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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탐기로 추적한 겨울붕어의 행로
2011년 02월 2054 325

특별 기획

 

어탐기로 추적한 겨울붕어의 행로

 

얼음낚시 탐사  중하류 8~9m 깊은 물골에 붕어 모여 있었다
충주호 탐사  서운리 하류 17m 수심 돌바닥에서 붕어 떼 발견


만약 누군가 당신에게 “겨울에 붕어는 어디에 있는 것 같습니까?”하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하겠는가. 수초 속? 아니면 하류의 깊은 수심…? 눈으로 보지 않았으니 딱 부러지게 대답을 하기 어렵다. 
그런데 나주호에서 배스낚시 취재를 하다가 김욱 프로에게 흥미로운 애기를 들었다. 김욱 프로는 “배스가 월동하는 깊은 포인트에 붕어 역시 함께 겨울을 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초음파를 통해 물속의 상황을 보여주는 어탐기를 활용하면 붕어가 월동하는 곳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얘기를 토대로 이번 호의 ‘어탐기로 추적한 겨울붕어의 행로’란 기사를 준비하게 됐다.
대부분 연안낚시를 하는 붕어낚시인에겐 10m, 20m에 이르는 깊은 물속은 알 수 없는 세상이다. 그곳에 설령 붕어가 있다 해도 낚을 길이 없으니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낚시인들은 ‘수초 속에 우리가 낚을 붕어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또는 ‘햇살이 퍼지면 얕은 연안으로 붕어가 올라붙을 것이다’라고 겨울붕어의 행로를 추측만 할 뿐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수중 물고기의 크기와 형태까지 잡아낼 수 있는 최신형 어군탐지기를 활용한다면 분명 우리가 궁금해 하는 겨울붕어의 행로를 추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얼음판 위에서 어탐기를 들고 상류부터 하류까지 붕어를 찾아다녔고, 충주호에선 보트에 어탐기를 장착한 채 좌대낚시가 활발했던 지류의 초입부터 깊은 본류까지 탐사하면서 붕어 어군을 추적해 보았다.

 

 

서성모 기자

 

 

어탐기를 활용한 얼음낚시 탐사. 얼음구멍에 송수파기를 내리고 어탐기 전원을 켜자 본체 화면에 물속 상항이 표시되고 있다.

 

 

 

탐사 1 보은 백록지 얼음낚시
눈 덮인 빙판 밑 붕어 확인에 실패

 

첫 탐사는 얼음낚시였다. 청주 강서낚시 민병완 사장에게 가볼만한 얼음낚시터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더니 며칠 후 “보은 백록지가 충북에서 가장 빨리 결빙이 되고 첫탕에 붕어가 잘 낚이는데 오늘 돌아보니까 10cm 정도 얼음이 언 상태여서 낚시를 가도 될 것 같다”고 답신이 왔다. 3일 후인 12월 30일 갔을 땐 이틀간 내린 폭설로 빙판이 새하얗게 덮여 있었다.

 

