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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크리스의 미국 통신<4> ‘귀족고기’ 옥돔의 신천지를 찾아가다
2013년 04월 4980 3611

캡틴 크리스의 미국 통신

 

Episode 4

 

 

‘귀족고기’ 옥돔의 신천지를 찾아가다

 

 

이재우 뉴욕 ocean hunter 선장

 

 

대서양 옥돔낚시는 원래 지난달에 계획했던 것이다. 한국의 구정 설을 앞두고 차롓상에 오르는 귀한 생선 옥돔낚시를 소개하려 했는데 날씨가 좋지 못한 관계로 연기되었다. 그리고 지난 2월 27일에야 드디어 출항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옥돔낚시는 1인당 200불이나 드는 비싼 낚시여서 일 년에 몇 번 가기 힘든 조행이다. 그래서 옥돔을 낚으러 간다고 하면 주위에서 군침을 삼키며 이제나 저제나 낚으러 간 사람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 필자가 낚은 황옥돔.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낚이는 옥돔과는 좀 다르다.

 

옥돔낚시는 지난호에 언급했듯이 매주 수요일 출항하는데 미국 낚시인들에게 인기가 워낙 높은 탓에 일찌감치 예약하지 않으면 승선할 수 없다. 2월 마지막 주, 날씨가 쾌청해 애틀랜틱 스타호의 캡틴 지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애틀랜틱 스타호는 지난번 우럭낚시 취재 때 이용했던 배다. 그러나 이미 만석이란 말에 당황스러웠다. 할 수 없이 낚시춘추를 팔았다.
“한국에 있는 낚시잡지에 매달 이곳의 낚시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의 많은 낚시인들이 내 기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이달에 꼭 대서양 옥돔낚시를 취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그리고 여섯 시간 후 지미 선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리를 만들어놨으니 시간 맞춰 오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난 가까스로 대서양 옥돔 선상낚시 출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더구나 지미 선장은 나와 동행한 세 명의 낚시인 중 오래전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조우를 위해 가장 편안한 자리와 침대까지 마련해주었다. 미국은 이처럼 장애자에 대한 양보와 배려가 자리 잡고 있는 사회다. 심지어 카지노 같은 곳에서도 게임이 끝나지 낳은 상태에서는 절대 그 게임에 들어갈 수 없지만 장애자는 바로 게임에 임할 수 있으며, 없는 자리도 만들어 줄 정도이다.
한쪽 다리를 잃은 그 지인은 사고 전부터 낚시를 즐기던 사람이었는데 사고 후 후유증으로 심한 우울증까지 걸려 꽤 오랫동안 고생했으나 꾸준히 낚시를 하며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 배 승선증.                                                         ◀ 무지막지한 봉돌이 깊은 수심과 조류의 세기를 대변해주고 있다.

 

 

취재 핑계 대고 네 자리 겨우 마련

 

이곳 미 동북부는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이맘때면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계절풍에 의해 바람이 심하고 파도도 높아 먼 바다 선상낚시 출항이 늘 어렵다. 이 원고를 쓰고 있는 지금도 날씨가 좋지 않은 상태며 3주 전 계획한 초대형 대구 사냥도 계속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이 시기에 낚이는 대구는 길이가 2m에 육박하며 보통 30kg 이상 무게가 나가기도 한다.
옥돔 선상낚싯배는 밤 12시에 출발 예정이어서 우리는 저녁 7시경 뉴욕을 출발했다. 나를 포함 4명이 탄 승용차는 지난번과 똑같이 95번 고속도로와 가든스테이트 고속도로를 이용해 남쪽으로 3시간 30분 걸려 케이프 메이 항구에 도착했다. 가는 동안 누가 낚시꾼 아니랄까봐 끝이 없는 낚시 이야기로 금방 시간은 흘러갔다. 배를 타는 선착장에는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도 있었다. 2등으로 도착했지만 배에 타는 것은 예약 순이기에 소용이 없다. 우린 차에서 짐을 내린 뒤 출발 시간을 기다렸다. 출항 한 시간 전 출조 사무실 문이 열렸다. 우리는 선장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출조비를 내고 승선권을 받았다. 승선권에는 우리가 잠을 잘 간이침대 번호도 기재되어 있다.
낚싯배에 함께 승선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승선권을 받았다. 그리고 부선장이 나와 예약자 순으로 호명하면 자기가 원하는 자리로 가서 낚시자리 난간에 설치된 구멍에 낚싯대를 꽂는다. 옥돔낚시는 배가 조류 따라 흘러가며 하는 낚시이기에 모든 사람을 배 왼쪽으로만 자리 잡게 했다.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예약을 늦게 한 탓에 잘못하면 우리가 낚시할 자리가 없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기다리는 사람들은 많은데, 낚싯대는 빈자리 없이 빽빽히 차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입장한 우리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다. 난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조금씩 이동을 시켜 두 사람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를 겨우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배 맨 뒷부분 코너에 자리를 잡았고, 끝내 자리를 잡지 못한 또 한 명은 반대편에 자리를 잡았다.
자, 이제는 짐을 옮겨야 할 차례. 낚시 자리를 잡은 모든 이들이 다시 밖으로 나와 마치 머슴처럼 낚시 짐을 옮긴다. 엄청난 크기의 쿨러와 잠자리에 필요한 이부자리며 먹을거리까지 우~와 정말 많기도 하다. 이건 낚시를 온 건지 고생을 하러 온 건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유행가 가사처럼 우리가 탄 배는 케이프 메이 항구를 출발해 점점 어두워져 가는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배는 약 18노트의 속도로 여섯 시간 이상 먼 바다로 나가야 한다. 배에 오른 사람들은 내일 이른 아침 낚시를 위해 잠을 청하거나 요기를 했다. 배가 출항하는 이 순간은 영상 5도에 바람은 10노트로 매우 좋았다. 먼 바다에 도착하는 아침에도 그러길 바라며 우리도 잠을 청했다.

