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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곡의 플라이 조행 - 삼척 덕풍계곡 '눈 덮인 소마다 산천어가 바글바글'
2012년 03월 7095 2686

 

 

 

설곡의 플라이 조행

 

 

삼척 덕풍계곡   

 

 

눈 덮인 소마다 산천어가 바글바글

                                                                           

 

강동원 객원기자

 

 

계곡의 수온이 가장 떨어지는 1월 하순이면 계류낚시도 힘들어진다. 산천어나 열목어가 냉수성 어종이라지만 얼음물에선 입질이 뜸해지고 게다가 심심산중에 있는 대부분의 계류터들이 얼음에 덮여 출조지는 몇 군데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계류낚시인들은 겨울을 반긴다. 흰 눈 밟아가며 즐기는 겨울 계곡낚시는 다른 철에는 맛볼 수 없는 싱그러움이 있기 때문이다.
 

 

  덕풍계곡에서 산천어와 맞서고 있는 고곡원씨. 경계심을 줄이기 위해 멀찌감치 물러선 뒤 받은 입질이다.

 


 

눈앞에 펼쳐진 순백의 향연

 

지난 1월 29일, 돌칼 플라이 이석도 사장 일행과 함께 덕풍계곡으로 나섰다. 덕풍계곡은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에 있다. 본래는 매봉산이라 불리던 응봉산 북서쪽 아래 풍곡마을에서 덕풍마을에 이르는 길이 6km의 계곡인데, 최근에는 예능프로인 ‘1박2일’에 소개되어 유명세를 탔다.
플라이꾼들에게 덕풍계곡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산천어가 많은 곳’이면서 계류낚시터 중 최고로 먼 곳이다. 그러고 보면 덕풍계곡 앞에는 ‘가장’을 뜻하는 접두사 ‘최(最)’자가 많이 붙는다. 열목어 최남단 서식지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과 경계를 이루고 있어 사실상 최남단 산천어낚시터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플라이낚시 라이선스제도가 실시된 곳이다.
동행한 이석도 사장에게서 1996년 방송에 나온 덕풍계곡을 수소문하여 찾게 된 경위부터 당시 마을 이장이었던 장광열씨와의 교류, 삼척내수면연구소에서 산천어 방류 후 낚시금지로 묶여있던 계곡을 개방하게 된 과정을 듣다 보니 차는 어느새 화천 현동을 지나 봉화 넛재를 넘어서고 있었다. 잠시 후, 석포와 덕풍을 잇는 910번 지방도를 타고 고개를 오르자 사진에서나 볼 수 있을 성싶은 설경이 무심한 듯 시크하게 지나쳐가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눈 덮인 소나무들은 모두 손색없는 크리스마스 트리였다. 하지만 최고의 절경은 정상에 펼쳐진 태백산맥이었다. 아무도 밟아보지 않았을 순수의 백설을 머리에 이고 선 웅장함 앞에 복잡한 생각 따위는 떠오르지 않았다.

 

 

 떼 지어 유영하는 덕풍계곡의 산천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산천어가 많은 계곡이다.

 

 웨트플라이를 먹고 올라온 산천어.

 

수온 7도! 라이징하는 산천어! 한겨울 맞아?

 

덕풍계곡 주차장에 도착하니 의외로 날씨가 포근했다. 혹시 얼지나 않았을까 하던 걱정과 달리 계곡도 전 수면이 활짝 열려 있어 안심이 됐다. 수온도 무려 7도나 나온다. 이건 대박이다. 덕풍계곡으로 10년 넘게 낚시를 다녔다는 이석도씨조차 1월에 낚시를 온 것도 처음이지만 이렇게 날씨가 좋을 수도 없을 거라며 미소를 지었다.
계곡으로 진입하여 성황교 앞에 이르자 양지바른 곳에서 산천어들이 먹이사냥을 하는지 간간이 라이징이 보였다. 산천어가 많다고는 들었지만 가까이 가서 보니 이건 많은 게 아니라 바글바글하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소마다 크고 작은 산천어가 20~30마리가 넘게 있었다. 이거야 말로 던지면 나올 것 같은 분위기. 당장이라도 물가로 내려서고 싶은데 이석도씨는 계곡을 계속 올라가고 있다. 중류로 들어서서 찍소를 지나자 다정민박 푯말이 보이는 곳에 이르러서야 차가 멈췄다. 이 지점부터 상류의 버릿교까지 약 2km의 구간이 원래 토박이 대물이 많이 나오는 자리라고 한다.

