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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토 주최 ‘제16회 구마카와 샤쿠아유(尺鮎) 대회’
2011년 11월 2892 2411

일본 은어낚시대회 참가기

 

마루토 주최 ‘제16회 구마카와 샤쿠아유(尺鮎) 대회’ 

 

태풍도 막지 못한 은어낚시인들의 열정 

 

한용범 포항.대종천은어낚시회 고문

 

8월 하순 일본에서 이메일 한 통이 날아들었다. 135년 전통의 일본 은어낚시용품 제조사인 (주)마루토의 오타 히로후미 사장이 직접 보낸 메일이었다. “마루토 주최로 9월 17일~18일 구마카와에서 열리는 ‘제16회 구마강 척점 대회’에 참가해달라”는 초청장이었다.  

 

구마카와에 내린 많은 비로 물이 불자 궁여지책으로 옮겨간 야베강에서 마루토, 썬라인 필드테스터인 미쓰미씨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은어의 공격을 기다리고 있다.

 

은어 초밥 도시락. 가격은 약 1만5천원이다.                           대회 전날 들렀던 히토요시市의 선술집. 200여종의 일본산 청주와 소주가 진열되어 있었다.

대회 첫날 비가 내려 참가선수들이 모두 고전했다.

 

 

 

 

구마카와(球磨川)! 큐슈 구마모토현에 있는 이 강은 일본 은어낚시인들이면 누구나 한번쯤 낚싯대를 드리우고 싶다는 대물은어의 산실이다. 3년 전 나도 동경의 조우들과 구마카와의 대물은어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던 경험이 있는지라 이번 초청은 반갑기 이를 데 없었다. 9월 16일 오전, 김해공항에서 12시 후쿠오카행 비행기에 올랐다. 공항 출국장을 나서자 (주)마루토의 오타 사장과 필드테스터 하시가미씨가 필자를 반겨준다. 오타 사장과는 작년 섬진강에서 함께 낚시를 즐긴 후 1년만의 재회다.
각종 낚시장비로 중무장한 오타 사장의 사륜 SUV는 필자의 낚시장비와 짐을 가득 싣고 구마모토현의 구마카와로 향했다. 고속도로로 약 2시간 반을 달리자 구마카와 하류에 있는 야쓰시로市의 간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총연장 115km의 구마카와는 3년 전과 비교해 전혀 변함이 없었다.
구마카와 상류로 향하는 차 속에서 오타 사장은 최근 소식을 필자에게 들려주었다. “금년 구마카와 은어낚시 사정은 오뉴월의 계속된 비로 예년에 비해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샤쿠아유(尺鮎:30.3cm가 넘는 초대형 은어)는 가끔 낚이고 있다”며 “작년에 구마카와 지류인 가와베강의 댐 건설 계획이 주민들과 은어낚시인들의 반대로 백지화되었으며 은어의 소상에 큰 장애물이었던 아라세댐도 내년에 철거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구마카와는 대물은어의 보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천엔에 구입한 유어승인권.                      필자가 시상식 전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우승해 은어 모형이 새겨진 목재 시계를 선물로 받았다. 우측은 대회를 주최한 마루토의 오타 히로후미 사장.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은어회와 소금구이.    대회 2일째 우승자 간타케씨가 낚은 31.6cm 은어.

 

 

“은어낚시인들의 반대로 가와베강 댐 건설 무산”