 

▲ 취재일 최대어를 낚은 낚시인. 13kg짜리 황옥돔이다.

 

▲ 뉴욕에서 동행한 필자의 지인이 낚은 옥돔.

 

▲ 사이즈가 좋은 황옥돔을 낚은 미국인 조사.

1m50cm, 30kg짜리 옥돔도 있어

 

우리가 잡고자 하는 옥돔은 한국에서 낚이는 옥돔에 비해 매우 큰 편이다. 미국 기록을 보면 다 자란 성어가 69파운드(대략 31kg)에 1m50cm로 기록되어 있다. 수심이 깊을수록 대어가 낚이는데 보통 400피트 이상의 수심에서 낚인다. 필자가 옥돔을 낚기 위해 가장 깊은 곳에서 낚시를 해본 것은 1100피트 정도였다.
이곳에서 낚이는 옥돔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황옥돔(golden tile)과 청옥돔(blue tile)이다. 지역에 따라 한 종류가 잡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두 종류가 같이 잡히는 곳도 있다. 우리가 가는 곳이 두 종류가 같이 낚이는 곳인데, 주로 남쪽으로 내려 갈수록 이런 특징을 보인다. 남쪽으로 갈수록 옥돔 서식환경이 좋아지고 개체수도 많다.
여기서는 ‘캐년’이라 불리는 곳이 옥돔이 낚이는 대표적인 곳이다. 캐년이란 대륙붕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곳을 말하는데 각종 새치와 참치가 나오는 지역이기도 하다. 새치와 참치는 여름부터 가을에만 출현한다.
어젯밤까지 좋았던 날씨가 먼 바다에 나오자 급변했다. 바람은 25노트 정도로 불었고, 파도 또한 5피트 이상 되는 것 같았다. 배는 서서히 어군탐지기로 바닥 형태를 살피며 자리를 잡으려 하고 사람들은 제각각 미끼 준비로 바쁘게 움직인다. 옆자리에 같이 선 흑인조사가 나에게 슬며시 다가와 묻는다. 자기들은 옥돔낚시가 처음인데 어떤 미끼를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며 손수 미끼도 달아주고 행운을 빌어주었다.
그들은 내가 가지고 있는 전동릴(다이와 750MT)에 큰 관심을 보였다. 가격을 말해주니 놀라는 표정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이것 하나 장만하기 위해 집에서 얼마나 많은 노력봉사를 해야 하는지 말해줬더니 배를 잡고 웃는다. 역시 미국인들도 음담패설을 좋아한다. 난 거짓말 조금 더 보태서 열심히 설을 풀었고 ‘흑형’들은 자지러졌다.

 

배에 탄 40명 중 전동릴 사용자는 겨우 10명

 

낚시시작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일렬로 선 낚시인들은 일제히 무거운 추가 달린 채비를 깊은 바다 속으로 떨어뜨렸고 낚싯줄이 주르륵 소리를 내며 쏜살같이 내려갔다. 이곳 수심은 약 500피트 정도라고 했으나 릴에서 풀려나간 줄은 900피트에서 많게는 1000피트 이상 되었다. 그 이유는 조류가 빠르고, 또 배가 흘러가는 속도에 맞추어 낚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난 전형적인 바닥 외줄낚시용 3단 자작 채비에 가짜 꼴뚜기와 함께 반짝이는 야광색 깃털을 이용하였다. 깊은 곳에서는 물속이 어둡기 때문에 야광색이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 여기에 몇 가지 팁을 보탠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끼는 야광색 또는 화려한 색이 효과적이다.
둘째, 일반적인 바늘보다 바늘 끝이 약간 안으로 구부러져 있는 옥토퍼스 서클 바늘이 유리하다. 이 바늘은 고기가 한번 후킹되면 아무리 바늘털이를 해도 잘 빠지지 않는 이점이 있다.
셋째, 신선한 미끼도 좋지만 때론 약간 숙성시킨 미끼가 고기를 집어하는 효과가 크다.
넷째, 지그나 벅테일(사슴의 꼬리털을 단 지그)과 같은 루어를 사용할 것. 생미끼보다 더 큰 대어를 낚을 확률이 높다.
다섯째, 채비는 항상 바늘과의 길이 또는 채비 간의 길이와 함께 추에서부터의 길이를 달리하여 조과나 지역에 따라 바꾸어가며 사용할 것.
여섯째, 바닥층에 있는 고기를 잡을 때는 기름진 미끼를 사용할 것.
이상의 방법은 필자가 한국에 있을 때 우럭, 열기, 볼락 등 심해어 외줄낚시에서 매우 좋은 조과를 보장받은 것이기도 하다.
배는 보통 한 번의 드리프트(흐름)가 40분 정도 유지됐는데, 첫 흐름에서 난 입질을 받지 못했다. 그나마 앞쪽과 중간에서 낱마리로 옥돔이 낚였다. 그 이유는 배의 흐름이 바람으로 인해 매우 빨라서 추의 무게가 보통 때보다 더 무거워야 바닥에 고정시켜 고기를 유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난 재빨리 추의 무게를 3파운드로 바꾸었고 그러자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마수걸이로 제법 큰 청옥돔(blue tile)이 낚였다. 원래 이곳에서는 황옥돔을 선호하며 청옥돔은 쳐주지도 않았는데, 회를 좋아하는 한인들에 의해 청옥돔의 값어치가 많이 상승했다. 회 맛은 청옥돔이 낫기 때문이다. 찰지고 달며 은은한 맛이 매우 깊다. 그러나 구이나 찌개로는 황옥돔이 더 좋다.


