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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조도 옥도 삼거리 해협에 솥뚜껑 도다리 펄쩍
2019년 07월 3525 12505

전남 진도 조도

 

‘옥도 삼거리’ 해협에

 

솥뚜껑 도다리 펄쩍

 

허만갑 기자

 

진도 팽목항 앞 뱃길 30분 거리에 668가구 1242명(2014년 기준)이 사는 큰 섬 조도(鳥島)가 있다. 하조도-상조도가 다리로 연결되어 있고 주변에 여러 무인도를 거느린 큰 군도다. 그러나 조도는 낚시인들은 잘 안 가는 섬이다. 대도시 낚시인들이 진도까지 가면 거차도나 독거도, 맹골도로 가려 하지, 위치상으로 어정쩡한 내만의 조도에서 낚시하려 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나 또한 진도는 여러 번 갔어도 조도에는 한 번도 내리지 못했다.
그런 조도에 가게 된 것은 지난 3월 교회에서 맺어진 뜻밖의 인연 때문이다. 파주 한소망교회의 영성교육 기간에 새진도교회 이정규 장로님과 한 방을 쓰게 되었는데, 2박3일의 합숙을 마치고 헤어지는 날 칠순의 장로님이 “진도의 조도라는 섬에 내 집이 있으니 꼭 한 번 놀러오라”고 초대하셨고, 같은 방에 배정되었던 나와 50대 장년 집사 다섯 명이 그러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리고 어느덧 5월이 되었다. 이정규 장로님께 가기로 한 날짜는 5월 31일. 진도에 가서 무엇을 할까? 사람들은 모두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낚시춘추 편집장이 끼어 있으니 당연히 바다낚시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암묵적 합의가 이미 형성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한소망교회 진도 낚시원정 프로젝트’가 출범하게 된다.

“무거워요. 빨리 찍어요.” 이영호씨가 살찐 도다리로 묵직한 살림망 두 개를 들고 힘겨워 하고 있다.

상조도와 옥도 사이에 펼쳐진 다시마 양식장. '옥도 삼거리'라고 부르는 도다리 배낚시 명당이다.

 

“조도 도다리는 목포보다 늦은 6월에 피크”

