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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낚시 - 웨스트파푸아 일곱 어른 표류기
2015년 11월 2322 9107

해외낚시 - 웨스트파푸아

 

 

일곱 어른 표류기

 

 

조홍식 理學博士, 루어낚시 첫걸음 저자

 

2014년, 그러니까 작년 딱 이맘때, 인도네시아령 웨스트파푸아 지역으로 파푸안블랙배스(파푸안 블랙 스내퍼)를 찾아 원정을 다녀왔었다. 당시에도 가고 오는 이동거리가 만만치 않은데다가 소형 보트로 거친 바다를 이동하는 것이 워낙 힘들었기에 내 낚시인생 중에 가장 힘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것이라서 고생의 기억은 흐릿해지고 파푸안블랙배스의 가공할 파워만이 기억에 남게 되는데 한 3개월밖에 걸리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또 웨스트파푸아를 찾게 되었다. 이번에 모험을 할 장소는 작년의 그 강에서 서쪽으로 한 시간 반 정도 더 이동한 장소로 강의 상류에는 호수가 있고 그곳은 파푸안배스의 소굴임에 틀림없다는 유혹이 뻗쳐왔다. 이론적으로는 정말 그럴듯한 추리였다. 작년에 낚은 대형 파푸안배스는 산란을 위해 기수역까지 내려와 있던 개체였고 현지 원주민 어부들이 가을철 산란기에 그물을 친다는 장소가 그 기수역에서부터 서쪽이었다. 그리고 그 많은 양의 파푸안배스가 작년의 그 강 유역에서만 내려왔다고 하기에는 주변 강들의 규모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었다. 구글어스를 사용해 위성사진을 들여다봐도 호수는커녕 강줄기도 보이지 않지만, 작년에 거기에 다녀왔고 분명히 강이 있고 호수는 있을 것이며 어마어마한 파푸안배스도 ‘아마’ 있을 것 같았다. 작년 20kg의 파푸안배스를 낚은 바로 그 다음 주에 프랑스의 원정대가 같은 장소에서 세계기록 사이즈인 25kg짜리를 낚았다는 소식을 접했기에 대물에 대한 욕망은 금방 달아올라버렸다.
나를 포함해 작년과 똑같은 참가자 2명과 소문을 듣고 동행하는 낚시인들도 3명이 늘어서 이번에는 가이드인 프랑스인 레오를 포함 총 7명. 또다시 한국, 일본, 프랑스, 인도네시아의 다국적 원정대가 만들어졌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거의 서바이벌 피싱이 될 것이기에 가져갔으면 좋았을 것이라 여겼던 대형 비닐봉투, 테이프, 캠핑용 베개, 히프커버 등도 챙겼다. 솔직히, 전파도 닿지 않아 전화도 사용할 수 없는 그런 정글로 안전은 뒷전으로 하고서 들어간다는 것은 무모하기 그지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혹시 안전사고라도 발생하면 그 후의 일은 대책이 없는 것이다. 나 자신이나 일행 중 누가 다쳤다고 할 때, 배를 몰아 도시로 돌아가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이며 날씨에 따라서는 돌아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작년에 사고 나기 직전까지 몰렸던 기억이 원정날짜가 다가오자 새삼 떠올랐다. 예전에 배운 말이지만 ‘낚시는 첫째가 건강, 둘째가 안전, 셋째에 가서야 비로소 대물’이라는 금언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짐을 꾸렸다.

 

  ▲목적지로 가다가 높은 파도를 만나 일단 후퇴, 이름 모를 강 하구에서 야영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현지민들이 서둘러 만들어서 우리에게 빌려준 오두막. 3일 동안은 여기서 생활했다.

 

무모한 도전
말라리아 예방약을 아까 숙소를 떠날 때 먹었던가 안 먹었던가? 기억이 애매할 정도로 수면 부족인 상태였다. 여명이 밝아오는 시간, 앞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자 이미 보트 두 척은 연안을 따라 파도를 뚫고서 고속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한 척에는 사람이 다 타고 또 다른 한 척에는 사용할 생활용품과 식료품을 실었다. 작년에 사용한 보트보다 속도가 더 빠르니 덜 고생스러울 것이라고 하지만 좁은 보트에 구겨져 앉아 가끔씩 물벼락을 맞아가며 요동치는 충격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내는 것은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더욱이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강한 것이 썩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선장 2명이 점심 때쯤 포기 선언. 목적지에 가지도 못하고 이름 모를 강 하구를 찾아서 일단 상륙, 1박하기로 했다.
모래사장에 소형 텐트를 치고 저 멀리 하얗게 파도가 이는 바다를 한숨 쉬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낚시는 해야겠기에 한 세트 준비해서 던져보니 바로 입질. 길쭉한 모습에 대형 레이디피시인가 생각했는데 입 안에 번뜩이는 날카로운 송곳니에 놀라고 말았다. 생전 처음 낚아보는 ‘울프헤링’이라는 어종이었다.
허무하게 하루가 가고 다음날 새벽, 바람이 거세지기 전에 짐을 꾸려 바다로 나가 다시 서쪽으로 뱃머리를 향했다. 그리고 또 파도가 높아져서 진행이 어려울 즈음에 작년에 낚시를 한 바로 그 강의 하구 인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또다시 짐을

