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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피싱 회원들의 제주 원정기 - 넙치농어 괴력에 아찔 / 홍성백
2013년 01월 5399 3420

코리안피싱 회원들의 제주 원정기

 

 

 

넙치농어 괴력에 아찔

 

 

대포알오징어에 화들짝

 

 

 

글 사진 홍성백 코리안피싱 회원, 닉네임 아르고노츠

 

 

 

1차 원정

법환포구의 혈전

 

▲ 가파도에서 장준기(장프로, 좌측), 정찬기(일성)씨가 민박집 사장이 갸프로 찍어 잡았다는 날개오징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하순 바다루어 동호회인 코리안피싱의 7회 정출지로 제주 가파도를 잡았으나 변덕스러운 날씨로 인하여 잠정 취소되었다. 아쉬움을 못 이긴 나와 4명의 일행들은 제주 본토를 공략하기로 했다. 정영운(자작나무숲), 정찬기(일성), 이재명(깔쌈)씨와 함께 제주행 비행기에 오른 날은 11월 9일 금요일 저녁.

모슬포의 한 모텔에 짐을 풀고 나니 벌써 새벽 1시가 넘었다. 이대로는 잠이 오질 않을 것 같아 작년에 가파도에서 멋지게 넙치농어를 낚아 머리를 올리신 정영운씨와 함께 모슬포항 빨간 등대 방파제로 헌팅을 나갔다.

마침 동풍이 옆에서 세차게 불어왔지만 외항 쪽의 파도는 의외로 잔잔했다. 초들물이 지나 중들물로 바뀌면서 조류가 서서히 흐르기 시작하자 무언가 미노우를 건드리는 느낌이 왔다. 하지만 후킹이 되지 않고 미스 바이트만 서너 차례 생길 뿐이었다.

105mm 나이트펄 계열 미노우로 사이즈를 줄이고 리트리브는 고앤스톱을 반복…, 서너 번 캐스팅에 드디어 후킹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묵직하기만 하다. 마치 물이 가득 담긴 비닐봉투에 바늘이 걸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조금 감아 들이니 그제야 녀석이 드랙을 차고 나간다. 올라온 녀석은 농어가 아닌 40cm급 무늬오징어였다. 미노우의 배쪽 트레블훅에 정확히 촉수가 훅셋되어 있었다. 미노우에 무늬오징어가 가끔 올라와 튜닝해서 쓴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생전 처음 올린 무늬가 튜닝도 안 된 미노우에 걸려 나오다니!

한참동안 입질이 없어 잠시 쉬고 있는데, 정영운씨의 낚싯대가 반원을 그렸다. 75cm짜리 넙치농어였다. 체고 높은 넙치농어의 파워풀한 바늘털이의 포스는 역시나 대단했다. “역시 오길 잘했어!” 1년 만에 넙치농어의 진한 손맛을 본 정영운씨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 서귀포 법환 포구 일원에서 낚은 75, 85cm 넙치 농어를 필자가 힘겹게 들어 보이고 있다.


 

이 열혈 낚시인들을 누가 말려

 

다음날 우리는 늦은 아침을 먹고 법환포구로 차를 몰았다. 이날 바람은 초속 17~23m의 서풍. 폭풍경보 수준이다. 서귀포시 법환포구는 정말 아름다웠다. 높은 파도가 수중여에 부딪쳐 깔리며 만들어내는 제주도 특유의 상아빛 물색과 하얀 포말. 원 캐스팅에 넙치농어가 막 물어줄 것만 같았다. 차에서 내려 루어를 던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맞바람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2차 포인트로 이동.

강정포구로 가는 길에는 비까지 퍼붓기 시작한다. 강정천에서 민물이 대량 유입되는 강정포구는 오래전부터 넙치농어 포인트로 유명한 곳이다. 다행히 비가 잦아들기 시작했고, 우리는 원하는 포인트에는 서지 못했지만 바람을 피해 낚시를 해보기로 했다.

