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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조홍식의 물고기力_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물고기 해설
2020년 09월 149 13575

조홍식의 물고기力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물고기 해설

 

 

미국의 저명한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의 소설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는 소년시절부터 나에게 깊은 감명을 남겨 주었다. 헤밍웨이는 낚시와 사냥에 정통한 만능 스포츠맨인 데다가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또한 작품은 대부분 실제 경험 즉, 참전이나 종군기자 경력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다이내믹한 현장감을 느끼곤 했다. 노인과 바다도 마찬가지로 바다, 물고기, 낚시를 잘 알고 있는 독자라면 현장감의 극치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 소설에는 세 종류의 물고기가 나온다. 먼저 돌핀(Dolphin), 다음에 블루마린(Blue marlin), 마지막에 상어(Mako shark)다. 돌핀은 노인이 바다에 나가 사투를 벌이면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썰어 먹었다. 블루마린은 사투를 벌인 그 대상이었고 상어는 최후에 나타나 블루마린을 뜯어먹어 버렸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여기서 말하는 돌핀은 돌고래가 아니라 만새기입니다!”
까마득한 옛날, 고교 2년 때 담임선생님이 영어를 담당하셨다. 과외금지령 시대여서 요즘은 흔한 학원이나 사교육이 없던 시절, 방과 후 보충수업이 있었고 입시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노인과 바다 원서강독 시간도 있었다. 그날 벌어진 일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으니 그때도 지금도 난 어쩔 수 없이 낚시꾼이다.
교재는 영어 원문과 한글 번역문이 페이지마다 각각 있는 책이었는데, 돌핀이 돌고래로 잘못 번역되어 노인이 돌고래를 낚아 먹는 걸로 나와 있었다. 내용에는 산티아고 노인이 맛이 없지만 그래도 먹어야 한다며 돌핀의 살 조각을 바짝 마른 입안으로 넣는다고 적혀 있었다. 돌핀이 만새기라는 사실을 학급에서 나만 알고 있었다. 가만히 있을 걸. 손을 번쩍 든 난 선생님을 향해 자신 있게 외쳤다.
“여기서 말하는 돌핀은 돌고래가 아니라 만새기입니다!”
“야 인마, 니가 쓸데없이 그러니까 영어 성적이 그 따위인거야.”
선생님의 일갈은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혔다. 그랬다. 당시 상황에 만새기면 어떻고 돌고래면 어땠으랴. 실은 만새기가 어떤 물고기인지 아무도 몰랐을 것이며 관심조차 없었을 것을.
이번에 말하고자 하는 건 물고기 명칭인데 서두가 길어지고 말았지만, 만새기에 대한 게 아니고 주인공격인 마린(새치)에 관한 것이다. 노인이 멕시코만 한바다에서 3일에 걸친 사투를 벌이는 대상인 블루마린이다. 블루마린을 청새치로 번역하면 간단하다. 블루는 파랑색이고 파란색이니 청새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거 같다. 그런데 블루마린은 청새치가 아니다. 정식 우리나라 명칭은 ‘녹새치’다.
새치의 이름은 정말 헷갈린다. 세계적으로 몇 종 되지도 않으면서 이름이 혼동되는 건 서양에서 부르는 이름, 일본에서 부르는 이름이 다르기 때문인데 어떤 건 완전히 반대의 색깔을 나타내는 이름도 붙어있다. 더군다나 우리 이름은 영어 명칭과 일본어 명칭을 혼동해서 붙였는지 과거에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그냥, 우리 근해에서 만나볼 수 없는 어종이다 보니 그랬으리라 생각하고 있지만 새치의 우리 이름도 결정되어 있었던 것 같다. 1974년에 출판된 어류박물지(魚類博物誌, 정문기 저)에 청새치, 백새치, 녹새치의 언급이 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35년에 바하마에서 경험한 블루마린. 상어의 공격으로 절반이 뜯겨나갔다. 

▲1950년 노인과 바다 출간 직전에 촬영한 낚싯배 선실의 어니스트 헤밍웨이.

