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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깅보다 강력하다!-무늬오징어 잡는 마법의 원숭이, '야엥'이 왔다
2009년 09월 1533 2006

국내 최초 야엥낚시 탐사기

 

에깅보다 강력하다!

 

무늬오징어 잡는 마법의 원숭이, '야엥'이 왔다

 

 

제주 가문동방파제서 첫 시도, 일본 오카다씨 연속 히트

에깅하던 제주꾼들 “무늬오징어 킬러가 왔다!” 감탄

 

 

조홍식 理博, <루어낚시100문1000답> 저자

 

 

일본에는 흰오징어(무늬오징어)를 낚는 ‘야엥’이라는 특이한 방법이 있다.
‘야엥(ヤエン, 野猿)조법’의 채비에는 바늘을 달지 않는다. 단지 살아있는 전갱이를
줄에 묶어 놀리다가 흰오징어가 전갱이를 붙들면 그때서야 갈고리바늘이 달린
‘야엥’을 줄에 실어 보내 흰오징어가 걸리도록 하는 낚시법이다.

 

 

 

 

▲ 제주 가문동방파제에서 신기법 '야엥'으로 1.5kg 흰오징어를 낚은 오카다 켄지씨.

 

야엥은 일본에서 에깅만큼 널리 보급된 낚시법은 아니다. 그러나 살아 있는 전갱이 미끼 특유의 강한 유혹으로 에깅을 능가하는 조과를 거둘 수 있어 낚시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야엥은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에서 주로 행해지는 전통적인 낚시방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왜 ‘야생원생이’라는 뜻의 야엥(野猿)이 낚시의 이름이 됐을까? 1880년대 말 일본의 미에(三重)현 산간지방에서는 벌채한 목재를 계곡을 가로질러 친 밧줄에 매달아 케이블카처럼 운반했는데, 그때 줄에 매달린 통나무 모습이 나무에 매달린 원숭이처럼 보인다고 해서 야엥이라 불렀다 한다. 실제로 오징어의 입질이 온 후 원줄을 타고 흘러내려가는 갈고리바늘(야엥)을 보니 덩굴을 타는 원숭이 같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필자가 2007년에 발간한 단행본 《실전! 에깅&지깅》에서 처음으로 야엥을 소개한 바 있다. 그리고 에깅이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 3~4년 동안 부산 쪽의 몇몇 동호인들 사이에서 시험적으로 시도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 결과가 어땠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던 차에 이번에 (주)한국다이와가 일본의 야엥 전문가를 초빙하여 제주도에서 야엥낚시를 시도해보는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그 일정에 내가 동행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일본에서 초청된 전문 낚시인은 오카다 켄지(岡田建治)씨, 그리고 한국다이와정공의 아베 코이치(阿部孝一) 사장, 제로FG 민병진 회장이 함께 했다. 촬영은 ‘그레이트피싱’의 전담촬영팀인 유영택 프로듀서가 맡았다.

 

 

 

 

 

