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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추자도_갯바위의 로망 야영낚시의 계절이 왔다
2019년 07월 1826 12504

제주 추자도

 

갯바위의 로망

 

야영낚시의 계절이 왔다

 

이영규 기자

 

초여름이 되면 갯바위 야영낚시를 떠나고 싶은 생각이 솔솔 난다. 푸른 바다 청정 갯바위에 텐트를 치고 낮에는 농어, 참돔, 밤에는 볼락을 낚으며 세상 시름 다 잊어버리고 싶다.
예전에는 여름철 갯바위낚시는 야영 위주였고 6월이 오면 야영낚시를 떠나자고 제안하는 낚시인들이 꽤 많았는데 요즘은 당일치기 출조나 민박 출장낚시를 주로 즐기다보니 과거처럼 야영낚시의 낭만과 운치를 즐기는 낚시인들이 많지 않다.
그러던 지난 5월 초순, 부산에 사는 니신(NISSIN) 필드스탭 김종호씨와 의기투합해 추자도 야영낚시 스케줄을 짜게 됐다. 김종호씨는 매년 5월이 되면 원도 야영낚시를 떠나는데 평소 가거도를 즐겨 찼던 그는 나에게 설득당해 목적지를 추자도로 변경하게 됐다.  
여름 원도 야영낚시는 감성돔 일색인 겨울과 달리 다양한 어종이 낚인다. 그래서 기왕이면 다양한 낚시에 능통한 낚시인과 동행하는 게 좋다. 그런 면에서 김종호씨는 딱 들어맞는 적임자였다. 그는 거의 모든 장르의 낚시를 즐기는 ‘종합 낚시인’인데, 볼락낚시, 농어 루어낚시, 감성돔 찌낚시, 참돔 찌낚시, 돌돔 원투낚시에 모두 능통하다. 여기에 갯바위에 서면 밤을 새가며 고기를 낚는 극강 전투력까지 갖춰 낚시기자 입장에선 최고의 취재원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추자도 원정에는 또 한 명의 종합 낚시인이 가세했으니 제주도에 살고 있는 시마노 필드스탭 김광우씨다. 김광우씨는 구멍찌낚시가 주특기지만 루어낚시에도 일가견을 갖고 있다. 더구나 지난 5월 초에 이미 추자도 야영낚시를 다녀온 터라 최근 상황을 우리보다 더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당시 김광우씨는 직구도에 내렸는데 아직 수온이 낮아서 볼락 외에는 큰 재미를 못 본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쯤 수온이 충분히 올라 복수전을 치르기에 딱 좋을 것”이라며 의욕을 불태웠다.

석양 무렵의 문여 갯바위에서 농어낚시를 즐기고 있는 취재팀. 문여는 추자도에서도 손꼽히는 야영낚시 명소다.

“모처럼 만에 손맛 제대로 봤습니다.” 문여에서 거둔 첫날 조과를 자랑하는 김종호(왼쪽)씨와 김광우씨. 농어, 참돔, 볼락 등으로 55리터 쿨러를 채웠다.

 

