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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산에서 만난 가거도의 또 다른 매력
2016년 02월 4347 9328

트래블


 

산에서 만난 가거도의 또 다른 매력

 

 

이영규 기자

 

충남 서천의 낚시인들과 함께 가거도를 찾았다. 이번 가거도 출조는 흔히 사선이라고 부르는 낚싯배 대신 여객선을 이용했다. 진도 서망항에서 새벽 2시에 출항하는 낚싯배를 타면 가거도에 아침에 도착해 바로 낚시를 할 수 있지만, 우리는 느긋하게 아침 8시에 목포항에서 여객선을 타기로 했다.
봄부터 가을까지 낚싯배를 운영하느라 심신이 지쳐있던 서천 홍원항바다낚시 대표 김헌형씨가 “낚싯배는 지겨우니 여객선을 타자. 그리고 그 좋은 섬에 가서 내내 낚시만 하는 건 아쉽다. 하루 정도는 통 크게 낚시를 포기하고 가거도 관광을 즐겨보자”고 제안했다. 함께 떠난 최경하씨도 “나는 20년 만의 가거도 출조인데 그동안 가거도가 많이 변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TV를 보니 둘레길까지 조성됐던데 한번 걸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둘레길 얘기에 평소 등산을 좋아하는 김헌영씨의 부인 김숙자씨도 덩달아 가거도 출조에 합류했다.
목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8시에 출항한 여객선은 대흑산도-도초도-상태도-하태도를 거쳐 12시에 가거도에 도착했다. 가는 날은 바다가 장판이라 여객선이 마치 호수 위를 달리는 듯했다. 가거도 1구 대리항에 도착하자 가거아일랜드민박 가이드 전진호씨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전진호씨는 서울 사람인데 가거도가 좋아 현지에 낚싯배도 사고 가거아일랜드민박의 가이드도 겸하고 있다.
요즘 낚시인들 사이에서는 가거아일랜민박의 인기가 높다고 한다. 재작년 12월에 가거도 현지인 임세국씨가 오픈했는데 매 끼니마다 다양한 반찬과 푸짐한 요리를 내놓는다는 소문이 퍼져 이미 많은 단골을 확보하고 있었다. 민박집 오픈과 함께 진수한 낚싯배는 가거도에서 가장 속도가 빨라 포인트 선점에도 유리하다고 했다. 

 

  ▲목포에서 출발한 여객선이 가거도항에 들어오고 있다. 여객선은 낚싯배보다 늦은 시간에 가거도에 도착하지만 편하고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장박낚시인들이 주로 이용한다.

 

  ▲가거도가 국토최서남단임을 알리는 표석.


산 중턱에서 바라본 2구 앞바다의 절경

민박집 방에 짐을 푼 우리는 푸짐한 점심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가거도산 조기 구이를 시작으로, 우럭찜, 된장찌개, 새우튀김 등 눈에 띄는 반찬만 10가지가 넘었기 때문이다. 밥을 먹고 2구 마을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여객선을 타고 올 때만 해도 가거도의 정상인 독실산을 가볼까 했으나 걸어서는 왕복 6시간 이상이 걸린다는 전진호씨의 말에 포기했다. 알고 보니 과거에 독실산에 올랐던 사람들은 민박집 차를 타고 이동해 사진을 찍고 온 사람들이 많았다. 전진호씨는 “가거도가 예능프로 1박2일에 소개된 이후 육지에서 산행을 위해 찾는 관광객들이 많아졌다. 가거도의 산길은 평탄하고 덜 위험해 여자들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은 비도 내리고 곧 해가 질 테니 2구 마을 정도까지만 다녀오면 딱 맞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거도 우체국 뒤편으로 나있는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산길을 올랐다. 잘 포장된 길인데도 제법 숨이 차왔다. 가파르지도 완만하지도 않은 경사가 은근히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길이었다.
30분 정도 오르자 독실산과 2구 마을로 갈리는 갈림길이 나왔다. 2구 마을 방면으로 100m 정도 더 내려가자 멀리 북서쪽으로 간여와 성건여가 바라다보였다. 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속에서 바라보는 2구 앞바다의 모습은 한 폭의 웅장한 수채화를 연상시켰다. 일행 중 가장 신난 건 김숙자씨였다.
“가거도는 등산가들에게도 선망의 섬이다. 나 역시 가거도에 오려고 여러 번 노력했지만 바다날씨 때문에 번번이 일정이 취소됐었다. 이런 멋진 풍광을 놔두고 낚시인들은 낚시만 하고 돌아간다는 게 이해되질 않는다.”     
민박집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후박나무 군락이 우리의 눈길을 잡아끌었는데 특히 가거초등학교 뒤편에 대규모 후박나무 군락이 있어 한 번쯤 구경할 만하다. 예부터 가거도의 후박나무는 위장병과 천식에 좋다고 소문났으며 목재는 고급 가구와 선박 재료로 사용했다. 예전에는 후박나무 껍질을 약재로 팔아 전국 생산량의 70%를 공급했으나 지금은 값싼 중국산에 밀려 내다 팔지는 않는다고. 대신 멋진 풍광을 뽐내는 것으로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겨울 감성돔 회 맛에 반하다

