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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붕어 답사기 - 겨울 원정길엔 곡절도 많더라 관동방조제에서 고천암호로, 다시 무안 유당수로로…
2015년 02월 9522 8396

 

호남 붕어 답사기

 

 

 

겨울 원정길엔 곡절도 많더라 

 

 

관동방조제에서 고천암호로, 다시 무안 유당수로로…

 

 

 

이영규 기자


12월 초에 군계일학 대표 성제현씨와 전남을 찾았다가 해남군 화산면 관동리에 있는 관동방조제라는 곳을 발견했다. 해남 고천암호 남쪽에 있는 소형 방조제였는데 이 방조제에 고인 담수가 6만평쯤 되는 듯했고 한눈에 봐도 붕어가 상당히 많을 것 같았다. 아직 이곳에서 붕어낚시를 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고 낚시춘추에도 소개된 적 없는 미답지였다.
성제현씨가 서울로 올라온 뒤 곧바로 호남에 거주하는 군계일학 회원들의 레이더를 이용해 정보를 입수했다. 광주 이계룡 회원의 말에 의하면 “10년 전 완공되어 담수화가 시작된 곳인데 최상류 샛수로에서 주로 낚시를 한다. 붕어 씨알은 여섯 치부터 턱걸이까지 다양하게 올라온다. 인근에 고천암호, 신방지, 석호지 같은 유명 붕어터가 있어 그간 낚시인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고 한다. 손맛은 충분히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곧바로 관동방조제 탐사취재 날짜를 잡았다.

 

선발대가 보내온 비보
크리스마스를 집에서 가족과 보낸 뒤 26일 아침 서울에 사는 군계일학 회원 손태성씨와 함께 해남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내려가는 도중 강진 처갓집에 가기 위해 이틀 먼저 내려간 성제현씨가 “관동방조제의 조황이 영 탐탁치 못하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함께 내려간 군계일학 회원 허진석씨가 전날 밤낚시를 했는데 6~7치 몇 마리가 낚였다는 것이다.   
당시 전남지역의 붕어낚시는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었다. 12월 중순경 찾아왔던 한파로 조황이 크게 꺾인 후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관동방조제도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결국 관동방조제 취재는 봄으로 미루고 우선 호조황을 거둘 수 있는 대체장소를 물색했다.
그래서 결정한 곳이 고천암호 상류에 있는 길호수로였다. 해남군 해남읍 복평리에 있는 길호수로는 고천암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낚시터다. 길호수로라고 해서 호황소식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걸면 월척이 주종일 정도로 굵게 낚이는 곳이니 한방을 기대해보자는 것이었다.  
약속 장소인 길호양수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경. 전날 관동방조제에서 밤낚시를 했던 허진석씨는 이미 아침부터 넘어와 양수장 밑에 자리를 펴고 있었고 우리보다 10분 먼저 도착한 성제현씨는 포인트를 둘러보고 있었다. 우리 팀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 성제현씨가 해질 무렵의 길호수로에서 찌를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은 강추위로 수면이 얼어붙는 바람에 밤낚시가 불가능했다.

 

▲ 살림망 안에서 헤엄치고 있는 유당수로 붕어들.

새벽에 해남 길호수로에서 무안 유당수로로 낚시터를 옮기는 우여곡절 끝에 손맛을 볼 수 있었다.

 