‘이 열혈 낚시인들을 누가 말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정찬기(일성)씨가 입질을 받았으나 미쳐 로드를 세우기도 전에 드랙을 차며 넙치농어(?)가 수중여에 라인을 감아버리고 말았다. PE라인 2호가 눈 깜짝할 사이에 터져나갔고 모두들 안타까워했다. 오늘 같은 날 걸면 거의 대물 넙치농어라 볼 수 있는데 털리고 나면 더 크게 느껴진다고 했던가?

“일성님, 그 녀석 오늘 로또 맞은겨.” 다들 아쉬움이 섞인 위로의 말을 한마디씩 건넸다. 그 뒤로 더 이상 입질이 없자 숙소로 돌아와 어제 낚은 넙치농어와 무늬오징어 회로 오늘의 피로를 씻었다. 내일은 기필코 넙치농어를 알현하기를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시뻘건 아가미를 벌린 채 튀어 올랐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니 바람이 한층 잦아들었다. 우리는 다시 법환포구를 찾았다. 오늘은 북서풍이 불었다. 이 바람에 법환포구는 바람을 등지니 한결 낚시하기가 편하다. 어제 같이 파도와 너울이 일어주면 승산이 있으련만.

포구에 도착해 바다를 바라보니 역시 예상대로다. 이런 날 넙치농어가 나올 곳은 한 군데 뿐. 본류대와 멀리 떨어지지 않고 적당한 유속이 흐르는 지류권이다. 이곳에 수중여가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닌가.

우리는 두 팀으로 나눠 포인트 공략에 나섰다. 나는 정찬기씨와 한 조를 이루었다. 몇 번의 캐스팅에 역시나 바이트가 있다. 그런데 예상외로 입질은 미약했다. 역시 낮의 넙치농어는 경계심이 강했다. 나는 28g짜리 최대잠행 80cm의 17인치 고스트 계열의 미노우로 세팅했다. 그리고 최대한 수중여 가까이 붙인 뒤 슬로우 리트리브로 넙치농어를 유인해 본다. 이 방법이 적중했는지 원 캐스팅에 바이트가 됐다. 6개월 만에 걸어보는 넙치농어. 역시 테일 워킹은 정말 진풍경이다. 시뻘건 아가미를 벌린 채 수면으로 튀어 2~3m 이상을 날아가며 바늘을 터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나를 흥분시킨다. 70cm 오버! 체고도 좋다. 빛깔 또한 특유의 묵직하고 텅스텐 같은 탄탄한 느낌이 매력적이다.

정찬기씨와 바통터치! 그 역시 30m 떨어진 콧부리 포인트에서 후킹. 하지만 여가 많아 랜딩이 여의치 않았다. 할 수 없이 파도와 너울이 치는 자리로 이동해야 했다. 그러나 랜딩 중에 파도에 맞아 뒤로 넘어지면서 그만 라인이 터져 버리고 말았다. 원줄이 여에 쓸린 것이다. 뒤에서 정영운씨와 이재명씨의 탄식이 터져나왔다. 정영운, 이재명씨가 입질이 없는지 우리 쪽으로 다가왔고, 우리는 다른 포인트를 찾아 이동. 눈이 번쩍 뜨일만한 포인트가 눈에 들어왔다.

너울이 거의 내 키만큼 올라왔고 본류대가 콧부리를 바로 때리고 있고 우측에 수중여가 본류대의 유속을 죽여주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넙치농어가 몸을 숨기고 먹이활동을 하기에 최적이라 생각하며 곧바로 캐스팅. 투둑 하는 미약한 입질에 반사적으로 로드를 세우며 리트리브. 대수롭지 않은 사이즈라 생각하며 대응했는데 활같이 휘는 로드에 깜짝 놀랐다.

“히트!” 저절로 괴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울기 시작하는 드랙. 좀처럼 멈추질 않는다. 농어루어를 시작해서 이날 처음으로 1.2호 PE 라인과 30파운드 쇼크리더가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놈이 한 번 움직일 적마다 11피트 농어대가 허리를 넘어 릴시트 앞부분까지 휘어져버렸다.