추자도의 야영명소 문여

5월 31일 첫 비행기로 김포공항을 출발해 오전 7시 30분경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김종호씨는 비슷한 시간에 부산에서 비행기로 넘어왔다. 마중을 나온 김광우씨를 만나 김광우씨의 차로 제주여객선터미널로 이동했다.
추자행 여객선은 오전 9시 30분에 출항하므로 서울에서 오전 7시 정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면 추자행 여객선을 탈 수 있다. 완도나 목포로 가서 추자행 여객선을 탈 수도 있지만 장시간 운전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항공편을 이용했다.
오전 11시 경 여객선이 상추자 대서리항에 도착하자 하추자도 묵리에 있는 추자바다25시민박의 안주인 이수진씨가 차를 몰고 마중 나왔다. 하필 오늘이 ‘추자도 해양정화의 날’이라 추자도의 모든 낚싯배들이 쓰레기 수거에 나섰다고 한다. 25시민박의 에이스호도 동참했는데 우리를 포인트까지 태워다주기 위해 김찬중 선장은 잠시 묵리항으로 귀항해 있었다.
추자도는 섬이 많아서 어디에 내릴지가 늘 고민이다. 낚싯배에 오르기 직전까지도 목적지를 확정하지 못했던 우리는 쇠코, 공여, 덜섬 등지를 놓고 고민하다가 김찬중 선장과 장고 끝에 문여로 향했다. 도착할 즈음이 썰물이라 참돔을 노리기 좋았기 때문인데, 최근의 참돔 조황은 썩 좋지 않지만 볼락과 농어 조황은 안정적이라고 했다. 김종호씨는 “어차피 참돔은 큰 거 한 방 노리는 낚시이므로 쿨러를 채우려면 농어나 볼락이 잘 낚이는 포인트가 더 좋다”고 말했다.
문여는 쇠코, 공여, 모여, 검등여, 밖미역 큰여, 상섬, 큰덜섬 등과 더불어 추자도를 찾는 야영낚시인들이 손에 꼽는 야영낚시 명소다. 여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남북으로 길게 뻗은 제법 큰 규모의 돌섬이며 동서남북에 걸쳐 총 5곳 정도의 포인트가 있다. 그래서 강풍이 아닌 한 어떤 방향의 바람에도 의지통을 찾아 낚시할 수 있으며 밀물과 썰물을 다 볼 수 있다. 다만 갯바위 중간중간 깊게 찢어진 고랑이 많아 남쪽에서 북쪽까지 짐을 들고 왕복하기는 어렵고, 남쪽과 북쪽에 각각 한 팀씩 내려서 낚시하면 좋은 곳이다. 전 포인트가 연안 경사가 완만하여 발판이 좋고 텐트 칠 공간도 넉넉하다. 
우리는 문여 남쪽 곶부리에 내리기로 했다. 참돔, 농어, 부시리가 잘 낚이는 문여 최고 야영 자리로 꼽히며 썰물에 낚시가 잘 된다. 한편 북쪽 곶부리는 벵에돔과 상사리급 참돔이 잘 낚이며 들물에 강세를 보인다. 볼락과 뺀찌는 문여 전역에서 낚을 수 있다.

 

“만쿨 못 하면 나올 생각 마시오”