“이 밤중에 낚시터를 옮기자구요?”
  낮에는 입질 없어 무료하게 보내고 밤이 돼 케미를 끼우려는데 문제가 생겼다. 연안에 살얼음이 끼면서 앞받침대 없이 수초 위에 올려놓는 낚싯대들이 얼음에 갇힐 위험에 처한 것이다. 황급히 앞받침대를 꺼내 낚싯대를 받치고 초리를 수면에서 30cm 가까이 떨어뜨려 놓았다. 밤 기온은 서울이나 해남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밤 10시가 지나도록 입질은 없고 기온은 계속 떨어져 영하 5도로 내려갔는데 차가운 칼바람이 뺨을 스칠 때마다 살점이 떨어져 나갈 것만 같았다. 해남에서 이렇게 추운 날씨를 경험한 것은 처음이었다. 결국 나는 추위에 떨다 지쳐 차 안으로 도망쳤다.
그런데 새벽 2시경 성제현씨가 일행들을 불러 놓고 낚시터를 옮기자고 제안했다. 모두 추워서 차 안으로 피신해 있는데 이 밤중에 낚시터를 옮기자는 성제현씨의 제안이 너무나 황당했다. 그러나 성제현씨는 “이대로 내일 아침이 되면 수면이 얼어버려 낚시도 못할뿐더러 낚싯대도 못 접으니 철수도 힘들어진다. 지금이라도 대를 접어서 무안 유당수로로 옮기자”고 말했다. 이 새벽에 서리를 맞아 꽁꽁 언 낚싯대를 접을 엄두가 안 났지만 성제현씨의 말을 듣고 보니 모두 일리가 있는 얘기였다. 그러나 나는 도저히 그 시간에 낚싯대를 접을 엄두가 안 나 먼저 이동하면 날이 밝은 후 따라가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동할 곳이 유당수로라는 말에 갈등이 생겼다. 유당수로는 살얼음이 잡혀도 붕어가 잘 낚이는 곳으로 유명한곳인데 주말에는 많은 낚시인들이 찾아와 앉을 자리가 없는 곳이다. 마침 오늘이 토요일이니 늦게 출발하면 낚시자리가 없을 게 뻔했다. 결국 선택의 여지가 없어 새벽 2시에 낚싯대를 접었고 텐트와 그밖의 장비는 뒷좌석에 대충 구겨 넣은 채 무안으로 출발했다.

 

▲ 지렁이를 미끼로 쓴 내림 채비에 붕어 두 마리가 동시에 걸려들었다.

물색이 맑았던 유당수로에서는 수심 깊은 골자리에서만 붕어가 입질했다.

 

▲ 차에서 잠을 자고 나온 낚시인이 밤새 얼음에 갇혀버린 초릿대를 보며 난처해하고 있다.

 

▲ “밤새 유당수로로 옮겨온 보람이 있군요.” 군계일학 이계룡(왼쪽) 회원과 성제현씨가

유당수로에서 낚인 붕어들을 보여주고 있다.

 

 

다리 밑의 깊은 골이 포인트였구나!
무안군 청계면 서호리에 있는 유당수로는 Y자 형태의 수로로서 상류가 두 갈래다. 북쪽 갈래는 청계천, 남쪽 갈래는 태봉천으로 불리는데 겨울 물낚시터로 유명한 곳은 태봉천이다. 태봉천에는 하류로부터 다리가 두 개가 있는데 새벽 4시경 도착한 우리는 첫 번째 다리 주변에서 눈을 붙였다. 
아침에 차에서 나와 다리 위에서 바라보니 다리 주변을 빼고는 대부분 얼어있었다. 다리 바로 아래에서 밤낚시를 한 낚시인은 낚싯대 초리가 얼음에 갇혀 난처해하고 있었다. 그만큼 전날 밤 추위는 대단했다. 다행히 첫 번째 다리의 상류 연안은 100m 정도가 얼지 않아 우리는 서둘러 자리를 잡았다. 이계룡 회원은 하류로 내려가 생자리를 뚫었고 성제현씨와 손태성씨는 다리 위 갈대밭 연안에 낚싯대를 폈다. 나는 너무 피곤해 낚시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낚시인들의 조황을 알아보러 다녔는데 예상대로 이곳 역시 빈작이었다. 많이 낚은 사람이 붕어 2마리. 대부분 어제 밤부터 얼음이 얼어 밤낚시는 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첫 번째 다리 밑에서 밤낚시를 광주 낚시인은 “나흘 전만 해도 월척도 많이 낚이고 하루에 이십 마리 이상 낚았다. 그런데 이틀 전부터 날이 추워지면서 붕어들이 입을 꼭 다물었다”고 말했다. 
오전 11시까지 주변 상황을 점검하고 첫 번째 다리로 돌아왔는데 그때까지도 붕어가 올라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제 나도 낚싯대를 펴볼까 하는 생각에 다리 밑을 보니 바로 밑에 평평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발판이 반질하고 낚시자리도 편해 보였는데 아무도 앉지 않은 것을 보니 별 볼일 없는 자리 같았다. 2.8 3.2 3.6칸 세 대만 챙겨 다리 밑으로 내려갔는데 지렁이를 꿰어 채비를 던지자 첫 캐스팅에 찌가 솟구치는 게 아닌가! 가볍게 채자 토실토실한 8치 붕어가 뽑혀 나왔다. 재차 던지자 또다시 찌가 옆으로 끌려간다. 챔질하니 아까보다 약간 더 큰 녀석이 걸려들었다. 붕어를 떼어내는데 이번에는 3.2칸대 찌가 몸통까지 올라와 둥둥 떠 있었다. 이런 식으로 1시간 동안 7마리나 올렸다. 그런데 바로 옆에 앉은 이병술씨는 입질도 받지 못했다.