살아 있는 전갱이 구하기 대작전

야엥 촬영은 난항이 예상됐다. 탐조날짜로 예정된 7월 18일엔 강풍이 불었다. 무엇보다 장맛비의 유입으로 바닷물의 염도가 떨어진 탓인지 야엥의 필수미끼인 전갱이가 잡히지 않아 초조하게 했다. 미리 부탁해 두었던 전갱이들은 하룻밤 사이에 다 죽어버리고, 어선에 급히 부탁해 한바다 정치망에 들어온 전갱이를 확보하려 했으나 전갱이가 모두 죽어있다는 안 좋은 소식만 들려왔다. 낚시가 시작되기 전 준비된 전갱이는 살아있는 것이 단 3마리뿐이었다.
포인트는 그나마 바람을 등질 수 있는 제주시 가문동방파제. 아베 사장과 오카다씨가 야엥채비를 서둘렀고, 살아있는 전갱이가 부족하므로 민병진 회장은 죽은 전갱이를 미끼로 사용하는 찌낚시채비도 준비했다.
야엥채비는 원줄에 바로 전갱이의 꼬리를 묶는다. 그것이 조금 불안하다면 감성돔 2호 정도의 작은 바늘을 달아 꼬리자루에 살짝 찔러 묶어놓은 줄이 풀리지 않게 한다. 다만, 흰오징어의 눈은 사람만큼 좋으므로 반짝거리는 바늘은 좋지 않고 바늘 표면이 갈색으로 칠해진 야엥용 바늘을 쓰는 것이 좋다고 한다. 오징어는 금속의 반짝임이 보이면 입질을 포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용하는 낚싯대는 갯바위 찌낚시용 5.3m, 1.5~2호면 무난하다. 낚싯대를 들고 있다기보다는 1인당 2대 편성으로 거치대에 놔두고 편하게 입질을 기다리는 형태가 많다. 다만, 야엥낚시엔 인터라인대가 편리하다. 바람이 불어 가이드에 낚싯줄이 걸리거나 하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전갱이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입질이 와서 야엥을 낚싯줄에 걸어 내릴 때 트러블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가이드가 없는 인터라인 낚싯대가 여러모로 편리하다.
가장 특이한 도구는 릴이었다. 물론 드랙 성능이 좋은 중소형 스피닝릴이면 무난하겠으나, 야엥낚시 전용 릴이 따로 있었다. 야엥용으로 개발된 릴은 리어드랙 형태에 드랙 장력을 단번에 풀어주는 클러치 레버가 부착되어 있는데, 20년 전에 잠시 유행하던 이중 리어드랙릴과 많이 닮아있었다. 원줄은 플로로카본사 2~3호를 통줄로 사용했다.
그리고 도구의 핵심인 야엥. 일본에서는 낚시인 스스로 자작하여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이번에 사용한 다이와사의 야엥은 낚싯줄에 야엥을 걸기 간편한 원터치식 고리, 오징어의 시선에 잘 보이지 않도록 한 빨강색 코팅 등 기능적인 요소를 고려한 상품이었다.

 

   

▲ 무광코팅을 한 야엥용 바늘. 반짝임이 있는 바늘은 흰오징어의 경계심을 자극한다고 한다.

 

▲ 다이와에서 출시한 개량형 야엥. 줄에 걸기 간편한 원터치식 고리와 오징어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빨강 무광코팅을 채택했다.

 

쇼킹! 전갱이 한 마리에 흰오징어 한 마리!