잠시 후 구마카와의 상류 지류인 가와베강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내일의 대회를 앞두고 자연산 씨은어를 준비하기 위해서 마루토 및 썬라인사의 필드테스트인 미쓰미씨와 썬라인 영업부본부장인 시게무라씨가 비를 맞아가며 낚시에 열중하고 있었다.
오후 5시경, 초청선수들이 묵을 구마카와 최고의 휴양지 이쑈찌 온천에 도착했다. 이쑈찌 온천의 영업부장 츠게쿠와씨가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매년 은어대회 기간 중에는 이쑈찌 온천의 별관과 연회장을 통째로 빌려 사용한다고 한다. 노천온천에 몸을 담그고 수려한 경관에 취해 있을 무렵, 츠게쿠와 영업부장이 따뜻한 정종 한 잔을 건네주었다.
이번 대회의 공동주최사인 썬라인社의 시게무라 영업부본부장이 은근히 유혹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히토요시市에 안주가 맛있는 분위기 좋은 술집을 알고 있는데 한잔 하러 가자. 한국에서 귀한 손님이 왔으니 환영파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같은 방을 사용하게 된 6명이 의기투합해 차로 약 20분 거리의 「金七」이라는 선술집(이자카야)을 찾았다. 한 쪽 벽면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 수백 병의 일본 청주와 소주에 압도되어 술을 마시기도 전에 벌써 취한 기분이 들었다. 선술집 사장이 특별히 제공해준 은어 회와 소금구이는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압권이었다.
구마카와 샤쿠아유 대회는 대규모의 전국대회는 아니지만 매년 유명 은어낚시인 45명을 초청해 여는 권위 있는 대회다. 올해는 일본에서 엄선된 45명 외에 대만, 한국의 은어낚시인도 초청했다. 낚시는 이틀간 진행되는데 첫날과 둘째 날의 우승자를 각각 선발한다.
일본에는 전국 단위의 특별한 은어 금어기가 없고, 각 하천을 구간별로 놀림낚시지역, 털바늘낚시지역, 훌치기낚시지역, 그물허가지역으로 구분해 놓았다. 하천에 따라 오직 놀림낚시만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TV에서는 15호 태풍이 오키나와 부근까지 북상했다는 속보를 내보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 일찍 구마카와 본류를 둘러본 오타 사장은 전날 밤의 호우로 낚시가 어렵다고 한다. 대신 가와베강이 대회장으로 결정되었다. 가와베강으로 향하는 도중, 씨은어와 입어권을 구입하기 위해서 마루야마 씨은어 가게에 들렀다. 일본의 강에서 은어낚시를 하려면 입장료(구마카와의 경우 1일 2,000엔)를 내야 한다. 마루야마씨에게 한국의 낚시잡지에서 구마카와를 소개하기 위해서 왔다고 하니 사진 취재에도 응해 주고 지난달 자신이 낚았다는 32.8cm 대물은어를 냉동고에서 꺼내 보여주면서 선물로 가져가라고 한다.

 

은어 놀림낚시로 메기를 낚다!


대회 첫 날, 가와베강은 최악의 조건이었다. 20도 이하의 낮은 수온에 은어의 입자국도 보이지 않았다. ‘덜커덕’하며 필자의 낚싯대에 강한 촉감이 전달되어 ‘이번에야 말로 대물은어를 한번 만나는구나’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낚싯대를 당겼으나 주변 낚시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주인공은 50cm 메기! 경호강에서 놀림낚시에 누치는 가끔 걸어 보았지만 메기는 처음이다. 모두 박장대소! 그 후 오기가 발동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가슴팍까지 들어가 대물을 노렸지만 허사였다. 같은 포인트에 들어갔던 일본 낚시인들도 겨우 한두 마리의 조과로 만족해야 했다.
이날 오카야마市에서 온 시미즈씨가 28.4cm의 은어를 낚아 27.9cm를 낚은 히로시마의 하시가미씨를 5mm 차이로 누르고 우승했다. 척점대회는 오직 우승자 한 명만 선정하는 독특한 시상제도를 16년째 시행하고 있었다. 낚시대회지만 감독관이 없고 구마카와 어느 포인트에 한정한다는 제약도 없다. 그러나 저녁 6시로 정해진 계측시간만은 철저하게 지킨다.
대회 2일째, 새벽에 깨어나 창밖을 보니 굵은 빗방울이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틀림없이 강물이 불었을 것이다. 어제 이쑈찌 온천 아래 계곡물 속에 넣어둔 씨은어통은 무사할까? 그나저나 이런  폭우에 낚시 자체가 가능할까?
운은 하늘에 맡기고 온천욕이나 실컷 즐기자 싶어 간단한 세면도구를 지참하고 온천 현관문에 들어서자 “한상, 잘 주무셨습니까”라고 여직원이 내게 인사를 건넨다. 한 번 본 외국인인 내 이름을 기억해주다니 극진한 친절에 황송할 따름이다. 목욕을 마치고 선물을 사기 위해 가게에 들렀더니 은어 훈제와 조림 제품, 그리고 은어 모양을 본뜬 선물용 과자 등이 가득 했다. 비록 은어라는 작은 아이템이지만 주어진 관광자원을 상품으로 극대화하는 일본인의 지혜는 우리도 본받아야 할 점이 아닐까?

