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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제일 호황터 - 봉암지의 고군분투 전남 전역이 부진한 속에서 독보적 마릿수 행진
2015년 03월 8317 8486

 

호남제일 호황터

 

 

 

봉암지의 고군분투 

 

전남 전역이 부진한 속에서 독보적 마릿수 행진

 

 

허만갑 기자

 

 

▲ 봉암지 최고의 명당인 배수장(북동쪽 제방 코너)에 포진한 낚시인들.

 

▲ 오후 철수 직전에 소나기 입질을 받은 클럽비바의 김수환(좌), 박지원 회원.

 

▲ 아침에는 연안에 살얼음이 얼었다.

 

별로 춥지도 않았던 올 겨울, 전라남도에서 호황현장을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특히 겨울원정터 1순위로 거론되는 영암·금호호가 뜻밖의 불황을 보이면서 수도권 낚시인들은 속칭 멘붕에 빠졌다. 이럴 때 섬붕어터라도 있으면 기대어 조한기를 넘기겠는데 그마저도 낚시휴식년제로 묶여서 뚜렷한 탈출구가 없는 상황이었다. 암태도와 자은도가 올해의 낚시허가지역이기는 하지만 안좌도 같은 1군이 아닌 2군급이라 그런지 별 재미가 없는 모양이다.
1월 30일 금요일 낮까지 출조지를 정하지 못해 결국 가장 믿을 만한 호남의 정보총책 김중석 객원기자에게 전화를 넣었다. 과연, 그는 따끈따끈한 호황터를 알고 있었다. “고흥 봉암지에서 연안낚시로 붕어를 타작하고 있다니까 빨리 내려가보세요. 나도 사실은 봉암지로 가고 싶지만 작년에 취재한 곳이라 가능한 딴 곳을 취재하고 싶어서 고흥 내대지로 들어가 보려고 합니다.”

 

“봉암지 외엔 붕어 낚이는 곳이 없다!”

금요일 밤 12시에 비바붕어 사무실에서 박현철씨와 만나 그의 차에 내 낚시짐까지 모두 싣고 천리길 멀고 먼 고흥으로 출발했다. 고흥은 완도, 장흥과 함께 수도권에서 가장 먼 출조지다. 그러고 보니 박현철씨와 단둘이서만 출조해보기도 오랜만이다. 박현철씨는 올해 FTV 방송일정을 모두 끝내고 구정 이후 재촬영에 돌입할 때까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방송카메라 없이 떠나는 낚시가 너무 여유롭다며 즐거워했다. 방송을 보면 너무도 느긋하게 월척을 뽑아내는 그였지만 꼭 낚아서 보여주어야 한다는 중압감이 상당했나보다.
방송을 쉬는 동안 큰 경사도 있었다. 낚시보트 생산공장이 있는 캄보디아에 출장을 갔다가 현지 미녀에게 한눈에 반해 국경을 넘는 사랑의 결실을 맺은 것이다. 지난 12월에 캄보디아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신부는 캄보디아 어학원에서 한국어 공부를 마친 뒤 올 여름이면 한국으로 와서 신혼살림을 차릴 것이라고 한다. 그 소식을 들은 낚시계의 노총각들이 너나  없이 캄보디아 여행을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박현철씨는 남국의 해변에서 아름다운 신부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처럼 웃었다.  
운전대를 교대로 잡아가며 장장 다섯 시간 만에 고흥군 도덕면 도덕리의 봉암지에 닿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따라 왜 이리 춥지? 무려 영하 5도의 기온(전라남도에선 극히 드문)이었다. 먼저 연안낚시에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북동쪽 산자락 배수장을 찾았다. 산과 제방이 만나는 코너 부분에 10여 명의 낚시인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삼면이 똑같은 형태의 제방으로 이뤄져 포인트 격차가 없을 것 같은 봉암지지만, 희한하게 이 배수장 코너에서만 붕어가 많이 낚여 자리다툼이 극심하다고 한다. 특히 산자락에는 장박낚시인들이 설치한 좌대 시설물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아는 사람들끼리만 바통터치로 차지하는 바람에 소식 듣고 찾는 보통 낚시인들에겐 그림의 떡인 포인트라고 한다. 나머지 사람들은 제방 석축에 앉을 수밖에 없는데 코너에서 가까운 쪽부터 선착순으로 앉게 되며 산자락에서 멀어질수록 입질빈도가 떨어진다고.
그런데 여기서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 여수 왕갈치낚시점 이상우 대표를 만난 것이다. “바다낚시점 사장이 여기는 어쩐 일이냐”고 하자 “요즘 붕어낚시의 매력에 빠져 있는데 마침 갈치 시즌이 끝났고 해서 찌맛 보러 왔다”고 했다. 조과를 보여 달라고 하자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자랑스럽게 살림망을 건져내는데 때글때글한 붕어가 10여 마리나 들어 있다. 두 대만 가지고 떡밥으로 낚은 조과라면서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며칠 전에는 엄청 낚였는데 지금은 그때만 못해요. 밤낚시는 안 되고 낮에 낚이는데 지금부터 입질할 시간입니다. 나하고 내 옆의 분은 떡밥으로 낚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떡밥과 지렁이를 짝밥으로 써서 지렁이에 조금 더 굵은 씨알을 올립디다. 가급적 긴 대를 써야 입질이 잦아요.”
호조황을 확인하고 돌아 나오는데 제방 아래 쓰레기 더미를 보고 기분이 상하고 말았다. 이곳에서 낚시하고 가는 사람마다 쓰레기를 이곳에 던지는지 거대한 쓰레기산이 형성돼 있었다. 고흥군에서 이 광경을 보면 봉암지를 낚시금지구역으로 묶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북서쪽 제방에서 바라본 봉암지. 11만5천평의 수면적을 자랑한다.

