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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지깅! 거제 안경섬 넘버원!
2016년 05월 2261 9697

REPORT

 

남해 지깅! 거제 안경섬 넘버원! 

 

3월 초부터 미터급 속출, 80lb 쇼크리더가 단번에 싹둑 

 

백종훈

 

엄밀히 말하면 2016년 첫 지깅 출조길은 아니었다. 지난 1월 중순 전남 여서도로 지깅 출조를 다녀왔기 때문이다. 낮은 수온에서도 곧잘 부시리가 낚였기에 2015년 시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작정하고 간 출조였다. 하지만 일행이 80cm급으로 한 마리 얼굴만 확인했을 뿐 정작 나는 ‘노피시(no fish)’였다. 그 후로 2월, 남해안 지깅 어한기를 지나고 3월 초 수온이 13℃를 넘나들면서 곳곳에서 부시리 소식이 들려왔다. 특히 완도에서 170cm가 넘는 돗돔이 낚이며 전국의 지깅꾼들의 눈을 한순간에 사로잡았다. 당장에라도 달려가고 싶었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매일 계속되는 업무에 묶여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루어낚시 후배인 최경신씨에게서 전화가 온다. “행님! 3월 22일에 지깅 함 가시겠습니까?” 겨우내 볼락으로 잔 손맛만 보았던 나는 당장 “오케이”를 외쳤다. 안경섬 지깅 대물 부시리 시즌은 3월부터 시작해 4월 중순, 늦게까지는 5월 중순까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수온이 가장 낮은 2월을 제외하면 연중 부시리가 낚이지만 3~5월 초반 시즌에 대물급의 출현 빈도가 가장 높다. 

 

 

거제 구조라항으로 돌아온 후 임홍균씨가 138cm 대부시리를 안고 기념촬영을 했다.

 

 

거제 안경섬 남여도

 

북여도

 

 

 

안경섬에서 거둔 부시리 조과를 놓고 기념촬영. 가운데 낚시인이 138cm 부시리를 낚은 최경신씨이다.

 

 

거제 구조라항에서 어선으로 출항

 

안경섬은 거제도 본섬과 약 15km 떨어져 있는 작은 여다. 북쪽에 위치하며 등대가 있는 북여도와 남쪽으로 1km 남짓 떨어진 남여도, 이렇게 두 개의 큰 여로 이뤄진 섬으로 멀리서 보면 두 개의 여가 안경처럼 보인다고 해서 ‘안경섬’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조류 소통이 좋으며 수심이 깊고 물 속 바닥 여건도 좋아 계절별로 다양한 어종이 확인되며 동절기를 제외하면 연중 수많은 낚시인들이 찾는 섬이다. 하지만 2015년 12월부터는 쓰레기 불법투기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와 낚시인 안전상의 이유로 갯바위 하선이 일절 금지되고 있다.

안경섬 지깅 출조는 거제도의 구조라항이 대표적 출항지다. 최신식 낚시선박을 생각해서는 오산이다. 여러 척의 지깅 선박이 있지만 대부분이 어선으로 조금의 불편함은 감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오랜 경력의 선장님들 덕분에 낚시 자체는 굉장히 편하게 할 수 있다. 필자는 구조라에서 가장 경력이 오래된 대송호 선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3월 초 아직 본격적이 지깅 시즌이 아니다 보니 생각보다 쉽게 예약할 수 있었다.

출조 날을 기다리는 중에도 SNS와 지인들의 입을 통해 안경섬 지깅에 관한 희망적인 소식들이 속속 들려왔다. ‘누구는 1m20cm를 낚았다느니, 몇 방을 터트렸다느니’ 등등 그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괜스레 채비 통을 열고 메탈지그나 펜슬베이트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비단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여하튼 손꼽아 기다렸던 출조 당일이 밝았다. 새벽 5시30분에 구조라항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설렘에 잠을 설쳐서 새벽 4시 일찌감치 출발했다. 그동안 아침이면 짙게 끼던 안개도 당일엔 말끔히 걷혀 있었다. 왠지 긍정적인 징조였다고 할까. 간만의 지깅 출조에 모든 상황을 좋게만 받아들였다. 5시경에 구조라항에 도착해 차에서 장비를 내리고 릴과 로드를 세팅하며 남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내 차 옆으로 낯익은 차가 보였다. 차 안을 들여다보니 동생들 3명이 잠들어 있었다. 좀 더 자게 놓아둔 뒤 선장님과 통화하고 짐을 옮겨 놓고 아침부터 혼자서 부지런을 떨었다. 6시가 다 되어가도 동생들이 일어나지 않기에 내가 직접 문을 두드려 깨워야만 했다. 서둘러 인사하고 짐을 옮기고 출항 준비를 서두르는데, 늦어진 이유가 바로 전날 늦게까지 이어진 술자리 탓이란 걸 알게 되었다. 하루 종일 배에서 몸을 움직여야하는 지깅에서 전날의 지나친 음주는 배멀미로 이어지고 결국은 낚시 자체를 포기하는 낚시꾼을 많이 봤다. 선상낚시 전의 음주는 특히나 조심해야 한다.