상류 수몰나무와 중류 숨구멍은 붕어 없는 빈집

 충북 보은군 미로면 변둔리에 있는 백록지는 수면적 4만9천평의 계곡지로서 붕어 외에 잉어가 많아 릴낚시도 많이 이뤄지는 곳이다. 빙판 위로 올라선 4명의 강서낚시 회원들은 상류와 중류에 나눠 앉았다. 상류로 향한 회원들은 눈 위로 삐죽이 나온 수몰나무 주변에 얼음구멍을 팠다. 권태열 회원은 “이곳은 연안에서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물낚시철엔 노려볼 수 없었던 곳이에요. 맨땅 계곡지에선 이런 수몰나무 주변에 붕어가 박혀 있지 않겠습니까?”하고 말했다. 수몰나무를 따라 5개의 구멍을 팠고 나는 그중 하나에 어탐기 송수파기를 집어넣었다. 어탐기에 전원을 넣자 “띠리리”하는 음파 발생음과 함께 화면에 물밑 모습이 떴다. 수심은 1.5m. 바닥에 침전물이 많이 쌓여 있었는데 수중에 보이는 것은 없었다. 20분간 모니터를 보면서 수중에 찍힐 생물체를 기다렸지만 아무 것도 표시되지 않았다.
고기가 없다고 말하자 권태열 회원은 맥이 빠지는 듯 “이상한데요. 여기서 작년에 붕어를 많이 잡았다고 하던데. 눈이 덮여서 그런가? 어디 다른 곳으로 옮겨 봐야겠네요”하고 말했다. 어탐기 화면을 보지 않았다면 나도 한눈에 좋아 보이는 수몰나무 주변에 남아 계속 입질을 기다렸을 것 같았다. 이래서 ‘낚시란 붕어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희망을 갖고 기다릴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보은 백록지 상류의 수몰나무 포인트. 찌를 세운 얼음구멍에 어탐기 송수파기를 내렸다.  

 

 

하류에서도 붕어 확인 못해 “움직임이 없다”

중류로 옮겨가면서 얼음구멍을 4개 뚫어 다시 송수파기를 넣어 보았지만 수중은 깨끗한 백지 상태였다. 민병완 사장은 물이 흥건하게 흘러나와 눈이 반쯤 녹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민 사장은 “여기는 숨구멍 포인트인데 백록지의 최고 명당입니다. 하지만 바닥에서 물방울이 계속 올라오기 때문에 빙질 상태가 좋지 않아요”하고 말했다. 얼음구멍 하나에 어탐기 송수파기를 내려 보았다.
수심은 4.1m. 바닥은 침전물이 쌓인 듯 지저분해 보였는데 수중에 옅은 물체들이 보였다. 물고기라면 더 선명하고 윤곽이 뚜렷할 텐데 그렇지 않고 얼룩이 진 느낌. 숨구멍 포인트라고 하더니 바닥에서 올라온 공기 방울이 어탐기에 찍힌 것으로 보였다.
내가 어탐기를 지켜보고 있던 중 민 사장은 가끔 헛챔질을 했다. 하지만 어탐기에 물고기는 찍히지 않은 상태. 그렇다면 유령 고기인가? “아무래도 참붕어가 지렁이를 자꾸 건드리는 것 같아요. 찌가 조금 깔짝대다 올리면 빈바늘이니 원….” 민 사장은 말했다.      
백록지의 얼음낚시 명당으로 꼽히는 상류 수몰나무나 중류의 숨구멍 포인트에도 붕어가 없다면 대체 붕어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5만평에 이르는 백록지의 빙판 위에서 나는 미아가 된 듯 머리가 어지러웠다. 나는 어탐기를 들고 중류부터 얼음구멍을 뚫으면서 하류 쪽으로 내려갔다. 얼음 구멍 한 개 뚫고 어탐기로 확인하고 다시 십 미터쯤 이동한 뒤 얼음구멍 뚫고… 그렇게 10개 정도 뚫으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중상층에 아주 작은 물고기 떼가 보였는데 피라미 같았다. 제방이 가까운 하류 한복판에 이르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한 마디로 ‘남대문시장에서 김 서방 찾기’인 것 아닌가? 결국 붕어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하고 철수해야 했다. 붕어들은 뻘속에 파묻힌 것인지 어탐기에 한 마리도 찍히지 않았다. 물론 강서낚시 회원들은 입질 한 번 받지 못했다.
 

탐사 2 충주호 서운리
수몰 논자리, 16m 수심과 골 초입 17m 수심에 붕어가


다음날 나는 충주를 찾았다. 최석민 프로와 충주 남한강낚시 박희열 사장과 보트에 동승하여 충주호를 탐사할 계획이다. 고향 충주에서 10여 년간 낚시점을 운영해온 박희열 사장은 충주호의 붕어를 누구보다 잘 아는 낚시인이고, 최석민 프로는 어탐기를 활용한 어군 탐사에 확실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전날 백록지에서 붕어를 찾지 못한 나는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어군탐지기로 정말 겨울 붕어를 찾는 게 가능한 일인가? 드넓은 충주호 수면에선 또 어떻게 탐사를 해야 할까? 이 고민은 두 낚시인을 만나 대화를 하자마자 해결됐다.

