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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관기지_대물 ‘한방터’에서 토종 ‘마릿수터’로 귀환
2020년 01월 2705 12946

 

 

전남 여수 관기지

 

대물 ‘한방터’에서

 

토종 ‘마릿수터’로 귀환

 

김중석 객원기자, 천류 필드스탭 팀장

 

 

여수 관기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물터로 유명세를 탔던 곳이다. 낱마리이지만 걸었다 하면 허리급 월척과 4짜 붕어를 노릴 수 있었다. 잉어의 경우 미터급에 육박하는 대형들이 잘 낚인다. 그러던 곳이 올해 추석 무렵부터 갑작스럽게 7~9치급 붕어가 수십 마리씩 낚이는 마릿수 붕어터로 돌변했다.

 

 

관기지 서쪽 제방에 포인트를 잡았던 필자가 아침 입질을 받아내고 있다.

 

관기지에서 최고의 포인트인 상류 물골지대.
봄부터 가을까지 핫한 곳이지만 겨울철에는 물색이 맑아진다는 게 흠이다.

 

관기지에서 마릿수 손맛을 누린 화보팀. 26~28cm가 가장 많았고 월척은 턱걸이에 불과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강진수, 김광요, 류강득, 이광윤, 유준재, 홍광수 회원.

 

 

전국의 호소에 배스가 유입되면서 이젠 토종터 찾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어린 붕어가 배스의 먹잇감이 되기 때문에 붕어 개체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래서 큰 놈 한 마리를 노리는 일명 ‘한방터’로 변신한 곳이 태반이다. 그런데 배스로 가득 찬 한방터들이 최근 들어 변화를 맞고 있다. 밤새 입질 한 번 받기 힘들었던 곳에서 중치급 붕어가 몇 십 마리 또는 백 여 마리까지 낚이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지역에서는 영암 학파2지, 고흥 해창만수로, 여수 관기지, 복산지, 덕곡지, 장흥 지정지 등이 대표적이다. 여수와 가까운 경남 하동의 송원지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갑자기 낚시인들 몰려 가봤더니 중치급을 한망태기씩
지난 11월 16일 여수 관기지를 찾았다.  관기지는 순천·광양 낚시인들의 안방터와 같은 곳이다. 전남 여수시 소라면 죽림리에 위치해 죽림지로 불리지만 한국농어촌공사 자료에 의하면 관기지라고 표기되어 있다. 규모는 7만2천5백평으로 1925년에 조성된 관기간척지에 물을 댈 목적으로 축조되었다. 평지형 같아 보이지만 준계곡형에 해당된다. 외래어종으로는 배스가 서식하며 블루길은 보이지 않는다. 
관기지가 대물 한방터에서 토종 마릿수터로 돌변한 것이 ‘혹시 포인트 편차 때문이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어 오전에 낚시터에 도착해 상류 조황을 살펴보았다. 전날 밤낚시를 한 낚시인들의 살림망엔 7~9치급 붕어가 예닐곱 마리씩 들어 있었다. 소문대로 월척은 보이지 않았다. 관기지에서 5분 거리에 살면서 필자와 함께 화보팀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진수 회원의 살림망에도 십여 마리의 붕어가 들어있었다. 강진수 씨의 말이다.
“집 앞에 관기지가 있지만 워낙 터가 센 곳이라 몇 년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지난 추석 연휴 때부터 낚시인들이 몰려 뭔 일인가 싶었죠. 가봤더니 중치급으로만 오십여 마리씩 한 망태기씩 낚아놓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 강진수 씨는 퇴근 때마다 관기지에 들러 짬낚시로 손맛을 즐겨왔다고 한다. 상류에는 여러 사람이 낚시하기에는 자리가 협소해 제방으로 가봤다. 제방은 예전과 다른 모습이었다. 칡넝쿨과 잡풀이 무성했었는데 최근 들어 낚시하기 좋도록 말끔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필자가 작년 이맘때 2.4칸 대로 새벽에 4짜 붕어를 올린 그 자리엔 광주 낚시인 이태규 씨가 앉아 있었다. 얼핏 살림망을 보니 시커멓다. 많은 붕어를 낚았다는 증거다.
이태규 씨는 “광주에서 관기지까지는 다소 먼 거리이지만 지난주에 제방 가운데에 앉아 월척 포함 20여 마리의 붕어를 낚았다. 당시의 손맛을 못 잊어 다시 찾아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낚이는 붕어마다 체고가 높고 수심이 3m로 깊다보니 한 마리를 걸어도 째는 힘이 4짜 붕어를 능가할 정도다. 당분간은 이곳 관기지만 찾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드론으로 촬영한 관기지 제방 포인트. 바람을 등지고 낚시할 수 있어
유리하며 수심이 2.5m에 달해 겨울 포인트로 인기가 높다.

