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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를 찾아서-초고속 속공낚시의 벵에돔 파이터 강종식
2010년 02월 1272 1328

고수를 찾아서

 

초원투 속공낚시의 벵에돔 파이터 강종식

 

“큰놈은 멀리 있다! 굳이 밑밥으로 끌어들일 이유도 없다!”

 

| 이영규 기자 yklee09@drakwon.co.kr |

 

한국프로낚시연맹 강종식 상임부회장. 낚시단체의 부회장이라면 으레 격식과 체면을 중시할 듯하지만 그에게선 그런 허례를 느낄 수 없다. 언제나 회원들과 부대끼며 특유의 큰 목소리로 분위기를 리드한다. 그는 최근 벵에돔 토너먼트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에 살면서도 한 달에 열흘 이상 제주도에 머무는 그의 폭넓은 실전경험이 토너먼트 경기장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소품이 담겨있는 소품통.

 

강종식씨가 각종 낚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은 것은 2008년부터다. 3월 중국 계산도에서 열린 국제바다낚시대회(중국, 마카오, 홍콩, 대만, 한국 참가)에서 우승한 데 이어 5월 인성실업컵 랭킹1전 자유낚시에서도 우승했다. 6월 울릉도컵 자유낚시 부문 우승, 윤성조구컵 프로암 토너먼트 준우승 등 유독 그 해에 상복이 터졌다.
1959년 강원도 원주 출생. 현재 서울에서 건물임대업을 하고 있는 강씨가 좋아하는 취미는 낚시다. 본격적인 바다낚시는 92년경부터 시작했다. 그를 바다낚시에 몰입하게 만든 건 추자도의 감성돔이었다.
“92년도 겨울이었죠. 와이프와 함께 사자섬 허리에서 밑밥을 쳤더니 30cm 정도 되는 감성돔이 수면 가까이까지 떠오르더군요. 떠오른 감성돔을 보기란 참 힘든 일인데, 어째든 그때 처음 봤어요. 그날 40cm 정도 되는 녀석을 두 마리 잡았죠. 허접한 장비로 처음 잡아본 4짜 감성돔이었는데 고래 같은 녀석의 힘에 제 낚시인생이 바뀐 거 같아요.”
그런 식으로 10여 년 동안 추자와 제주의 유명 섬들을 찾아다니다가 마지막으로 정착한 어종은 벵에돔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유행한 섬세하면서도 심오한 피네스피싱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린 것이다.
이후 제로찌낚시를 현란하게 구사하는 육지와 제주의 여러 낚시인들을 만나면서 그의 벵에돔낚시에 대한 개념은 180도 달라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4호나 5호 목줄을 묶고 해질녘 발밑으로 들어오는 대형 벵에돔을 안전하게 끌어내는 게 실력인 줄 알았죠. 그런데 그 무렵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기교파 낚시인들은 달랐어요. 가는 줄로 대낮에 굵은 벵에돔을 낚아내더군요. 바로 이 낚시다 싶었죠.”

 

 

▲ 50m 가까이 채비를 흘린 강종식씨가 연속 입질을 받아내고 있다.

 

초원투, 속사포 품질로 잡어 떼와 정면승부

 