 

“잠수부가 20m 수심에서 동면하는 붕어를 봤다더라”

Q 어제 백록지를 다녀왔는데 어탐기로 붕어를 찾는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내일 탐사 계획을 어떻게 짜야 할까요?
박희열(이하 박) :
일단 붕어가 확인된 좌대낚시터부터 시작해 하류로 내려가야겠지요. 충주호에서 가장 깊은 수심은 제방 밑의 70m 정도인데 붕어가 그 정도의 수압을 견디면서까지 내려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아요. 충주호엔 200명 정도의 어부들이 있는데 몇몇 어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20m 수심에서 붕어를 잡았다고 합니다.
최석민(이하 최) : 나도 박 사장님 생각과 비슷해요. 제가 겨울에 낚시한 경험에 비춰보면 20m 수심 이하에서 배스를 낚은 경험이 없어요. 배스를 낚다보면 붕어가 걸려서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 수심도 비슷해요. 붕어가 걸리는 곳도 배스가 머물기 좋아하는 스트럭처나 수심 변화가 급하게 일어나는 곳입니다. 붕어도 배스처럼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 나는 쏘가리낚시를 즐기는데 그 녀석은 더 얕은 곳에 있습니다. 잠수부 얘기를 들어보면 4~7m 수심에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15~20m 수심에서 무리지어 있는 붕어를 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바닥에서 2m까지 층층이 떠있었는데 마치 잠자는 것처럼 사람이 다가가도 움직이지 않더랍니다.
Q 결국 겨울이 되면 붕어는 20m권 수심까지도 내려간다는 얘기로 정리되는군요. 깊은 수심으로 내려가는 이유는 따뜻한 수온을 찾기 위해서겠죠?
박 : 그것 외에는 이유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충주호 어부들이 구정을 전후해서 한 번씩 붕어 대박을 맞는다는 겁니다. 작년에 하천리에선 20m 수심대에서 떼 붕어를 잡았는데 잡힌 놈 모두 월척 이상 4짜급이었다고 합니다. 제 생각엔 지금과 같은 초겨울엔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가 수온이 가장 떨어지는 구정 전후에 한 곳에 몰리는 것 같아요.
최 : 용존산소량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만약 깊은 수심으로만 고기들이 숨는다면 어디든 최고 수심에서 고기떼가 찍혀야 하는데 그렇지 않잖아요? 배스 같은 포식어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용존산소량이 있는 곳에 머물 수밖에 없는데 일정 수심층 이하엔 용존산소량이 없기 때문에 그곳까지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중상층에 떠다니는 물고기들… 강준치로 추정

최석민 프로는 충주호 탐사를 위해 충주호가 담수되기 전의 지도인 1975년 발행 지형도를 준비해왔다. 그 지도엔 수몰된 마을, 논밭, 길, 다리 등이 표시되어 있었다. 최 프로는 “수몰 전 지도를 보면서 고기가 머물 지형지물을 살피면 훨씬 빨리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일행이 향한 곳은 충주시 동량면 서운리 지류 안쪽에 있는 솔낚시터(관리인 유영용). 이곳에서  배를 빌려 탐사에 나섰다. 
지도를 보니 지류 최상류에 원래 마을이 있었다. 바닥지형이 복잡한 곳에 붕어가 있을 것 같다는 데 의견이 모아져서 그곳부터 탐사를 하기로 했다. 배 후미에 송수파기를 부착하고 상류로 올라갔는데 수심이 차츰 깊어지더니 10m에 이르자 울퉁불퉁하고 단단한 바닥이 화면에 잡혔다. 마을 집터 자리인데 그곳에서 수심 5m 정도의 중층에 물고기가 찍혔다. 어탐기 탐사 후 첫 물고기 발견! 최석민 프로는 “이렇게 떠다니는 놈들은 강준치일 것 같군요. 붕어라면 바닥층에서 찍힐 확률이 높습니다”하고 말했다. 1시간 가량 수몰 마을 부근을 탐사해봤지만 강준치로 추정되는 중층의 물고기만 보일 뿐 하층 수심엔 아무 것도 없었다. 


