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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ter Fly -오십천 선녀들을 만나다
2016년 02월 3968 9347

Winter Fly


 

오십천 선녀들을 만나다

 

 

강동원 객원기자

 

삼척 오십천과 덕풍계곡, 두 곳을 두고 고민하다가 오십천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덕풍계곡은 산천어의 마릿수가 좋고 오십천은 씨알이 굵다.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으로 마릿수를 기대하기 어려워 차라리 대물 산천어를 노려보기로 한 것이다.
새벽 5시에 대구를 출발, 3시간을 달려서야 오십천에 도착했다.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마차리에 있는 마차리역을 지나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는 굴다리 앞 빈 공터에 차를 세웠다. 차창을 열자마자 서릿발 같은 냉기가 폐부에 꽂힌다. 기온은 영하 4도지만 강한 바람에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이하로 뚝 떨어진다. 날은 이미 훤하게 밝았지만 높은 산에 가려 햇살은 아직 비치지 않는다.
대물 산천어터로 유명한 삼척 오십천은 백병산(白屛山 1,259m)에서 발원하여 도계읍과 삼척시를 지나 동해로 흘러드는, 총연장 46km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산천어 플라이 낚시터다. 물길이 끝나는 곳까지 가려면 마흔 일곱 번을 건너야 하므로 대충 헤아려서 오십천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할 만큼 굽이도 많고 그만큼 포인트도 많다. 플라이낚시가 주로 이루어지는 곳은 송어양식장이 있는 하고사리에서부터 천기리의 상정육교까지 약 18km 구간. 그중에서도 신기리 박물관 앞, 대평리·마차리 일대와 하고사리의 송어양식장 주변 등이 플라이낚시인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강둑에 올라 강을 바라보던 김철오 사장이 “가뭄이라 물이 많이 없네”하더니 강변을 가로질러 상류 소로 향한다. 나머지 일행들은 하류로 향했다.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으며 정재철(42)씨가 재빠르게 하류의 소를 향해 내려가자 이한삼(블로그명 물부자)씨는 제법 빠르게 흐르는 여울 앞에 멈춰 섰다. 그를 따라 나란히 서서 님핑(Nymphing)을 시도해 보지만, 기대하는 입질은 없고 캐스팅할 때마다 걸려나오는 청태를 제거하느라 손끝이 얼얼할 정도로 시려온다. 수량이 적어진 탓도 있지만 유기물이 풍부한 부천(副川 : 수중에 유기물과 미네랄이 풍부하여 각종 플랑크톤과 수서생물이 풍부한 하천)인 오십천은 유난히 청태가 많다.
이 시기의 오십천 낚시는 상당히 어려웠던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물은 몹시 차가웠다. 금방이라도 손가락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고 두툼한 웨이더를 뚫고 올라오는 차가운 기운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그래도 고기 구경은 해볼 양으로 큰 바위들이 숨어 있는 소로 자리를 옮겨 바늘도 새로 갈아보고 온갖 방법을 다해 봤지만 입질이 없다. 아무래도 수온이 좀 올라야 할 것 같다는 김철오 사장의 말에 햇살이 들기를 기다리기보다 강폭이 넓은 대평리로 이동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대물 산천어 낚시터로 유명한 삼척 오십천. 강폭이 넓고 낚시를 할 수 있는 구간이 길어 곳곳에 포인트가 산재한다.

  ▲정재철씨가 사용한 트레일러 채비. 앞쪽에 무거운 지그 훅을 달고 뒤쪽엔 가벼운 훅을 달아 자연스럽게 떠내려 올 수 있도록 했다.

  ▲‘뭘 달아야 할까?’ 정재철 씨가 플라이훅의 선택을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

  ▲현장에 도착한 취재팀이 서둘러 채비를 준비하고 있다.

  ▲김철오 사장이 첫수에 올라온 산천어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겨울철 산천어 낚시에 즐겨 사용하는 님프 플라이.

  ▲이한삼 씨가 님핑으로 낚아 올린 산천어. 지그메이를 물고 나왔다.

  ▲빠른 여울에서 바늘을 빨라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상류를 향해 수직으로 캐스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김철오 사장의 파이팅. 대를 높이 든 채 앙칼진 산천어의 저항을 즐기고 있다.

 

