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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당신_여름비는 배스낚시의 청신호일까?
2019년 08월 1873 12621

 

 

 

비와 당신

 

여름비는 배스낚시의 청신호일까?

 

이형근 KSA 프로, 유튜브 꿀팀배스 진행자, OSP, 레지트디자인 프로스탭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비가 오는 날에 낚시하는 것을 좋아한다. 비 내리는 물가는 유독 쓸쓸한데, 그때 간간이 들어오는 입질은 쓸쓸함을 달래주는 누군가의 부드러운 손길과도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정말 이상한가? 어쨌든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날이면 가랑비에 옷깃을 적시며 낚시를 즐기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드물다. 늦가을에도 몹시 추운 날만 아니라면 비는 반가운 손님이다. 주로 대형 댐호 출조가 잦았던, 댐호 중에서도 얕은 곳에서 배스를 낚아내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적당한 비는 좋은 조과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비 오는 날의 배스낚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내리던 비가 그칠 때 갑자기 낚시 분위기도 바뀌는 것을 겪어봤을 것이다. 비가 내리는 동안 루어에 활발하게 반응하던 배스들이 비가 그친 후 반응하지 않는다던지, 반대로 비가 오는 동안 잠잠하던 포인트였는데 비가 그친 직후부터 폭발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그렇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용존산소와 탁도, 수온이나 광량 등의 변화가 조과에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물음을 마주하고는 한다.
‘비가 오면 배스를 낚는 것이 더 쉬워지는 걸까?’


 

<빗속의 춘천호. 춘천 낚시인 추준호(피닉스코리아 필드스탭) 씨가 비를 맞으며 우중전을 펼치고 있다.>

 

 

비와 관련된 과학시간 2교시

 

막간을 이용한 과학시간 1교시. 비는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만날 때 만들어진다. 일반적으로 따뜻한 공기가 차가운 공기 위에 올라탈 때에는 온난전선이 만들어지면서 넓은 지역에 약한 비가 내린다. 찬 공기가 따뜻한 공기를 밀어내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두터운 구름을 동반한 강한 소나기가 내린다. 이렇게 만들어진 비는 지표면에 떨어져 흐른다. 그리고 강에, 호수에 흘러들어 간다. 우리가 낚고자 하는 배스가 살아가는 환경에도 당연히 여러 영향을 준다. 많은 사람들이 내리는 비를 보면서 우산을 챙기고, 내가 낚싯대를 챙기는 것처럼 말이다.
이어지는 과학시간 2교시. 생물이 호흡하기 위해 필요한 산소(O₂)는 기체의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 물속에 존재하는 산소는 2원자 분자로, 자연 상태에서는 기체로 존재한다. 즉 물속의 산소는 기체인 산소 분자가 물에 용해되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산소 분자가 물에 잘 녹기 위해서 두 가지의 조건이 필요하다.
그것은 낮은 온도와 넓은 접촉면이다. 다시 말해, 같은 물에 산소가 녹을 때 온도가 낮을수록 그리고 접촉면이 더 넓을수록 산소가 더 쉽게 그리고 더 많이 녹아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산 속을 흐르는 계곡물의 경우 수온이 낮고, 흐르면서 생겨난 공기와의 넓은 접촉면 때문에 많은 산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바람 한 점 없는 여름철의 호수는 높은 수온과 좁은 공기와의 접촉면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산소가 적은 상태가 된다. 얕은 수심이라면 이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앵글러의 애독자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수온약층, 즉 서모클라인이 생기게 되어 표층수는 깊은 곳의 물과 섞이지 못해 산소가 부족한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된다. 여름철 고수온기의 얕은 곳은 일반적으로는 큰 배스가 살아가기에 적당한 환경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얕은 곳이 최적의 사냥터로 변모

 

