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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계곡지의 계절 - 고향의 봄에 만난 사천 용산지
2011년 06월 9608 1432

5월은 계곡지의 계절

 

고향의 봄에 만난 사천 용산지

 

 

푸른 산 맑은 물 옹골찬 청정붕어

 


ㅣ허만갑 기자ㅣ
 

김영하의 소설 ‘검은 꽃’은 1905년 영국 기선 일포드호에 실려 멕시코의 애니깽(용설란의 일종) 농장으로 팔려간 조선인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낙원으로 데려다준다는 거짓말에 속아 채무노예로 팔려간 조선인들은 모래바람이 부는 멕시코의 해변에서 첫날밤을 보낸다. 그런데 그 낯선 땅이주는 가장 큰 두려움은 폭염이나 가혹한 노동이 아니라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이었다고 한다. 산에서 나고 자란 조선 사람들에게 산이 없는 광야는 도망칠 곳 없는 창살이었던 것이다.
고향의 산천이란 그런 것이다. 내가 서울에 와서 낚시기자로 일한 지 20년이 되었지만, 내 마음 속에는 어린 시절 낚시하던 고향 진주(晋州)의 지리산자락 계곡지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동안 월척터를 찾아 충남이나 전남의 해안 평지지를 주로 떠돌았지만, 나는 늘 울창한 산과 맑고 깊은 물속에서 당찬 힘을 뽐내던 경남의 붕어들을 그리워했었나보다. 


 

▲ 밤새 갈겨니만 설치더니 아침이 되자 붕어들이 낚이기 시작했다. 용산지 왼쪽 큰 골 상류에서 모닝손맛을 즐기는 서찬수씨.

 

▲ 강인한 풍모의 경남 계곡지 붕어. 

 

지난 4월 29일 경남 사천시 곤명면 조장리의 용산지(2만4천평)를 찾았을 때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낚싯대를 드리우기 전부터 즐겁고 편안했다. 이 저수지는 내가 어릴 때부터 유명했던 낚시터다. 진주 낚시인들은 이곳을 ‘다솔사못’이라 불렀는데 인근에 다솔사란 절이 있기 때문이다.
용산지라는 이름도 정겹다. 저수지명에 용(龍)자나 산(山)자가 들어가면 대개 계곡지인데 두 글자가 모두 들어있으니 완전무결한 계곡지의 지명이다. 진주시 명석면에도 용산지라는 저수지가 있다. 내가 중학교 때 축조된 그 저수지는 내가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닐 동안 줄곧 내 낚시1번지였다. 그곳에서 하룻밤에 낚은 붕어 200마리의 기록은 낚시기자가 되어 전국의 명당을 섭렵하면서도 깨지 못했다. 작년 전국 최대어인 55cm 붕어가 낚인 골용실못도 바로 그 용산지 상류에 있는 소류지다.


갈겨니 성화도 오히려 반가운 이유는?

이런 감상이 비단 나만의 것일까? 월척지상주의의 대물낚시 광풍에 잊혀가는 계곡형 저수지들이 과연 월척 많은 평지지에 비해 B급이나 C급 낚시터이기만 한 것일까? 청정한 계곡지에서 낚인 뼘치 붕어가 혼탁한 간척호의 월척붕어보다 더 큰 기쁨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 년 내내 물 좋은 계곡지나 댐만 찾아다니는 낚시인들도 많다.
용산지에 동행한 서찬수씨도 모처럼 만난 멋진 풍광에 가슴이 설레는 듯했다.
“남들은 꽃 피는 삼월이 아름답다지만 나는 사월의 이 신록이 더 아름답소.”
이제는 갓낚시 명인을 넘어 전국구 스타가 된 서찬수씨도 매주 호황현장을 찾아 촬영해야 하는 일상에 좀 지쳐 있는 듯했다. 방송을 보는 낚시인들이야 물 맑고 경치 좋은 곳보다 붕어가 많고 잘 낚이는 곳을 원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붕어란 녀석은 산천어나 열목어와 달리 맑은 물에는 많이 살지 않는다. 산간오지보다 마을이 근처에 있어서 생활하수나 축산폐수도 약간 흘러드는 곳에 잘 자라는 것이다. “그래도 나만큼은 경남에 풍부한 계곡지를 많이 소개하고 물 좋은 계곡지 낚시의 매력을 전파하고 싶다”고 서찬수씨는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 “힘이 장난 아닙니다.” 옥수수 미끼로 9치 붕어를 올린 천지어인 회원 정을식씨.