 

유튜브 ‘달빛소류지’로 인기를 얻고 있는 홍광수 씨가 새벽 시간에 올린 월척을 들어 보이고 있다.

 

 

글루텐에는 입질 없고 지렁이에만 연타
관기지는 제방 석축이 가팔라서 수정레저의 좌대를 설치한 후에야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일단 특공대로 바닥상태를 살폈다. 바닥은 비교적 깨끗했지만 침수수초인 말즘이 약간 걸려 나왔다. 탐색 미끼로 지렁이를 꿰어 찌를 세웠지만 한동안 아무런 반응이 없다. 
대편성을 마치고 포인트 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한 배스낚시인을 만났다. 그들에게 최근 상황을 물어보니 “배스 개체가 예전보다 훨씬 줄어들어 입질 받기 힘들어졌다”고 한다. 최근 들어 중치급 붕어가 마릿수로 낚이는 것과 연관이 있는 듯싶었다.
그동안의 관기지 출조 경험에 비춰보면 제방권은 3칸 이하의 짧은 대와 글루텐 미끼에만 붕어가 잘 낚였다. 입질이 활발한 시간대는 초저녁과 새벽으로 나눌 수 있는데 새벽 3시부터 동틀 무렵 사이에 몰아치기로 붕어가 낚이는 경향이 뚜렷했다.
해질 무렵까지는 신장떡밥에 어분을 첨가한 떡밥으로 부지런히 집어를 했다. 본격 밤낚시에 돌입하고부터는 글루텐 환을 가급적 작은 크기로 꿰어 던졌는데 초저녁까지는 미동도 없었다. 그때 저녁을 함께 먹고 포인트로 돌아갔던 이신호 회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녁 먹기 전에 준척급 붕어들과 40cm급 잉어를 낚아놨는데 식사하는 사이에 수달이란 녀석이 살림망을 통째로 가져가버렸다는 것이다. 
여수 지역에는 물이 있는 곳에는 어느 곳에나 수달이 서식한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여러 쌍이 구역을 나누어 서식하고 있다. 이놈들이 낚시인들이 자리를 비울 때마다 나타나 살림망을 훔쳐가는 경우가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다.
제방권에서는 내 좌측에 자리를 잡은 김광요 회원이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끓었다. 강한 챔질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가로등 불빛 사이로 붕어를 낚아내는 모습이 보였다. 얼핏 봐도 월척은 넘는 붕어로 보였다. 붕어를 처리하는 도중 또 다시 입질을 받아낸다. 김광요 씨는 “지렁이를 미끼로 썼는데 짧을 대보다는 네 칸 대 이상의 긴 대에서만 입질이 옵니다”라고 말했다.

관기지에서 필자가 사용한 스위벨 채비. 글루텐이 잘 먹힌 곳이라
집어용으로 두 바늘 채비를 사용했다. 입질은 대부분 지렁이에 들어왔다.

 

배스터가 되면서 새우가 사라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많은 새우가 채집되기도 했다.

 

 