나는 조도 낚시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였다. 그러나 책에도 인터넷에도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요즘 웬만한 섬은 낚시객들이 드나들면서 짧은 후기나 풍경사진 정도는 남겨두는 법인데, 조도는 낚시객이 정말 귀한 섬 같았다. 인터넷에 ‘조도낚시점’ 전화번호가 있어서 전화를 해봤더니 받지 않았다. 결국 민박집 한 곳에 전화를 해서 “아는 낚싯배가 있으면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해서 올해 예순두 살의 배희공 선장님과 통화를 하게 되었다.
“조도엔 낚시어선으로 등록한 배가 두 척밖에 없다. 그중 한 척은 소형 3인승이고 한 척은 제가 가진 8인승 배다. 조도에는 어족자원이 많고 어종이 다양하다. 봄~여름엔 도다리, 가을~겨울엔 감성돔이 주 어종이며, 그밖에 우럭, 농어, 붕장어, 참돔, 문어도 잘 낚인다. 갑오징어도 이각망에 많이 드는데 낚시를 시도해보지는 못했다. 지금 추천하고픈 어종은 도다리다. 계절적으로 가장 굵고 맛이 있을 때다. 조도 도다리는 목포산보다 씨알이 굵고 4~5월보다 6월 초여름에 피크를 이루는 게 특징이다. 가을이 오면 25~35cm급 감성돔이 많이 낚이고 청등도, 죽항도, 관매도 쪽으로 나가면 40cm 넘는 감성돔도 잘 낚인다. 배에서는 카고낚시를 하고 갯바위에선 찌낚시로 낚는다. 겨울에도 이곳은 북서계절풍에 의지되는 지역이 많아서 1월까지 감성돔을 낚을 수 있다. 겨울에 낚이는 감성돔은 50cm 넘는 게 많다.”
배희공 선장의 말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조도에는 물고기가 정말 많다, 그러나 낚시터로 아직 개발되지 못했다’였다. 선장님과 통화를 하기 전에는 그냥 바닷바람이나 쐬다 와야지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제대로 낚시를 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이정규 장로님은 우리에게 본섬 갯바위낚시를 추천하였다. 아드님이 낚시를 좋아하는데 상조도 북쪽, 옥도와 마주보는 물골에서 농어, 우럭을 많이 낚아온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일행은 바다낚시 초보자여서 갯바위낚시는 무리였다. 집사님들과 논의 끝에 배낚시를 하기로 결정하고 6월 1일 토요일 배희공 선장님의 배를 예약했다. 미끼로 쓸 참갯지렁이(1kg 12만원)는 목포 신안낚시에 미리 주문했다.
그런데 문제는 장비와 채비였다. 나도 도다리 배낚시는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떡하나 고민하다가 이 분야의 전문가 수원 박경환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역시! 전문가는 명쾌한 해답을 내려주었다.
“릴대는 아무 거나 써도 된다. 민물릴대, 루어대도 좋다. 낚싯대가 모자라면 자새를 10개쯤 사서 줄낚시를 깔아라. 도다리 배낚시는 원투를 하지 않는다. 배 밑으로 바로 내려도 낚인다. 그리고 어신 파악이나 챔질이 필요 없다. 입질이 약해서 잘 표시 나지도 않을뿐더러 성급히 채면 헛챔질만 많다. 그냥 줄줄이 던져놓고 10분쯤 있다가 다시 순서대로 걷어보면 도다리들이 걸려 있다. 많이 낚고 싶으면 많이 깔면 된다. 그리고 미끼를 아끼지 말고 큼직큼직하게 달아라. 바늘 하나에 참갯지렁이 반 마리나 한 마리를 통째로 꿰면 훨씬 잘 낚인다.”
박경환씨는 ‘낚시점에서 파는 기성품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며 직접 만든 도다리 채비 19벌을 택배로 보내주었는데, 그 채비가 다수확을 거둔 비결이 되었다. 20호 환형 구멍봉돌과 세이코 16호 바늘로 만든 그의 채비는 <그림>과 같다.

▲밀물이 세게 흐를 때는 입질이 뜸하다가 만조가 되어 조류가 정지하자 도다리들이 집중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큰 도다리는 처음 봅니다."  한창 살이 오른 도다리로 쿨러를 채웠다.

 

 

방파제 던질낚시에 붕장어가 지천

5월 31일 오후 6시, 한소망교회의 김병욱, 한인범, 이영호, 은종복씨와 나는 진도 팽목에서 출항하는 조도행 카페리(차도선)에 올랐다. 하늘은 쾌청하고 바다는 잔잔했다. 차도선은 30분 만에 조도 어류포에 닿았다. 이정규 장로님이 선착장에 나와 계셨다. 어류포 언덕에 있는 장로님의 집에는 이미 저녁상이 차려져 있고 바비큐에는 돼지고기가 익고 있었다. “겨우 사흘 만난 인연으로 이 먼 곳까지 찾아와주시니, 모든 게 주님의 뜻이요 은혜입니다.” 이정규 장로님과 우리는 다함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저녁을 먹고 가까운 방파제에서 짬낚시를 해보기로 했다. 배희공 선장께 전화를 걸어서 밤낚시를 해볼 만한 곳을 여쭤봤더니 “여객선 닿는 선착장에서 서쪽으로 조금만 가면 작은 방파제가 나오는데 그 끝에서 붕장어가 잘 낚인다”고 했다. 과연 작지만 그럴싸한 방파제가 있었다. 방파제 끝이 계단식이라 낚시하기도 편했다. 민장대 찌낚시와 원투낚시 채비에 오징어채를 미끼로 달아 던졌더니 민장대엔 소식이 없는데 릴대에는 굵은 붕장어들이 앞 다퉈 올라오기 시작했다. 불과 한 시간 동안 붕장어를 10마리쯤 낚았다. 한 마리는 몸통이 박카스병만 했다. 입질은 계속 왔지만 내일의 본게임을 위해 일찍 철수했다. 방파제 짬낚시만으로도 이 섬의 어자원이 얼마나 풍부한지, 손 타지 않은 포인트가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6시, 어류포항에서 낚싯배를 탔다. 배는 하조도에서 상조도 동쪽 해안을 끼고 올라가서 옥도와 사이 좁은 물골을 지났다. 물골을 벗어나자 전복 가두리 양식장이 나오고 그 뒤로 광활한 다시마 양식장 부표들이 펼쳐졌다.
“이곳은 상조도와 옥도 사이에 있어서 ‘삼거리’라 부르는 포인트인데 도다리 씨알이 가장 굵은 곳입니다. 다시마에 붙어사는 벌레를 먹으려고 각종 어군이 모여들지요. 지금은 밀물이 세게 흐르고 있는데 이 조류가 죽으면 집중적으로 낚일  겁니다.”