문여는 횡간도와 더불어 추자군도의 맨 북쪽에 있다 보니 묵리항에서 배로 30분 이상 걸렸다. 손님이 우리 밖에 없었기에 망정이지 하추자권 포인트를 원하는 손님이 있었다면 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김찬중 선장은 “문여까지 독선으로 왔으니 쿨러를 못 채우면 나올 생각도 말라”며 엄포를 놓았다. 
처음 내려 본 문여 남쪽 곶부리는 소문대로 평평하고 널찍해 한눈에 봐도 특급 야영장이었다. 날씨도 좋고 파도도 없는 최상의 조건. 그래도 혹시 모를 일기변화에 대비해 짐을 약간 높은 곳에 옮겨놓고 낚시에 돌입했다.
우리가 문여에 도착했을 때는 끝썰물이 진행 중이었다. 남쪽 곶부리는 중썰물 이후가 참돔 찌낚시 타이밍인데 썰물 조류가 추포도 방향으로 완만히 흐를 때 폭발적인 입질이 들어온다.
일단 우리는 크게 세 어종에 맞춰 낚시 장비를 세팅했다. 참돔 찌낚시, 볼락 루어낚시, 농어 루어낚시 장비다. 장비를 미리 세팅해 놓은 뒤 시시각각 변하는 낚시 상황에 맞춰 장비 로테이션을 시도할 생각이었다. 요즘은 밑밥통이나 보조가방에 낚싯대를 꽂을 수 있는 거치대가 부착돼 나오는데 오늘 같은 상황에서 매우 유용했다.
일단은 찌낚시로 참돔을 노리다가 입질이 없으면 곧바로 루어낚시로 전환해 볼락과 농어를 노리기로 했다. 시작은 순탄했다. 낚시 시작 10분도 안 돼 김종호씨가 40cm급 참돔을 낚아내더니 곧이어 김광우씨가 50cm급 참돔을 걸어냈다. 수심 16m를 주고 추포도 방향으로 채비를 흘리자 50m 안쪽에서 연타로 입질이 들어왔다.
비슷비슷한 씨알의 참돔이 5마리 더 낚이자 김광우씨가 “씨알이 잘아서 그렇지 참돔이 잘만 낚이는구만. 왜 안 낚인다고들 그럴까”하고 고개를 저었다. 오후 5시 무렵에는 김광우씨가 제법 굵은 65cm급을 낚아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드디어 추자도 참돔 조황이 살아나는 것인가?
그 사이 나는 발밑으로 몰려든 볼락을 노려보기로 했다. 발밑에 떨어진 밑밥을 보고 망상어들이 잔뜩 몰려들었는데 그 사이에 굵은 볼락도 여러 마리 보였다. 멀리 던질 것도 없이 갯바위 벽면에 루어를 떨어뜨리자 망상어 무리를 뚫고 볼락이 뛰쳐나와 루어를 덮쳤다. 낭창한 루어대가 활처럼 휘어지며 25cm 정도 되는 씨알이 올라왔다. 연타로 5마리를 낚아내자 그때부터 볼락 떼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동안 먼 거리에서 볼락 무리가 피어 수면에 파문을 일으키는 경우는 봤어도 이렇게 발밑에서 잡어처럼 떠오르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이것이 근해와 비교되는 원도의 차이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다수확을 목적으로 루어 대신 가지바늘 3개가 달린 민장대 채비를 들이댔는데 볼락을 걸자마자 후회하고 말았다. 20cm가 넘는 볼락 세 마리가 동시에 걸려들자 민장대로는 도저히 들어뽕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간신히 끌어냈지만 고기를 떼고, 채비를 정비하고, 크릴을 꿰는 시간이 루어로 한 마리씩 낚아낼 때보다 더 걸려 손해였다. 이 모습을 본 김종호씨가 “볼락이 다문다문 물 때는 민장대가 유리하지만 지금처럼 연타로 입질할 때는 루어낚시가 유리합니다. 생미끼 낚시는 채비를 정비하고 미끼를 끼우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허비됩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민장대를 접고 다시 볼락 루어로 전환해 5마리를 더 올렸는데 그 후로 볼락 무리가 갑자기 수면에서 사라졌다. 조류 방향이 바뀌면서 볼락이 깊이 가라앉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 같았다.

“힘이 어찌나 좋던지 물속에서 저항할 때는 미터급인 줄 알았습니다.” 루어낚시로 83cm 농어를 올린 김종호씨의 파안대소.

 일정 마지막 날 수령섬 큰골창 포인트에서 올린 볼락 조과를 보여주는 김광우씨. 셋이서 쉬엄쉬엄 낚시하면서 35리터 쿨러를 가득 채웠다.

 

 

