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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넙치농어 도전기 - 가파도의 은빛 헐크와 몬스터 볼락
2011년 03월 935 270

제주도 넙치농어 도전기 - 가파도의 은빛 헐크와 몬스터 볼락

 

제주바다에만 사는 넙치농어는 외모는 농어와 흡사하지만 먹이를 삼킨 후의 행동은 농어보다 돌돔이나 벵에돔에 가깝다. 즉 좌우로 내달리는 것이 아니라 수중여로 파고드는데 그 순간의 괴력이 가히 폭발적이라고 한다. 넙치농어는 농어보다 머리가 크고 체고도 높으며 무게도 더 많이 나가기 때문에 랜딩 직전까지 부시리와 같은 무게감이 전해진다고 한다. 또 수면을 박차고 수직으로 솟구치는 격렬한 바늘털이로 유명하다. 녀석을 만나기 위해 나는 1월 20일 제주도를 찾았다.

 

ㅣ김진현 기자ㅣ

 

▲ 가파도 남동쪽의 갯바위. 조류 소통이 좋고 수중여가 잘 발달해 있어 농어와 넙치농어가 잘 낚이는 곳이다.

 

오후 3시, 전국 각지에서 온 바다루어클럽 회원 10명은 가파도행 여객선을 타기 위해 모슬포항에 모였다. 그들은 4년 전부터 겨울이 되면 가파도로 농어낚시 원정을 다녔다. 작년에는 넙치농어를 하룻밤에 대여섯 마리씩 낚는 행운을 맛보기도 했다고 한다.
“넙치농어는 헐크에요 헐크. 아래턱은 툭 불거져 나와 험상궂고 등허리는 일부러 단련이라도 한 듯 불룩해서 근육질의 보디빌더 같습니다. 농어를 넙치농어와 대놓고 보면 길이는 비슷해도 덩치는 애와 어른처럼 차이나죠. 그만큼 넙치농어의 빵이 좋단 말입니다.”
넙치농어에 대한 무성한 괴담을 듣다보니 어느덧 오후 4시가 되어 21삼영호에 짐을 실었다. 가파도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10분. 여객선이 모슬포항을 벗어나자마자 가파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농어들이 좋아하는 평평한 가파도의 갯바위를 바라보고 있으니 틀림없이 넙치농어를 낚을 것 같다. 
그런데 날씨가 좋지 않았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바다에는 허연 파도가 일었고 가파도 상동방파제에 도착했을 때는 높은 파도 때문에 여객선이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접안할 수 있었다. 하지만 회원들은 “동해안에 비하면 좋은 날씨”라며 파이팅을 외쳤다.
선착장에는 가파도 별장민박의 안주인인 이매화지혜씨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에게 바다루어클럽 회원들은 각별하다. 가파도 농어를 세상에 알린 일등 공신이 바다루어클럽 회원들이기 때문이다. 가파도의 경우 겨울에는 관광객이 민박을 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다수 손님들이 낚시인이다.
숙소에 도착한 후 곧바로 장비를 챙기고 해거름에 루어낚시를 하기 위해 조금 이른 저녁 식사를 했다. 식당에는 보말을 넣은 칼국수와 닭볶음탕, 무늬오징어 무침, 보리밥이 먹고 남을 만큼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기대 이상의 성찬에 놀랐다. 가파도는 식비가 제주도보다 저렴하고 민박을 하는 낚시인들에게는 푸짐한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했다.

Tip   공항에서 모슬포로 이동할 때는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빠르고 편하다. 제주 공항에서 모슬포 택시를 타면 2만원에 모슬포항까지 갈 수 있으며 모슬포에서 공항으로 갈 때는 3만원을 받는다. 공항의 택시정류소에는 대부분 제주 택시뿐이므로 모슬포콜택시(064-794-5200)를 이용한다.

 

첫날 밤 _ 밤 12시 초썰물에 60cm 넙치농어

 

 

▲ 넙치농어를 낚은 고경순(나꺼)씨. 농어 치고는 작은 60cm급이지만 손맛과 체구가 일반 농어에 비해 아주 좋았다.