 

‘다솔사못’도 많이 변해 있었다. 무엇보다 블루길이 유입되어서 마음이 아렸다. 그러나 외래종의 침입에도 갈겨니들이 우점종으로 세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초저녁부터 맹렬히 달려드는 갈겨니 등쌀에 붕어를 낚을 재간이 없었다. 그러나 배스 아니면 월척붕어뿐인 요즘 낚시터에 비해 오히려 우리 토종 생태계가 건강하게 살아 있어서 더 정이 갔다.
갈겨니 성화가 주춤해질 때를 기다리며 수변야식을 즐겼다. 마침 삼천포에 사는 서찬수씨의 팬 송동근씨가 동태찌개를 가져왔다. 송동근씨는 “이쪽 골보다 저쪽 작은 골(제방에서 상류를 볼 때 오른쪽의 골)이 더 낫던데 왜 이곳에 앉았느냐”고 했다. 그는 작은 골에서 옥수수로 월척도 낚았다고 한다. 아무려면 어떤가. 쏟아질 듯 반짝이는 별빛 아래서 고즈넉한 산새 소리를 벗 삼아 우리는 옛 낚시추억을 이야기했다.
아침이 되자 산은 푸른빛을 되찾았고 갈겨니들이 종적을 감춘 대신 붕어들이 먹이활동에 나섰다. 지렁이엔 5~6치 붕어가, 옥수수에는 7~9치 붕어가 입질했다. 찌올림은 유려하고 채는 족족 쌩쌩 줄소리가 났다. 역시 경남 계곡지 붕어의 힘은 전국제일이다. 월척은 만나지 못했지만 정말 짜릿한 모닝손맛이었다. 해가 중천에 뜨자 입질은 사라지고 대신 뗏장수초 속에서 요란하게 뒤척이는 월척급들의 산란이 시작되었다. 아니, 이렇게 큰 붕어들이 많은데 왜 우리에겐 안 낚인 거지?  

 

▲ 진입로에서 바라본 용산지 큰 골. 왼쪽 산 너머에 작은 골이 있다.

 

조과 지상주의에 잊혀가는 계곡지의 매력

모처럼 계곡지 붕어 손맛에 고무된 나와 서찬수씨는 그날 밤 다시 사천의 계곡지에 도전했다. 이번엔 더 고지에 위치한 사천시 용현면 석계리의 석계지(세암지, 4만평)였다. 2004년에 석계지가 준공됐을 때 나와 서찬수씨는 그 밑의 석계소류지에서 낚시를 하다가 석계지에 올라가보고 그 엄청난 제방에 압도된 바 있다. 석계지는 그 이듬해에 바로 월척을 토해냈는데 원래 작은 소류지 하나가 있어서 수몰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월척 자원이 더 늘어났고 간혹 큰 잉어가 걸려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곳이다. 2~4m 수심에서 끌어내는 붕어 손맛이 가히 일품이다.
그러나 하늘은 우리에게 많은 기쁨을 허락하지는 않았다. 해거름부터 비바람이 일기 시작하더니 밤이 되자 무시무시한 폭풍우가 휩쓸었다. 길도 없는 최상류까지 산길을 헤치고 진입했던 서찬수씨와 김주수씨는 물에 빠진 생쥐가 되어 돌아왔고 고사목이 수몰된 세암마을 앞의 작은 골에 자리를 잡았던 나도 초저녁에 월척으로 추정되는 큰 붕어를 걸어 씨름하다가 고사목에 걸려 놓쳐버리고 비와 땀으로 범벅된 채 도망치듯 나왔다.
그래도 수로나 평지지가 아니라서 뻘범벅이 되지는 않았다. 우리는 세암마을 약수터의 처마 밑에 둘러앉아 라면과 소주로 우중야식을 즐겼다. 어느새 상류 계곡에 불어난 물소리가 폭포처럼 울렸다. 이 비가 그치면 적당히 흐려진 물색에서 붕어들이 또 얼마나 왕성한 입질을 보일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월척 소식은 서산 부남호에서 들려오고 있지만 내 마음은 산새 소리 청량한 경남의 계곡지에 가 있다.    

▒ 용산지 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곤양IC에서 나와 우회전해 곤양읍내로 들어선 다음 곤명면 방면으로 계속 직진하면 약 5km 후 왼쪽으로 ‘다솔사’ 푯말을 지나쳐 100m 후 ‘용산마을’ 표석이 나온다. 좌회전해 아스팔트 외길을 따라 가면 오르막을 넘어 내리막길에서 오른쪽으로 용산지 좌측 골 수면이 보인다. 한편 용산지 우측 골로 가려면 ‘용산마을’ 표석을 지나쳐서 직진하다가 길 왼쪽의 용산지 제방을 보고 잠시 후 왼쪽 시멘트포장길로 진입하면 된다.
▒ 조황 문의 창원 세월낚시 011-865-7271   

 

 


▲ 아침에 연속으로 붕어를 낚아내고 있는 정을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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