낚시가 시작되었다. 강풍에 과다 유입된 민물, 거의 막바지에 이른 시즌…, 혹시 실패하지 않을까 걱정이 있었지만 예상은 멋지게 빗나가고 말았다.
팔팔한 전갱이를 살짝 던져 넣고 입질을 기다리기 10분도 되지 않아 낚싯대 초리가 움찔거리더니 드랙 클러치 레버를 젖혀놓은 전용릴의 스풀이 따르륵 소리를 울리며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모두 긴장했다. 자유롭게 놀던 전갱이가 주위에 나타난 포식자를 피해 도망치는 움직임이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릴의 스풀이 줄기차게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흰오징어가 전갱이를 덮친 증거로 멀리 가져가서 혼자 먹이를 먹으려는 행동이었다. 흰오징어는 자신이 잡은 먹이를 다른 경쟁자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일단 그 자리를 피하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이때부터다. 확실한 입질이지만, 줄이 플려도 그대로 내버려둔다. 멈춰도 그대로 둔다. 그 기다림의 시간은 대략 3~5분, 야엥낚시는 이 초조하게 기다리는 시간에 가장 큰 재미가 있다고 한다. 기다리다 보면 오징어는 먹이를 먹는 데에 정신이 팔려 주위의 웬만한 변화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되는데 그때를 기다려 야엥을 내려 보내는 것이다. 역시 먹이에 집착하면 ‘안전불감증’이 되고 마는 것인가?
침착하게 기다리던 오카다씨는 오징어가 정신없이 먹이를 먹고 있다고 판단되자 전용 릴의 클러치레버를 돌려놓고(일반 릴이라면 드랙을 어느 정도 조이고) 낚싯대를 들면서 천천히 그리고 일정한 속도로 릴링을 시작했다. 도중에 오징어가 물을 분사해 도주하면 드랙이 역회전해 줄이 풀리게 놔두고 다시 감아 들이기를 반복하여 점차 거리를 좁혀갔다. 이 과정에서 서두르거나 낚싯대 각도에 급격한 변화를 주는 돌발 행동을 하면 놀란 오징어가 먹이를 놔버리므로 아주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조마조마한 순간이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 다른 낚시와는 다른 부분이었다. ‘낚싯바늘 없는 낚시란 이렇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과정이었다.
살살 끌어들여 약 25m 거리까지 왔을 때, 야엥을 원줄에 걸었다. 낚시자리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25m 정도 끌려오면 낚싯대와 줄이 야엥을 투입해도 좋은 각도를 이루게 된다. 야엥을 걸 때는 혼자 하기보다는 동료가 낚싯줄에 걸어주는 것이 편리하다. 야엥낚시는 이렇듯 서로 어울려서 즐기는 낚시임에 분명했다. 만일 혼자라면 두 손은 낚싯대를 다루어야 하므로 야엥을 일단 입에 물고, 낚싯대를 뒤로 젖혀 원줄을 손으로 잡은 후 낚싯대를 겨드랑이에 끼우고서 입에 문 야엥을 잡아 낚싯줄에 신중하게 걸어야 하는 아주 복잡한 동작을 해내야 한다.
아베 사장이 원줄에 야엥을 걸자 오카다씨가 동시에 낚싯대를 들어준다. 야엥이 미끄러지듯 줄을 타고 물속으로 내려갔다. 야엥은 전갱이를 먹느라 정신없는 오징어에게로 다가가는데, 이에 놀란 오징어가 도망치려 해도 이미 때는 늦었다. 몸통 아래쪽으로 이미 갈고리가 위치하고 있으므로 몸통에 갈고리가 걸리고 마는 것이다.
야엥에 걸려 처음 올라온 흰오징어는 1.5kg급. 아직 산란을 하지 않은 대물이었다. 촬영팀도 옆에서 지켜보던 제주 낚시인들도 환호성을 질렀다. 국내 최초의 공식적인 야엥낚시 성공을 자축하며 기념촬영을 하다 보니, 이런, 살아있는 전갱이가 이미 동이 난 상태. 반신반의하던 야엥의 효과가 실제로 드러나자 제주의 서포터 일행 모두 휴대전화를 들고 이곳저곳 친구들에게 전화해 당장 전갱이를 낚아 살려오라는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이날 방파제에 모인 낚시인들은 야엥의 위력에 크게 놀랐다. 현장에는 에깅을 하는 낚시인도 여럿 있었지만 흰오징어를 낚지 못했다. 또 죽은 전갱이를 매단 찌낚시에도 입질이 없었다. 그러나 야엥에는 백발백중 입질이 닿았다. 다만 끌어들이는 도중 실패하여 절반 가까이 놓쳤을 뿐이다. 이날 6마리의 산 전갱이 미끼로 3마리의 무늬오징어를 낚았다. 미끼가 떨어지자 제주 낚시인들이 서귀포 인근까지 달려가서 전갱이를 낚아왔지만 오는 도중에 다 죽고 3마리만 살아남았다. 산 전갱이가 많았다면 취재팀은 훨씬 더 많은 흰오징어를 낚았을 것이다. 
만약 찌낚시나 에깅만 했다면 오징어가 이 포인트에는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지만, 야엥조법은 미끼투입만 하면 10분 이내에 입질이 들어왔다. 눈이 밝은 오징어에게 꼬리만 묶인 산 전갱이는 특효였나 보다. 제주 낚시인들은 “앞으로 이 낚시법이 무늬오징어낚시의 대변혁을 몰고 올 것 같다”고 말했다.

 

▲ 살아 있는 전갱이 꼬리자루에 원줄을 감아 묶고 있다.

