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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에돔 빵가루낚시의 진화-2. 제주도 방파제 점령하고 갯바위까지 진출
2018년 08월 7796 11851

벵에돔 빵가루낚시의 진화

 

2. 제주도

 

 

방파제 점령하고 갯바위까지 진출

 

 

이영규 기자

 

서귀포 동부두방파제에서 벵에돔을 걸어내고 있는 낚시인. 연중 빵가루낚시가 행해지면서 벵에돔 입맛이 완벽하게 빵가루에

  길들여져 있는 곳이다.

이승배씨가 바늘에 달 빵가루 반죽 미끼를 보여주고 있다.

50cm가 넘는 황줄깜정이를 보여주는 오정수씨. 빵가루 미끼에 올라왔다.

 

 

원조 벵에돔 낚시터 제주도에도 빵가루낚시 바람이 일고 있다. 그동안 제주도에서는 밑밥에 빵가루를 섞어 쓰는 경우는 있어도 빵가루를 미끼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제주 벵에돔은 빵가루는 안 먹는다”고 호언장담하는 낚시인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현재 제주도의 벵에돔 출조객 중 절반 이상이 빵가루 미끼를 사용하거나 대체미끼로 쓰려고 준비해 가고 있다.

 

초보자들의 반란
사실은 5년 전부터 제주도 갯바위에서도 빵가루 미끼를 사용해왔다. 그런데 그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빵가루 미끼를 터부시하는 보수적 시각이 제주 낚시인들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서귀포에 거주하는 지브랜드 필스테스터 이승배씨는 “이미 오륙년 전부터 초보자들 중 빵가루 미끼로 벵에돔을 낚는 사람들이 있었다. 중급 이상 실력을 갖춘 낚시인들은 그 모습을 보고도 빵가루 미끼가 정도낚시에서 어긋난다는 생각에 무시하였다”고 말했다.
빵가루 미끼 사용빈도가 높은 곳은 갯바위보다 방파제였다. 방파제는 잡어가 많아서 크릴 대신 빵가루 반죽을 미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일찍 나타났다. 서귀포의 동부두방파제, 새섬방파제, 위미항방파제 등이 대표적인 빵가루낚시터다.
그리고 최근 2~3년 사이 빵가루 미끼는 갯바위 낚시터까지 확산됐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써보다가 의외로 효과가 높음이 입증되자 크릴을 대신하는 메인 미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출조하는 낚시인들의 미끼통마다 크릴과 빵가루 반죽이 반반씩 담겨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나는 2015년 영등철에 지귀도 덤장 포인트에서 빵가루 미끼로 벵에돔을 낚는 초보자들을 만난 적 있다. 그들은 어설픈 채비와 서툰 손놀림으로 베테랑들을 제치고 벵에돔 입질을 받아냈다. 당시 물이 차가운 영등철인데도 전갱이가 섬을 뒤덮어 크릴이 견뎌내질 못하는 상황이었다. 당시에는 나도 일시적인 조과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다. 이처럼 제주도의 빵가루낚시는 베테랑들이 선도한 것이 아니라 초보자들이 확산시킨 것이 하나의 특징이다. 이른바 ‘고수’들이 선입견과 아집에 빠져 있을 때 인터넷으로 빵가루조법을 접한 초보낚시인들은 조용히 그것을 실험하고 성공을 거둔 것이다.    

 

남해, 동해보다 제주에서 더 잘 먹힌다
제주도에서 빵가루낚시가 가장 성행하는 곳은 지귀도다. 그렇다면 여러 섬 중에서 지귀도에서만 빵가루 미끼가 잘 먹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이승배씨는 제주도의 모든 낚시터에서 빵가루 미끼가 잘 먹힌다고 잘라 말했다.
“근본적으로 제주도는 남해와 동해보다 빵가루 미끼가 더 잘 먹히는 낚시터입니다. 제주도 낚시인들이 지난 수십 년간 사용해온 벵에돔 집어제에는 어느 제품에나 빵가루가 들어있습니다. 심지어 일산 집어제 중에는 구레빵이라는 이름의 제품도 있지요. 밑밥에 빵가루를 처음 타기 시작한 곳도 제주도입니다. 그만큼 제주 벵에돔들이 빵가루에 오랜 동안 입맛이 길들여져 있습니다. 벵에돔낚시 역사로 보나 출조 인구로 보나 제주도에서 빵가루 미끼가 잘 먹히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다만 이승배씨는 빵가루 미끼가 잘 먹히는 몇 가지 요건을 제시했다.
첫째, 낚시인들이 많이 찾아 밑밥을 뿌려댄 곳이다. 빵가루 성분 집어제가 지속적으로 들어가면서 벵에돔 입맛이 빨리 길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낚시인이 덜 찾는 생자리 포인트에서는 빵가루낚시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빵가루낚시 인구가 늘면서 해가 갈수록 빵가루에 벵에돔이 잘 낚이고 있는 남해동부권이 좋은 예일 것이다.      
둘째, 포인트 수심이 깊지 않아야 한다. 얕은 곳은 벵에돔층과 잡어층을 밑밥으로 분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곳에선 잡어 극복력이 뛰어난 빵가루 미끼가 유일한 해결책이다. 반대로 수심이 10m 이상으로 깊은 곳에서는 크릴이 유리하다. 수심이 너무 깊으면 빵가루가 내려가는 동안 녹아버려 미끼로서의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며, 깊은 곳에선 밑밥에 의한 잡어 분리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셋째, 조류가 느려야 한다. 빠른 조류까지 더해지면 목적한 수심까지 내려가는 시간은 더욱 길어지고, 결국 물속에 가만히 놔둬도 1~2분이면 바늘에서 떨어지는 빵가루 미끼는 무용지물이 된다.
그런 이유로 제주도에서도 빵가루 미끼가 잘 먹히는 낚시터는 특정돼 있다. 수심이 얕은 지귀도는 전역에서 잘 먹힌다. 형제섬은 코너와 넓은여, 범섬은 콧구멍과 대정질, 가파도는 상동방파제와 두성 같은 곳이 대표적인 빵가루낚시터다. 모두 수심이 깊지 않고 조류가 완만하게 흐르는 특징을 갖고 있다.

