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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구리 왕숙천_겨울밤의 불야성
2016년 02월 17742 9301

경기/구리 왕숙천


 

 

겨울밤의 불야성

 

 

한강 강동대교 인근의 지천, 겨우내 월척 낚여

 

이영규 기자

 

한강으로 유입되는 왕숙천 최하류 남양주시 미음교 주변에 겨울 물낚시가 한창이다.
왕숙천은 구리시와 남양주시 사이를 흘러 한강으로 합류되는 중형급 하천인데, 왕숙천 최하류에
하수처장이 있어 따뜻한 온수가 유입되기 때문에 겨우내 얼지 않고 굵은 붕어들이 잘 낚인다.

 

겨 울엔 얼음낚시가 재미있지만 겨울 물낚시의 독특한 정취와 매력도 상당하다. 나는 겨울이 오면 얼지 않는 물낚시터를 찾는 걸 좋아한다. 비록 수면이 옹색하고 수질이 약간 나빠도 눈과 얼음 속에서 시원한 찌올림만 만끽할 수 있다면 충분히 만족한다. 문제는 그런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데 올 겨울엔 모처럼 쓸 만한 겨울 물낚시터를 한강에서 발견했다. 서울 강동대교 인근에서 한강으로 흘러드는 왕숙천이 그 곳이다.

 

  ▲왕붕어카페 회원 음수욱씨가 5.5칸 대를 스윙해 미끼를 던져 넣고 있다. 멀리 보이는 밝고 높은 건물이 구리타워다.

  ▲왕숙천에서 올린 월척 조과를 자랑하는 왕카페 회원들. 맨 앞이 가장 많은 월척을 올린 음수욱씨(돌아온남자), 뒷줄 왼쪽이 김덕근(이오쌍포)씨, 오른쪽이 남궁경(통님)씨다.

  ▲미음교 밑에 자리를 잡았던 성제현씨가 새벽 2시경 올린 월척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하수처리장에서 내려오는 온수. 이 따뜻한 온수 때문에 겨우내 왕숙천이 얼지 않는다.

  ▲주차 후 포인트로 이동하고 있는 낚시인들.

 

2~3년 전부터 조금씩 소문나

나에게 왕숙천 소식을 전해온 것은 군계일학 성제현 사장이었다. 성제현씨의 군계일학 매장은 왕숙천에서 가까운 하남시 초일동에 있다. 성제현씨는 “이곳을 지나치며 겨울에 물낚시를 하는 모습을 봐왔지만 별 흥미를 갖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년 전 겨울부터 동호회 회원들이 찾아가 재미를 봤다는 소문이 들리더군요. 그래서 지난 12월 초에 직접 물가로 내려가 조황을 확인해봤는데 굵은 월척들이 살림망에 담겨있어 깜짝 놀랐습니다”라고 말했다.
성제현씨와 함께 왕숙천을 취재하기로 하고 다음스카이뷰를 통해 확인한 왕숙천 하류는 강동대교 옆에 있었고, 낚시 구간은 한강 본류에서 200m가량 위쪽인 미음교 일대였다. 이곳을 단골로 다니는 낚시인들은 인근 구리타워와 가깝다는 뜻에서 ‘구리타워 포인트’로 불렀다.  
12월 26일 오후 1시경 왕숙천 서쪽 연안의 하천로에 주차한 뒤 짐을 들고 물가로 향했다. 왕숙천 연안의 자전거도로에서는 시민들이 조깅을 하고 있었다. 항공사진으로 봤을 때는 자전거도로와 물가가 너무 가까운 것 같았는데 실제 도착해 보니 물가는 자전거도로에서 30m 이상, 그것도 언덕 아래에 떨어져 있어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미음교를 기준으로 하류는 상수도보호구역이어서 미음교 상류에서만 낚시가 이루어진다.)
미음교 부근 하천 폭은 약 70m였는데 우리 자리 맞은편인 동쪽 연안에는 네이버카페 왕붕어 회원들이 먼저 와 밤낚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남양주시에 사는 군계일학 회원 고승원씨는 “요즘 왕숙천에서는 낮에는 입질이 없고 밤에 주로 입질이 온다”고 말했는데 그의 말대로 양쪽 연안에 20여 명 가까운 낚시인이 낮부터 앉아있었지만 붕어를 낚아내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왕숙천에는 배스낚시인들도 많이 보였다. 하천변을 따라 상류로 300m가량 걸어가니 20명가량의 배스낚시인들이 몰려 하수가 콸콸 유입되는 배수구 인근을 노리고 있었다. 항공사진에서도 물줄기가 확인되던 그 배수구였다. 상계동에서 왔다는 김명보씨는 “이 배수구에서 따뜻한 물이 흘러나와 왕숙천은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그 양이 꽤 많아서 하류 붕어낚시 포인트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낮에는 잠잠, 밤 10시부터 폭발 입질

