌 괴어 대탐험(3) - 태국

 

 

 

반파콩강의 大魔神 프라 크라벤

 

 

타케이시 노리타카(武石 憲貴)    
일본의 오지낚시 탐험가 타케이시 노리타카씨는 인도, 호주, 말레이시아 등 열대의 오지를 여행하며

상상을 초월하는 거어들을 낚아오고 있다.

이 글은 그가 파푸아뉴기니에서 파푸안배스와 바라만디를 상대로 벌인 모험담이다.

 


 

▲태국 챠춘사오 근처 반파콩강에서 거대한 프라 크라벤을 낚은 필자(오른쪽)가 놈과의 혈투를 도와준 태국 청년들과 함께 물속에 뛰어들어 기념촬영을 했다.

 

▲강바닥에 붙어버린 거대 가오리를 끌어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필자.

 

2005년 11월, 나는 태국 수도 방콕에서 버스로 두 시간 거리인 챠춘사오(Chachoengsao)라는 도시에 체류 중이었다. 3년 전부터 알고 지낸 쟈크리트라는 낚시 친구가 살고 있어 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항상 그의 집에 머물곤 했다.
그날도 끈적거리는 더위를 참지 못해 일행과 작은 레스토랑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쟈크리트의 친구이자 낚시광인 오므라는 청년이 가족과 함께 경영하는 곳인데, 자크리트와 그는 내가 목표로 하는 괴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곳 괴물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03년. 쟈크리트가 보내준 한 통의 이메일을 통해서였다. 어류도감에 의하면 꼬리 길이를 포함한 최대 전장이 5m, 중량이 500kg에 다다르는 거대 가오리! 현지에선 프라 크라벤이라 불렀다. 당시 이메일의 내용은 ‘열 사람이 교대로 잠을 자면서 19시간이나 싸웠지만 낚싯대를 부러뜨리고 도망갔다’라든가, ‘바늘을 빼려던 친구가 놈에게 물려 손가락이 잘렸다’ ‘독침에 찔려 한 달을 입원했다’는 등등, 낚시꾼의 허풍이라고 하기엔 섬뜩한 내용 일색이었다. 처음 봤을 때는 ‘태국 낚시꾼 허풍도 보통은 아니구만’하며 비웃었지만 첨부된 사진을 열어보고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사진 속 오므가 족히 2평 넓이는 될 것 같은 가오리를 끌어안은 채 미소를 짓고 있었던 것이다.
자크리트가 가오리낚시의 1인자라 소개해준 이가 바로 오므였다. 그리고 지금, 그 전문가가 내 낚시 계획에 강물의 수위가 높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었다. 나는 쟈크리트가 통역한 설명을 들으며 다소 실망하면서도 태국어로 중얼거렸다. “마이펜라이(괜찮아, 문제없어)!” 그 소리에 낚시꾼의 마음이 전해진 것일까. 어느새 우리들은 거대 가오리 프라 크라벤을 찾기 위한 계획을 짜고 있었다.

 

▲고통스런 손맛(?)을 체험하고 있는 필자. 혼신의 힘을 다해 릴을 감는 동안 현지 가이드가 낚싯대를 받쳐주고 있다.

 

▲거대 가오리 프라 크라벤 포획현장에 있었던 태국 사람들.

 

반파콩강의 두 평짜리 가오리를 찾아서

 