 

한 선수가 야베강에서 굵은 은어를 공중받기로 뜰망에 담고 있다.

 

국경을 초월한 은어낚시인들의 우정에 감동


간밤의 폭우로 구마카와 본류와 모든 지류는 물이 불어 탁류상태이므로 도저히 낚시대회의 속행은 어렵다는 오타 사장의 설명. 그러나 참가자들은 ‘다른 지역의 강에 가서라도 대회를 강행하자’고 했다. 대만에서 온 은어낚시인은 “몇 마리의 은어를 잡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냥 은어낚시를 즐기자”라고 발언해 박수를 받았다. 대회요강에도 없는 구마카와 외의 강에서의 변칙적인 낚시대회. 그러나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는 낚시인은 없었다.
참가자들이 나름의 정보망을 이용해 내린 결론은 구마카와에서 약 3시간 거리의 후쿠오카 야베강은 비가 내리지 않아 낚시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야베강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우리의 용담댐 상류를 연상케 하는 좁은 수로형의 야베강 지류를 포인트로 결정했다. 다리 위에서 본 물속에는 대물은어가 유유히 유영하고 있었다.
내심 쾌재를 부르며 서둘러 포인트로 진입, 싱싱한 암컷 씨은어를 넣어 보았지만 오후 내내 입질 한번 받지 못했다. 미쓰미씨만 유일하게 한 마리를 낚았다. 철수길에 만난 지역 낚시꾼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일행에게 충고를 했다. “이 포인트는 상하단부에 그물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그물에 놀란 은어가 전혀 공격성을 띠지 않는다.” 그 말을 들은 우리는 어이가 없어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웃고 말았다.
최종일의 우승자는 31.6cm를 낚은 후쿠오카의 젊은 낚시인 요즈카즈씨였다.
구마카와에 어둠이 밀려들 무렵, 대연회장에는 송별연이 시작되었다. 오늘의 우승자에게는 상금 5만엔과 상품이 수여되고, 여러 조구업체에서 협찬한 상품은 경매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주인을 찾아갔다. 산해진미의 일본식 요리에 취해 있을 때, 송별연의 하이라이트 가위바위보 게임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누가 알았으랴. 40여 명의 참가자들이 벌인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필자가 최종 우승을 한 것이 아닌가! 멀리서 온 손님에 대한 예우였을까? 오타 사장이 내게 값비싼 수제 은어 벽걸이 시계를 상품으로 받는 순간 참가자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필자를 축하해 주었다.
2박3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국, 대만, 일본의 은어낚시인들과 진한 우정을 나눌 수 있었던 감동적인 순간으로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끝으로 (주)마루토의 오타 사장, 썬라인의 시게루 영업부본부장, You-shi의 코우다씨와 필자를 환대해준 일본과 대만의 낚시인들, 이쑈찌 온천의 츠게쿠와 영업부장을 비롯한 직원 여러분께 지면으로나마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여러분, 내년에 또 만납시다!   

참가자 전원이 모인 가운데 열린 송별회. 한국에서 간 필자에게 많은 친절을 베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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