국산 전동릴 미국시장 진출 필요

 

오늘은 조류의 흐름과 바람의 영향으로 마릿수가 저조한 편이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씨알들은 좋았다. 시간이 지나며 황옥돔까지 낚이기 시작했다. 수면으로 올라와서까지 저항하는 옥돔의 손맛이 정말 좋았다. 약간 떨어진 옆자리에서 난리가 났다. 정말 탐나는 사이즈의 대형 황옥돔이 올라온 것이다. 정말 부러웠다.
전동릴을 사용한 나는 옥돔을 2~3분 만에 올렸다. 아마도 전동릴이 없다면 한 마리 올리는데 20분 정도 걸릴 것이다. 그만큼 조황 차이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내 옆에서 배에서 제공한 장구통릴로 끙끙대며 올리는 흑형들이 너무나 불쌍해보였다. 배에 탄 40여 명의 낚시인들 중 전동릴을 사용한 사람은 10명도 되지 않았다. 그중에는 전동릴을 가져오긴 했으나 사용방법을 몰라 결국 장구통릴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현재 뉴욕에는 전동릴이 다이와 제품 중 한정된 모델만 판매되고 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대중화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이럴 때 한국산 중저가의 좋은 전동릴이 판매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출조 때마다 든다.
지금 내가 사용하는 낚싯대는 자작 커스텀 핸드 메이드로 블랭크는 칼스타(calstar) 제품 850H를 가지고 팁을 약 2인치 잘라서 액션을 맞춰 제작한 것이다. 라인용량은 20~50파운드인데, 컷을 했기에 좀 더 빳빳한 느낌의 미디엄 액션에 속한다 할 수 있다.
점차 후반부로 흘러가면서 조금씩 고기 얼굴을 보는 횟수도 잦아졌고 사람들의 얼굴도 밝아져 가는데, 내 옆의 흑형들과 일부 낚시인은 아직까지 고기 얼굴조차 보질 못하고 있었다. 난 이날 혼자 전동릴 덕분에 총 9마리를 낚을 수 있었다. 그중 두 마리는 한 마리도 낚지 못한 흑형들에게 선물로 주었더니 날 포옹하며 대단히 기뻐했다.
배에서 버지니아와 매릴랜드에서 왔다는 다른 한인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잠시 담소를 나누었다. 그들은 6마리를 낚았는데 황옥돔과 청옥돔을 한 곳에서 잡아보긴 처음이라고 했다. 그들은 다금바리 낚시를 갈 때 초대해주겠다고 말했다.
오늘은 많은 고기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사이즈 좋은 옥돔이 출현해 취재거리로는 충분했다. 청옥돔과 황옥돔 비율은 7:3 정도로 평균 7~9kg짜리가 낚였다. 오늘의 최대어는 벅테일 지그에 낚인 1m(13~15kg)가 넘는 옥돔이었다. 낚시가 모두 끝나고 우리 일행들의 조과를 살펴보니 4마리, 6마리, 7마리로 두세 마리에 그친 다른 사람들에 비해 수준급이었다.
낚시 종료를 알리는 신호와 함께 장비를 정리하고 선실로 들어와 따뜻한 국물과 함께 늦은 점심을 먹으며 피곤함을 풀었다. 선장은 오늘 고기를 못 잡은 이들을 위해 귀항길에 잠시 우럭낚시를 했는데, 우리는 낚은 우럭을 못 잡은 이들에게 나눠주었다. 이런 것은 미국인에게는 발견하기 힘든, 한국사람만이 베풀 수 있는 인심이다.   
▒ 필자연락처 뉴욕 노던 태클 낚시점 410-698-7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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