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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를 찾아서-여수의 '잠수함' 고수 잠길찌의 명수 김한민
2010년 04월 1904 1285

고수를 찾아서

 

여수의 ‘잠수함’ 고수 잠길찌의 명수 김한민

 

바닥을 읽지 않는 감성돔낚시는 지팡이 없는 맹인낚시다

 

| 이영규 기자 yklee09@darakwon.co.kr |

 

여수 한일낚시 김한민씨의 주특기는 채비를 수면 아래로 서서히 잠기게 만드는 잠길조법이다. 그런데 단순히 채비를 가라앉히면서 입질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끌었다 놨다 반복하는 ‘잠길 끌낚시’를 구사한다. 김한민식 잠길조법의 키포인트는 바늘 위 60cm 높이에 단 B봉돌! 이 채비로 그는 2001년 코리아오픈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조류의 흐름을 바라보며 새롭게 교체할 채비를 구상하고 있는 김한민씨. 섬세한 낚시를 구사하는 그는

항상 연구하는 낚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로얄경기연맹 상임부회장, HDF 필드스탭으로 활동 중인 김한민씨(53)는 외지 낚시인보다 여수 현지 낚시인들이 더 실력을 인정하는 톱프로다. 여수의 찌낚시 1세대에 꼽힐 정도로 깊은 조력을 가졌지만 사실 김한민씨에 대한 평가는 의외로 잔잔하다. 여수의 유명 낚시인 이상우씨는 소박하고 겸손한 그의 성품을 이유로 들었다. 
“김한민씨는 자신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내세우지 않는 편이죠.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려면 약간은 스타성을 띠어야 하는데 그를 보면 그냥 낚시 잘하는 동네 선배처럼만 느껴지거든요.”
내가 김한민씨에게서 받아온 느낌도 그랬다. 푸근하고 마냥 ‘좋은 게 좋은 듯한’ 그의 인상은 번뜩이는 기술을 갖춘 테크니션과 거리가 멀다.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신세대 아이돌 그룹 유키스(UKISS)의 ‘만만하니~’를 흥얼거리는 그는 나이에 비해 젊게 사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전국적 고수로 인증 받게 된 계기는 지난 2001년 완도에서 열린 코리아오픈 토너먼트 대회다. 지금은 고인이 된 박창수, 당시 원정낚시 대표 박성규씨와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그는 준결승전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박창수, 박성규씨의 지명도가 김한민씨보다 높았던 게 사실이지만, 여수 낚시인들은 “드디어 김한민이 가치를 인정받았을 뿐”이라며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였다. 

 

 

 

 

 

전유동보다 위력적인 잠길조법   

 

내가 김한민씨와 처음 낚시한 것은 지난 1월 말이었다. 그동안 각종 행사장에서 만날 때마다 눈인사만 나눴고 함께 갯바위에 선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우리는 안도 벼락바위 옆 코바위에 함께 내렸다.
“이곳은 발 앞으로 조류가 밀려오는 썰물 때만 입질이 들어오는 곳인데, 채비가 착수되는 35m 전방 수심은 10m 내외지만 발 앞은 16~18m를 줘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낚시요령은 당연히 얕은 곳에서 깊은 곳으로 더듬어 들어오는 방식이 가장 유리하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찌매듭에 의해 수심이 고정되는 반유동채비로는 ‘얕은 수심→깊은 수심’으로 더듬어 오기에 한계가 있었다. ‘그럼 전유동?’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김한민씨가 꺼내든 카드는 잠길조법(구멍찌 부력보다 무거운 수중찌나 봉돌을 달아 채비를 서서히 잠기게 만드는 기법)이었다.
찌매듭을 12m에 맞춘 그는 원투 후 찌매듭이 찌에 닿자 뒷줄을 팽팽하게 잡았다. 채비가 서서히 수심을 잡아가면서 앞쪽으로 밀려오더니 찌가 서서히 잠겨들었다. 이런 식으로 ‘얕은 수심→깊은 수심’으로 경사지게 가라앉으며 압박하는 그의 낚시를 보고는 ‘이런 밀려드는 조류 상황에서도 잠길조법이 매우 유리하겠구나’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하지만 이날 나는 그가 다른 낚시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잠길조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을 간파하지 못했다. 그것은 바로 바늘 위 60cm에 부착한 B 봉돌의 역할이었다.

 

 

▲잠길조법에 사용할 구멍찌를 고르고 있다.