 

"암반 근처에서 발견된 이 녀석이 붕어일 확률이 높습니다." 최석민 프로가 어탐기 화면을 가리키면서 설명하고 있다.  

 

18.5m  수심에서 강준치 또는 붕어로 추정되는 몰고기 무리.

 

 

서운리 배터를 지나 좀 더 하류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밋밋하던 바닥에 불쑥 솟은 암반이 보이는 16m 수심에서 큰 물고기 한 마리가 찍혔다. 최 프로는 “이 녀석이 붕어인 것 같아요. 사이즈만 봐서는 꽤 큰 놈일 것 같은데요”하고 말했다. 어탐기 화면을 쳐다보던 박희열 사장은 “이 근방이 다 논바닥인데 돌들이 무척 많아요. 늦봄에 물이 빠지면 3~4m 수심을 보이는데 솔낚시터에선 이곳에 좌대를 갖다 놓습니다. 역시 붕어 포인트가 맞군요”하고 말했다.

 

본류 50m 수심에는 아무것도 없어

점점 하류로 내려가다 보니 중층에 떠있는 강준치가 보였고 어느 곳에선 작은 물고기 떼와 큰 물고기가 찍혔다. 화면을 가리킨 최 프로는 ‘베이트피시를 쫓는 배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류의 최하류 좌안 골자리 초입. 골자리의 우측 연안은 얕고 좌측 연안은 급경사를 이루고 있었는데 좌측 급경사 지역에서 큰 물고기 떼가 발견됐다. 18m 수심에서 17m 정도 바닥층에 떠있는 어군. 최 프로는 “박 사장님, 여기가 붕어 포인트인데요. 지형상 쏘가리도 섞여 있을 것 같습니다”하고 말하자 박 사장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여기는 어부들이 꼭 그물을 놓는 자리입니다. 경사가 급하면서 돌들이 굴러 내려와 있어서 쏘가리도 잘 올라오는 곳입니다.” 
붕어 어군을 확인한 우리는 이번엔 서운리를 빠져나와 본류로 향했다. 20m, 30m, 40m…. 본류 한복판에 가까워오자 수심은 50m에 이르렀다. 박 사장은 어탐기의 수심을 보고는 “여기가 수몰된 남한강 본류 같아요. 더 가면 수심이 얕아질 것 같습니다”하고 말했다. 수심 20m를 넘어서면서부터 어탐기엔 상층부에서 작은 물고기 떼가 한 차례 보였을 뿐 바닥층엔 아무런 물고기도 찍히지 않았다. 50m 수심엔 이곳이 예전에 강이 흐르던 자리를 말해주듯 큰 턱이 하나 찍혔다.