오후 4시경 민박집으로 돌아와 보니 방금 철수한 낚시인들이 낚은 고기를 갈무리하고 있었다. 조금을 앞둔 물때여서 그런지 씨알은 35~40cm급으로 잘았는데 이 중 횟감으로 쓸 만한 씨알은 별도의 큰 살림망에 넣어 내항에 매달아 놓는 사람이 많았다. 사실 이 덕분에 가거도에 가면 조황 사진 찍기가 편한데, 민박집의 모든 낚시인들이 이 방식으로 낚은 고기를 보관하기 때문이다.
저녁상에는 손님들의 감성돔을 각출해 썰어낸 감성돔 회가 등장했다. 혼자서 그 많은 회를 장만한 전진호씨는 요리사 출신이라 손도 빨랐지만 칼 솜씨가 좋아 회가 유난히 쫄깃했다. 각 테이블마다 다 먹지도 못할 만큼의 감성돔 회가 수북하게 쌓이는 바람에 저녁 반찬으로 등장한 고등어조림과 돼지불고기, 튀김 등에는 좀처럼 손이 가지 않았다.
갓 썰은 감성돔 회를 집어 고추냉이를 약간 푼 회간장에 찍어 입에 넣자 겨울 감성돔 특유의 싱싱한 맛이 진동했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나는 여러 회 중에서 겨울 감성돔만큼 좋은 맛을 선사하는 횟감은 없다고 생각한다. 돌돔 회가 쫄깃함이 있고, 벵에돔 회가 요즘 말로 고급진 맛이 있다면 겨울 감성돔은 쫄깃함과 더불어 날 것의 내음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나의 주장에 가거아일랜드민박 임세국 사장이 엄지를 치켜세우더니 “저도 동감합니다. 겨울 감성돔 중에서도 회 맛은 가거도 감성돔이 최고입니다”라며 맞장구를 친다.

 

 

  ▲2014년 12월에 오픈한 가거아일랜드민박.

  ▲순천의 정중훈씨가 올린 58cm급 감성돔. 취재 기간 동안 가거아일랜드민박에서 올린 최대어였다.

 

  ▲대리취에 내린 김헌영씨가 감성돔을 끌어내고 있다.

  ▲취재 마지막날 대리취에서 거둔 조과를 자랑하는 서천의 김헌영(왼쪽)씨와 최경하씨.

 