다음날 아침, 반파콩강에 도착해 준비된 장비를 보는 순간, 평소 낚시에 대한 내 신념(?)에 잠시 파문이 일었다. 낚시의 백미는 물고기와의 지략 대결이라 여겼건만, 이 거대 가오리를 낚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로지 튼튼한 도구와 강인한 체력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량이 100kg을 훨씬 넘다보니 태클은 헤비급 트롤링 낚싯대와 릴, 아이 하나쯤은 거뜬히 매달 수 있는 두꺼운 나일론 줄, 그 끝에 견고함을 더하기 위해 약 1m 길이의 와이어 목줄에다 아주 굵은 바늘을 두 개 달았다. 미끼는 호쾌하게도 25cm 크기의 살아있는 메기!
한 바늘은 메기 입에, 또 하나의 바늘은 복부에 꿰는 것이지만 미끈한 메기가 버둥거려 꿰기가 만만치 않았다. 오므가 도와주려고 했지만 나는 의도적으로 그 호의를 거절했다. 손님 접대가 극심한(?) 이 나라에서는 채비 준비에서 미끼 달기, 캐스팅은 물론 심지어 챔질까지 모든 것을  대신해주고 외국인은 오로지 물고기의 당길 힘만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의사를 또렷이 밝히지 않으면 온전한 결투의 참맛을 느낄 수 없게 된다. 물론 그런 결연한 의지가 오래 가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미끼는 겨우 달았는데 채비를 강물에 투입하는 단계에서 도저히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너무도 큼직한 채비라 그냥 던져 넣을 수가 없어 배에 싣고 강 가운데로까지 옮겨야 했다. 한 손엔 릴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낚싯줄을 내보내고, 배를 젓고, 배에서 미끼를 물속에 가라앉히고… 이렇게 채비 투입 단계에만 이미 3명이 필요했다. 혼자서 괴물의 진수를 느껴보려던 내 야심차고 순진했던 목표는 어느새 산산조각이 나고 있었다.
릴을 들고 조금씩 낚싯줄을 풀어주자 오므와 그를 돕는 꼬마가 보트를 저어 미끼를 강심으로 운반했다. 낚싯대를 세우고 드랙 조절에 들어갔다. 오므가 강바닥으로 이어진 낚싯줄 중간에 물을 넣은 풍선을 고무줄로 묶어 달았다. 거대 가오리가 미끼를 공격하면 ‘흔들흔들’ 풍선이 상하로 흔들려 전투 개시의 신호가 되는 것이다.
이후로는 그저 가만히 ‘때’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내리쬐는 햇볕에 피부를 익혀가며 거대 가오리를 기다린다. 주변 풍경은 평화롭기만 하다. 어디를 봐도 강 깊숙한 곳에 괴물이 도사리고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한다. 강에 해가 저물고 숙소에 돌아온 나는 더위와 맥주에 취한 채 쓰러져 잠이 들었다.
다음날도 낚시는 계속됐다. 아침부터 느슨해진 시간의 흐름은 혹시 이 분위기가 영원토록 계속되지 않나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런데 응? 무심결에 돌아보니 물풍선이 아래위로 흔들리고 있었다. 잽싸게 낚싯대에 손을 올리는데, 오므가 나를 제지하고는 낚싯줄을 손으로 조금씩 당겨가며 상황을 예의주시한다. 잠시 후 오므의 표정에서 긴장감이 사라지고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중얼거린다.
“이미 갔어.”
엄청나게 무거운 릴을 들어 올려 채비를 거둬들였다. 수압의 저항을 받는 커다란 채비로 인해 릴을 감는 것조차 노동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수면에 나타난 채비를 본 순간, 나는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아, 두 동강이 났네….”
미끼로 사용한 25cm 메기의 단단한 머리 부분이 단칼에 베인 듯 사라지고 없었다!

 

▲프라 크라벤의 거대한 턱뼈와 꼬리의 가시.                          ▲맨 처름 공격한 가오리는 미끼로 단 산 메기를

                                                                                          한방에 잘라먹고 가버렸다.

 

 

대마신(大魔神) 프라 크라벤과의 전투 개시

 