 

 

▲ 흰오징어가 전갱이를 덮치자 오카다씨가 조심조심 25m 거리까지 끌어들인 다음(위) 원줄에 야엥을 걸어서 내려보내고 있다.


 

제주꾼들 “야엥이 에깅의 인기를 능가할 것 같다”

야엥낚시의 인상은 ‘과정을 철저하게 즐기는 낚시’라는 것이었다. 입질이 오면 챔질하고 파이팅을 즐기는 일련의 낚시와 다르게 입질이 오면 더욱더 신중하게 조마조마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마치 붕어낚시의 찌올림이 영원하게 길어지는 것 같은 순간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드랙이 풀리는 때부터 시작해서 5분 정도 기다리고 다시 살살 끌어들이는 과정에 걸쳐 아주 오랫동안 그 감각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이채로웠다.
흰오징어는 먹이를 먹는데 희한한 습성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알려진 바로는 먼저 전갱이의 뒷덜미를 물어서 잘근잘근 씹어 머리를 떼어내고 그다음 목부터 꼬리 방향으로 점차 먹어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끌어들이는 도중 실패한 채비를 거두어 보면 하나같이 전갱이들의 머리 부분만 실종된 상태였다. 정말 머리를 떼어내고 먹는 것인지 어두일미라 머리만 먹었는지는 알 수 없다.
야엥은 동료와 같이 즐기는 것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조금 집중력을 잃는다면 바로 오징어가 도망가 버리는 허탈감도 있다. 동료와 서로 어울려 즐겁게 떠들고 놀면서 낚는다면 총 입질 수에 반타작이 수확이라고 보면 좋겠다. 물론 철저히 낚시에 집중한다면 조과는 얼마든지 향상되겠지만,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 입질의 빈도가 다른 찌낚시나 에깅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실제 조과는 미끼, 즉 살아있는 전갱이가 좌우했다. ‘산 전갱이 1마리=흰오징어 1마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꼭 전갱이가 아니라도 고등어, 벵에돔, 숭어 등의 새끼도 살아 있으면 좋은 대용 미끼가 된다고 한다. 취재당일 최후의 흰오징어는 전갱이가 아니라 현장에서 우연히 낚인 손가락만한 잿방어 치어로 낚았다. 

 

▲ 흰오징어가 공격하여 머리가 떨어져 나간 전갱이. 흰오징어는 전갱이를 덮친 다음 머리를 잘라내고 목부터 씹어먹다가 야엥의 갈고리바늘에 걸려든다.

 

▲ 한국다이와정공의 아베 코이치 사장이 흰오징어가 전갱이를 공격하다 야엥에 걸리는 메커니즘을 모형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다.

 

전갱이 팔팔하게 살리는 게 열쇠

 

살아있는 미끼의 신선도는 야엥의 조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야엥낚시는 전갱이 스스로 헤엄치는 힘에 의존하는 낚시방법이므로 팔팔하게 오래 살아있는 전갱이는 필수다. 작은 전갱이보다 한 뼘 크기의 전갱이가 좋다.
흰오징어가 잘 낚이는 방파제엔 대개 전갱이가 많으므로 찌낚시로 쉽게 낚을 수 있다. 전갱이는 아이스박스 등의 용기에 물을 담고 기포기로 계속 산소를 공급해 주면서 살린다. 용기 내의 수온과 실제 바닷물의 수온을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수온을 맞추는 방법은 먼저 용기 내의 물을 반쯤 퍼내고 현장의 바닷물로 채워 전갱이가 수온에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 이후 차츰 갈아주며 수온을 맞추어 간다. 낚시하는 도중에도 신선한 물을 반복해서 갈아주는 것이 오랫동안 살려두는 지혜다. 여름에는 햇빛이나 방파제의 열기로 인해 용기 내의 수온이 올라가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그늘을 만들거나 방파제에 미리 물을 뿌려 식히는 것도 필요하다.

 

▲ 기포기를 틀어 살려놓은 전갱이. 바닷물을 수시로 갈아주며 싱싱하게 살려두는 것이 조과의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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