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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공개-신선이 노닐던 만산동계곡의 산천어
2013년 10월 4908 4314

 

최초공개

 

 

신선이 노닐던

 

 

만산동계곡의 산천어

 

 

 

강동원 객원기자

 

 

부서지는 햇빛 아래 살짝 흐른 땀을 부드러운 바람에 식히며 걷는 기분을 아는지…. 난 물소리 들리는 녹음 가득한 계곡을 걸으며 그런 기분을 이번에 만끽해봤다. 거기에 보너스로 고운 빛깔을 가진 산천어도 만났다. 독자 여러분도 강원도 화천 만산동계곡을 가보면 알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기분을.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구운리에 있는 만산동계곡은 해발 883m의 백적산을 끼고 흐르는 12km 길이의 계곡이다. 본래 이곳은 산천어가 자생할 수 없는 지역인데 2009년에 계곡 중류에 조성된 산천어밸리에서 유출된 자원이 번식하여 정착했다. 산천어밸리는 화천군에서 산천어를 관광상품으로 내세워 조성한 휴양지로서 산천어 맨손잡이, 캠핑 등을 즐길 수 있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이 계곡이 알려지면 이내 황폐해질 것을 우려한 몇몇 플라이 낚시인들이 쉬쉬해가며 다니던 곳인데, 낚시가 가능한 지역은 군부대휴양지였던 캠핑장 앞에서부터 시작하여 상류 약 6km 구간이다.
지난봄부터 만산동계곡을 가려 했지만 한 주, 두 주 미루어지더니 급기야는 여름이 후딱 지나버렸다. 비가 적당히 와줘야 대물이 나온다는 말에 출조 날짜를 맞추려다 보니 그만 계절 두 개가 지나가버린 것이다. 때마침 춘천에 30mm가량 비가 왔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더 이상 미루다간 올해 안으로는 못 가지 싶어 우기다시피 해서 앵글러플라이의 김철오 사장 일행과 출조 약속을 정했다.

 

 

 

  물속에서 본 화천 만산동계곡 산천어의 역동적인 모습. 캐디스를 덮친 산천어를 수중촬영했다

 

 

 

 만산동계곡에 들어가기 전 화천산천어밸리 표지판 앞의 취재팀. 좌로부터 이충민, 이한삼, 심연아, 김철오씨.
 

 

 

12km 길이의 청정 원시림 계곡

 

김철오 사장 일행과 함께 만산동계곡을 찾은 시기는 지난 8월 31일. 자정 무렵에 대구를 떠나 춘천에 도착하니 새벽 3시 30분이 조금 넘었다. 곧이어 도착한 일행과 합류하여 이른 아침을 먹고 나니 어느덧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만산동계곡은 화천 인근에서 물이 맑기로 유명한 곳이다. 아홉 명의 신선이 구름을 타고 내려와 놀았다 하여 구운리(九雲里)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화천의 8경에 속하는 비래바위가 있어서 유명세를 더한다. 만산동계곡에서 상류를 올려다보면 높이 60m, 폭 100m에 이르는 바위절벽이 산세를 뚫고 우뚝 솟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병풍바위라고도 부르는데, 금강산에서 바위가 날아와 이곳에 앉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평소 트레킹과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이 자주 찾아 얼마 전에는 유럽의 멋진 풍차마을을 연상케 하는 풍차펜션단지가 생겼다.
아침 6시, 만산동 계곡으로 들어서자 푸르스름한 물안개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취재팀의 차량은 계곡 중류의 산천어밸리 앞에서 멈췄다. 여기서부터 상류로 약 2km 정도가 만산동계곡의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산천어가 분포하는 구간은 만산동계곡 입구 캠핑장에서부터지만 캠핑장 부근은 초봄이나 늦가을처럼 수온이 낮은 철에나 노려볼 만하다고 한다. 김철오 사장이 추천하는 구간은 산천어밸리 주변과 수목원 입구에서부터 상류의 외딴 민가가 있는 곳까지 약 3km 정도, 더 위쪽으로도 산천어가 나오지만 수량도 적고 개체수가 적어 한여름 외에는 잘 찾지 않는다고 한다. 