 

목줄의 봉돌만 바닥에 닿아도 잠기던 찌는 멈춘다

 

한 달 뒤인 지난 2월 20일, 나는 그와 다시 갯바위에 설 기회를 가졌다. 첫 만남 때는 감성돔을 낚지 못했지만 지금은 수온이 2도 가량 상승해 더 양호한 조건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날 우리가 올라선 포인트는 연도 역포 북쪽 물골에 자리한 신여.
날이 밝자 김한민씨가 구멍찌와 수중찌를 세팅하더니 수중찌 위에 작은 봉돌을 하나 물리고는 발 앞에 채비를 던졌다 거뒀다를 반복한다. 무슨 동작인가 했더니 ‘구멍찌가 아주 느린 속도로 가라앉을 수 있도록 잔존부력을 조절하는 중’이란다. 1호 구멍찌에 -1호 수중찌를 달고 B 봉돌을 하나 더 달자 찌가 잠방거린다. 이 상태에서 그는 바늘 위 60cm 위쪽 목줄에 B봉돌을 또 하나 물린다고 했다. 오늘도 잠길조법을 구사하려는 것인가?
오전 7시경 작도 방향에서 밀려든 들물이 신여에 부딪쳐 넓은 훈수지대가 생겨났다. 조류는 좌우로 왔다 갔다 했는데 금방이라도 감성돔이 찌를 가져갈 것처럼 생동감이 넘쳤다. 그런데 목줄에 G2 크기의 극소봉돌을 물려 낚시하던 그가 갑자기 G2봉돌을 떼어내고 B봉돌을 물렸다. 이유를 물었다.
“조류가 많이 느려졌어요. 그래서 확실하게 봉돌로 바닥을 읽어보려구요.”
바닥을 읽는다고? 나는 낚싯대를 내려놓고 그의 찌를 주시했다. 찌매듭이 찌머리에 닿자 찌가 서서히 잠기기 시작했다. 찌가 시야에서 사라진 뒤 10여초가 지나자 다시 낚싯대를 들어 찌를 끌어올리니 다시 찌머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아하, 저런 식으로 깊은 수심까지 찔러보는구나!’
이 모습을 본 나는 “그렇게 바닥에 채비가 닿으면 수중여에 걸릴 위험이 높지 않은가요”하고 물었다. 그러나 예상을 깨는 대답이 왔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죠. 잠길찌가 가라앉다가 멈추면 수중찌가 닿는 것으로 착각을 합니다. 사실은 수중찌가 아니라 목줄에 달린 봉돌이 닿는 거예요. 지금처럼 예민하게 침력을 조절해놓으면 봉돌이 바닥에 닿음과 동시에 가라앉는 게 멈추죠. 수중찌는 그대로 떠 있습니다.”
순간 머리가 띵~ 하고 아파졌다. 이 원리는 민물 붕어낚시의 좁쌀봉돌채비와도 유사한 개념이었는데, 붕어낚시는 찌가 솟구치지만 감성돔낚시는 찌가 물속으로 사라진다는 게 차이점일 뿐 아래쪽의 작은 봉돌이 바닥에 닿으면 채비 하강이 멈추고, 이 작은 봉돌로 수심을 체크한다는 기본 원리는 동일했다.

 

 

 

 

 

 

Q. 이 채비로 어떻게 수심을 감 잡는가?
-찌가 가라앉다가 멈춘 게 눈에 보이면 목줄에 단 봉돌이 바닥에 닿았다는 얘기다. 그 수심이 바닥수심이다. 반대로 계속 잠긴다면 내가 설정한 찌밑수심보다 깊은 것이다. 따라서 찌가 계속 잠긴다면 바닥 걸림이 감지될 때까지 기다려본 뒤 채비를 거둬들여 볼 필요가 있다.

Q. 계속 가라앉으면 더 깊이 노린다고 했는데, 그럼 찌가 잠기다 멈춘 게 보이면 어떻게 하는가?
-그 수심 역시 내가 설정한 수심보다는 깊은 곳이라고 보면 된다. 일단 봉돌이 바닥에 닿았다는 것이 확인됐다면 약 5초 정도만 놔둔 뒤 채비를 살짝 들어 바닥에서 다시 띄워 올려 끌어들인다. 첫 지점보다 깊다면 찌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라앉을 것이고 반대로 얕다면 찌가 뒤뚱거릴 것이다. 이때 역시 5초 정도 놔뒀다가 살짝 들어내 앞쪽으로 채비를 당겨준다. 이 들어주는 동작에서 입질이 받힐 때가 많다.  

Q. 잠길조법은 지금처럼 조류가 느리거나 흐름이 완전히 죽었을 때나 위력을 보일 것 같은데?
-그렇다. 조류가 왕성하고 생동감 있게 흐를 때는 굳이 골자리를 바로 노릴 필요가 없다. 그런 상황은 감성돔의 활성도가 좋아 약간의 밑밥만 플러스되면 감성돔이 활발히 돌아다니며 미끼를 찾아먹으므로 골자리 윗부분만 훑어도 쉽게 입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조류가 약해진 상황에서는 철저히 골자리를 노려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유리한 기법이다.