그로부터 2시간 후에 두 번째 입질이 왔다. 언제나 그렇듯이 대어는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상대가 방심하고 있을 때 나타난다. 나는 강에서 5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식당에서 일행의 입질 감시를 믿고 오므와 함께 편안히 식사 중이었다. 돌연 벨이 울리고 오므의 휴대전화를 통해 프라 크라벤이 물었다는 연락이 왔다! 오토바이로 좁은 길을 날듯이 달렸다.
“타케, 빨리 해!”
곧바로 낚싯대를 넘겨받았지만 이미 낚싯줄이 엄청난 기세로 릴에서 풀려 나가는 중이다. 거대한 놈이라는 걸 직감하고 드랙을 힘껏 조인다. 순간 나도 몰래 비명이 새나왔다. “으아아앗!” 가오리에게 끌려 샌들의 바닥에서도 ‘지이익’하는 비명이 동시에 울렸다. 신발 밑창이 미끄러운 탓에 자꾸만 강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데, 일행들이 내 몸을 붙잡아 겨우 지탱하며 릴 드랙을 조절한다. 낚싯줄에 여유를 주자 놈은 끝없이 차고 나갔다. 50m… 70m… 100m. 그리고선 바닥에 철썩 붙어 앉았는지 꿈쩍을 하지 않았다. 우리는 함께 하류로 내려가면서 가능한 한 녀석과 가까운 육지에 진을 치기로 했다. 납작한 몸으로 바닥에 붙어 움직이지 않는 거대 가오리. 반파콩강의 수심은 20m가 넘기 때문에 수압만으로도 대단한 무게였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괴물을 띄울 수 있을까?’
결론은 혼신을 다해 낚싯줄을 계속 감는 것뿐! 이런 낚시는 난생 처음이다. 마치 큰 바위를 강바닥에서 끌어올리는 느낌이랄까. 체중을 실어 낚싯대를 당기고 순간적으로 낚싯줄을 감아올린다. 온몸의 근육이 팽팽히 부풀고 뼈에서는 삐걱 소리가, 모든 모공에서 땀이 분출되는 듯한 고통이 계속된다. 어느새 구경꾼들이 수십 명 모여들어 이 힘든 사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으앗!” 사타구니에 찾아온 갑작스런 통증으로 난 그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낚싯대를 몸에 고정하는 하네스와 낚싯대 사이에 사타구니의 중요 부분이 끼여 버린 것이다.
“타케, 왜 그래?”
쟈크리트와 오므가 걱정스럽게 나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거기…, 끼였어!”
나의 대답에 오므가 장난스럽게 군중을 향해 태국말로 외쳤다.
“이푼(일본인), 카이(고환)! @#$%&*~!!”
“와하하핫!”
군중 속에서 갑자기 웃음의 소용돌이가 일었다. 태국말로 나의 상황을 우습게 설명하고 있는 듯했다. 내 비참한 상황은 아랑곳없이 이미 분위기는 코미디로 변해버렸다. 그 창피함과 고통 때문이었을까. 시간의 흐름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특히 낚시에서 사투를 벌이는 시간의 길이는 심리 상태에 의해 좌우되지 않던가! 몽골에서 처음 115cm의 타이멘을 낚았을 때 실제 소요시간은 10분 정도였지만, 그 강렬한 인상 때문에 무려 1시간 이상을 싸운 듯한 느낌이었다. 이번 싸움은 그것과도 차원이 달랐다.
낚시를 떠나 인간이 가장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느끼는 것은 아마도 고통의 순간일 것이다. 바로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이 바로 그 ‘고통’이다. 이쯤 되자 누군가 대신해주길 바라는 마음까지 생겼고, 몇 번이고 낚싯대를 놓으려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생각을 고쳐먹고 다시 전의를 불태웠다. 그러나 탁한 물속에 가라앉은 낚싯줄의 저 끝에 과연 괴물이 있긴 할까 의심이 들 정도로 가오리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배에 타고 바로 위쪽에서부터 잡아당기자! 힘을 가하지 않으면 안 움직일 거야!”
오므의 조언에 나도 전적으로 동의해 배에 오르기로 했다. 가오리가 바닥에 붙은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 바로 위에 배를 멈추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드디어 전투 시작이다. 투박한 낚싯대가 부러질 정도로 젖 먹던 힘을 다했음에도 놈은 꿈쩍을 않았다. 한 시간의 격투 끝에 결국 ‘기브업’을 선언, 원군을 요청했다. 2번 타자는 오므였다. 하지만 기를 쓰며 악전고투하던 오므가 내뱉은 말은 ‘스페셜 사이즈!’ 결국 그도 항복하고 기슭으로 돌아왔다. 그 후에도 3번, 4번 타자가 연속으로 도전했지만 모두가 신음을 뱉으며 어깨를 늘어뜨렸다. 하이라이트는 5번 타자로 나선 오우씨. 오우씨는 도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돌연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낚싯줄 감기를 멈췄다.
“으악~!”
그것은 분명 하네스에 사타구니가 끼었을 때 날 만한 소리였다. 경험으로 나는 바로 알아챘지만, 다른 일행들은 모두 소스라치듯 놀랐다.
“왜 그래?!”
“거기가 아파서 더 이상 안 되겠어!”
일순간 긴장을 깨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잘생기고 부자인 데다가 태국에서는 전형적 꽃미남인 그가 사타구니를 움켜쥐고 기슭으로 돌아오는 모습은 정말로 웃음을 참기 힘든 광경이었다.