 

오후 5시, 갯바위로 나갈 시간이다. 회원들은 모두 웨이더를 입고 파도에 맞설 준비를 했다. ‘필’이 꽂히는 미노우 몇 개와 농어를 끌어낼 핸드그립과 가프 등 최소한의 소품만 가지고 나갔다. 장비를 많이 들고 나가면 이동하면서 쓸모없이 체력만 낭비한다. 
민박집을 나서니 북서풍이 강하게 불고 있어서 동쪽 갯바위로 이동했다. 가파도 북쪽의 상동방파제 오른쪽으로 펼쳐져 있는 갯바위에는 전날 들어온 낚시인들이 농어를 노리고 있었다. 바람이 거의 정면에서 불어오는 자리였지만 그 자리에서 이틀 연속 넙치농어가 낚였다고 한다.
회원들은 객주리코지부터 진입하기 시작했고 나는 이영수(이프로), 강부대(초심), 도경태(장산곶매)씨와 함께 남쪽의 하동방파제 옆에 있는 헬기장 포인트로 내려갔다. 거의 간조 때라 포인트까지 가려면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했다.
각자 흩어져 자리를 잡고 캐스팅. 미노우는 흰색 계열로 잠행수심 30cm 내외의 플로팅타입을 썼다. 가파도는 전체적으로 수심이 아주 얕기 때문에 싱킹타입이나 잠행수심이 깊은 미노우는 거의 쓸 일이 없다.
서서히 해가 지고 기다리던 피딩타임이 왔지만 입질은 오지 않았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게 치니 미노우의 액션이 제대로 나오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베이트피시를 보았다거나 자잘한 입질을 받았다는 회원도 없다. 자리를 옮겨보고 싶었지만 이영수씨는 “바람이 부는 탓에 서쪽과 북쪽은 엄두를 낼 수 없고 동남쪽 포인트를 계속해서 드나들어 봤자 이미 다른 낚시인들의 손을 탔기 때문에 승산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밤 12시 만조 이후를 노리기로 하고 민박집으로 철수했다.  
저녁 9시에 야식을 먹은 후 알람을 맞추고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2시간 후 다시 일어나야 하지만 선잠이라도 자야 덜 피곤하다. 긴 여정의 피로를 이기지 못한 회원들은 다음날 새벽 피딩을 노리기로 했고 잠에서 깬 회원들만 다시 갯바위로 나갔다. 밤에 출조할 때는 민박집의 승용차를 이용했다. 승용차가 없는 경우에는 자전거를 빌려서 다닌다고 한다. 
바람이 부는 방향이 바뀌지 않아 진입할 수 있는 포인트는 오후와 다를 것이 없었다. 몇몇 회원들은 객주리코지 일대로 내려갔고 고경순(나꺼), 이영수씨와 나는 헬기장 아래의 갯바위로 들어갔다. 
조류가 거의 가지 않았지만 오후와는 다르게 간간이 숏바이트도 느껴졌다. 물돌이가 지나고 서서히 썰물이 가기 시작할 무렵 고경순씨가 “왔어 왔어”라며 나지막한 소리로 이야기했다. 카메라를 집어든 마음이 급한데 갯바위에 돌김이 나 있어서 뛰어갈 수가 없었다. 도착해보니 고경순씨는 상기된 얼굴로 “넙치가 나왔다”고 말했다. 넙치농어치고는 작은 편에 속하는 60cm급이었지만 녀석의 우람한 몸통을 보고 있자나 확실히 농어와는 다른 피가 흐른다는 것이 느껴졌다. 얼른 촬영하려고 하니 이영수씨가 “혹시 다른 놈이 더 들어왔을지 모르니 촬영은 잠시 뒤로 미루자”고 말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플래시 불빛에 농어들이 달아날지도 모르니까.
분위기상 연타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더 이상 입질은 오지 않았다. 랜턴을 켜고 잠시 부산을 떤 것이 농어를 쫓아냈을까? 제주 낚시인들은 첫 농어를 낚았을 때 랜턴을 켜지 않는다고 한다.
중썰물이 지나 새벽 3시경 민박집으로 철수했다. 객주리코지 일대를 노린 강광중씨도 민박집으로 들어왔는데, “큰 고기

가 물었는데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바닥으로 처박더니 그만 미노우가 빠져버렸다”며 매우 아쉬워했다.

