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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계류를 찾아 - 열목어 천국 인제 진동계곡
2011년 11월 8369 2393

 

 

 

야생의 계류를 찾아

 

 

 

 

열목어 천국 인제 진동계곡
                                                                           

 

강동원 춘천·객원기자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에 있는 진동계곡은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을 자랑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계류 낚시터이기도 하다. 우리는 진동계곡 중류 조침령 구간에서 아름다운 열목어를 만났다. 

 

 


원래 계획했던 경북 봉화 출조는 출발 직전 인제 진동계곡으로 급선회하게 됐다. 전날(9월 26일) 진동계곡을 다녀온 이상은씨가 마릿수 조과를 올렸다면서 진동계곡으로 가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사실 봉화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조황이 확인된 진동계곡에서 제대로 손맛을 보자는 쪽으로 의견일치를 보았다.
인제 진동계곡은 일명 방태천이라고도 한다. 인제군 기린면의 점봉산(1,424m)에서 발원하여 하류에서 방태산에서 내려온 방동천과 합류한 뒤 내린천으로 흘러든다. 내린천에 이르기까지 70리(약 28km)의 물길을 이루는데 이것이 우리나라의 계류 낚시터 중 가장 긴 구간에 해당한다.
진동계곡으로 떠나려 하니 철 이른 단풍이 기대됐다. 가을의 진동계곡은 장관이다. 불타는 듯한 빨강과 햇빛이 농축된 듯한 노랑으로 물든다. 주렴(珠簾, 구슬 따위로 엮은 발) 같은 물줄기와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은 가을 설악산에서조차 보기 힘든 절경이다.

 

 

 

 진동계곡 중류 쇠나드리 포인트에서 열목어 입질을 노리고 있는 서경하씨 일행

 

 

파라슈트를 물고 올라온 열목어. 수면으로 드러난 어체에 가을빛이 물씬 풍긴다.
 

 

 

조선 정조 때 무사 백동수가 숨어살던 진동계곡

 

행선지가 바뀐 덕에 일정이 여유로워졌다. 진동계곡으로 가는 길은 춘천에서 홍천을 거쳐 1시간30분 쯤 가야 한다. 기린면의 현리삼거리를 지나자 여명이 밝아왔고 조롱고개를 넘어서자 공사 중인 춘천·양양간 고속도로 교각이 거인처럼 검은 형상을 드러냈다. 오지였던 이곳에 고속도로가 뚫릴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라도 했던가. 10년 전엔 흙먼지를 날리며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을 1시간 이상 올라가야 하는 오지였다.
옛 문헌 정감록에는 진동계곡이 ‘물과 바람과 불의 재난이 들지 않는다는 삼재불입지처(三災不入之處)라 하여 각처에서 난을 피해 사람들이 들어와 화전을 일구고 숨어 살았다’고 한다.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 ‘무사 백동수’의 주인공 백동수가 은거했던 곳도 이곳 진동계곡이다. 조선 후기 무인인 백동수는 무과에 급제했지만 서자 출신이라 벼슬길이 열리지 않자 한양살이를 접고 첩첩산중인 이곳으로 들어왔다가 후일 정조에게 중용되어 ‘무예도보통지’ 편찬에 참여한다. 요즘에도 많은 현대판 백동수들이 진동으로 들어오고 있는데, 정년퇴직자, 화가, 환경운동가, 공동체생활자, 시인, 소설가, 수행자, 병자 등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스며들어 살고 있다. 모두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이다. 도회지살이의 번잡함, 밥벌이의 고단함에 진저리를 쳤을 그들처럼 낚시인들이 진동을 찾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조침령 하류 1㎞에서 낚시 시작

 

진동계곡 중류인 조침령 부근의 쇠나드리 억새밭을 지나쳐서 차를 세웠다. 길 앞쪽으로 조침령 터널이 보였다. 갈래길에서 왼쪽으로 향하면 곰배령으로 가게 되고 터널을 지나 고개를 내려서면 양양 미천골에 이르게 된다. 서경하씨는 ‘작년에 봐둔 오짜 열목어를 올해는 기필코 잡아야겠다’면서 이곳에서 내렸다. 나는 이상은씨와 함께 하류로 1km쯤 더 내려갔다. 무성한 억새 사이로 내려가 계곡에 이르자 숨바꼭질하듯 다람쥐들이 나타났고 길 경계엔 멧돼지가 파헤친 작은 나무뿌리들이 드러나 있다.
진동계곡의 수량은 많지도 적지도 않고 적당했다. 수온을 재보니 9.5도. 이상은씨가 나에게 “드라이로 먼저 낚시를 해보라”고 권해서 조금은 의아했다. 계류낚시에서는 먼저 앞서가는 사람이 더 많이 잡는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선행을 양보하는 것은 그만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까? 이상은씨는 “물만 건드리지 않으면 드라이로 치고 지나간 자리에서도 님핑으로 마릿수 열목어가 나오더라고요”하고 말하면서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요즘 체코님핑(czech nymphing)의 매력에 푹 빠져 9~10ft 전용 로드까지 구했다고 한다. 체코 님핑은 3~4년 전에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지만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기법이다. 보통 플라이라인을 수면에 흘리지만 이 낚시는 플라라인을 풀지 않고 리더라인만을 수면에 닿도록 로드를 세운 채 입질을 기다리는 기법이다. 꼬내기(날도래 유충)를 달아 쓰는 산천어 대낚시를 연상하면 이해하기 쉽겠다. 마커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리더라인에 있는 인디케이터로 입질을 파악하는 기법인데 보통 님프를 하나만 달지만 이 기법은 2~3개 훅을 이어 달아서 표층부터 바닥층까지 고루 노릴 수 있다. 진동계곡처럼 폭이 좁고 유속이 빠른 계류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이상은씨가 38cm 열목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상은씨가 사용한 체코님핑 채비(좌)와 체코님핑에 사용된 플라이훅. 우측에서 세 번째 줄의 바늘이 체코님프(Bobesh)다.