▲마린(Marlin)으로 구분되는 4종류의 새치

 

 

블루마린의 우리나라 명칭은 청새치가 아니라 녹새치
주둥이가 창처럼 삐죽하게 돌출된 새치 종류는 현재의 분류 상, 총 12종이 있다고 한다. 이중에서 영어 명칭으로 ‘마린(marlin)’이란 이름이 붙어있는 어종은 4종밖에 없다. 흔하다고 볼 수 있는 돛새치는 세일피시(Sailfish)라고 불리므로 제외, 기타 스피어피시(Spearfish) 4종도 제외, 스워드피시(Swordfish)라고 불리는 황새치는 아예 다른 종류라서 제외… 등등, 어떻든 ‘마린’은 4종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네 가지의 이름이 뒤죽박죽이다. 한 가지 단서는 서양과 동양의 이름 붙이기가 근본적으로 다른 데에도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네 가지 마린의 상세한 정보와 이름은 다음과 같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이 끝나고 나면 또다시 해외로 낚시를 나가는 앵글러는 많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마린을 대상으로 한다면 생태나 학문적인 깊은 지식은 제외하고 ‘물고기력’의 취지에 맞도록 얕은 지식, 이름만은 확실히 정리해 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블루마린(녹새치)
먼저,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블루마린부터 알아보면, 공식적인 영어 명칭은 블루마린(Blue marlin), 일본어 명칭은 구로카지키(クロカジキ, 黒梶木), 우리나라 명칭은 녹새치이다. 학명은 Makaira mazara.
영어 이름은 ‘파란 새치’인데 일본어이름은 ‘검은 새치’다. 거기다 우리이름은 ‘초록 새치’고. 살아있을 때 보면 등이 짙은 남색이고 하늘색 줄무늬가 있지만, 죽기 직전에는 몸통이 온통 선명한 파란색으로 변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블루마린’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한편, 완전히 죽으면 거무튀튀해지는데 이래서 일본에서는 ‘구로카지키’라고 부른다. 그런데 우리나라 이름은 왜 ‘녹새치’인가?
길이 2.5m, 무게 100kg은 보통이고 4m에 500kg이 넘기도 하는데, 노인과 바다에 나온 대서양산 블루마린은 현재 길이 5m, 무게 818kg가 기록이다. 블루마린은 전 세계 열대~온대 바다에 분포하는데, 태평양-인도양 블루마린(학명 Makaira mazara)과 덩치가 더 큰 대서양 블루마린(학명 Makaira nigricans)을 따로 구분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해서 앞으로 또 학명이나 이름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블랙마린(흑새치? 백새치?)
다음으로 태평양~인도양 최대의 새치인 블랙마린이다. 공식적인 영어 명칭은 블랙마린(Black marlin), 일본어명칭은 시로카지키(シロカジキ, 白舵木), 우리나라 명칭은 흑새치인지 백새치인지 잘 모르겠다.  학명은 Istiompax indica.
영어 이름은 ‘검은 새치’인데 일본어이름은 ‘하얀 새치’다. 우리나라 이름은 과거에 ‘백새치’로 알고 있었는데, 요즘 인터넷을 찾아보면 ‘흑새치’로도 나온다. 살아있을 때는 등이 광택 있는 검은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블랙마린’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죽으면 몸통이 허옇게 뜬 잿빛으로 변해서 일본에서는 ‘시로카지키’라고 부른다.
길이 4.6m, 체중 750kg에 달하는 대형 새치로 호주에서 행해지는 트롤링 게임에서 1000파운드 이상 그랜더라고 불리는 게 이 블랙마린이다. 태평양과 인도양의 열대~아열대 바다에만 분포한다. 블랙마린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다른 새치에 비해 높은 체고와 가슴지느러미를 들 수 있다. 다른 새치는 가슴지느러미가 몸 쪽으로 접히는데 블랙마린만은 접히지 않는다.