 

▲ 낚시춘추 97년 8월호에 실린 봉암지 세밀도. 담수 전의 물골과 바닥지형이 표시되어 있다.

 

▲ "붕어낚시, 매력 있네요!" 요즘 붕어낚시에 빠졌다는 여수 왕갈치낚시 대표 이상우씨도 풍족한 조과를 거두었다.

 

▲ 봉암지 배수장 밑에 산더미처럼 쌓인 낚시쓰레기들.

 

봉암지 명성의 그늘, 쓰레기 더미

솔직히 말하면, 나는 왠지 딴 낚시터로 가고 싶었다. 쓰레기산에 충격을 받아서만도 아니다. 이렇게 마릿수 조황이 확인된 곳에서 낚시하는 것은 긴장감이 떨어진다. 낚일까 안 낚일까 두근두근한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대물이라도 간혹 섞이면 흥미진진할 테지만 걸면 9~10치로 자로 잰 듯 균일하다고 한다. 당연히 낚일 것이고, 행여 못 낚으면 핀잔이나 받기 십상이며, 더구나 우리는 보트를 탈 것인데 연안낚시인이 많은 곳이라 보트를 띄우기가 조심스럽다. 여기 오기 전엔 수면적이 12만평이나 되는 대형지니까 가운데 들어가면 연안낚시와 무관하리라 생각했는데 보트낚시도 북동쪽 배수장 주변에서만 입질이 집중된다니 마뜩찮은 노릇이다.
물론, 지금은 이런 배부른 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 붕어 얼굴 보기조차 힘든 계절에 어울리는 투정이 아닌 것이다. 연안낚시인들이 많은 곳에서 보트를 펼 수는 없어 그 반대편 외딴집이 있는 북서쪽 제방으로 돌아가서 보트를 폈다. 낚시를 시작한 시각은 오전 10시가 넘었다.
나로선 봉암지에서 처음 해보는 낚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낚시터 중 한 곳을 낚시기자생활 23년 만에 처음 찾았다니 이것도 아이러니다. 제방에서 20m만 들어가도 수심이 뚝 떨어졌다. 폴대 네 개를 연결하여도 바닥에 닿지 않는다. 폴대 하나의 길이가 90cm이므로 수심이 3.6m가 넘는다는 얘기다. 예비 폴대를 더 준비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산자락을 보니 연안에서 접근 불가능한 절벽 구간이 있었다. 나는 그곳으로 가서 보트 꽁무니를 연안에 붙이고 낚시해보기로 했다. 박현철씨는 저수지 안쪽에서 폴대 5개를 박고 4m 수심을 노렸다. 다른 보트도 세 척 더 있었는데 모두 저수지 안쪽에 있었고 별 입질이 없는 듯했다.
그런데 제방에 앉은 낚시인들은 연신 붕어를 낚아내기 시작했다. 이상우씨의 말로는 2m 수심에서 낚인다고 했다. 붕어들이 얕은 석축 언저리를 타고 돌며 먹이활동을 하는 듯했다. 지루한 기다림 끝에 낮 12시에 첫 입질을 받았다. 지렁이 내림채비를 슬며시 끌고 들어가는 입질에 9치 붕어가 올라왔다. 체구가 갸름하고 약한 입질에 비해 힘은 좋았다. 연속으로 9치 한 마리가 더 낚였다. 그리고는 또 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오후 2시가 되자 제방에선 입질이 끊기고 대신 산자락에 앉은 낚시인들이 붕어를 낚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두 마리를 더 낚았는데 한 마리는 31cm 월척이었다. 박현철씨는 오후 3시에 첫 입질을 받아 준척 한 마리를 낚았다.
영암호 구성수로로 갔던 클럽비바 김수환씨 일행이 몰황을 쳤다며 봉암지로 넘어오겠다고 한다. 연안낚시인들도 보트낚시인들도 봉암지로만 몰리는 상황이다. 가까운 녹동항에서 저녁을 먹고 모텔에 들어갔는데 한국과 호주의 아시안컵 축구 결승전이 중계되고 있었다.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도 호주의 키다리 공격수에게 일격을 당해 결승골을 내주고 말았다. 축구까지 안 되는 날이었다.

