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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최북단의 산천어 왕국, 북천
2011년 10월 6423 2392

 

 

남한 최북단의 산천어 왕국
 

 

北川 
                                                                       

 

 

강동원 춘천·객원기자 

 

 

 

 

폭우와 폭염 탓에 대다수 계곡의 조황이 부진했지만 강원도 고성군의 북천만은 달랐다. 중류 소똥령부터 상류 진부령휴게소 밑까지 4km 구간을 거슬러 올라간 우리는 곳곳에서 산천어를 만날 수 있었다.


 

8월 말, 계곡의 수온은 무려 20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강원도 인제 진동계곡의 열목어는 손바닥 크기의 잔챙이만 올라온다고 하고 영동 지역 계곡의 산천어들은 어찌나 까칠하게 구는지 얼굴 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프리스톤 프로스탭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철오씨가 낭보를 전해왔다. 강원도 고성 북천에서 씨알 좋은 산천어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다음날 출조한다고 하기에 나도 합류하기로 했다.
북천은 인제군과 고성군 경계면에 있는 향로봉에서 발원한 두 개의 하천인데 모두 북천이라 부른다. 북동쪽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고성군을 지나 동해로 흘러들어 고성 북천이라 부르고 남서쪽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고성과 인제를 지나 소양호로 합류해 인제 북천이라고 한다. 그중 고성 북천은 민통선과 가까워 개발이 덜 이뤄졌고 그 때문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북단 산천어낚시터다.

 

강원도 최북단 산천어터인 고성 북천. 수려한 경치의 계곡에서 계류중독 심연아 회원이 입질을 노리고 있다.

 

 

 핑크빛 파라슈트에 유혹된 북천 산천어.

 

 

중류 소똥령부터 상류 진부령휴게소까지

 

 

북천계곡을 가려면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의 진부령을 넘어야 한다. 8월 27일 새벽의 진부령은 방치된 고립무원의 세계처럼 적막했다. 이 지역의 최대 관광시설이었던 알프스리조트가 적자 누적으로 문을 닫은 후 사람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을씨년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다. 가로등 몇 개만이 새벽을 지키고 있는 허전한 해발 529m의 정상, 그 너머에 고성 북천이 숨어있다.
영동과 영서의 두 북천을 나누는 분수령을 넘어서니 밤새 비가 내렸는지 노면이 축축이 젖어있다. 많은 양이 아닐지라도 이 비에 수온이 어느 정도 떨어졌을 것 같아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년 전이던가? 부슬부슬 비가 내리던 초여름 이곳 북천에서 일생 최대의 대박 조황을 만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루 종일 비라도 뿌려준다면 금상첨화일 거란 기대감이 들었다.
새벽 6시 약속장소인 북천 중류, 고성군 간성읍 진부리 소똥령 인근의 제추골산장 앞에 도착하자 김철오씨 일행은 벌써 입수 준비를 다 마치고 나를 맞아주었다. 인터넷동호회 ‘계류중독’의 이기혁, 심연아 회원과 인사를 나누자 김철오씨가 개략적인 낚시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제추골산장 하류 구간은 갈겨니 성화가 심한데다 마릿수 조과가 많이 떨어집니다. 가급적 하류 구간은 피하고 상류 쪽에 치중하는 게 낫지 싶네요. 오전에는 진부령유원지까지 사 킬로 구간을 함께 치고 올라갔다가 오후에는 두 팀으로 나누어서 움직이도록 하죠. 시작 패턴은 파라슈트가 좋을 것 같습니다.”
김철오씨는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 출연해 플라이 캐스팅의 달인으로 유명해진 낚시인이다. 12피트 이상의 롱(Long) 리더 시스템을 사용해서 섬세한 낚시를 즐긴다. 비교적 긴 리더를 이용해 플라이 훅을 더 오랜 시간 자연스럽게 머무르게 하는 드랙프리(drag-free) 기법을 구사하는데, 리더가 길면 긴만큼 자연스러운 턴오버가 힘들기 때문에 캐스팅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바위 뒤에서 산천어 입질을 노리고 있는 심연아, 김철오씨.

 

 

  메뚜기 플라이에 유혹된 산천어. 가을엔 메뚜기의 계절이라 할 만큼 큰 미끼의 반응이 좋다.

 

 

“말로만 듣던 수달을 여기서 보네요”

 

 