더 큰 문제는 파도다. 지속적으로 허리부분까지 올라오는 파도를 맞아가며 싸우려니 집중력과 체력이 바닥났고 결국 순간적으로 쳐올리는 너울에 맞아 그만 뒤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순간 “아! 이거 털렸구나” 생각하면서도 본능적으로 로드를 든 손은 하늘로 치켜세웠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세우고 보니 텐션이 유지되고 있는 게 아닌가! 농어가 털리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는 드랙이 또다시 울기 시작했다. 정말 하늘을 날아갈 듯한 기분.

이윽고 수면에서 바늘털이를 시작했다. 20분이 지나면서 드디어 얼굴을 보여주었다. 예상대로 녀석은 엄청난 대어였다. 어마어마한 파도를 가르며 좌우로 달리는 넙치농어의 파워는 정말 대단했다. 이재명씨가 주변에 있는 벵에돔 조사님에게 뜰채를 빌려 넙치농어의 항복을 받아냈다.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리고 이재명씨의 말 한 마디가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 이것이야 말로 남자들의 낚시다.”

사이즈를 측정해보니 85cm. 어제 모슬포항에서 낚은 녀석과 10cm 차이가 나는데 체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한껏 들뜬 기분에 저녁은 내가 쏘기로 하고 용궁식당으로 차를 몰았다.

 

 

2차 원정

가파도 입도

 

 

▲ 코리안피싱 회원들이 모슬포로 나오는 삼영호에서.

▲ 가파도에서 75cm짜리 일반농어를 낚은 정찬기씨.

 

▲ 2박3일의 정기출조를 마친 코리안피싱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2차 제주 원정은 넙치농어의 산지 가파도로 정했다. 제8차 코리안피싱 정기출조(납회)에는 11명의 회원이 참가해 11월 30일 오전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모슬포항에서 정기여객선 삼영21호를 타고 가파도로 향했다. 가파도 블루오션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주며 엄청난 크기의 날개오징어(속칭 대포알오징어) 두 마리를 선뜻 내놓으셨다. “가파도 연안으로 나온 녀석들을 가프로 찍어 잡았다”고 했다. 사장님이 직접 손질하시고 사모님이 물회를 만들어줘 첫날부터 뜻하지 않은 특식을 맛볼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넙치농어 사냥에 나섰다. 2인1조로 팀을 이뤄 포인트 탐색에 나서기로 했다. 나는 정찬기(닉네임 일성)씨와 한 조를 이뤘다.

북서풍을 등지면서 아침 초들물 타임에 대형 넙치농어를 노릴 곳은 두 곳, 헬기장 포인트와 하동방파제다. 정찬기씨와 나는 사람 손이 많이 타기는 했지만 조류소통이 너무 좋아 기대가 되는 헬기장 포인트로 향했다.

높은 파도와 너울에 포말이 홈통 안쪽으로 쳐 오른다. 한방에 물어줄 것 같은 느낌에 얼른 채비를 마치고 캐스팅을 하기 시작했다. 몇 번의 캐스팅 후 나에게 먼저 입질이 왔다. 하지만 1분도 버티지 못하고 그만 터져버렸다. 30파운드 쇼크리더가 너덜너덜 헤져 나왔다. 수심이 얕은 턱에 쇼크리더가 쓸린 것이다.

곧바로 정찬기씨도 걸었다. 그 자리는 내가 있는 쪽보다 수심이 좀 더 깊어서 그런지 무리 없이 올렸다. 로드를 세운 풀 텐션과 적절한 드랙 조정으로 넙치농어의 움직임에 거슬림 없도록 최대한 인위적인 힘을 억제하는 그의 섬세한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간의 파이팅 끝에 녀석은 아쉽게도 75cm 민농어였다. 그도 아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힘쓰는 건 영락없는 넙치농어였는데 말이다.

그 후 이렇다 할 소식이 없어 민박집으로 철수하니 가파도를 처음 찾은 전희용(닉네임 엘라)씨가 70cm가 넘는 넙치농어를 낚았다며 기뻐했다. 그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저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원정 셋째 날은 오전에 낚시하고 오후에 철수 예정이었으나 생각지 못한 강풍으로 인해 아침 첫배로 서둘러 가파도를 빠져나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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