준척 붕어가 힘은 4짜급
원래는 짧은 대에 입질이 많았던 곳인데 왜 긴 대에만 입질하는 것일까? 혹시 많은 낚시인이 한꺼번에 몰린 이유 때문일까? 이 역시도 궁금증을 자아냈다. 붕어가 계속 긴 대에만 입질하는 양상이라 낮에 가까운 거리에 집어해 놓은 것은 포기하고 4칸 대부터 6칸 대까지의 장대 위주로 대편성을 다시 했다. 예상은 들어맞았다. 밤 10시가 넘어가자 첫 입질이 들어왔다. 미끼는 역시 지렁이. 글루텐도 잘 먹히는 곳이지만 이날은 지렁이에만 입질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4.8칸 대 찌가 5분가량 꼼지락거리며 예신을 보이더니 끝내 솟구치기 시작했다. 찌를 몸통까지 올려 방방거리는 것을 보고 챔질! 분명 월척 이상은 되겠다 싶었다. 제어가 안 될 정도로 좌우로 째는 힘이 대단했던 녀석을 뜰채까지 동원해 건져내보니 월척에서 약간 모자란 27cm급이었다. 이렇듯 관기지에는 길이에 비해 체고가 높고 몸집이 두터운 튼실한 붕어가 낚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정을 넘기면서 입질은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옆 자리의 김광요 회원은 계속해서 입질을 받았다. 그가 방금 낚아낸 붕어 역시 월척에서 1cm 정도 부족한 29cm에 불과했지만 힘은 허리급 월척을 방불케 했다고 한다. 김광요 회원의 말에 의하면 추석 이전만 해도 4짜급 붕어가 많이 낚였지만 현재는 8~9치급이 마릿수로 낚이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취재일에 관기지를 찾았던 광주 낚시인들이 거둔 마릿수 조과.

 

광주에서 2주 연속 출조했다는 낚시인들. 월척을 포함해 26~28cm 붕어로 손맛을 만끽 했다.

 

배스 줄고 붕어 개체 증가 
새벽 3시. 공교롭게도 동네 어귀에서 들려온 닭 울음소리를 신호탄으로 붕어의 활발한 입질이 재개됐다. 관기지는 전통적으로 새벽낚시가 잘 되는 곳임을 입증하듯 폭풍 입질이 들어온 것이다. 나의 오른쪽에 자리를 잡은 인기 유튜버 ‘달빛소류지’ 홍광수 씨도 연속해서 입질을 받아냈다. 세 시간 정도의 반짝 소나기 입질을 받은 홍광수 씨는 “찌가 동시에 솟구치는 경우가 많아 영상 촬영하랴 설명하랴 붕어를 낚아내랴 정신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한방터인 관기지가 비록 마릿수터로 바뀌었지만 누군가 4짜 한 마리는 낚아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이날은 가장 큰 붕어가 31cm였고 그 외엔 모두 8~9치였다.
날이 완전히 밝아 소나기 입질 공세가 더뎌졌다. 낚시를 멈추고 사진 촬영에 나섰다. 촬영 도중 여수에서 온 김영식 씨 부부를 만났다. 바다와 가까운 곳에 살지만 바다낚시보다는 민물낚시가 더 재미있다는 김영식 씨는 “추석 연휴 때 2박3일로 이 자리를 찾아 120마리의 붕어를 낚은 바 있다”며 핸드폰 속의 사진을 보여줬다. 마리수가 얼마나 많은지 말 그대로 한 망태기 조과였다.
김영식 씨 역시 밤새 수달 성화에 제대로 된 낚시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는데 그의 살림망에는 월척에 가까운 9치급 붕어가 10여 마리나 들어 있었다. 제방 좌측에 자리를 잡았던 이태규 씨는 살림망을 들어내기 버거울 정도의 마릿수 붕어를 낚아냈는데 월척은 턱걸이급 한 마리였지만 8~9치급 붕어로 살림망이 가득 찼다.
이처럼 한방터였던 관기지가 갑자기 마릿수터로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도저히 이해가 안 돼 송귀섭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나의 물음에 송귀섭 선생은 이렇게 답해주었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수중 생태계의 변화다. 즉 배스의 개체수가 너무 많아 포화 상태에 이르면 배스 스스로 산란을 억제해 개체수를 조절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 과정에서 배스 치어를 잡아먹으며 스스로 개체수를 조절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배스에게 잡아먹히지 않을 정도 크기의 붕어들이 평소에는 수초 속에 웅크리며 숨어 있다가 천적인 배스 개체가 줄어들자 일제히 활동을 재개했을 가능성이 높다. 먹이경쟁에서 허리급 이상부터 4짜에 이르는 붕어들이 월척 미만의 붕어들에게 밀리다보니 월척 이상의 붕어를 낚아내기 힘든 상황이이 됐다.” 현재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배스가 줄고 붕어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 또 다시 배스 개체가 증가해 다시 한방터로 바뀔지는 모를 일이라는 게 송귀섭 선생의 견해였다.

 

여수 낚시인 김영식 씨 부부의 단란한 모습.

호젓한 물가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재미에 늘 함께 출조 한다고 한다.

 

화보팀이 입질이 없는 시간에 낚시터를 돌며 정화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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