 

 

계곡에 열목어가 가득 찬 것 같아

 

입수한 지 30여 분이 지났건만 수면은 조용하기만 하다. 새벽에는 바늘을 묶기가 힘들 정도로 손이 시렸다. 이상은씨는 “며칠 사이 기온이 뚝 떨어진 탓인지 햇살이 퍼진 후에나 활성도가 살아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일단 입질이 시작하면 한 자리에서도 마릿수로 나오니까 지금부터 제대로 시작해보죠”하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아침 7시가 넘어서자 첫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곳에서 고기가 나오나 싶을 정도로 얕은 여울에서 20cm 전후의 열목어들이 불쑥불쑥 솟구쳤다 내려가곤 했다.
입질이 잦은데도 헛챔질이 많아지자 이상은씨가 보다 못해 또 한마디 한다. “바늘 사이즈를 좀 더 작은 걸로 바꿔보죠? 아무래도 큰 바늘은 제대로 먹질 못하고 쳐내는 입질이 많더라고요. 해치(羽化 : 곤충이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바뀌는 것) 하는 걸 보면 작은 사이즈의 메이(하루살이)들이 많이 보이죠? 실제로 이 계곡에선 돌을 뒤집어 봐도 14번이나 16번 이하 사이즈의 비교적 작은 애벌레들이 월등히 많은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님핑에도 아래쪽 큰 바늘보다는 윗쪽에 달린 작은 바늘을 물고 나오는 빈도가 더 높아요. 아마 드라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어제는 브라운 컬러의 파라슈트 14번 정도가 잘 먹었으니까 그걸로 한번 해보세요.”
그의 말대로 바늘을 교체해주자 비로소 입질이 붙기 시작했다. 계곡 전체가 열목어로 가득 차있는 것 같았다. 빠른 여울마다 한 마리씩 들어있는 것은 물론이고 제법 괜찮아 보이는 포인트다 싶으면 서너 마리가 연타로 낚였다. 이상은씨는 필자가 몇 마리 뽑아내고 지나간 자리에서도 님핑 기법으로 또 몇 마리씩 잡아내고 있었다. 미처 먹지 못하고 내려간 녀석들도 님프를 들이밀면 어김없이 달려 나왔다. 마치 드라이로 탐색하고 님핑으로 잡아내는 형국이었다.
최대어는 이상은씨가 낚은 38cm였다. 옛날엔 어른 팔뚝만한 열목어가 흔해서 마을사람들이 쉽게 열목어를 잡곤 했다고 하는데…. 
열목어를 낚기 위해 계곡을 내려가면서 틈틈이 발길을 멈추고 셔터를 눌렀다. 아직까지 자연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는 이곳은 원시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야생화가 곳곳에 자라 있다. 우리나라 4천여 종의 식물 중 20%인 90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쑥부쟁이, 마타리꽃 외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아름다운 꽃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동계곡에서 위력 보인

 

체코님핑 czech nymphing

 

 

체코님핑은 1980년대에 동유럽에서 개발된 님프기법의 하나다. 보통 플라이라인을 수면에 흘려주지만 이 기법은 팔을 높이 쳐들고 리더라인만 물에 흘리면서 물속으로 늘어뜨린 바늘이 바닥을 스치듯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꼬내기(날도래 유충)를 미끼로 사용한 산천어 대낚시를 플라이낚시로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일반 플라이낚시로 공략하기 어려운 유속 심한 곳, 폭이 좁은 포말지대, 수심 깊은 소로 접근해서 채비를 내리고 입질을 받아내는 근거리 기법이다. 
폴란드에서 유래됐지만 이 기법을 받아들인 체코의 플라이낚시인들이 다양한 실험과 개발로 완성에 가깝게 다듬었다. 이후 이 기법으로 1984년과 1986년 국제플라이낚시대회에서 연속 상위권에 입상하면서 동유럽에 급속도로 퍼지게 되었다.
이 기법은 기본적으로 근거리를 공략하기 위한 플라이 낚시기법이라 할 수 있다. 채비는 한 개의 바늘만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두 개 혹은 세 개의 다양한 무게를 가진 바늘을 연결하여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림과 같이 플라이 라인에 9피트 길이의 테이퍼 리더라인을 연결하고 세 개의 바늘을 30cm나 50cm 간격으로 연결해준다. 바늘은 상황에 따라 크기와 색깔을 달리하여 선택하는데 내추럴과 어필을 적절하게 혼합하여 패턴을 찾아간다.

 

 

 

 

님프 2~3개를 연결해 직공

 

 

체코님핑에 사용되는 바늘은 날도래 애벌레를 모방한 Bobesh:체코어로 명명된 이름으로서 번역되지 않고 그냥 체코님프라고 부른다)훅을 주로 사용하지만, 지그훅이나 비드헤드님프와 같이 다른 형태의 다양한 바늘도 함께 사용된다. 채비 운용의 핵심은 바늘을 바닥에서 굴려주는 것이다. 유속에 맞게 채비의 무게를 조절하여 가장 아래쪽의 바늘은 거의 바닥을 스치듯 지나오게 하는 것이 요령이며, 이때 발생하는 바닥 걸림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한다.
채비를 상류로 던져서 바늘이 바닥으로 서서히 가라앉는 동안, 줄이 처지지 않도록 팔을 쳐들고 라인에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한 채 물 흐름을 따라 낚싯대가 하류로 향하도록 하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입질을 파악하기 위해 달아둔 인디게이터(strike indicator)나 라인의 움직임으로 입질을 간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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