 

‘시침 뚝’ 도다리는 ‘방관조법’이 해답

선장님의 말마따나 30분이 넘도록 입질이 없어서 도다리 자원이 빈약한 게 아닌가 불안감이 밀려올 무렵 고물(배의 후미) 쪽에서 “왔다”하는 함성이 터졌다. 한인범씨가 첫 도다리를 올린 것이다. “입질이 엄청 약하네요. 나는 도다리가 걸린 줄도 몰랐어요.” 조류는 어느새 약해져 있었고, 선장님도 두 마리를 연거푸 올렸다. 물때가 된 것인지 다른 낚싯배도 두 척 와서 닻을 내렸다. 선장님이 ‘조도 배는 아니고 목포나 진도에서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10시경부터 도다리들이 본격적으로 낚이기 시작했다. 일행들이 한 대씩만 들고 낚시하는 바람에 나는 릴대 세 대, 자새 두 개를 혼자 관리하게 되었는데, 박경환씨 말처럼 차례로 던져놓고 10분쯤 있다가 건져보면 채비 다섯 개 중 두세 개엔 도다리가 걸려 있었다. 놀라운 것은 씨알! 도다리가 어찌나 큰지 광어만 했고 제법 손맛도 있었다. “오늘 낚인 것 중 큰놈 서너 마리는 1킬로그램이 넘는다”고 선장님은 말했다.
낚시를 하면서 팁도 알았다. 릴대보다 자새에 도다리가 더 잘 낚여 이상하다 싶었는데,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줄을 팽팽하게 당겨두는 것보다 느슨하게 두어야 잘 낚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도다리가 미끼를 먹을 때 줄이 팽팽하면 이물감을 느끼고, 그냥 느슨하게 방치해두면 이물감 없이 미끼를 삼키는 것 같았다. 
썰물로 바뀌자 붕장어들이 자주 입질했다. 붕장어 씨알이 굵기는 했지만 채비를 비비꼬아 엉망으로 만들었다. “썰물이 흐르다가 유속이 죽으면 또 폭발적으로 낚이기 시작한다”고 선장님이 말했지만 이미 충분히 손맛을 즐긴 우리는 예정보다 일찍 대를 접었다. 마릿수는 30마리 남짓했는데 씨알이 커서 30리터 쿨러에 다 담기지 않았다.
“조도 도다리는 6월 한 달간 절정을 이루고 7월 말까지 낚입니다. 8월부터는 민어, 우럭, 농어가 잘 낚여요. 조도는 물때를 꼭 맞춰 오셔야 하는데 배낚시를 하려면 조금부터 2물까지가 가장 좋습니다. 오늘이 4물인데도 물이 약간 빠르잖아요. 갯바위낚시도 사리물때는 피해야 맑은 물에서 좋은 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배희공 선장이 말했다.
도다리 배낚시 신천지, 조도는 다시 찾고 싶은 매력적인 섬이었다. 이런 바다가 아직도 남아 있음에 감사하였다. 우리는 가을 감성돔 시즌에 다시 찾을 것을 기약하며 1박2일의 짧은 여정을 마치고 파주로 올라오는 480km 여정에 다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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