탐사 3 천안 의동지 얼음낚시
물골 8~9m 수심에서 찍힌 붕어들


충주호 서운리 하류 18m 수심에서 겨울붕어 무리를 찾아낸 나는 어탐기 탐사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다음날 청주 강서낚시회 회원들과 다시 얼음판 붕어 추적을 시도했다. 회원들이 찾은 곳은 충남 천안 의동지. 정우영 고문은 “늦가을에 마릿수 붕어를 낚았던 곳인데 소문이 안 난 소류지에요. 어자원이 대단합니다”하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 병천면 관성리에 있는 의동지는 수면적 6천평의 계곡지다. 천안에도 눈이 왔었지만 의동지는 눈이 온 뒤 결빙이 됐는지 빙판이 비교적 깨끗했다. 빙판 위에 오른 회원들은 중류와 상류로 흩어졌는데 연안에 자라 있는 수초나 수몰나무 주변에 먼저 얼음구멍을 뚫었다. 나는 전날 충주호의 탐사 경험에 비추어 가장 깊은 수심을 찾기로 했다. 먼저 의동지의 지형지물을 살폈다. 좌안 상류에 새울 유입구가 있었고 새물 유입구부터 무넘기까지의 직선 지점에 중류부터 하류까지 차례차례 얼음구멍을 뚫었다.
중류 한복판에 얼음구멍을 뚫자 8.2m 수심이 나왔는데 화면에 곧바로 중층을 지나가는 물고기가 보였다. 보는 순간 붕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기 물고기가 찍혔어요. 이리로 오세요!” 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런데 아무도 내가 있는 곳으로 오지 않았다.

 

 

 

충남 천안 의동지  얼음낚시 탐사. 4.8m 수심의 중류에서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어탐기에 물고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류 8.7m 수심에서 발견된 물고기 무리. 4마리가 이런 식으로 지나갔다.

 

 

나는 어탐기를 들고 중류와 상류 연안에 회원들이 뚫어 놓은 얼음구멍의 물속을 차례차례 어탐기로 찍어 보았다. 중류 수심은 4.8m. 바닥이 지저분했고 물고기는 보이지 않았다. 이번엔 상류. 이곳은 수중에 나뭇가지가 얼기설기 엉켜있는 곳이었는데 밑걸림만 많아 보일 뿐 역시 물고기는 없는 상황. 어탐기가 가리키는 결과대로 붕어의 입질이 없자 회원들은 나를 따라 중하류로 포인트를 옮겼다.

코앞에 먹이 들이밀어도 입질 않는 붕어

중하류 물골 자리로 돌아온 나는 무넘기 쪽으로 옮겨가며 계속 어탐기 탐사를 했다. 8m, 9m 수심에 이르는 모든 바닥에 붕어로 판단되는 물고기가 포착되었고 8.7m 수심엔 네 마리 정도의 물고기가 지나가고 있었다. 정우영 고문에게 ‘이곳에 붕어 말고 다른 큰 물고기가 뭐가 있느냐’고 물어보자 “붕어 말고 잉어가 산다”고 한다. 결국 붕어든 잉어든 물고기는 중하류 물골에 있었다.
어탐기 화면을 보면서 기자의 설명을 들은 회원들은 모두 붕어가 확인된 얼음구멍에 지렁이 미끼를 내렸다. 민낚싯대 위주로 장비를 준비해온 회원들은 8m 수심에선 채비를 내릴만한 긴 낚싯대가 없어 줄을 더 이어서 내려야 했다. 붕어가 바닥에 있는 것을 확인한 이상 고기 낚는 일만 남은 건가?
회원들도 나도 모두 기대에 들떠 입질을 기다리는데… 입질이 없다. 두 시간 가까이 기다려도 입질이 없어 다시 한 번 어탐기로 체크해보니 분명 바닥에 물고기는 있는 상황. 코앞에 미끼를 갖다 줘도 물지 않는다는 얘기가 바로 지금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정우영 회장은 고개를 갸웃대며 “어탐기에 붕어가 찍히든 찍히지 않든 오늘 상황은 이해가 되지 않네요. 너무 급작스럽게 한파가 온 게 붕어의 활성도에 아주 나쁜 영향을 미친 걸까요?”하고 말했다. 정오를 넘어서도 아무도 붕어를 낚지 못했고 나는 물골에서 붕어 무리를 찾았다는 탐사 결과에만 만족하고 회원들과 함께 철수했다.