 

벵에돔 활성 나쁜 날일수록 빵가루 미끼 유리해
마지막 요건은 벵에돔 활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벵에돔 활성이 좋을 때보다는 나쁠 때 빵가루 미끼가 유리하다. 예를 들어 수온이 너무 높으면 잡어는 여전히 성화를 보이지만 벵에돔은 활성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이러면 벵에돔이 상하 수직운동으로 미끼를 먹는 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수심층에서 수평으로만 움직이며 미끼를 먹게 된다. 따라서 상하 이동이 없다보니 미끼를 입에 물었다 뱉었다 하는 과정이 찌에 잘 나타나지 않으며, 그 과정을 두세 번만 반복해도 보들보들한 크릴 미끼는 쉽게 따먹히게 된다. 반면 빵가루 미끼는 잡어들이 건들긴 해도 식욕을 보여 삼키지는 않기 때문에 바늘에 오래 붙어있는다. 벵에돔이 다가올 시간적 여유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결국 벵에돔이 걸려들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크릴보다 빠른 빵가루 미끼의 하강 속도도 영향을 미친다. 크릴은 천천히 하강하므로 벵에돔이 물었다 뱉었다를 반복해도 어신이 찌에 나타나지 않지만 빵가루 미끼는 다소 빠르게 하강한다. 결국 벵에돔이 미끼를 입에 넣기 위해서는 움직임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크릴 미끼에는 나타나지 않는 입질이 빵가루 미끼에는 포착되는 것이다. 실제로 빵가루 미끼로 낚시해보면 찌가 수면 아래 살짝 잠기는 경우가 많다. 즉 벵에돔 활성이 약한 날은 빵가루가 유리하고, 반대로 벵에돔 활성이 좋아 잡어와 미끼 경쟁을 시킬 수 있는 날은 크릴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동부두방파제 고기들의 빵가루 편식
지난 6월 30일, 빵가루 벵에돔낚시 현장 취재를 위해 서귀포를 찾았다. 원래는 6월 초에 굵은 벵에돔을 많이 배출한 범섬 대정질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장맛비와 주의보 여파로 방파제로 선회하였다. 오전에 찾아간 위미항 내항은 비를 피하는 사이에 물때가 지나 동부두방파제로 이동했다. 종일 폭우가 쉼 없이 내리는 상황에서도 10여 명의 낚시인이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전원 빵가루 밑밥과 미끼를 사용했고 크릴을 사용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효과는 놀라웠다. 녹색 빵가루 밑밥을 차지게 만들어 단 미끼에 평소 크릴 미끼에 올라오던 벵에돔, 독가시치, 어렝이(황놀래기)들이 계속 올라왔다. 밑밥을 던질 때마다 자리돔 떼가 구름처럼 몰려들었지만 미끼에는 달려들 않았고, 잡어를 피해 내려간 빵가루 미끼에 잔 씨알부터 4짜급까지 벵에돔이 달려들었다.
동부두방파제는 시내와 가까운 곳임에도 40~50cm급 벵에돔이 빵가루 미끼에 잘 낚였다. 우리가 낚시한 두 시간 동안 총 세 번 대물 입질이 들어와 두 번은 터트리고 간신히 45cm급 한 마리를 올릴 수 있었다. 나와 동행한 오정수씨는 50cm가 넘는 황줄깜정이를 낚았다. 히트와 동시에 처박기만 하면 벵에돔, 먼 바다로 차고 나가면 황줄깜정이었다. 시내와 가까운 방파제에서 이런 대형어들이 잘 낚이는 것도 신기했지만 미끼로 사용한 빵가루 미끼가 전혀 이질감 없이, 어종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 더욱 놀라웠다. 
단순히 잡어를 피하기 위해 사용해왔던 빵가루 미끼. 이처럼 계절, 낚시터, 수심, 벵에돔 활성 등에 맞춘 사용법이 체계적으로 축적되어감에 따라 빵가루 미끼를 사용하는 낚시인과 지역은 훨씬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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