 

■스트라이프마린(청새치)
줄무늬가 있는 새치로 공식적인 영어 명칭은 스트라이프마린(Striped marlin), 일본어 명칭은 마카지키(マカジキ, 真梶木), 우리나라 명칭은 공교롭게도 청새치다. 학명은 Kajikia audax 또는 Tetrapturus audax.
영어 이름은 ‘줄무늬 새치’인데 일본어이름은 ‘참 새치’다. 우리나라 이름은 왜 그런지 ‘청새치’라고 붙어 있다. 살아있을 때나 죽어서도 선명한 12~15줄의 가로 줄무늬 덕분에 ‘스트라이프마린’이라 부르는 건 당연한 것 같다. 일본에서는 근해에서 가장 흔한 새치라서 ‘마카지키’라고 부르는 건지도 모르겠다.
최대 길이 3m, 무게는 100kg이 넘고 태평양과 인도양의 열대~온대 바다에 분포한다. 블루마린(녹새치)과 유사하지만 등 색깔이 옅고 하늘색 줄무늬가 항상 선명한 데다 비늘도 잘고 주둥이도 더 길어서 구분할 수 있다. 같은 크기라도 블루마린에 비하면 몸통이 납작한 게 왜소해 보인다.

 

■화이트마린(대서양백새치? 대서양청새치?)
대서양에 서식하는 새치로 공식적인 영어 명칭은 화이트마린(White marlin), 일본어 명칭은 니시마카지키(ニシマカジキ, 西真梶木), 우리나라 명칭은 없지만 대서양백새치나 대서양청새치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학명은 Kajikia albida.
스트라이프마린과 같은 과에 속하는 새치로 배가 유독 하얗게 보이는 것 때문일까? 왜 ‘하얀 새치’라고 부르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우리가 속한 태평양에서는 볼 수 없는 종류이다 보니 정보도 부족하고 그동안 관심도 없었는데 화이트마린이라는 이름 때문에 살펴볼 기회가 있었을 뿐이었다. 이 이름 때문에 또 명칭이 혼동을 줄지도 모르겠다.
크기는 그리 커지지 않는 듯, 최대 길이 2.5m, 체중 80kg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1958년에 영화화된 노인과 바다. 왕년의 명배우 ‘스펜서 트레이시(Spencer tracy)’가 산티아고 노인으로 열연했다.

 

산티아고 노인과 대어라는 꿈과 희망
산티아고 노인은 어부로서의 자신의 감과 경험을 바탕으로 신념을 갖고 더 멀리 나가 대어를 만났고 오로지 자신만의 힘으로 대어를 낚았다. 그러나 결국 작디작은 인간이 대자연을 이길 수 없었지만 그게 끝이 아니고 고단한 몸을 눕히면서도 다시 희망을 품게 된다. 1952년에 출간된 「노인과 바다」는 2년 후, 헤밍웨이를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만들었다. 다시 4년 후 1958년에는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도 되었다.
상어에게 뜯어 먹히는 블루마린도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임에 틀림없다. 낚시를 하다보면 파이팅 중에 상어에게 당하는 경우가 가끔 벌어진다. 으드득거리는 기분 나쁜 느낌에 머리만 달랑 놀라오기도 하고 몸통이 뭉텅 베어 먹힌 체 올라오기도 하니까. 또 가끔은 상어가 직접 낚이기도 하지만 별로 상쾌한 경험이 아니다. 그런 느낌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상어가 인기 대상어가 되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거 같다. 일단 나는 그렇다.
트롤링으로 대표되는 마린을 대상으로 하는 낚시도 내 분야가 아니다. 호주에서 GT처럼 캐스팅 게임으로 100kg급 소형 블랙마린을 낚을 수 있다는 유혹에 한때, 여러 가지 준비를 한 적도 있었지만 놀라운 뱃삯을 듣고는 깨끗이 단념을 했다. 노인과 바다의 그 거대한 블루마린은 마음속에 품은 앞으로의 희망으로 충분할 거 같고 ‘녹새치’라는 우리나라 이름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도 충분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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