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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현장 - 합천 정양수로
2011년 04월 9119 213

“우리 평생에 언제 이렇게 많은 붕어를 낚아보겠어요.”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갔던 인천꾼들이 이틀 동안 낚은 풍성한 조과를 들어 보이고 있다.

 

화제의 현장


합천 정양수로의 월척 대소동

 

생태공원 조성 공사가 가져온 뜻밖의 선물


새로 파낸 물길 따라 정양늪 붕어들 수로로 집단이주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배를 빌려 타고 수로 안의 작은 섬으로 들어갔던 인천꾼 임항빈씨는 낚싯대를 펴는 도중에 벼락 입질을 맞았다. 32, 28, 29, 34cm… 동행한 박은섭, 김영문씨도 마찬가지. 올해 첫 물낚시를 위해 경남 합천을 찾은 세 사람은 폭발적인 입질에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각각 준월척으로 30여 마리씩 걷어 올렸다. 그러나 이들이 낚은 것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합천발 낭보

지난 2월 21일, 감성돔 취재를 위해 가거도행 여객선에 오르는데 합천 큰붕어낚시회 김정민 회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정양늪과 연결된 정양수로에서 얼음낚시부터 해빙된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어마어마한 양의 붕어가 낚이고 있으니 빨리 내려오라”는 것이었다. 정양수로는 그동안 수심이 얕아 낚시를 하지 못하던 곳인데 최근 합천군에서 이곳에 생태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수로 하류를 1~1.5m 수심으로 준설한 후 붕어가 마릿수로 낚이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즉시 인천의 서진낚시 회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합천 정양수로의 호황소식을 전하고, 먼저 들어가 있으면 나도 가거도에서 나오자마자 곧장 합류하겠노라고 했다. 마침 전남 고흥으로 가려던 임항빈, 박은섭, 김영문 회원이 즉석에서 목적지를 바꿔 21일 자정 인천을 출발했다.
22일 저녁 김영문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늦게 도착해 오전시간대를 놓쳤는데도 초저녁까지 무려 100마리 정도 낚았다. 그 중 월척이 20마리 정도”라고 했다. 섬으로 들어간 인천꾼들뿐만 아니라 연안에서 낚시를 한 합천 큰붕어낚시 회원들도 20마리씩은 다 낚았다며 가거도에 있는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얼음낚시에서는 4짜도 쏟아졌다”

 

나는 23일 오후 진도로 나와 합천으로 가기 위해 진주로 달려갔다. 김정민 회장이 고맙게도 진주까지 마중을 나와 주었다. 이 날 합천의 낮기온은 전국 최고인 20도까지 올라갔다. 때 아닌 초여름 날씨에 낚시인들은 한낮에는 웃옷을 벗고 속옷바람으로 낚시했다고 한다. 반면 밤이 되자 영하로 뚝 떨어졌을 정도로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컸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대략 사오십명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수로의 진입로인 33번 국도변 폐기물매립장 입구엔 차량이 길게 줄을 지어 주차되어 있었다. 도로변보다 인천꾼들이 배를 타고 건너간 정양늪 쪽의 조황이 월등했다. 도로변 연안에는 30명 정도 앉아 있었는데 살림망을 담그지 못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이들이 앉아 있는 연안은 작년까지만 해도 길이 없어 진입이 힘들었던 곳이다. 합천시에서 생태공원 조성공사를 하면서 길이 만들어졌고 중간 중간 가로수도 심어 놓았다.
정양수로의 호황은 얼음낚시부터 출발했다고 한다. 김정민 회장은 “올 겨울 워낙 추워 생전 처음 얼음낚시를 즐겼다. 1월 말경 얼음낚시에서 월척이 쏟아졌다. 일주일 전(2월 17일)에 해빙된 뒤 물낚시에서도 조황은 끊이지 않았고 열 마리 중 여섯일곱마리가 월척일 정도로 씨알이 대단했는데 3일 전부터 씨알이 조금 잘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10마리 중 3~4마리가 월척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4짜도 여러 마리 낚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합천 중앙낚시 오택권 사장은 “얼음낚시 때 대구경북꾼들이 4짜급 붕어를 10여 마리 낚았고 얼음이 녹은 뒤에는 보트낚시꾼들이 4짜를 많이 낚아갔다”고 말했다.

 

▲생태공원 조성 공사로 수심이 깊어진 정양수로에서 지난 1월 말 얼음낚시부터 3월 초순까지 엄청난 붕어가 낚였다. 사진의 건너편은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한다.

 

▲ “우리가 너무 많이 낚았나요? 독자 여러분에게 욕먹을까봐 살림망 한 개는 개봉하지 않았습니다.” 합천 큰붕어낚시회 회원들이 정양수로에서 낚은 조과를 펼쳐놓았다. 왼쪽부터 곽동환, 최호성, 강현덕씨.

 

<왼쪽> 날이 밝자 여기저기에서 붕어가 쏟아졌다. 최호성씨가 월척을 막 낚아 올리고 있다.

<오른쪽> “이 때글때글한 월척붕어를 좀 보세요.” 호황소식을 듣고 인천에서 달려간 임항빈, 박은섭(우)씨가 정양수로 붕어를 자랑하고 있다.