 

▲ 장경준씨가 2월 3일 아침에 낚은 보트낚시 조과. 월척만 20마리가 넘었다.

 

▲ 제방에서 바라본 배수장 코너 포인트. 산자락은 초봄낚시도 잘되지만 특히 여름철 갈수기 명당이다.

 

▲ 클럽비바 장경준 회원(강원산업 필드스탭)의 파이팅. 4m가 넘는 수심을 노려

오후 3시부터 준월척 10마리를 순식간에 뽑아냈다.

 

▲ 봉암지 양수장 밑의 오마수로. 이 수로의 물을 퍼올려 봉암지에 담는다.

 

오후 늦게 불붙은 입질

2월 1일, 날씨는 화창했다. 바람은 그치고 온도가 크게 올랐다. 새로 온 일행까지 합쳐 10척의 보트가 봉암지에 떴다. 이날은 혼잡도가 높아진 북동쪽을 피해 북서쪽에서 낚시를 해보았으나 입질이 없었다. 역시 붕어들은 북동쪽에 몰려 있었던 것이다.
이날은 연안낚시가 부진했다. 날씨는 더 좋았는데도 조황은 떨어졌다. 이런 경우가 허다하지만 그 이유를 모르겠다. 어제 많이 낚은 자리를 물려받아서 잔뜩 기대에 부풀었을 낚시인들은 허탈한 표정이다. 이럴 때 먼저 나간 사람들은 뒤에 온 사람들이 운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낚시실력이 모자라서 못 낚았다고 생각한다. 손맛도 못 보고 졸지에 바보 되고, 이래저래 실속 없고 맘 상하는 게 대박자리 물려받기인 것이다.   
보트낚시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입질이 없으니 의자를 뒤로 젖혀놓고 스마트폰으로 음악이나 들으며 따사로운 햇볕을 즐기기는 좋았다. 그래도 봉암지 붕어들이 야박하지는 않아서 서울에서 온 보트낚시인들을 빈손으로 보내지는 않았다. 오후 3시부터 늑장입질이 터져 1시간 동안 네댓 마리씩 손맛을 보았는데, 클럽비바의 최연소 회원인 장경준(28세, 강원산업 필드스탭)씨는 단숨에 10마리를 뽑아내며 젊음의 힘을 보여주었다. 덕분에 나는 화보촬영을 풍성하게 마칠 수 있었다.   
*장경준씨는 2월 3일 화요일에 다시 봉암지를 찾아서 월척만 20여 마리를 낚는 기염을 토했다. 그날은 연안낚시인 5명만 있었고 보트는 장씨 혼자였다고 한다. 그런데 연안에선 전혀 입질이 없었고 보트에서도 폴대 6개 수심인 4.5m 수심에서만 낚였다고 한다. 그것도 아침 7시30분부터 낚싯대를 펴기 시작하면서 1시간 동안 몰아치기로 낚았으며, 오전 9시부터 강풍이 터져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봉암지(백옥지)의 4짜 역사