예상 못한 망상어 등살에 고전

가거도 입성 둘째 날은 바람이 강하게 불어 목적했던 북쪽의 성건여 방향으로 나가지 못하고 북서풍에 의지되는 동편으로 출조했다. 이날은 바람 방향이 바뀐 탓인지 전날보다 마릿수가 떨어졌고 망상어 성화도 극렬해 제대로 된 낚시를 할 수 없었다. 이날 나는 일주일 전부터 가거도에 들어와 장박 중이던 부천의 김영문씨와 함께 윗멀둥개에 내렸는데 두 번이나 자리를 옮긴 끝에 청석바위에서 30~40cm급 감성돔 2마리와 70cm급 농어를 낚는 것으로 낚시를 마감해야 했다.
여객선 시간 때문에 오전낚시만 했던 세째 날은 바람이 더욱 강해져 2구 대리취에서 35cm와 40cm 한 마릴 낚은 것으로 낚시를 마무리하고 가거항으로 철수했다. 오늘도 전반적 조황이 부진한가보다 싶었는데 2차로 철수한 낚시인들의 조과를 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여수에서 온 김민성씨 부부는 윗멀둥개 옆 직벽에 내려 무려 15마리의 감성돔을 낚았고 아침에 우리 자리 옆 직벽에 내렸던 순천의 정중훈씨는 1구 아홉골내미에서 58cm급 대물을 낚아 민박집 손님들의 부러움을 샀다. 김민성씨는 “가까운 곳에는 망상어가 너무 많아 밑밥 대부분을 발밑에 주어 망상어를 유인한 뒤 채비는 30m 이상 원투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망상어가 설칠 때는 깐새우도 무용지물이므로 2호 이상의 고부력찌로 멀리 노리는 원투낚시를 시도하는 게 최근의 가거도 감성돔낚시의 패턴이라는 게 그의 말이었다. 
짐을 정리한 후 최근 가거도항 동편에 설치한 둘레길을 따라 산보를 다녀왔는데 이곳에서는 가거도 동편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였다. 이날 도시락을 챙겨 가거도 일주를 하겠다고 나섰던 김숙자씨는 장장 7시간에 걸쳐 2구를 거쳐 3구까지 다녀왔으나 여객선 시간 때문에 독실산 등반은 포기했다고 한다. 다음 가거도 출조 때는 우리 셋 모두 독실산을 정복해보자고 다짐하며 목포행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가거도의 숨은맛집

 

한바다민박의 황칠백숙

 

1구 선착장 우측 끝에 있는 제일민박 옆 계단을 오르면 우측에 노란 페인트로 예쁘게 단장한 한바다민박이 나온다. 이 집은 가거도에 거주하는 공무원, 선장, 파견 나온 공사 인부들이 주로 묵는 곳인데 황칠나무를 넣고 끓인 닭백숙을 잘하기로 소문난 집이다. 수령이 수백 년에 달하는 가거도 황칠나무는 간 해독에 좋고 당뇨병에 특효로 알려져 있는데 미리 채취한 황칠나무 가지와 잎을 말려두었다가 닭백숙을 할 때 함께 넣고 끊인다. 가거아일랜드민박 임세국 사장은 “낚시인들과 함께 가끔 찾아 황칠백숙을 맛보는데 맛을 본 낚시인들은 올 때마다 꼭 한바닥민박을 들러 황칠백숙을 먹고 간다”고 말한다. 또한 황칠나뭇잎으로 만든 엑기스를 소주에 타 마시면 과음을 해도 이튿날 속이 편안해 애주가들에게도 인기가 높다고. 황칠백숙은 1마리에 6만원이며 큰 토종닭을 사용하기 때문에 4명이 배불리 먹는다.

▒한바다민박 010-8755-1507

 

  ▲가거도 토종닭과 황칠을 넣고 삶은 황칠백숙.

  ▲가거도를 찾는 어선 선장들과 파견 인부들이 자주 찾는 한바다민박.

 


태풍의 위력

 

파도에 밀려온 108톤 시멘트 블록

가거도 선착장에는 무게가 100톤에 달하는 테트라포드와 시멘트 블록이 선착장 곳곳에 모아져 있다. 언뜻 방파제 공사 때 사용하려고 육지에서 갖고 들어온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방파제 외항에 있던 것들이 태풍 때 내항까지 넘어온 것이다. 가거도는 중국 방향으로 진출하는 태풍의 진로에 놓여있어 매년 방파제가 무너지는데 지금도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며 언제 또 무너져 내릴지 모를 일이다. 사진의 사각형 시멘트 블록도 외항에서 넘어온 것으로 무게가 자그마치 108톤에 달한다. 다른 곳으로 치우지 않고 선착장 벽면에 바짝 붙여 놓은 것은 파도에 의해 방파제가 완전히 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김영문씨가 대형 시멘트 블록 옆에 서서 크기를 비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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