 

▲가파도 상동마을 입구에 서 있는 가파도 안내판.          ▲ 모슬포에서 출항한 여객선이 가파도 상동방파제에 도착했다.

 

둘째 날 밤 _ 상동방파제 내항의 몬스터 볼락들

 

새벽에 철수한 낚시인들은 잠을 잤고 어젯밤에 푹 잔 낚시인들은 오전 피딩을 노렸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새벽 출조에 또 따라 나섰다. 밤샘낚시는 권할 게 아니다. 농어루어낚시는 낚시시간이 길고 체력을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그만큼 체력안배도 잘해야 한다. 어느 시간대를 노릴지, 다른 낚시인들과 포인트나 낚시시간대가 겹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잠잘 시간과 낚시할 시간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낮에는 농어낚시가 안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일반 농어는 낮에도 심심치 않게 입질한다. 특히 하동방파제 옆 갯바위 같은 곳은 수심이 깊기 때문에 낮에 재미를 보기 좋은 곳이다. 낚시는 피딩타임과 물때에 맞춰 밤에 두 번 정도 나가고 낮에 한번 나가는 식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둘째 날 오전에는 농어가 낚이지 않았다.
취재일정상 나는 둘째 날 밤이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에 올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찍 나가 포인트를 선점하고 때를 기다렸다. 첫날밤보다는 상황이 좋았지만 역시 해거름엔 별다른 입질이 없었고 조과는 밤 9시부터 확인되기 시작했다. 동쪽 정자 아래의 갯바위를 노린 도경태씨가 미노우로 31cm 볼락을 낚아서 나타났다.
그것을 본 회원 몇몇은 상동방파제 내항에서 볼락루어낚시를 시도했다. 그 결과는 엄청났다. 순식간에 20~25cm 볼락을 수십 마리 낚아냈고 최무석 회장과 강부대씨는 30cm가 넘는 볼락을 낚아냈다.
“테트라포드 주변에 볼락루어를 던져 천천히 가라앉혀주니 큰 놈들이 정신없이 물었다. 리트리브할 필요 없이 루어를 가라앉혔다가 들어주기만 해도 입질했다”고 강부대씨는 말했다. 바람이 불지 않았더라면 파도가 쳐서 진입할 수가 없었던 방파제 외항에서 더 엄청난 조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자정이 지나자 농어도 낚였다. 동쪽 갯바위와 헬기장 아래에서 이영수, 이승우, 최흥근씨가 60~70cm 농어 3마리를 낚아냈다. 그러나 아쉽게도 넙치농어는 아니었다.

 

▲ 가파도 상동방파제에서 큰 볼락과 우럭, 쏨뱅이를 낚아 손맛을 본 바루클 회원들.  

 

산란 후기의 3월에 넙치농어 확률 더 높다

 

가파도의 농어 조황은 기대에 못 미쳤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회원들은 다양한 답을 내놓았다.
첫째 농어가 산란에 임박해 수심이 깊은 바닥으로 가라앉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1월 전후에 농어 조황이 주춤한 시기가 있는데 그것이 농어의 산란 때문이라고 했다.
둘째 가파도 넙치농어는 1월 초에 호황을 보였는데, 한발 늦게 도착했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가파도 넙치농어가 한두 마리 낚아낸다고 해서 금방 없어지는 자원일까?
셋째 날씨 때문에 포인트를 절반도 탐색하지 못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이틀 동안 가파도 구석구석을 다닌 것 같지만 실제로 낚시한 곳은 두세 곳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넙치농어의 산란이 거의 마무리된 지금 낚시시즌은 끝난 것일까? 그렇지 않다. 넙치농어는 음력 2월에 산란을 마친 놈들이 가파도 주변으로 많이 붙기 때문에 낚을 확률은 3월이 1월보다 더 높다고 한다. 다만 산란 후다 보니 산란 전보다는 무게가 약간 떨어진다고 한다. 

 

 

 

 

 

 

 

 

 

 

 

 

 

 

▲ 가파도 별장민박 식당에서 넙치농어 회를 즐기는 바루클 회원들. 회가 나오자 모두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시작했다.

 

▒취재협조 바다루어클럽 cafe.daum.net/saelure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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