하지만 비가 내리면 어떨까? 조금이지만 일시적으로 표층수온은 떨어지고, 빗방울이 만들어내는 무수한 물결과 물방울의 표면적으로 인해 공기와 접촉하는 면적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덕분에 일시적으로 표층수에는 산소의 양이 늘어나고, 또 비가 내리면서 땅 위의 부유물과 먼지를 씻어 내리기 때문에 평소 아주 맑은 곳이라도 일시적으로 흙탕물을 만들어 배스가 은신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또 비의 근원지이기도 한 구름은 직사광선을 줄여줘 조금 전까지 높은 수온, 산소 부족, 직사광선 등으로 텅 비어있던 얕고 맑은 곳이 비가 내리면 일시적으로 호흡과 활동, 은신에 적합한 장소가 된다. 다시 말해 우리가 공략하기 쉬운 얕은 곳이 일시적으로 최적의 사냥터 여건, 낚시인에게는 최적의 포인트 여건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여건이 만들어진다면 웨이크베이트 같은 어필력이 강한 톱워터 루어들이나 크랭크베이트, 미노우 같은 얕은 곳을 넓게 탐색할 수 있는 루어들이 일시적으로 좋은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앞에서 말한 비의 장점들은 수온이 아직 많이 내려가지 않은 가을까지 유효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비는 늘 좋은 결과만을 가져올까? 그렇지 않다. 비가 늘 좋은 결과만을 가져온다면 이 칼럼 또한 바로 위의 문단에서 끝났을 것이다. ‘적당한 비’는 일시적으로 표층의 산소부족을 해결하고, 구름이 직사광선을 가려주기 때문에 한여름 한낮에도 워킹낚시로 공략하기 좋은 포인트에 훌륭한 여건을 제공하는 도우미가 된다. 하지만 그 효과는 그리 길게 가지 못할뿐더러 많은 양의 비가 왔을 경우 상황은 전혀 다르게 전개되기도 한다.


 

<비가 와 흙탕물이 인 호수 연안.>

 

 

많은 비는 수질 변화와 수위 상승 불러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많은 양의 물이 지표면을 흘러 하천과 호수에 모이면 무수한 변화가 일어난다. 아래로 흐르는 물은 지표에 쌓인 다량의 영양물질이나 오염물질도 하천과 호수 속으로 유입된다. 유역에 농경지나 축사가 분포된 경우에는 빗물에 씻겨 들어온 성분으로 인해 수질이 크게 변화되어 조과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 많은 양의 유입수는 수온약층을 일시적으로 깨트려서 수질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흔히 이야기하는 ‘물이 뒤집힌다.’는 표현이 쓰이는 경우이다. 이런 대사건이 벌어지면 수질은 복잡하고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수위의 변화도 큰 변수다. 일명 ‘오름수위 특수’라는 타이밍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는 극히 제한적인 상황과 시간대에서 발생하는 행운카드와도 같은 것이다. 수위의 급격한 변화는 물속에서 살아가는 물고기들에게 근본적으로는 큰 혼란을 야기한다. 과량의 영양물질이 유입된 경우 녹조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강에서 중 중하류권이나 대형 댐호, 간척호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댐호나 대형급 저수지에서는 수위가 급격하게 증가한 경우 육초지대가 잠기고, 고수온에 육초가 부패하면서 긴 몰황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많은 비는 단기적으로 악재일 가능성 높아

 

정리하자면 너무 많은 양의 비는 급격한 수질의 변화와 수위의 불안정 등으로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악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조건만 맞아준다면 높은 수온을 보이는 뜨거운 여름에 내리는 ‘적당한 비’는 높은 수온, 산소부족, 직사광선 등으로 얕은 곳의 사정이 좋지 못할 때 이러한 악재들을 일시적으로 타개해주는 그야말로 ‘단비’가 될 것이다.
지난 2018년, 유례를 찾기 힘든 하반기의 수위 상승으로 인해 전국의 주요 대형 댐호를 즐겨 찾는 배스낚시인들은 올해 고난의 봄을 보냈다. 무성하게 잠긴 얕은 곳의 육초들로 인해 좋은 조황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몰황이었던 것이다. 올 여름과 가을, 장마와 태풍은 과연 배스낚시인들을 위한 적당한 단비를 뿌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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