 

내리고 텐트를 칠 수 밖에….
뜬금없이 나타난 이방인들에게 하구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은 기꺼이 캠핑을 허락해 주었다. 그리고는 이 상태로 목적지에는 갈 수가 없을 것 같아 일단 모여서 가이드인 레오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일단 이 강 주변에서 낚시를 하루 이틀 하고, 날씨가 계속 나쁠 것 같으니 바람이 그나마 약한 새벽시간을 이용해서 조금씩이라도 티미카 쪽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티미카 근처의 강에도 소형이지만 파푸안배스와 바라문디가 있으니 괜찮다면 거기에서 낚시를 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말이었다. 이틀 걸려서 겨우 작년에 왔던 같은 장소까지는 도착했지만 돌아가는 데도 최소 이틀이 걸릴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작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낚시는 두 팀으로 나눠 하기로 했다. 현지의 작은 보트를 빌리고 3명과 4명으로 나눠 강을 거슬러 올랐다. 작년과 같은 강이건만 상황이 아주 달랐다. 수질이 영 아니었다. 물론 흙탕물인 건 당연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이어야지, 물고기가 살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새빨간 흙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리물때를 전후해서 간조 때는 유속이 빨라 흙탕물이 흐르게 된다는 점이었다. 이때는 낚시가 안 됐다. 밀물이 시작되고 강물이 역류를 하면 점차 물색이 맑아지는데 수위가 어느 정도 올라서 만조를 지나 강 유속이 빨라지기 전까지가 낚시 타이밍이었다. 그러다보니 낚시할 시간이 아주 짧았고 잡어의 입질도 거의 없어 영 신통치가 않았다. 나를 비롯해 작년에 참가했던 일행은 ‘작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를 연발했고 금년에 처음 참가한 3명은 ‘소문과는 다르네’를 연발했다.
목표로 한 파푸안배스는 아직 산란 준비에 들어가지 않은 것 같았다. 드문드문 낚이긴 하지만 작은 크기뿐이었다. 다행히 다음날부터 날씨가 좀 좋아져서 바로 귀로에 오르는 일은 없었지만 매일 날씨 걱정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민물고기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동급 최강의 파푸안배스는 그렇게 녹녹하게 대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작년은 정말 운이 좋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참가자 중 파푸안배스를 낚은 이는 나를 포함해서 4명뿐이었고 나머지 2명은 단 한 마리도 낚지 못했다. 하지만 루어가 단숨에 부서지고 PE 6호 원줄이 뚝뚝 순식간에 끊겨나가고 100파운드의 쇼크리더가 어이없이 끊어져 버리는 파괴적인 충격은 일단 한 번씩은 맛을 보았다.
더욱이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한 가지 있으니 바로 릴에 관련된 것이다. 파푸안배스에 사용하는 릴은 주로 중소형(300번대) 베이트캐스팅릴인데 드랙이 강해야 한다. 최소 10kg정도의 힘이 필요한데 이런 베이트캐스팅릴은 거의 없고 라이트지깅용이거나 미국의 머스키낚시용에서 몇 가지를 찾아볼 수 있다. 작년에 사용한 것 중 하나인 D사의 ‘L**A300’이라는 릴이 그 사이 인기가 높아져서 이번에는 참가자 전원이 최소 1대씩은 지참할 정도였다. 저렴하고 드랙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인데, 나쁘게 말하면 싼 게 비지떡이라고 이 릴은 사용자 전원 고장을 일으켰다. 워낙 험악한 파푸안배스에 대해서는 역부족이라고밖에. 스풀 회전 불량, 드랙 고장이 첫날 생겼고 내 것도 레벨와인더 고장을 일으켰고 결국 못쓰겠다는 딱지가 붙고 말았다.

 

  ▲악천후 때문에 사흘간 머물렀던 웨스트파푸아 해변 마을.

  ▲첫날 나가하라씨가 낚은 파푸안배스.