 

초날물이 찬스, 160g 메탈지그로 공략

 

구조라항에서 안경섬 지깅 포인트까지는 약 50분이 소요된다. 속도가 느린 어선이 많은 탓에 일기가 나쁠 때는 1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포인트로 가는 내내 동생들은 선실에서 잠을 청하고 나는 메탈지그를 묶고 채비를 마무리한다. 7시를 조금 넘긴 시간, 끝들물이 진행 중인 시점에 첫 포인트에 도착했다. 160g 메탈지그를 내렸다. 안경섬 지깅 포인트들은 대부분 날물에 좋은 조황을 보인다. 때문에 들물에는 이곳저곳 포인트를 돌며 워밍업을 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끝들물 약 1시간 동안 입질이 없다. 서서히 조류 방향이 바뀌며 유속도 조금씩 빨라진다. 선수에서 있던 임홍균씨가 입질을 받았다. 씨알이 크지 않은지 로드가 많이 휘진 않지만 마수걸이라는 걸 감안해 상당히 조심스럽게 랜딩, 60cm급 알부시리(대략 60cm 이하의 부시리)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의 조황으로 보면 스타트가 그리 나쁘진 않다. 이후 나도 입질을 받았다. 역시 씨알은 비슷하다. 근데 로드를 당기는 힘이 조금 다르다. 부시리를 랜딩하다 보면 낚싯대 끝이 많이 흔들린다. 이것은 부시리가 머리를 흔들며 끌려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녀석은 움직임이 묵직하기만 하다. 아니나 다를까 80cm급 방어다. 이후 이성환씨도 60~70cm 부시리로 마릿수를 한 마리 보탰다. 그런데 겨우내 참았던 큰 손맛을 느끼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초날물 한차례 몰아쳤던 입질은 이후 감감무소식. 지루한 시간만 흘렀다.

중날물이 시작되고도 입질이 없자 선장님은 포인트를 남여도 인근 수심 깊은 곳으로 이동했다. 여러 척의 어선과 또 다른 낚시 선박은 북여도와 남여도 사이의 물골 지역에서 조업을 하고 있다. 경험 많은 선장님의 기대는 현실로 나타나 우리에게 큰 손맛을 안겨주었다. 자리를 옮기고 첫 입질을 받은 사람은 나였다. 제법 묵직하게 로드를 당기는 힘이 예사롭지 않았다. 하지만 대물 부시리를 염두에 두고 파워가 센 로드를 사용했던 덕분에 승부는 일찍 끝이 났다. 1m 정도 되어 보이는 부시리다. 올 시즌 첫 미터급 부시리. 더 큰 입질을 기대하며 다시 채비를 내리고 열심 ‘폭풍 저킹’을 시도했다.

 

드디어 138cm 부시리 출현

 

앞자리의 임홍균씨도 입질을 받고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선장님은 뜰채를 들고 부시리가 수면에 뜨길 기다리고 있고 그 와중에 다시 내게도 이어지는 입질. 더블히트! 순간 뱃전에는 환호성이 터지며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임홍균씨가 올린 것은 70cm급 부시리. 필자가 뒤늦게 입질을 받았지만 파워레벨 5의 로드 덕분에 손쉽게 제압했다. 80cm급 부시리. 임홍균씨와 필자가 한 마리 두 마리씩 낚을 동안 이성환씨와 최경신씨는 전날의 늦은 술자리 탓에 비몽사몽 낚시를 하는 둥 마는 둥 선실을 들락거리면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사실 최경신씨는 점심식사를 하기 전까지는 거의 낚시를 하지 않았다. 맏형인 내 눈치를 보느라 한 번씩 선실에서 나와 자신의 낚싯대를 한두 번 흔들어 보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가? 잠시 후 엄청난 사건이 일어난다.