 

▲ 낚시 후 주변 청소를 마친 취재팀이 55클린운동 플래카드를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 유당수로 태봉천 첫 번째 다리에서 바라본 상류권(왼쪽)과 하류권 모습(오른쪽).

태봉천은 하천 폭이 들쭉날쭉하고 수심 차도 컸다.


알고 보니 내 자리의 수심은 2m가 훨씬 넘었는데 이병술씨의 수심은 70cm에 불과했다. 손태성씨가 앉은 갈대밭 역시 1m를 넘지 못했다. 수온이 떨어지자 붕어들이 다리 밑의 깊은 수심으로 옹기종기 모여든 것 같았다. 계속 차가 지나다녀 소란스러운 탓에 비어 있던 다리 밑이 명당인 줄 누가 알았으랴.
그러나 이러한 깜짝 호황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낮 12시경부터 동풍이 불기 시작하더니 불과 1시간 만에 물색이 급격히 맑아진 것. 이후 입질도 뚝 끊겼다. 다리 위로 올라가 수면을 내려다보니 2m 물속에 가라앉은 떡밥이 들여다보일 정도였다.

 

▲ 기자가 앉았던 물골자리에서 손맛을 보고 있는 손태성씨. 내 자리에서만 입질이 들어오는 바람에

취재에 동행한 낚시인들이 돌아가며 손맛을 보는 장면이 연출됐다.

 

▲ 광주의 이병술씨가 깊은 수심으로 옮겨 낚아낸 8치급 붕어.

 

유당수로 태봉천은 꾸준한 호황
낚시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온 지 일주일 뒤인 지난 1월 6일 순천에 사는 객원기자 김중석씨가 “1월 4일에 무안의 박경희씨가 유당수로 태봉천으로 출조해 1박2일 낚시로 40마리가 넘는 붕어를 낚았다”고 알려왔다. 그중 월척이 7마리였고 가장 큰 씨알은 33cm였다고.
우리가 낚시한 첫 번째 다리에서 800m 더 올라간 두 번째 다리 부근에서 낚시했는데 밤에는 입질이 뜸했고 오전 7시에서 8시 사이에 최고의 피크를 보였다. 밤에는 지렁이, 낮에는 글루텐 떡밥을 미끼로 썼다고 한다.
이날 김경희씨가 폭발적인 입질을 받은 수심은 3m로 깊은 곳이었다. 태봉천은 수로 폭의 편차가 심하지만 곳곳에 2m 이상의 깊은 수심을 보이는 곳이 있으니 그런 곳을 찾아 앉는 게 좋을 것 같다. 아울러 결빙된 살얼음을 깨기 위해서는 반드시 1.5리터 페트병과 10m 이상 길이의 로프를 준비하라고 김중석씨는 조언했다.  

 

■유당수로 태봉천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무안요금소를 나와 목표 방면 1번 국도를 타고 7.5km 가면 사마교차로가 나온다. 우측 무안/망운 방면으로 빠져 크게 우회전한 후 350m 정도 가면 갈래길이 나온다. 망운/무안CC 방면으로 좌회전해 2.4km 가다가 우회전, 시멘트 농로로 800m 가면 첫 번째 다리가 나온다.


 

 


현지 노조사의 조언


“겨울에는 바람 부는 날  입질이 활발하다”

 

유당수로에서 낚시를 마치고 철수하는데 현지 노조사가 다가와 조언을 했다. 유당수로는 얼음을 깨고도 낚시는 되지만 가급적 바람(서풍 계열)이 솔솔 불어 얼음이 얼지 않는 날 조황이 훨씬 좋다는 얘기다. 바람이 불면 물색이 꾸준하게 흐려지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얼음이 어는 날은 십중팔구 물색이 맑다는 것이다. 물색이 흐린 날은 수심이 얕은 곳으로도 붕어가 잘 올라붙으므로 거의 전역에서 입질이 활발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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