지난 12월 23일 강종식씨와 제주 형제섬으로 출조했다. 이날 현장에서 내가 보고자 한 것은 강종식씨가 최근 열린 벵에돔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던 공격형 초원투낚시다. 찌낚시에서 원투라고 하면 흔히 25m 내외를 의미하지만 강종식씨는 35~40m 이상 채비를 날리는 초원투낚시를 선호한다. 이유는 잡어 때문인데 이날도 그의 원투 속공낚시는 위력을 발휘했다.
-멀리 던진다고 잡어가 없겠습니까?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발밑에서 밑밥을 받아먹는 녀석들과 먼 바다에서 피어오르는 녀석들은 양이 달라요. 멀리 있는 잡어들이 확실히 양이 적죠. 하지만 양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멀리서 피어오르는 잡어들이 발밑에 있는 잡어보다 공격속도가 더 빠르죠.”
‘멀리 있는 놈들이 더 빠르다고?’
-그럼 멀리 있는 잡어들이 더 피곤한 녀석들이 아닌가요?
“아닙니다. 밑밥에 빨리 반응하는 만큼 오히려 분리가 잘 되죠. 발밑의 잡어들은 밑밥에 만성이 돼있어 밑밥이 떨어지면 먹구름처럼 꾸역꾸역 피었다가 한참을 머물다 가라앉죠. 그래서 발밑 낚시가 어려운 겁니다.”
채비 세팅을 마친 강종식씨가 30m 전방을 향해 밑밥을  날렸다. 덩치에 비해 품질은 속사포가 따로 없는데, 분리를 위한 품질이 아니라 대강 와르르 쏟아 붓는 집속탄 같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채비 캐스팅!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채비가 수면에 닿자마자 벵에돔이 미끼를 채 가버린 것이다. 미끼가 수면에 닿은 지 채 2초 밖에 지나지 않은 짧은 순간이었다.
“벵에돔이 왕창 떴군요. 이렇게 벵에돔이 표층까지 떠 있으면 오히려 잡어 낚기가 더 어렵죠. 잡어가 함께 표층에 떠 있어도 벵에돔이 더 빠르거든요. 지금 이 모드를 계속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품질이 필요해요.”
강종식씨가 벵에돔을 바늘에서 떼어내는 사이 함께 내린 조성철씨가 똑같은 방식으로 속사포 품질을 날렸다. 그리곤 또 다시 히트! 두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6마리를 순식간에 뽑아낸다.  
이처럼 강종식씨의 품질 핵심은 정면돌파였다. 밑밥을 폭넓게 분산 투척한 이유는 잡어 밀도를 옅게 만들기 위해서였고, 그래서 밑밥주걱도 가장 컵이 작은 스몰 사이즈를 선택했다. 
-그런데 처음부터 밑밥을 원투하면 발밑으로 불러들여 낚을 수 있는 고기를 너무 어렵게 잡는 것은 아닐까요? 
“제주도에서도 원투낚시를 처음 할 때는 그 이유 때문에 낚시인들의 불만이 많았죠. 그러나 낮에는 큰 벵에돔들을 발밑으로 불러들이기가 힘이 들어요. 어차피 벵에돔은 멀리 있는데 굳이 밑밥으로 끌어들여야 할 이유는 또 없지 않습니까? 지금은 인식들이 많이 변했어요. 낮에는 손가락만 빨고 있다가 해질녘에 큰 놈 한 마리를 노리는 낚시는 갈수록 인기가 없어지고 있지요. 원투낚시에 익숙해지면 낮에는 낮대로 손맛을 보고, 밤에는 밤대로 큰 놈들을 노릴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최근의 대세가 되고 있어요.”          
강종식씨가 평소에 가장 신경 쓰는 소품은 바늘이다. 그는 초원투낚시처럼 거의 찌를 보지 않고 대 끝으로 입질을 받아내는 낚시를 할 때는 긴꼬리벵에돔 전용 바늘을 사용한다. 흔히 옥니바늘로 불리는 이 바늘은 바늘 끝이 안쪽으로 급격히 휘어져 있어 언뜻 보면 제대로 걸릴기나 할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왜 이런 바늘을 즐겨 사용합니까?
“초원투낚시는 찌를 보고 입질을 파악하지 않습니다. 멀리 날아간 찌가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요즘은 수면 아래 살짝 잠기는 투제로(00) 찌를 많이 쓰기 때문이죠. 그래서 입질은 제물걸림된 벵에돔이 초릿대나 원줄을 당기는 느낌으로 파악합니다. 그런데 이 파악법은 사실 챔질타이밍으로 봐서는 늦은 것이죠. 따라서 바늘이 입 안쪽 깊숙한 곳에 박혀 목줄이 융모에 쓸릴 위험이 높습니다. 딱딱한 각질의 이빨을 갖고 있는 긴꼬리벵에돔이라면 더 위험합니다. 하지만 이 옥니형 바늘은 구조상 입 안에서는 주욱- 미끄러지다가 마지막에 입 언저리에 덜컥 걸리게 되어 목줄이 이빨에 쓸려 터질 위험이 없죠.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걸림이 완벽하지 않아 간혹 빠지는 경우도 있지요. 아무 때나 이 바늘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찌를 보고 챔질하는 일반적인 낚시에는 부적합한 바늘이에요. 쓰더라도 찌가 완전히 사라져 대끝을 강하게 당길 때 챔질해야 합니다.”