갓 잠에서 깬 듯 선실에서 나온 최경신씨는 무언가에 이끌린 듯 자신의 5.5피트 길이의 스피닝릴을 감는 순간, 떨껑! 히트! 옆에서 보고 있자니 괜찮은 씨알이다. 잠시 힘을 쓰던 경신씨는 “형님! 씨알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며 짧은 낚싯대를 연신 치켜세웠다. 수면 아래 약 10m, 은색의 반짝이는 어체가 눈에 들어오고 경신씨는 계속 릴을 감고 있다. ‘이제 다 먹었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부시리가 힘을 쓰며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4500번 다이와의 지깅 전용 스피닝릴은 굉음을 지르며 스풀이 역회전하기 시작하고 경신씨는 고개를 숙이고 놈과 힘겨루기에 정신이 없었다. 5m를 감으면 10m를 차고 나가는 형국이다. 일행들은 모두 “와! 씨알 좋다!” “이건 미터 오버다!” “크크~ 야 똥구녕에 보디캐치(body catch)된 거 아냐?” 등등 한마디씩 거든다. 경신씨는 웃을 겨를도 없이 놈과 고개만 들었다 내렸다 하며 맞짱을 뜨고 있다. 약 2분이 흐른 뒤에야 서서히 놈의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경신씨의 릴 감는 속도가 빨라지며 얼굴에는 승리의 미소가 번진다.

“형님, 인자 묵었습니다!”

막상 수면에 떠오른 놈은 1m20cm 정도로 그렇게 커보이진 않았다. 물론 1m20cm도 큰 크기이지만 힘겨루기에서 보여준 것은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뜰채에 담고 뱃전에 올려놓고 보니 엄청난 크기였다. 1m30cm 아니 1m40cm? 크기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아무튼 무지막지하게 컸다. 선장님 포함 일행 다섯 명은 번갈아가며 하이파이브로 경신씨를 축하했으며 그 인사는 끝날 줄 몰랐다. 기념촬영을 하고 놈의 길이를 재고 싶어졌다. 분명 경신씨에게도 최대어였기에 그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1m 길이 줄자를 두 개를 이어서 길이를 재니 1m 38cm. 현장 계측이다 보니 정확한 건 아니었지만 실로 오랜만에 보는 대물 부시리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총 열다섯 번의 폭풍 입질

경신씨의 부시리를 마무리하고 다시 채비를 담그기 무섭게 맨 앞자리의 임홍균씨에게 엄청난 입질이 왔다. 낚싯대가 부러질 듯 휘어지고 드랙은 연실 굉음을 낸다. 경신씨가 낚은 것보다 크면 크지 작아 보이지 않는 입질이다. 그러나 버티기도 잠시, 낚싯대가 하늘을 향해 펴진다. 바닥의 여에 쇼크리더가 쓸려 터진 것이다. 아쉬움과 안타까운 탄성! 그리고 쇼크리더를 터뜨린 부시리에 대한 온갖 10원짜리 욕설들.

선장님이 배를 돌려 다시 포인트에 진입하자 이번엔 필자에게 입질이 온다. 크다. 하지만 바닥여를 넘지 못하고 80lb 쇼크리더가 터졌다. 다시 반복되는 아쉬운 탄성과 욕설… 터진 채비를 빠르게 마무리한 홍균씨에게 다시 입질. 이건 뭐 ‘왕사미’들의 반란 그 자체였다. 어마어마한 덩치의 부시리가 떼가 붙은 느낌. 두 번째 입질을 받은 홍균씨는 더욱 조심스럽게 부시리를 다룬다. 하지만 이번에도 쇼크리더가 터지고 만다.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초반 대응도 좋았고 적당히 힘겨루기도 잘 한 것 같은데 무지막지한 놈이라고 할 수 밖에.

2016년 3월 22일, 이날 우리 일행은 총 열다섯 번의 입질을 받았으며 그중 다섯 번은 엄청난 대물 부시리의 입질이었다. 15번 중 한 마리의 대부시리 랜딩에 성공했고 4마리는 놓쳤다. 결과적으로 부시리 10마리, 방어 1마리가 우리 일행의 총 조과물이다. 그중 미터가 넘는 놈이 두 마리며 대부분이 70~80cm. 필자는 총 4마리를 낚았으며 두 마리를 터뜨렸다. 이번이 필자에게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 출조였지만 여러 번의 대물 입질을 받았으며 또 누가 되었던 보기 힘든 대물을 낚았고 초반 시즌으로는 괜찮은 마릿수까지 올렸으니 맏형으로서는 매우 큰 뿌듯함을 느꼈다. 우리 일행의 조과는 인터넷 조황에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고 번져 한동안 거제도 구조라항에는 지깅꾼이 몰렸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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