대물 산천어는 훅을 본 척 만 척
발 빠른 고국원씨가 계곡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한 수 낚아 올렸다. 그런데 씨알이 너무 잘다. 기껏해야 중지 손가락 길이가 넘을까 말까 하는, 앙증맞은 ‘산천애’가 올라왔다. 입질은 연속적으로 들어오는데 워낙 씨알이 작은 탓에 헛챔질이 많았다. 물속으로 30cm가 훨씬 넘어 보이는 대물 산천어들이 유유히 유영하고 있건만, 먹음직스럽게 흘려주는 드라이플라이 훅을 무시하고 지나치는 것이다.
산천어들이 의외로 예민하다고 느꼈는지 접근전을 펼치던 고국원씨가 한 발짝씩 뒤로 물러났다. 좀 더 작은 훅으로 교체하고, 산천어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멀찌감치 떨어져서 공략하자 비로소 손바닥 크기를 넘긴 놈들이 낚여 올라오기 시작했다.
물속을 유심히 관찰해보니 소 전체에 산천어가 골고루 들어차있지만 머무는 위치에 따라 행동양식이 조금씩 다른 걸 알 수 있었다. 소 꼬리 근처와 물살이 전혀 없는 잔잔한 곳에 큰 산천어들이 몰려 있었지만 이들은 거의 움직임이 없을 뿐 아니라 훅에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수면에 라인이 떨어지기 무섭게 쏜살같이 달아났다가 잠시 후에야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였다. 물살의 흐름이 잔잔해지는 소 중간 부근에서부터 흐름이 유지되는 곳에 있는 중치급 산천어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가끔 수면으로 올라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먹고 내려가곤 했다. 입질은 대부분 이 지점에서 들어왔다.

 

 

                          에메랄드빛 영롱한 계곡에서 이석도씨가 앙칼진 산천어의 저항을 즐기고 있다.

 

 

웨트플라이에 씨알 굵은 산천어가

 

큰 산천어는 웨트플라이에 낚여 올라왔다. 처음부터 웨트플라이로만 낚시를 하던 이석도씨는 마릿수는 적어도 굵직굵직한 산천어를 골라 낚아내고 있었다. 활성도가 나쁘지는 않다고 해도 계절 자체가 저수온기에 해당되는 만큼 큰 산천어들은 쉽사리 수면으로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드라이보다는 웨트플라이나 님프를 이용한 기법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게 이석도씨의 설명이었다. 드라이플라이낚시를 주로 즐기는 사람들은 대체로 웨트플라이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초보자도 가장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게 이 기법이라고 한다.
수면 바로 아래 가라앉는 웨트 플라이를 사용해 물 흐름을 가로질러 캐스팅한 뒤, 라인의 긴장을 유지한 채 흘려주기만 하는 스윙기법이라고 하니 의외로 간단하고 쉽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던져만 놓으면 물 흐름이 알아서 라인을 끌어당겨주고 낚시꾼은 라인을 팽팽하게 유지한 채 대 끝만 흐르는 방향대로 향해주기만 하면 끝. 입질이 오게 되면 라인이 쭉 펴지거나 덜컥하는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대개 입질이 오는 시점은 라인이 모두 펴지기 직전. 캐스팅 후 천천히 가라앉던 훅은 라인이 물살에 밀리면서 수면으로 상승하게 되는데, 이때의 움직임이 수서곤충이 수면으로 라이징하는 모습과 비슷한 점을 응용한 원리라고 한다. 필요에 따라 대 끝을 움직여준다든가 라인을 조금씩 당겨주는 액션을 연출할 수 있는데 오늘은 라인을 조금씩 당겨줄 때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캐스팅만 하면 물이 알아서 낚시를 시켜준다고나 할까, 참 편리한 기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이를 고수하던 고국원씨도 웨트플라이로 바꾸고 나서 제법 괜찮은 씨알을 낚아 올리기 시작했다. 사제지간인 두 낚시인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계곡을 오르는 동안 어느덧 해가 설핏해졌다. 큰 산천어는 낚지 못했지만 이 계절에 이만큼의 조과를 누리는 것만 해도 어딘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철수길에 올랐다.
삼척시는 덕풍계곡을 산천어 플라이낚시터로 관광자원화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라고 한다. 삼척시 내수면개발사업소는 덕풍계곡의 플라이낚시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산천어 성어 2천마리와 치어 3만마리를 방류한 데 이어 최근 13∼18㎝ 크기 산천어 3만마리를 추가로 방류했으며, 또 1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해 관광안내소와 물밑을 볼 수 있는 생태체험 창경(窓鏡)보트, 야영데크 등 관광편의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취재협조  돌칼 플라이(www.dolkal.co.kr) 010-3456-4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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