 

 

 

 

▲작은 크릴은 꼬리만 떼고 통째로 꿰고(위), 큰 크릴은 머리와 꼬리를 제거한 뒤 몸통만 쓴다(아래).
 

 

놀라운 신기술도 경험을 이기진 못한다

 

-벵에돔 토너먼트에서 육지 낚시인들의 선전이 눈에 뜁니다. 무슨 이유라고 생각합니까?
“나는 육지 낚시인인 제로FG의 민병진 회장과 이상민씨(구 제주 한라낚시 운영)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상민씨는 제로조법에 원투낚시를 가미한 제주식 초원투낚시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합니다. 제주도에서는 부산낚시 고영종씨, 가마카츠 필드스탭인 이승운씨, 강병철씨 등의 기교파 낚시인들이 초원투낚시의 달인들이죠. 솔직히 벵에돔낚시 실력만큼은 제주낚시인들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벵에돔 토너먼트에서 초기엔 육지낚시인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최근 몇 년간 제주 낚시인들이 상위권에 연달아 입상하지 않았습니까. 벵에돔낚시 여건이 좋지 못한 남해와 동해의 악조건 속에서 길러진 위기 돌파 능력도 위력적이지만, 좋은 여건에서 많은 벵에돔을 낚아내며 쌓아온 다양한 경험에는 못 당한다고 봅니다.”

 

 

▲해질 무렵 벵에돔을 뜰채에 담은 강종식씨가 기쁜 표정을 짓고 있다.
 

 

 ▲강종식씨가 준비한 벵에돔 밑밥. 품질 양이 많은 원투낚시는 발밑을 노리는 낚시보다 많은 양의 밑밥이 필요하다. 4시간 정도 낚시를 하는데 6kg의 밑밥을 준비했다.

 

실력 향상의 최단코스 “상대가 짜증낼 정도로 물어라”

 

-강 부회장의 말대로라면 기교적인 낚시로 벵에돔낚시를 즐긴 것은 불과 8년 밖에 되지 않는데 각종 대회에서 우승한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계속 공부하고 연구하는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상대가 짜증 낼 정도로 묻는 게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일일이 캐묻지 않고 대충 눈썰미로 확인해도 되지 않습니까?     
“가능하죠. 그러나 눈썰미로는 그 상황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왜 그 채비를 썼는지에 대한 원론적인 이유는 파악하기 어렵죠. 또 내 질문은 한 마디에 그치지만 상대의 답변은 더 많은 정보를 줄 수 있습니다. 만약 오늘 내가 함께 낚시한 조성철씨가 연속 입질을 받아낼 때 무슨 찌를 쓰고 있느냐고 묻지 않았다면 벵에돔을 못 낚았을 수도 있었어요. 조목지대에 몰린 벵에돔이 등을 보일 정도로 표층 가까이 떴으니 으레 최근 가장 많이 쓰는 투제로(00)찌를 쓰고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가 쓴 찌는 예상 못한 제로(0)찌였죠. 부력이 센 제로찌는 수면 아래 가라앉지 않고 40m 가까이 둥둥 잘 흘러가 조목지대의 표층에 뜬 벵에돔에게 미끼를 전달했던 겁니다. 눈높이를 딱 맞춰준 셈이죠. 반면 내가 쓴 투제로(00)찌는 수면 아래 잠기고 속조류에 말리면서 히트존에서 멀어졌던 것 같습니다. 뒷줄만 팽팽히 잡아주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던 셈이죠.”  
-단체의 요직에 있으면서 대회 참가에 너무 집착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내가 토너먼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대상어와 바다의 움직임을 가장 빨리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픈게임이나 자유낚시를 해보면 마음 자세부터가 긴장되지 않아요. 당구도 같은 150끼리만 치면 10년을 쳐도 도토리 키 재기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당장의 승부 결과는 중요치 않아요. 그날 게임을 모두 져도 내가 진 이유만 깨닫는다면 그게 더 값지니까요. 실제로 상대를 이겼을 때보다 졌을 때 더 많은 교훈을 얻습니다.”   

 

▲연속적인 품질로 인한 손바닥 피로를 덜기 위해 튜닝한 밑밥주걱.

 

▲강종식씨가 즐겨 사용하는 투제로찌. 원투가 가능한 15g 이상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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