Q. 그런 상황을 매번 만나기가 쉬운가?
-생각해보라. 감성돔낚시 도중 과연 내가 원하는 조류가 흐르는 시간이 얼마나 되던가? 길어야 두세 시간 정도일 것이다. 나머지 시간은 낚시를 포기하거나 조류가 다시 흐르기를 기다리며 허송세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기법을 사용하면 조류가 약해진 상황에서도 골자리에 숨어 휴식을 취하는 감성돔을 효과적으로 색출해낼 수 있다.

Q. 바늘 위 60cm에 봉돌을 달았는데 좀 더 내려달면 더 정확한 수심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 하지만 목줄이 짧아지면 미끼 움직임이 둔해지고 봉돌이 닿자마자 바늘도 곧바로 바닥에 닿아 밑걸림이 잦아진다. 적어도 60cm 이상 지점에 봉돌을 달았을 때 가장 입질이 잦았다. 1m 지점에 달 때도 있고 조류가 약간 미약하게나마 움직인다면 G2 정도로 무게를 줄여 하강 속도를 느리게도 만든다. 일종의 전유동 효과를 노리는 셈이다. 단 채비를 끌고 내려갈 수 있을 정도의 무게이어야 하므로 수중찌와 봉돌 무게 배분을 잘 해야 한다.

 

 

▲소품이 깔끔하게 정리된 소품 케이스. 

 

▲출조가 잦고 바늘 소모량이 맣은 특성상 덕용바늘을 즐겨 사용한다.

 

▲“드디어 왔습니다!” 감성돔을 건 김한민씨가 유리한 포지션을 잡기 위해 황급히 자리를 옮기고 있다.

 

조류가 약할 때 위력적인 ‘잠길 끌낚시’

 

조류가 완전히 멈추자 더 이상 낚시할 흥미가 떨어진 나는 아예 낚싯대를 접고 김한민씨의 설명을 들으며 찌를 주시했다. 고작 5m 정도만 위치를 옮겨도 찌가 보였다 사라졌다 하는 걸 보니 물속 지형이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5분 정도 김한민씨의 바닥읽기를 구경하다가 잠시 한눈을 파는데 “이 기자! 이 기자!”하고 황급히 부른다. 돌아보니 김한민씨가 레버브레이크를 풀어주며 물속으로 고꾸라지는 낚싯대를 다시 세우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감성돔이다.
‘앞서 바닥을 찍었던 곳보다 수심이 좀 더 깊게 나오는 듯싶어 5초 가량 채비를 더 가라앉혔더니 원줄을 가져가는 입질이 들어왔다’고 한다. 그는 내가 계속 주시하고 있는 줄 알고 나에게 원줄이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주려다가 그만 챔질타이밍을 놓쳤던 것이다. 40cm 정도 되는 준수한 씨알이 올라왔다. 조류 흐름이 완전히 멈춰서 이젠 물참이 끝났다고 생각한 시점에 올라온 녀석이다.
그는 지난 2001년 완도에서 열렸던 코리아오픈 결승전에서 이런 상황에서 감성돔을 낚았다고 말했다.
“결승 1라운드 동안 이 채비로 바닥만 읽었습니다. 뒤에서 구경하던 갤러리들이 ‘저 사람 시간도 없는데 무슨 짓 하느냐’고 하더군요. 하지만 내 선택이 옳다고 여겼어요. 어차피 감성돔 토너먼트는 한두 마리 싸움이고 또 그때는 조류도 거의 흐르지 않았거든요. 어쨌든 결승전에서 감성돔이 낚이지 않아 준결승 성적으로 순위를 매겼는데 내가 준결승전에서 낚은 1,800g의 감성돔들은 모두 이 기법으로 낚은 겁니다. 감성돔낚시 만큼 바닥을 정확히 읽어야 되는 낚시는 없다고 봐요. 그런데 요즘 낚시인들은 활발히 흐르는 조류와 밑밥발에만 의지하며 낚시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는 이 기법은 처음 가본, 모르는 포인트일수록 위력적이라고 말했다. “감성돔은 골자리에 미끼를 밀어 넣을수록 입질 받을 확률이 높은데, 조류 흐름이 약하거나 거의 없는 여건에서는 전유동보다 잠길낚시가 훨씬 효율적이고 강력한 기법”이라고 강조했다. 기껏해야 찌매듭 한 발 내외 조절에 그치며 밑걸림 한 번 느껴보지 않고 하루낚시를 마감하는 낚시인들이라면 그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여수 한일낚시 061-663-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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