 

 

 

  산천어의 경계심을 줄이기 위해 바위 뒤에서 포인트를 살피고 있다.
 

 

 

                           김철오 사장이 만산동계곡에서 낚은 굵은 산천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울창한 숲 때문에 캐스팅 한 번에 바늘 하나씩  

 

계곡을 내려다보니 예상외로 물이 적었다. 원래 이곳은 웨이딩하기 힘들 정도로 물이 많을 때 조황이 좋다고 해서 비 온 뒤로 날짜를 잡은 것인데…. 불과 이틀 전에 제법 비가 왔는데도 계곡의 수량을 늘리기엔 부족했나 보다. 크지 않은 계곡에 수량마저 적으니 당연히 산천어의 경계심도 높을 것 같았다. 이런 속내를 읽었는지 김철오 사장은 “수량이 많지 않지만 괜찮아요. 그동안 워낙 가물어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오름수위 효과를 볼 수 있을 겁니다. 다만 큰 놈들은 조금 뒤로 빠져있을지도 모르니까 포인트에 접근할 때 최대한 조용히 들어가는 것이 좋겠네요”하고 용기를 북돋운다.
막상 계곡에 들어서고 나니 상황이 만만치 않다. 계곡 양옆으로 우거진 원시림은 그야말로 바늘도둑이었다. 캐스팅 한 번에 바늘 하나씩! 조금만 욕심을 부리면 어김없이 나뭇가지에 걸리기 일쑤다. 순식간에 바늘 열 개가 사라졌다. 계곡을 터널처럼 뒤덮은 울창한 숲 때문에 정말 그림 같은 포인트도 침만 삼키고 지나가려니 속에선 울화가 치민다. ‘이래서 짧은 대를 가지고 오라 한 것이군.’ 누군가 이 계곡에서 낚시하다가 홧김에 낚싯대를 집어 던졌다던 말이 실감났다.
일행 중 플라이 초년병인 이충민씨는 아예 캐스팅할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결국 뒤에 오던 김철오 사장이 따라붙더니 1:1 교습에 돌입했다.
“장애물이 많은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정투가 우선입니다. 지금처럼 라인을 많이 빼서 흔드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봐요. 라인은 최대한 짧게 뽑는 것이 좋습니다. 짧을수록 여러 번 흔들지 않아도 되니까 장애물에 걸릴 확률도 줄어들겠죠? 폴스캐스팅(False casting, 캐스팅 거리를 늘리기 위해 앞뒤로 여러 번 흔들어 라인의 속도를 증가시키는 방법) 없이 한 번에 목표지점에 안착시키는 것이 요령입니다. 포인트에 진입하기 전, 뒤에 라인이 걸릴만한 장애물은 없는지 먼저 확인하고 어떤 방향으로 접근할 것인지 충분히 생각한 다음 공략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김철오 사장이 직접 시범을 보인다. 단 한 번의 캐스팅에 바늘이 솜털마냥 사뿐히 수면에 내려앉았다. 잠시 흐르는가 싶더니 이내 작은 파문이 일어났는데 순간,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숨을 멈췄다. 곧이어 수면을 뚫고 터지는 파열음. 어느새 김철오 사장의 손아귀엔 오색영롱한 산천어가 한 마리가 쥐어졌다. 

 

 

 

   만산동계곡 상류를 거슬러 올라가며 포인트를 탐색 중인 김철오씨. 계곡의 맑고 시원한 물줄기를 느린 셔터속도로 담아 보았다.

 

 

   뜰채에 담긴 오색영롱한 만산동계곡 산천어의 자태.