 

릴 고정 볼트 4개를 한꺼번에 파괴한 4m 가오리

 

다음은 6번 타자. 이젠 누구도 낚싯대를 잡으려 하지 않았다. “이제 너밖에 없어!”하는 일행들에게 등을 떠밀려 다시 오므가 총대를 잡았을 땐, 결국 사건이 발생했다. 당기기만을 계속한 때문이었을까? ‘빠직!’하는 파열음이 울리더니, 릴 고정 볼트가 단박에 부서져 나갔다. 직경 5mm의 볼트가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힘을 받아 4개 모두 반토막이 난 것이다. 구경꾼들이 무슨 일이냐며 수군거리는 동안, 괴물의 주둥이로부터 약 30m 정도 길이에서 줄을 잘라 예비용 릴에 다시 감는 식으로 응급처치를 마쳤다. 하지만 우리들은 상황을 이미 절망적으로 보았다.
그렇게 다시 몇 분이 흘렀을까. 그토록 공을 들여도 미동조차 않던 거대 가오리가 갑자기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그야말로 순식간! 마치 비행기가 착륙하듯 선착장 경사면까지 녀석이 올라왔다. 첫 입질이 있은 후 2시간이 경과한 무렵이었다. 이제 괴물 가오리를 어떻게 들어 올릴 것인가가 문제였다.
구경꾼 틈에서 한 사람이 로프를 전했다. 오므가 그 끝을 나에게 건넸다. 그리고 티셔츠를 벗어버리더니 강으로 뛰어들어 로프의 다른 한쪽을 잡고서 물속으로 사라졌다. 로프를 거대 가오리의 콧구멍에 통과시켜 잡아 당겨 올린다는 작전이었다. 때때로 수면에 부글부글 거품이 올라오고, 강바닥에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괜찮은 걸까? 혹시 독침에 당하지는 않을까?’ 괴물의 꼬리에는 미늘이 달린 큰 독침이 붙어 있다. 찔리면 빼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때마침 녀석이 헤엄쳐 나가기라도 한다면 익사의 위험도 있다. 잠시 후 수면으로 떠오른 오므는 “로프를 뀄다!” 외쳤고, 이번엔 위험한 독침을 잘라버리기 위해 펜치를 들고 다시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떠올랐을 때를 기다려 모두가 로프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아무튼 빨리 보고 싶다. 이 손으로 꼭 괴물을 안아보리라!’ 속으로 중얼거릴 땐 혼자서 낚아 올리겠다던 처음의 포부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점점 거대 가오리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두 평을 훨씬 넘는 괴물이 수면 위로 그 위용을 드러냈다. 군중들로부터 경탄의 외침이 울렸다. 나도 티셔츠를 벗어버리고 강물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 괴물을 안아 올리며 기쁨에 절규했다. 하네스에 끼여 피가 난 사타구니에 물이 들어가면서 찌릿한 통증이 있었지만 그런 것쯤은 아무래도 좋았다. 몸통 폭이 무려 202cm! 줄자의 길이가 모자라 정확히 계측할 수는 없었지만 꼬리를 포함한 전장은 분명 4m가 넘어보였다. 그야말로 반파콩강의 '대마신(大魔神)'이었다. 엄청난 중량감에 눌리면서 ‘혼자서 낚는 건 역시 무리였구나’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친구들이 있어 이 거대한 괴물을 만날 수 있었으리라! 나의 한계를 알게 되었을 때, 동료가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는 말처럼. 모두가 힘을 합쳐서 낚아 올린 대마신. 어느새 내 패배감은 모두의 웃음 속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초대형 가오리의 저항을 이기지 못해 고정너트 네 개가 한꺼번에 부서져버린 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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