심연아씨가 루프를 그리며 성큼성큼 앞서나갔다. 20여m 나아갔을까? 벌써 한 차례 입질을 받은 듯 아쉬운 제스처를 취했다. 심연아씨가 입질을 받은 곳은 본류의 흐름에서 약간 벗어난 지점. 의외였다. 아직은 수온이 높은 시기여서 산천어들이 물살이 거친 흐름의 중앙이나 산소량이 풍부한 포말지대에 있을 거라는 예상이 빗나가는 순간이었다. 입질은 받았지만 무척이나 예민한 듯했다. 그 후로도 두 번이나 더 입질을 받았으나 챔질하는 데 실패했다.
이기혁씨는 김철오씨의 집중적인 가이드를 받으면서 차분히 포인트를 탐색하고 있었다. 김철오씨는 포인트에 접근하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캐스팅할 지점이며 어느 방향으로 훅을 흘려보낼 것인지 일일이 짚어주며 완벽하게 일대일 교습을 해주었다. 그러나 한 시간이 넘도록 누구도 산천어 얼굴을 구경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껏 잘 나오던 포인트에서 전혀 반응이 없네요.”
“수온은 재봤어요? 20도는 안되겠는데….”
김철오씨가 손을 담가보더니 “17도”라고 말했다. 수온계를 넣어봤더니 정말로 17도가 나왔다. 수온은 괜찮은데 왜 입질이 없는지 서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옆에서 “수달이다”하고 소리쳐서 고개를 돌려보니 정말 큰 개만한 검은 물체가 물속에서 쏜살같이 움직이더니 건너편에서 물보라를 일으켰다. 저 역시 인기척에 놀란 탓인지 허둥지둥 몸을 숨기기 바빴나 보다. 심연아씨가 호기심 가득한 소녀처럼 “말로만 듣던 수달을 여기서 처음 보네요”하고 말했다. 
수달은 하천 먹이사슬 최상층에 속하는 동물로서 녀석이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북천의 하천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수달은 하루에 물고기를 3~4kg 정도 먹어치우는 대식가. 입질이 없는 것은 수달이 다 잡아먹었기 때문일까?
“자자~ 여기는 그냥 쭉쭉 올라가자고요. 수달이 지나간 자리에서는 입질을 받기 힘들 겁니다.”

 

 

 

                         심연아씨가 30cm가 훌쩍 넘는 대물 산천어를 보여주며 미소 짓고 있다.

 

  바위에 붙은 날도래류의 탈피각(좌)과 하루살이 형태를 본뜬 메이플라이 파라슈트.

 

 

이머저에 원 캐스팅 원 스트라이크

 

 

첫 입질은 김철오씨가 받았다. 시범삼아 던진 캐스팅에 덜컥 입질이 온 것이다. “아, 이거 미안한데.” 자신이 먼저 산천어를 걸어낸 것이 사뭇 미안했는지 너털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어댔다. 핑크빛의 화려한 포스트를 세운 파라슈트 훅에 현혹되어 나온 녀석은 카메라를 들이대자 파 마크가 영롱한 자태를 자랑하며 앙탈을 부렸다. 20cm를 갓 넘긴, 기대에는 못 미치는 씨알이었지만 일행에게는 확실한 활력소가 되었다. 일단 입질이 살아나자 같은 자리에서 연타로 번갈아가며 산천어를 걸어냈다.
오전 11시경이 되자 진부령유원지 구간까지의 낚시가 끝났다. 김철오씨와 이기혁씨 두 사람은 오후를 위해 잠시 쉬기로 했는데 심연아씨는 나머지 구간을 좀 더 공략해본다고 한다. 낚시를 다시 시작했는데 포인트에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을 보는 순간 맥이 탁 풀리고 말았다. 플라이낚시인이라면 누구나 다 알만한 상황. 계곡에서 만나는 발자국은 이미 낚시를 하고 갔다는 의미로서 몰황을 뜻한다. 나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심연아씨에게 그만 돌아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무언의 사인을 보내고 있는데, “혹시 알아요? 저처럼 헐렁한 낚시꾼이 흘리고 간 산천어라도 낚여줄는지 모르죠”하면서 오히려 활짝 웃는다. 잠깐이었지만 그 웃음의 끝자락에 은은한 승부사의 기질이 언뜻 비쳤다가 사라졌다.
심연아씨의 캐스팅 속도가 빨라졌다. 발밑으로 지나가는 산천어를 눈으로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면서 입질도 되살아나는 듯했다. 잠깐 사이에 두 마리의 산천어를 낚은 심연아씨가 검정색 캐디스 이머저를 꺼내들었다.
“좀 전에 김철오씨가 바위에 캐디스의 허물이 붙어있는 걸 보고, 캐디스 웨트 훅을 트레일러로 달아 흘렸더니 바로 반응이 오더군요. 오늘 패턴을 봐서는 이머저를 한번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마침 비도 오고….”
이머저는 부력재를 사용해 수면에 뜨도록 만든 우화 단계의 곤충 형태의 플라이 훅이다. 그녀가 꺼내든 이머저는 통통한 몸매에 스펀지로 윙 케이스를 만들어 부력을 높였는데 그 특이한 형태가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효과는? 원 캐스팅 원 스트라이크! 그렇게 까칠하게 굴던 산천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허겁지겁 달려들었다. “와우~ 이거 대박인데요?” 한 곳의 소에서 순식간에 굵은 산천어를 세 마리나 낚아내자 심연아씨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올랐다.
아직 남아있는 더위를 씻어 내리려는 듯 소나기가 한차례 강하게 계곡을 쓸고 지나갔다. 전국의 계류낚시터들이 몸살을 앓고 있어도 최북단 북천만은 꿋꿋하게 대물 산천어터의 명성을 지키고 있었다.  
▒취재협조  프리스톤 02-484-8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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