 

100cm가 넘는 초대형 바다문디를 낚다
파푸안배스의 그늘에 가려져 있기는 했지만 이번 조행의 2대 목표물 중 하나인 바라문디의 크기는 작년보다 훨씬 컸다.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어종이 같은 포인트에서 낚이기 때문에 한 가지는 포기하고 원하는 어종에 맞추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파푸안배스는 릴의 드랙을 최대로 조이고 파이팅에 임하지만 바라문디는 약간 드랙에 여유를 주고 점프에 대비하면서 파이팅을 해야 하기에 서로 대비가 심하다. 드랙을 완전히 잠가 놓은 상태에서 바라문디가 걸리면 놓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드랙을 여유 있게 조정해 놓은 상태에서 파푸안배스가 걸리면 0.5초도 안 돼서 장애물에 처박혀 100% 놓치고 만다. 목표가 대형 파푸안배스인 이상 드랙은 꼭꼭 조여서 완전히 잠근다. 그러다가 바라문디다 싶으면 엄지손가락으로 스타드랙을 조금 돌려 드랙을 풀어주는 순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쾅’하는 파푸안배스와는 다르게 ‘덜컥’하는 어딘가 좀 끈적한 느낌의 충격이 바라문디이다. 루어를 깨무는 것이 아니라 흡입하고 바로 돌아서기에 나타나는 느낌이다.
둘째 날, 운이 좋아 낚은 바라문디는 자그마치 95cm, 작년에 이 강에서 낚은 85cm의 바라문디가 내 최고기록으로 그 이상의 바라문디를 낚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지만 본의 아니게 기록경신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매일 한 마리씩 나에게 90cm가 넘는 바라문디가 낚여 올라왔다. 동행한 젊은 일행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왜 그런지 다른 이들의 바라문디는 90cm에 미치지 못했다.
셋째 날의 그 끈적한 입질, 하지만 그 세기가 지금까지 겪어온 바라문디와는 달라서 처음에는 파푸안배스인 줄 알았다. 수면을 훑고 지나가는 은빛의 철갑이 누런 강물에 언뜻 비쳤다. 그 거구가 수면을 뚫고 올라 점프를 했다. 바라문디였다. 빛을 받으면 오렌지색으로 빛나는 바라문디의 눈, 호주 원주민인 애보리지니의 말로 큰 비늘이라는 뜻의 바라문디의 그 큼직한 비늘. ‘왜 이렇게 등이 솟아있지?’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넓은 체폭을 자랑하며 누워있는 바라문디에게 줄자를 대어봤다. 100cm가 넘어간다. 체고가 높고 살이 쪄서 무게도 10kg이 훨씬 넘었다. ‘꿩 대신 닭’이라고 아마도 이번에는 파푸안배스가 아니라 바라문디를 점지 받은 것 같았다.

 

꺼져버린 엔진, 험난한 귀로
이곳에 도착하고 5일째 되는 날 새벽에 귀로에 올랐다. 맞바람을 뚫고 바다를 넘어 갈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섰다. 전날 밤, 바다가 어떨지 기대된다는 이도 거친 바다가 겁이 난다던 이도 있었다. 일찍부터 바람이 강해지고 있어서 걱정이지만 어쩌랴. 일정 내내 같이 한 인도네시아인 젊은 선장은 어딘가 좀 성격이 급해 보였지만 지금은 그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 강과 바다가 맞닿는 장소는 삼각파도가 높이 생긴다. 당연히 물벼락을 맞으면서 이리저리 피하면서 파도를 넘더니 어라? 엔진이 꺼져버렸다. 올 때도 몇 번 엔진이 꺼지더니만 그때부터 엔진 소리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다. 심상치가 않다. 엔진커버를 벗기고 여기저기 만지더니 심지어는 공구 통을 열어 펜치며 드라이버며 꺼내든다. 높은 파도에 조각배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둥둥 떠내려갔다. 하염없이 떠내려가자 누군가 외쳤다.
“어어, 표류한다. 15소년, 아니 7어른 표류기다!”
그 말을 듣고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배는 이대로라면 삼각파도에 뒤집어질 것이 뻔했다. 그러고 나면 바다에는 상어가 육지에는 악어가 기다리고 있겠구나 싶었다. 온 몸은 모래투성이인데다가 씻지도 못한 지 5일째, 오지로 또다시 가기에는 몸도 마음도 지쳐버렸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느긋해지고 뱃전에 기댄 몸을 펴고 발을 뻗었다. 졸음이 쏟아지고 눈이 감겼다. 엔진 시동이 다시 걸리고 물벼락을 뒤집어쓰면서 조용히 읊조렸다.
“Farewell West papua, forever.(웨스트파푸아야 잘 있거라,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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