 

 

오색영롱한 만산동계곡 산천어의 자태 

 

하류에서 낚시를 하던 이한삼, 심연아씨 일행은 입질이 아주 예민해서 애를 먹었지만 각각 30cm가 넘는 산천어를 낚았다는 연락이 왔다. 그 소식을 들으니 다시금 전의가 솟구쳤다. 특별훈련을 받은 이충민씨는 바로 효과가 있었는지 입질을 계속 받아내고 있었다.
김철오 사장이 알려준 대로 수심이 얕은 런(run) 지역은 무시하고 수량이 제법 있는 소 위주로 공략을 시작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묵직한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즐기는 손맛을 만끽하며 올린 것은 거의 30cm에 가까운 산천어! 이 계곡의 산천어는 특히 체색이 더 예뻤다.
일단 한 마리를 낚아내자 낚시는 수월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포인트다 싶은 곳에서는 어김없이 씨알 좋은 산천어가 바늘을 물고 늘어졌다. 피딩타임이 거의 끝나갈 무렵 김철오 사장이 급하게 손짓을 하며 불렀다. 하류에 있던 일행 중 한 명이 넘어지면서 다치고 낚싯대까지 부러졌다는 것이다. 아쉽지만 이날의 조행은 수도권 지척의 산천어 계곡을 소개한 것으로 만족하고 마무리해야 했다. 
취재협조 앵글러플라이 02-478-8755 

 

 

가는 길
서울에서 춘천을 지나 5번 국도를 타고 화천 방면으로 진입해 화천군 하남면소재지까지 간다. 하남면사무소를 지나면 장거동마을 입구 갈래길이고 논미리 방면으로 좌회전해 2.3km 정도 가면 논미리 마을회관이 보이는 갈래길. 우회전해서 5번 국도를 타고 4.4km 정도 가면 도로 좌측에 만산동계곡 입구와 구운교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 좌회전해 계곡으로 들어서서 2.5km가량 가면 화천산천어밸리와 캠핑장이 나오고 캠핑장 상류부터 포인트가 시작된다.


 

 

화천산천어밸리

 

화천산천어밸리는 정갑철 화천군수가 산천어를 관광상품으로 내세워 조성한 휴양지다. 화천 농촌마을의 종합개발사업의 일환인 산천어밸리 조성사업에 의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 동안 70억원의 예산을 들여 조성되었다. 계곡 양쪽을 잇는 출렁다리를 중심으로 산천어 양어장, 맨손잡기 체험장 등을 갖추고 있으며 주차장, 농특산물 판매장, 생태 숲 체험장, 오토캠핑장 등이 조성되어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원래 겨울 산천어축제와 연계하여 조성하였으나 현재는 여름에만 구운리 영농조합법인에서 유료로 운영하고 있다.
산천어밸리 홈페이지 www.sancheoneo.com

 

 

 화천군이 산천어를 관광상품화하여 조성한 화천산천어밸리.

 

 

 

만산동계곡 낚시요령

 

7피트 짧은 로드 필요, 캐디스에 입질 잦아

 

 

만산동계곡에서 편안하게 낚시를 즐기려면 가능한 짧은 낚싯대를 가져가는 것이 좋다. 계곡의 폭이 좁고 규모가 큰 소도 많지 않으므로 0~2번 정도의 7피트 이하 낚싯대가 적당하다. 캐스팅이 능숙하지 않다면 바늘도 넉넉하게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캐스팅 전 반드시 뒤를 확인하고 라인이 걸리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피싱프레셔는 많지 않은 편이므로 포인트를 정확히 공략하기만 한다면 쉽게 입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계곡 전체가 암반으로 이루어져있고 경사도가 심하여 평소 수량이 많지 않은 탓에 활성도는 그리 높지 않다. 또한 산천어가 대개 소의 꼬리 부분에 머무는 경우가 많으므로 포인트로 진입할 때 산천어가 놀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플라이 패턴은 초봄과 늦가을의 저수온기에는 패러슈트 타입이 잘 먹히고 그 외에는 캐디스가 좋은 조과를 안겨주는 편이며, 의외로 개미 같은 형태에도 반응이 좋다. 바늘 사이즈는 16번~14번 정도면 충분하다.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지는 호퍼(hopper, 메뚜기)에 굵은 산천어가 잘 달려든다.

 

 

 

  만산동계곡의 히트 패턴인 메뚜기플라이(좌)와 패러슈트 캐디스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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