중국집에서 배달시킨 볶음밥과 탕수육으로 저녁식사를 해결한 뒤 본격적인 밤낚시에 돌입했다. 이날 나는 5칸 이상의 장대에 옥내림 채비를 세팅했고 미끼는 지렁이를 사용했다. 왕숙천 겨울낚시에서는 글루텐이 특효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겨울에는 지렁이를 꿴 옥내림이, 그것도 낮에 잘 먹혔던 기억이 있어 시험 삼아 써본 것이다.   
밤 8시까지 낚시했지만 그때까지 붕어를 낚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가 초조해하자 내 우측에 앉았던 고승원씨가 “요즘은 밤 10시경부터 입질이 들어온답니다. 아직 두 시간이나 남았으니 기다려 보자구요”라고 미끼를 갈아 뀄다. 고승원씨의 말대로 첫 입질은 밤 10시가 약간 넘었을 즈음 들어왔다. 고승원씨의 4.8칸 대에 걸려든 녀석은 얼핏 봐도 32cm는 돼 보이는 월척이었다. 그러나 뜰채 없이 들어내려다가 목줄이 터지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다.
이후로는 건너편에 앉은 왕붕어카페 회원들에게 입질이 집중됐다. 왕붕어카페 회원들은 전원 5칸에서 6칸까지의 낚싯대를 두 대 내지 세 대만 펴고 낚시했는데 긴 낚싯대를 호쾌하게 스윙해 포인트에 정확히 던져 넣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저렇게 강하게 스윙하는데도 떡밥이 붙어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우리 쪽에서도 조만간 입질이 들어오겠지’라는 생각으로 찌를 바라봤지만 밤 12시가 다 되도록 감감무소식. 그 사이에 맞은편에서는 4마리째 월척이 올라와 일단 사진부터 찍고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미음교를 건너갔다.
음수욱씨가 방금 낚은 34cm 월척을 들고 나를 기다렸다. 사진 촬영을 마친 나는 어떤 미끼를 쓰는가 싶어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6칸 대를 스윙해도 안 떨어지는 떡밥의 비결은 돌처럼 단단하게 갠 글루텐이었다. 음수욱씨는 “우리가 왕숙천에서 5칸 대 이상의 긴 대를 쓰는 것은 붕어들이 멀리서 입질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단단하게 떡밥을 개지 않으면 멀리까지 던져 넣기 어렵죠. 또 이렇게 단단하게 개어 써도 입질 받는 데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글루텐떡밥은 물속에서 금방 흐물흐물해지기 때문이죠. 또 이맘때 낚이는 왕숙천 붕어는 월척급이 많아 크고 단단한 떡밥도 한 입에 흡입합니다”하고 말했다. 도착 때부터 옥내림에 지렁이 미끼를 고집했던 내 자신이 허탈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왕붕어카페 회원들 옆에서 15분가량 머물며 사진을 찍었는데 카메라 플래시를 펑펑 터트리는 와중에도 입질은 계속됐다.

 

  ▲미음교 위에서 내려다본 왕숙천. 성제현씨(왼쪽 아래)가 4.8칸 대로 먼 거리를 공략하고있다. 왕숙천에서는 긴 대를 쓸수록 입질 확률이 높았다.

 

수온 내려가는 2월부터는 낮낚시 호황

왕붕어카페 회원들에 비해 부진한 조황을 보이던 우리 자리에서는 새벽 1시 무렵에야 입질이 붙었다. 고성원씨가 9치를 한 마리 올린 것을 시작으로 성제현씨가 새벽 2시경 8치와 31cm 월척을 연타로 끌어냈다. 새벽 2시경에는 성제현씨가 4짜급으로 착각하게 만든 큰 입질을 받았는데 낚고 보니 50cm에 가까운 누치였다. 이후로는 난데없이 바람이 터져 더 이상의 낚시는 불가능했다.
차에서 자고 동이 완전히 터서 나와 보니 붕어낚시인들은 모두 철수하고 자전거와 조깅을 즐기는 시민들만 눈에 띄었다. 영하 8도에 가까운 강추위에 손을 씻기 위해 떡밥그릇에 떠 놓았던 물이 꽁꽁 얼어붙었는데 이런 추위 속에서도 수면이 얼지 않고 시원한 월척 입질까지 보여준 왕숙천의 존재가 경이롭게까지 느껴졌다.
그렇다면 앞으로 왕숙천의 겨울 붕어낚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고승원씨는 “지금은 초겨울이라 밤에만 붕어가 입질하지만 추위가 절정에 달하는 2월로 접어들면 낮에도 입질이 활발해진다. 씨알은 갈수록 굵어져 4짜도 자주 낚이는데 한강 본류에 머물던 대물들이 산란을 위해 왕숙천으로 올라붙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왕숙천변은 흙이 없고 석축의 규모가 커 받침대를 꽂기 어려우므로 받침틀을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또한 주변에 쓰레기통이 없으므로 낚시로 인해 발생한 쓰레기는 모두 수거해서 차에 실어야 한다.   

 


왕숙천변 지자체마다 다른 낚시정책

 

구리시 낚시 불허, 남양주시 낚시 허용

 

왕숙천은 구리시와 남양주시를 양쪽으로 끼고 한강으로 흘러드는데 구리시 구간에서는 낚시를 불허하고 있다. 지난 12월 초 구리시 관계자에게 전화로 문의한 결과 “하천법에 따라 하천 시설물을 무단 점유하는 낚시행위는 금지한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구리시 구간에 속하는 하천변에 ‘둔치에서의 수영, 취사, 낚시를 금지한’다는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반면 남양주시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왕숙천변에는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된 구간은 없으며 낚시를 해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다행이랄까? 현재 붕어낚시가 이루어지는 미음교 주변 전체는 남양주시에 속해 있다.

 


 

 왕숙천에서는 왜 긴 대가 먹히나?

 

왕숙천에서 5칸 이상의 긴 대가 필요한 이유는 낮에 릴낚시가 성행하기 때문이라는 게 고승원씨의 얘기다. 릴낚시인들이 떡밥을 크게 달아 중심부 가까이 던져 넣다보니 붕어들이 좀처럼 얕은 연안으로 나오질 않는다는 것. 릴낚시 성행 전에는 밤에도 3칸 대 내외 길이의 낚싯대면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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