 

11만5천평 규모의 봉암지는 1988년에 축조되었고 6년 후인 1995년 여름에 4짜 사태를 일으켰다. 그리고 2000년 4월에 전무후무한 4짜 빅뱅을 일으키며 ‘참붕어 띄울낚시’의 전설을 만들었다. 그 후 2007년 4월 말 잠깐 4짜 붕어가 몇 마리 배출되었으나 뒷심이 부족했고 그 후로는 4짜 소식이 거의 없는 상태다.
●90년대 초
91년 봄부터 월척붕어터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92년에 월척 사태를 일으키면서 전국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95년 6월 중순~7월 초
3주 동안 4짜붕어 30여 수와 월척 400여 수가 낚이면서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심한 갈수상태에서 60~80cm 수심의 말풀 사이에서 대물 붕어들이 밤낮 없이 낚였다.
●2000년 4월 초순~하순
20일간 4짜 80여 수와 월척 500마리가 낚여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특히 이때는 만수상황에서 참붕어 미끼 띄울낚시로 4짜급을 낚아 모두를 놀라게 했다. 나중에는 지렁이와 새우로도 띄울낚시를 해서 월척을 쑥쑥 뽑아냈다. 배수장이 최고의 명당이었지만 거의 전역에서 호황을 보였다.
●2007년 4월 말
2000년 이후 오랜만에 4짜 붕어가 여러 마리 속출하면서 2000년 신화의 재림을 잠깐 기대했으나 며칠 호황으로 끝났다. 이때 띄울낚시를 시도해본 낚시인도 있었으나 바닥낚시에서만 낚였다. 포인트는 역시 배수장이었다.

 

 

봉암지의 의문 네 가지 

 

▶배수장 외엔 명당이 없는가?
배수장 포인트는 부동의 명당으로서 특히 동절기엔 북풍에 의지되는 이곳에서만 조과가 집중된다. 이곳은 다른 제방보다 밋밋한 완경사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특징인데 그 완경사 너머엔 봉암지에서 가장 깊은 5.3m 골이 있다. 즉 깊은 골에 모인 붕어들이 먹이를 찾아 올라붙기 좋은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수온이 오르면 포인트가 다른 곳으로도 확산되는데 양수장 주변과 양수장 반대편 제방 코너(남동쪽)도 좋은 자리다. 특히 봉암지 밑의 오마수로의 물을 양수할 때는 양수장 쪽이 명당이 된다. 어느 자리든 떡밥으로 꾸준히 집어한 자리의 조과가 월등한 것이 봉암지의 특징이다.

▶지금 조황보다 봄 조황이 더 나아질까?
봉암지의 역대급 대박조황은 4월과 6~7월에 나타났다. 그러나 작년엔 2월 초부터 3월 초까지 마릿수 호황을 보였다. 작년과 비교하면 봉암지 조황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그러나 이미 많은 양의 붕어들이 뽑혀나갔고 호황소문을 듣고 계속 낚시인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에 향후 조황이 기대 이하에 머물 수도 있다.

▶왜 요즘은 4짜붕어가 잘 낚이지 않을까?
봉암지는 축조 후 두 차례 4짜 사태를 겪었고 이미 한 세대와 그 다음 세대의 대물붕어들은 모두 소진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당분간 4짜가 마릿수로 낚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지금 낚이는 30cm대 초반의 붕어들이 4짜로 성장하는 몇 년 후 또다시 4짜 소동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1월 말의 취재현장에서 낚인 붕어들은 상처가 많고 배가 홀쭉했는데 벌써 산란했나?
산란기에 산고를 치른 붕어 외에 뻘 속에 오래 숨어 있다가 나온 붕어들도 비늘에 상처가 있다. 지금 봉암지의 붕어들은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상태라 비늘이 거칠고 비늘의 점액이 다 빠져서 거칠거칠하다. 즉 아직 붕어의 활성이 회복되지 않아서 입질이 미약하고 가벼운 채비를 써야 마릿수 입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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