 

탐사 결론
겨울붕어는 깊은 수심에서 은신할 곳 찾는다


2박3일간의 어탐기 겨울붕어 탐사를 마치고, 나는 겨울엔 붕어가 평소에 머물던 1~4m의 수심에서 훌쩍 벗어난 그 이상의 수심, 최고 17m까지 내려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수심 차가 완만한 평지지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수심 차가 분명히 나는 계곡지에선 붕어가 깊은 수심으로 내려가 암반이나 급심 지대의 바닥층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탐사 과정 중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내 머리를 복잡케 했다. 천안 의동지에서 붕어가 분명 확인된 포인트인데도, 더구나 그 붕어들이 웅크리고 있는 게 아니라 돌아다니고 있음이 어탐기에 포착되었는데도 미끼에 반응을 보이지 않은 사실엔 조금 당황스러웠다. 결국 활성도가 떨어진 붕어는 먹이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걸까?
또 보은 백록지에선 단 한 마리의 큰 물고기도 어탐기에 포착되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 붕어보다 작은 고기는 어탐기에 찍혔는데, 큰 고기는 상중하류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보은 백록지가 첫탕에 호황을 보여온 곳인 점을 감안한다면 폭설이 쌓인 게 몰황의 원인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취재에 도움을 주신 코넷무역 강재관 사장님, 배스낚시인으로서 붕어낚시 취재를 흔쾌히 응해준 최석민 프로님, 그리고 충주 남한강 박희열 사장님과 청주 강서낚시회 회원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알아봅시다

 

어군탐지기의 성능은 어느 정도인가?


어군 탐지기(이하 어탐기)는 초음파를 이용해서 물고기 무리(魚群)을 찾는 기계다. 어탐기는 음파를 보내고 되받아들이는 송수파기, 송수파기에서 받아들인 신호를 해석해서 화면에 표시해주는 본체로 구성되어 있다. 초음파는 송수파기에 초당 40회 이상 발사되며 수중바닥이나 떠있는 물고기, 부유물, 공기방울 등 물속의 모든 물체들로부터 반사되어 온 신호를 읽는데 그 신호의 도달시간, 강약 등의 정보를 해석해서 본체의 화면에 우측에서 좌측으로 시간 순서적으로 표시하게 되어 있다. 되돌아온 신호의 시간과 강약을 해석하여 어군의 크기나 밀도 등을 표시한다. 단단하면 진하게, 연하면 옅게 표현해준다. 가령 바닥이 암반이면 진한 갈색으로 표시하고 침전물이면 연한 하늘색으로 표시되는 것이다.
어탐기는 물고기로 보이는 물체를 파악할 수 있을 뿐 그게 붕어인지 배스인지 알 수는 없다. 그 어종의 크기만 추측할 뿐이다. 바위나 나뭇가지와 달리 물고기는 움직이기 때문에 그 움직이는 궤적을 보고 물고기란 것을 추측한다. 그러나 만약 붕어가 바닥에 배를 깔고 있어서 바닥 지형지물과 섞여 있는 상태가 되면 판별하기가 매우 어렵다.

 

 

 

탐사에 사용한 ‘허밍버드 787 C2I’

 

 

이번 탐사에 사용한 어탐기는 ‘허밍버드 787 C2I’ 기종으로서 가격은 120만원대의 중급 모델이다. 별매로 구입하는 휴대용 거치대에 부착해 사용했다. 원뿔 형태로 발사되는 초음파 빔은 20도를 유지하는데 수심이 깊을수록 넓은 면적을 탐색할 수 있다. 보통 20m 수심이면 6m 근방의 물속 상황을 탐색해준다. 화면상엔 두 가지 그림이 뜨는데 두 가지 주파수로 탐색한 결과를 뜻한다. 좌측의 80KHz는 높은 주파수로서 탐색 범위가 넓지만 해상도가 낮고 우측의 200KHz는 탐색 범위가 좁지만 해상도가 뛰어나다. 80KHz 화면은 넒게 탐색한 뒤 무언가를 찾아내주고 우측의 200KHz 화면은 찾아낸 그 물체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 어탐기 문의 코넷무역 031-777-8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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