 

 

 건너편 섬에선 꽉 찬 살림망을 들지 못할 지경

 

김정민 회장은 직접 4짜를 낚아 보여주겠다며 회원 3명과 함께 밤낚시를 고집했으나 옆자리의 나는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차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동이 틀 무렵 일어나보니 갑자기 떨어진 기온 탓인지 밤낚시는 낱마리 조과로 부진했다. 주변 낚시인들의 조황을 살펴보니 누구의 조과부터 촬영해야 할지 난감할 정도였다. 큰붕어낚시 회원들은 물론 광양에서 온 박현수씨와 부산꾼 박정수씨도 목까지 차 오른 살림망을 힘겹게 들고 포즈를 취했다. 박현수씨는 “어제는 조황이 좋지 않았다. 대부분 그저께 낚은 조과다. 이제 더 이상 담을 곳이 없어 곧 철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촬영하는 도중에도 이쪽 연안과 건너편에서 붕어를 걸어내는 광경이 계속해서 연출되었다. 건너편 섬에선 짧은 대 긴대 가리지 않고 낚였지만 33번 국도변 연안에서는 수초를 넘겨야 입질을 받았기 때문에 4칸부터 5.2칸대까지 긴 대를 써야 했다. 입질시간대는 동이 트는 순간부터 점심 무렵까지 집중되었고 오후에는 다문다문 낚이다 다시 해거름부터 한두 시간 잦은 입질을 보여주다 밤 10시 후 새벽까지는 소강상태를 보였다. 
철수하는 큰붕어낚시 회원들과 함께 합천읍으로 나가서 아침식사를 한 뒤 나는 인천꾼들이 들어가 있는 섬으로 가기 위해 다시 정양수로로 향했다. 인천꾼 박은섭씨가 오택권 사장이 빌려준 배를 타고 마중을 나왔다. 배가 닿는 곳에 텐트를 쳐놓았고 낚시는 반대편으로 걸어가서 하고 있었다. 인천꾼 세 사람이 낚아놓은 조과를 보고 그만 입이 쩍 벌어졌다. 살림망마다 준척과 월척붕어가 가득 담겨 있어 들지 못할 정도였다. 김영문씨가 “어제는 조황이 좋지 못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큰 일(?) 치를 뻔 했다”며 활짝 웃었다.
사진 촬영 도중에도 계속해서 입질이 왔다. 순식간에 준척 네 마리와 32, 34cm 월척 두 마리를 더 낚았다. 스윙낚시와 직공낚시를 겸했는데 마릿수는 직공낚시가 좋은 편이었다고 했다. 점심 무렵 입질이 뜸해지자 인천꾼들은 철수를 준비했다. 여덟치 이하는 모두 방생했으나 그래도 양이 많았다. 박은섭씨는 “첫 물낚시에 이렇게 많은 붕어를 낚아보기는 난생 처음”이라며 중앙낚시 오택권 사장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취재팀이 철수한 후 전국적으로 비가 쏟아진 2월 26~27일에도 많은 월척 붕어가 낚였다. 오택권 사장은 “합천에는 이틀 동안 40mm 이상 내렸는데 비가 내린 첫날(26일)에는 대부분 32~35cm로 굵었다. 그러나 다음날부터는 이상하게도 다시 입을 다물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비 오는 날 5짜 붕어가 낚였다는데 직접 확인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양수로의 호황 소문이 퍼져 전국의 낚시인이 몰리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풍경도 늘고 있다. 낚시자리마다 쓰레기가 쌓이고 폐기물매립장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낚시차량들이 점거해 경찰이 나와 교통정리를 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중앙낚시 오택권 사장은 “주민들이 쓰레기와 주차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낚시금지 조치가 내려질 수도 있다. 이곳을 찾는 낚시인들은 가급적 쓰레기를 봉지에 담아 되가져가 주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취재협조 합천 중앙낚시 055-933-2738

▲합천 큰붕어낚시회 김정민 회장이 내림낚시 채비로 낚은 준척붕어를 자랑하고 있다.

 

 

▲33번 국도변에서 바라본 정양수로 전경. 오른쪽 도로변으로 추자된 차량들이 보인다.

 

정양수로의 대호황 원인은?

 

합천시내 남쪽, 대양면 정양리에 있는 정양수로는 황강으로 흘러드는 7~8km 길이의 수로다. 하지만 그동안 하류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수심이 나오지 않아 낚시를 하지 못하던 곳이다. 한편 정양수로와 거의 붙어 있는 정양늪(5~6만평)도 예부터 어자원의 보고로 알려진 곳이지만 빽빽한 수초 때문에 낚시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작년 가을부터 합천군에서 정양늪과 정양수로를 생태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바닥의 흙을 파내고 연안을 따라 길을 내고 늪의 동서남북으로 다리를 연결하는 작업을 하면서 정양수로 하류 전역의 수심이 1~1.5m로 깊어졌고 정양늪에 있던 붕어들도 물길이 연결된 정양수로로 상당량 옮겨오면서 호황이 촉발되었다. 오택권 사장은 “아직 정양수로의 붕어들은 산란을 하지 않았다. 본격적인 산란은 3월 중순에서 4월 초순 사이에 이루어진다. 그때가 되면 지금보다 얕은 곳이나 상류로도 올라붙게 되고 씨알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름이 다가오면 씨알도 잘아지고 모기 성화에 낚시를 하지 못한다고. 한편 이곳을 찾는 낚시인들은 생태공원이 만들어지면 군에서 낚시를 금지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는데 현지꾼들은 “그것보다 오히려 낚시인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때문에 낚시가 금지될 공산이 크다”며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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