님프로 바닥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
대평리로 자리를 옮기자 이내 햇살이 퍼지면서 수면 위로 간간이 라이즈 링(Rise Ring)이 일어나는 것이 보인다. 수면 근처에 분명 우화하는 무언가 있다는 반증이다. ‘바늘을 뭘 달아야 하지?’ 애초에 김철오 사장이 넘겨 준 님프 패턴을 사용할 생각이었지만 드라이플라이로 잡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솟구쳤다. 날씨로 보나 물속 상황을 보나 드라이플라이를 쓸 만한 여건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무리수를 두기로 했다. 패러슈트 타입의 이머저 훅 18번 사이즈를 골라 라이즈가 일어난 지점으로 라인을 날려 보지만 반응이 없다. 두어 번의 캐스팅이 반복되자 수면은 오히려 고요해진다. 잠시 후 4~5m 전방에서 또다시 잔잔한 파문이 일어난다. 이번엔 리더라인과 바늘 모두 한 단계씩 더 낮추고 재차 캐스팅해보지만 또 다시 침묵! 잠시 후, 이번엔 하류에서 다시 파문이 일어난다. 그러기를 반복하느라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때마침 상류에서 낚시를 하던 김철오 사장이 내려오며 조황을 묻는다. “라이즈 링은 보이는데 아무리 던져도 입질이 없다”고 말하자 “그게 오십천 플라이낚시의 특징”이라고 한다. 김철오 사장은 “오십천은 전형적인 부천입니다. 오십천처럼 석회암 지대를 흐르는 하천은 기본적으로 미네랄이 풍부한데다 주변의 생활하수들이 흘러들어 물속에는 온갖 유기물들이 넘쳐나게 되죠. 당연히 이들 유기물을 섭취하는 수생생물과 수서곤충이 풍부해지면서 이들을 먹이로 하는 산천어의 개체수도 많기 마련입니다. 지금까지 오십천에서 많은 최대어가 배출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부천에 사는 산천어가 때때로 굉장히 선택적이라는 겁니다. 그 시각에 산천어가 먹고 있는 먹잇감과 정확히 일치시키지 않으면, 빗방울처럼 라이즈가 일어나는 와중에도 정작 내 훅은 외면당하기 일쑤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오십천을 찾을 때는 다양한 종류의 플라이 훅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수량이 적은데다 급작스레 한파가 찾아 온 상황에서 활성도가 떨어진 산천어들이 무리를 해가며 수면 위로 떠오를 확률은 극히 적다고 보는 게 맞겠죠. 경험상 드라이플라이 훅에 반응이 없을 때는 웨트플라이, 그보다는 님프 종류에 반응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설명을 마친 김 사장이 발 앞까지 흘러온 라인을 회수하려는 순간, 주황색 마커가 물속으로 쭉~ 빨려 들어간다. 드디어 첫 입질이다. 잠시 후 오색영롱한 파마크 위에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 반짝이는 산천어가 뜰채에 담겨졌다.
“차고나가는 힘이 당차서 황어인 줄만 알았습니다. 씨알은 작지만 영양 상태가 좋아서 체고도 높고 힘이 넘쳐나는 것 같습니다. 상류를 향해 수직으로 캐스팅하고 드랙이 걸리지 않게끔 주의하면서 최대한 바닥으로 채비를 가라앉힌 게 주효했나 봅니다. 바늘이 바닥에 걸리는 느낌이 들어서 살짝 챔질을 해주니 그대로 물고 늘어지는군요. 바닥에 바짝 붙어있는 걸 보면 활성도가 낮은 것 같습니다. 이삼일 전부터 갑자기 기온이 떨어진 영향이 있는 것 같네요. 이런 상황이라면 산천어가 수면 가까이 떠오를 일이 없다고 보고 님프로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일 겁니다”라며 가능한 한 작은 사이즈를 선택하라고 권유한다. 부천일수록 작은 사이즈의 플라이 패턴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깊고 물살 빠른 여울이 확률 높다
김철오 사장에게 넘겨받은 지그 훅과 피젼 테일 님프(Pheasant tail nymph)를 연결한 트레일러 채비를 스윙 기법으로 수차례 흘려보지만 입질이 없다. 그러는 동안 잔 씨알이라도 얼굴을 봐야겠다며 하류로 내려갔던 이한삼씨는 25cm 정도의 산천어를 낚아 올렸다. 산천어들이 아직까지 빠른 여울에 붙어있을 거란 예상이 적중한 셈이다. 이한삼씨가 선택한 포인트는 비교적 수심이 깊은 여울. 바늘을 최대한 빨리 강바닥 가까이 가라앉힌 뒤, 드랙이 걸리지 않도록 하면서 자연스럽게 흘려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한다. 단순한 것 같지만 실제로 해보니 의외로 어려웠다. 빠른 물살 속에서 플라이 바늘은 생각보다 빨리 떠오르곤 했다. 드랙이 걸리지 않도록 라인을 추스르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 아무리 여러 번 라인 멘딩을 해줘도 빠르게 흘러내려오는 라인은 금방 반원을 그리며 드랙이 걸리기 일쑤였다. 보다 못한 이한삼씨가 물속으로 들어가서 상류를 향해 직선으로 캐스팅하고 흐르는 속도에 맞춰 라인을 걷어 들이라고 조언을 한다. 그리하기를 수차례, 한 지점을 향해 십여 회 이상 캐스팅을 반복하자 마침내 입질이 들어왔다. 비록 작은 씨알이지만 파마크가 선명한 산천어였다. 같은 방법으로 포인트를 옮겨 비슷한 씨알의 산천어를 몇 마리 더 낚을 수 있었다. 기대했던 대물 산천어는 잡지 못했지만, 플라이낚시에서 프레젠테이션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때 “잡았다”라는 정재철씨의 개가가 메아리 되어 골짜기에 울려 퍼졌다. 너무 추워서 그곳을 빠져나와 일행이 모여 있는 하류로 내려갔다. 그도 산천어 한 마리가 조과의 전부였고 겹친 한기에 와들와들 떨면서 캐스팅을 하고 있었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예정을 앞당겨 서울로 출발하기로 했다. 
취재협조 앵글러플라이 www.anglerfly.co.kr (02)478-8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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