참돔, 농어, 볼락 모두 밤보다 낮에 잘 낚여 

물길이 바뀌면서 참돔 입질도 뜸해지자 김종호씨가 농어 루어대를 들고 20m 정도 떨어진 서쪽 연안으로 이동했다. 썰물이 얕은 여밭지대를 타고 넘어가는 것을 보고 농어 포인트로 직감한 것이다. 그리고는 캐스팅 세 번 만에 50cm급 농어를 걸어냈다. 매번 느끼는 점이지만 김종호씨의 고기 냄새 맡는 능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와 함께 볼락을 노리던 김광우씨가 이 모습을 보더니 장난삼아 볼락 루어를 농어 포인트로 캐스팅했다. 비거리가 짧았지만 발밑까지 끌고 온 볼락 루어에 농어가 덜커덕! 여밭으로 들어온 농어의 마릿수가 상당히 많은 것 같았다. 바늘이 약해 노심초사하며 물가로 내려간 김광우씨가 농어의 아래턱을 잡고 간신히 물 밖으로 끌어냈다. 50cm가 약간 넘는 씨알이었다.
내가 “아직 대물들은 안 붙을 시기인가요”하고 묻자 김광우씨는 “참돔이나 농어 할 거 없이 반찬용으로는 대물보다 중치급이 더 좋습니다. 너무 크면 장만하기 힘들고 보관도 어렵죠. 한 번에 한 마리씩 꺼내 구워 먹을 수 있는 사이즈들이 쓸모가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오후 6시 초들물에는 김종호씨가 83cm나 되는 농어를 낚았다. 워낙 빵이 좋아 90cm는 족히 넘는 줄 알았다. 이놈은 횡간도 방향 여밭으로 들물 조류가 흐를 때 입질을 받았다. 조류 방향이 바뀌자 어느새 반대편 포인트로 이동해 이날의 최대어를 뽑아낸 것이다.
이후 농어 세 마리를 더 낚아내자 준비해 간 55리터짜리 대장쿨러가 넘칠 기세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엄청난 기대에 부풀었다. 아직 날도 안 저물었는데 이 정도라면 내일 아침에는 분명 나머지 쿨러도 만쿨이 될 것으로 걱정(?)했기 때문이다. 만약 쿨러가 넘쳐 고기 담을 공간이 모자라면 모조리 배를 따 염장하자는 계획까지 세웠다.
저녁 7시, 잠시 낚싯대를 놓고 저녁 식사를 즐겼다. 방금 낚은 농어와 볼락으로 회를 떴는데 농어 회에만 젓가락이 갔다. 농어는 초여름이라는 얘기가 있듯이 회 맛이 달고 고소했다. 그에 비해 볼락 회는 너무 밍밍해 비교가 됐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날이 완전히 어두워져 밤낚시 채비로 모두 교체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이람? 날이 어두워짐과 동시에 우리의 ‘대장쿨러 만땅’의 꿈은 깨지고 말았다. 찌낚시 채비에 청갯지렁이를 달아 열심히 흘려봤지만 농어는커녕 볼락도 입질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찌낚싯대를 들고 참돔을 노려봤으나 참돔 역시 무소식. 낮에 김찬중 사장이 우리를 내려주면서 “볼락이고 뭐고 요즘은 죄다 밤보다는 낮에 잘 문다”고 했는데 그 말은 사실이었다.
김종호씨는 “참돔의 경우 겨울부터 늦봄까지는 밤보다 낮에 조황이 좋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초여름이고 더구나 농어는 일단 물기 시작하면 낮과 밤에 모두 잘 낚이는데 오늘 같은 경우는 매우 의외입니다”라고 말했다.        
밤낚시의 충격은 이튿날까지 이어졌다. 새벽 일찍 일어나 낚시를 했건만 철수 때까지 낚은 고기는 전날 오후 조과의 10분의 1 수준. 농어는 아예 입을 다물었고 볼락은 고작 10마리, 참돔도 잔챙이 5마리 정도가 고작이었다. 만약 어제 오후에 열심히 고기를 낚지 않았다면 한 쿨러도 못 채웠을 상황이었다.

 

6월 중순부터 밤 조황 회복할 듯

추자도에서 철수한 지 1주일 후인 6월 7일에 김찬중 선장과 통화한 결과 전반적 조황은 우리가 낚시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참돔은 여전히 밤낮으로 부진하고 볼락과 농어는 밤보다는 낮에 조황이 좋았다. 
김찬중 선장은 “올해는 4월 말에 잠깐 참돔 조황이 좋았다가 5월 이후 기를 못 펴고 있다. 보통 4월 말까지는 겨울물의 막바지로 볼 수 있는데 본격 여름물로 바뀔 시점인 5월 초 수온이 제대로 상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참돔 불황의 원인으로 추측된다. 더불어 볼락과 농어도 밤보다는 낮에 입질이 활발한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사가 나갈 즈음인 6월 중순이면 수온이 정상적으로 오르면서 예년 밤 조황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의 추자바다25시민박 010-9440-7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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